< 부추기기 >
"통할까. 아니, 통할 거라고 믿는 수밖에는 없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지?"
그리고 이 무렵 민치상에게 밀서를 내린 당사자인 이형 또한 자조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반드시, 미국은 이번 밀서를 계기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 의심의 여지는 없다. 미국에 있어서 지금의 극동은 그야말로 노다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억 명의 잠재적 소비자 겸 노동자들과 미대륙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광대한 땅덩어리, 풍족한 자원과 외국인 투자에 협조적인 현지 정부, 이미 현지 진출에 성공하여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한 자국인 자본가까지. 무엇 하나 미국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요소가 없다.
굳이 힘들일 것도 없이 곡괭이 하나만 챙겨가서 곡괭이를 휘두르기만 해도 막대한 투자수익을 받아 챙길 수 있는 현 미국 태평양 지대에서의 핵심 이권 지대. 그것이 지금의 한국이자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범아시아 조약기구이다. 그런 범아시아 조약기구가 갑작스레 자국 내 미국인 자산 국유화를 내걸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전쟁을 각오해도 할 말이 없군."
이형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느닷없이 한국의 황제가 마르크스주의에 물들기라도 했냐며 야단법석을 치고 있을 트러스트의 배불뚝이들이 눈에 선했다. 아직 본격적인 수익금이 나오기도 전에 그동안 공들여온 투자금 그 자체가 공중분해 될 판국이다. 눈이 돌아가서 만에 하나 천에 하나라도 진짜로 국유화하면 전쟁조차 불사하겠다며 미쳐 날뛸 모습이 훤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의 미국에 한국을 침공할 힘은 없다. 물론 단순 국력만 따진다면 한국과 미국의 절대적 국력 차이는 감히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준이지만, 미국과 범아시아 조약기구 사이에는 태평양이라는 천혜의 울타리가 자리 잡고 있다. 하와이조차 확보하지 못한 미국이 국력 전부를 극동에 투자한다고 쳐도 해병 1개 연대나 파병할 수 있을까 말까 하다.
그리고 그걸 알고서 벌인 일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한국을 침공할 힘이 없다고서 시작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을 침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상, 미국에 주어진 선택지는 한국의 요구대로 디즈레일리의 영국 보수당을 지원하여 영국이 세계대전에 참전하도록 독촉하는 것밖에는 없다.
"내 주제에 천하의 월가를 움직이다니. 이개똥이가 되기 이전의 이원철은커녕 당장 지난달의 이형에게 말해도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나 하고 있다고 한소리나 듣겠지."
이형은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하루 쉴 새 없이 심력이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이런 나날을 보내다가는 제명에 죽을 수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목숨과 국운을 건 도박은 특기라고 자부했지만, 이런 식의 뼈를 깎아내는 도박은 영 내키지 않았다.
이번 일로 필시 미국은 한국에 경계심을 품게 되었을 것이다. 한국이 단지 고분고분 따라주는 지갑이 아니라 여차하면 미국이 투자한 투자금을 가지고서 언제든지 미국을 겁박할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고 투자를 줄이려 들 것이다. 여차하면 대거 투자금을 환수하여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바 없는 일이다. 일단 미국에서 대외적인 경제보복에 나선다면 그건 결국 한국에 협박을 당했다는 걸 공개적으로 알리는 꼴이 된다. 그 치욕과 모욕을 국내외적으로 알린다면 현 정권에게 있어서 씻을 수 없는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당장 프로이센과 전쟁을 치르던 와중 혹여나 영국이 프로이센의 아군으로서 참전하여 양면 전선이 펼쳐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파리의 금융계는 설령 전후 자국 경제가 엉망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에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려 할 것이다. 그것은 곧 파리 금융계의 체면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훗날의 이익보다 당장 체면을 중시하는 프랑스라면 반드시 미국의 경제보복으로부터 한국을 결사 수호해 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어차피 올해 10월 즈음에 시카고 대화재로 소비심리가 확 위축 되면서 내수경제가 불황에 접어들 텐데. 전쟁물자 팔아서 회복하려면 일단 해운업을 꽉 쥐고 있는 영국이랑 친해져야지.
이번 일을 계기로 영국 애들 전쟁 치르는거 도와주면 영국이 미국을 보는 인식부터가 확 바뀔 걸. 월가 놈들 이번 전쟁만 끝나고 나면 세계대전에 개입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내 구두를 핥아댈거다."
이형은 그렇게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걸음걸이를 옮겼다. 언제나 걸치고 있던 휘황찬란한 제복마저 벗어버리고서, 말끔한 양장으로 갈아입은 그가 향하는 곳은 주영 공사관, 아직 영국의 특명전권대사 로버트 게스코인세실 후작이 머물고 있을 결전의 장소였다.
이번 일은 공식적인 만남이 아니다. 공식적인 만남이 될 수도 없다. 한국 내 반영 국민감정이 최악에 치달은 지금 같은 때에 일부러 사관들이나 궁인들에게조차 비밀로 하고서 영국의 전권대사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밝혀진다면 이형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될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형은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감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를 만나지 못하면, 그의 행동은 단지 미국을 자극하여 영국의 정치에 개입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비유럽권의 군주가 미국을 겁박해 천하의 대영제국을 움직였다는 의혹만으로도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묻어주거나, 반대로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고 포장해줄 우군이 필요하다.
이형은 성큼성큼 궁궐을 나서 어두컴컴한 심야의 한성 거리를 지나쳤다. 한성 재개발 사업의 여파로,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공사판 뿐에 온통 시멘트 냄새만 진동하고 있었다. 한옥마을과 같은 정겹고 고풍스러운 풍미를 느끼기에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것이 바뀐 다음이었고, 그렇다고 현대의 서울 같은 세련되고 활달한 풍미를 느끼기에는 아직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
이형은 이러한 한성의 풍경이 자신의 심상풍경과 꼭 같다고 생각했다.
"알코올 냄새가 조금 부족하다는 걸 제한다면 말이지."
이형은 그렇게 코웃음 치며 한동안 언제나 손에 쥐고 다니던 지팡이를 시멘트 더미에 집어 던져 버렸다. 그 대신, 이형은 허리춤에 권총에 손을 가져다 댔다. 전장에서 처음으로 적병을 죽였을 때도, 무릎에 돌이킬 수 없는 총상을 입었을 적에도. 만주에서 언제나 그와 함께하였던 미제 콜트권총.
그 서늘하고 매끈거리는 금속 재질에 손끝이 닿은 그 한순간 마음의 동요도 가라앉았다. 특별히 누군가를 죽이러 가는 것도, 자신이 살해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러했다.
"아니, 사실 사람을 죽이려고 가고 있는 것이 맞던가."
이형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을 죽이러 가는 것이 아니다, 라. 세계대전을 준비하려고 하면서도 그런 위선을 떨고 있는가. 세계대전이 시작된다면, 그 전쟁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지옥으로 끌고 갈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백만 단위의 인간의 생명을 거두려 하면서, 사람을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고 자신을 정당화하려 하는가.
무르다. 물렀다. 이형은 그렇게 자신을 다그쳤다. 자신이 황제라는 자각이 너무나도 옅었다. 황제의 소임이 언제부터 전장에 나가서 함께 싸우는 것이던가. 백성들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아득히 높은 곳에서, 백성들은 감히 상상도 못 한 장소에서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백성들을 비탄에 빠뜨릴 방도를 궁리하는 것이야말로 황제의, 위정자라는 작자들의 소임이 아니던가.
오른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형은 당장이라도 홀스터를 풀고서, 권총을 꺼내 들고만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전장이라는 자각이 생겨서일까. 절로 피가 끓어오르고 흉터들이 욱신거렸다.
"이리 오너라!"
그 모든 충동을 억누르고서, 이형은 영국 공사관 앞에 서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공사관을 지키던 병사들은 황제의 등장에도 놀라지 않았다. 미리 그리로 갈 것이라고 기별을 넣어둔 덕분이었다. 고작 이런 일로 당황할 어중이떠중이들은 처음부터 걸러두었다. 병사들은 이형에게 경례조차 하지 않고서, 처음부터 그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양 침묵을 지켰다.
그와 함께 긴장도 풀리면서, 이형은 저절로 권총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그리고 이형의 흥분이 가라앉아 간신히 마음을 추슬렀을 무렵, 안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천천히 문이 열렸다.
"…맙소사."
안에서 그를 마중 나온 것은 어딘가 부스스한 모습의 토마스 공사였다. 잘 정돈되지 않은 옷차림새와 곤두선 머리카락, 충혈된 눈과 손으로 눌린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오른뺨까지. 평소의 오만하고 세련된 모습만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무엇을 그리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거요? 무슨 용무로 찾아왔는지는 대강 짐작하고 있을 것이오만."
이형은 그런 토마스 공사의 등장에 시큰둥한 태도로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 오만방자한 모습에 그제야 현실감이 생겼는지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던 토마스 공사의 표정도 단번에 구겨졌다. 그 대영제국의 공사 앞에서조차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행동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이 한국 땅에 오직 한 명 뿐이지 않던가.
"…응접실로 모시겠습니다."
토마스 공사는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이형을 공사관 안에 들였다. 과연 세계 1위의 열강이라는 것일까. 이형은 일개 공사의 응접실이 세계 곳곳에서 들여온 수집품으로 장식되어 자신의 황궁보다도 화려한 사실에 헛웃음을 흘렸다.
'우라질, 이번에 한성 재개발 공사하는 김에 궁궐도 싹 새로 지어버려?'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복궁 재건도 미뤄두고 있는 판국에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당장에 근대화와 산업화에 벌어들이는 돈 전부를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대한제국에 궁궐공사는 아직 멀고 먼 이야기였다. 그리고, 아직 당장 새로운 궁전이 필요할 만큼 권위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기가 잘 맞았군요. 내일이면 짐을 꾸려서 모래면 베이징에 들렀다가 난징, 그다음에는 타이베이로 갈 생각이었는데 말입니다."
귀에 익은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이미 응접실 한구석에 앉아 이형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로버트 대사, 아니 솔즈베리 후작이 보였다. 이형은 머릿속으로 눈앞의 전권대사의 인적사항을 나열했다.
'3대 솔즈베리 후작. 영국령 인도의 국무상 직을 맡았던 바 있고, 현직 보수당의 상원의원이며, 훗날 디즈레일리를 도와 보수당 내각의 외무장관직을 맡다가 말년에는 대영제국의 수장직에 올라 빅토리아 시대를 마무리 지었던 양반. 즉….'
그를 통하면 영국 보수당과의 협상이 가능하다. 지금 중요한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뿐이다. 지금 이형은 대영제국과 협상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영국 보수당과의 거래를 위하여 이 자리에 온 것이다. 그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영국과 영국 보수당의 이익은 대부분의 경우 일치하지만, 일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 틈을 노려야 한다. 이형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가 내쉬며 호흡을 골랐다.
"그거 행운이구려. 이거 바쁜 사람을 괜히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심려될 따름이라오. 혹, 가능하다면 짐을 위해 잠시간 시간을 내줄 수 있겠소?"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폐하께서 이 필부를 만나시러 몸소 시간을 내주셨는데 어찌 폐하께서 헛걸음하도록 두겠습니까. 사양하지 마소서."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한결 놓이는구려. 참으로 고맙소. 자, 그럼 이만 시작해봅시다."
이형과 솔즈베리 후작은 싱글싱글 웃으며 서로를 향해 덕담을 건넸다. 곁에서 이 두 사람의 통역을 담당하던 토마스 공사는 못 봐주겠다는 듯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몇 차례고 번갈아 바라보았다. 뻔히 궁궐에서의 첫 만남으로 서로의 성정에 대하여서는 개략적으로나마 파악했을 인물들이 갑자기 되지도 않는 신사 행세를 하고 또 그를 태연하게 받아주는 모습을 보자니 위화감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형이 솔즈베리 후작이 내어준 의자에 걸터앉은 순간, 솔즈베리 후작은 돌연 낯을 바꾸며 착 가라앉은 어조로 입을 열었다.
"무슨 꿍꿍이입니까."
"무슨 꿍꿍이라. 물론 우리가 모두 행복해지는 꿍꿍이지.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겠소? 그렇지 않으면 이 몸이 이곳까지 몸소 나설 이유가 없지."
"모두가 행복해지는 꿍꿍이, 라. 그거 반가운 소식이로군요. 그렇다면, 지난번 정식으로 궁궐에서 찾아뵈었을 적에 말씀해 주셨다면 더욱 반가웠겠습니다만."
"그거야 어쩔 도리가 없지 않겠소? 궁궐이란 잘 알겠지만 언제나 듣는 귀가 너무 많잖소.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에 괜한 방해꾼이 끼어드는 것을 가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그랬소. 그 정도는 이해해주었으면 하는구려."
이형은 능글능글한 미소를 띠며 태연하게 응수하였다. 그 모습에 솔즈베리 후작의 낯은 한결 어두워졌다. 이형이 정상적인 범주의 제안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걸 직감한 것이다. 괴팍하고 안하무인인 것으로 명성을 떨치던 그 극동의 난쟁이 황제가 어울리지도 않는 신사 흉내를 내고 있는걸 보니 도저히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형으로서는 가벼운 농으로 분위기를 띄울 생각이었던지라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릴 따름이었지만 말이다.
"뭐, 각설하고서…."
이형은 뜻하지 않게 자신이 분위기를 얼어 붙인 사실을 자각하고서 연신 헛기침을 하며 멋쩍음을 달랬다. 이형이 헛기침하는 동안에도, 이형을 향한 두 사람의 의심스러운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형으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이형은 애써 평정을 가장하며 눈앞의 솔즈베리 후작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한 가지만 확인하리다. 그대는 분명 이번 일은 총리와 여왕의 뜻이라고 했었지. 그러나, 정말로 그렇소?"
"…말씀의 의도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녕 그대들의 여왕이 이런 온건한 외교정책에 공감을 보였느냐는 말이오."
그 한마디에 솔즈베리 후작과 토마스 공사의 낯도 변했다. 이상한 놈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에서, 분명한 경계와 적의가 느껴지는 시선으로 변한 것이다.
'정곡이군.'
이형은 그 모습에 입꼬리를 뒤틀었다. 역시나, 빅토리아 여왕은 글래드스턴 총리의 유화적인 외교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유화적인 글래드스턴보다 호전적인 디즈레일리를 총애했고, 그 추악한 보어전쟁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총리를 꾸짖어 전시내각에 강경책을 주문했던 여왕이었다.
그런 빅토리아가 과연 유럽 대전에서의 일보 후퇴와 중화제국에 대한 구호물자 지원을 비롯한 글래드스턴의 온건한 외교정책을 지지할까.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그녀가 반대하는 전쟁 따위 없다. 보나 마나 지금쯤 총리와 내각에서 전쟁을 원하는 여왕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느라 난리가 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틈이 있다면 절대 놓치지 않을 야당세력이 영국의 정계에는 존재한다.
"우리 모두 솔직해지는 것이 어떻겠소."
이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이형을 솔즈베리 후작은 귀신이나 요괴 따위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노려다 보았다.
이형은 그와 같은 시선을 반갑게 여기며 환히 웃는 낯으로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대들은 지금 누구보다도 전쟁을 하고 싶잖소?"
솔즈베리 후작의 시선이 위태롭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