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132화 (132/530)

< 경기병대의 돌격 >

"『하노버 함락! 승리가 머지않았다! 용감히 진군하는 무적의 프랑스군! 오스트리아 놈들에게 줄 양파 따위는 없다! 무적의 대육군이여, 빈을 향해 전진 앞으로!』

"『중화제국의 비열한 황화 야욕, 극동의 평화를 위협하다! 극동의 나폴레옹, 다시 한번 그 신묘한 군략으로 승리를 거머쥐고 극동의 평화를 사수하라! 허베이의 무고한 프랑스 시민들을 지키는 명예로운 대한제국 군인들의 놀라운 활약!』"

"『라벤나 조약, 극적 타결! 베르디의 꿈이 마침내 이루어지다! 이탈리아 통일을 완성한 이탈리아 민족과 로마 가톨릭의 진정한 수호자로서 의무를 다한 위대한 우리들의 조국 프랑스!』"

"『크림전쟁 때의 보은을 하러 왔다! 프랑스의 영원한 우방, 튀르크의 술탄이 마침내 참전 의사를 밝히다! "러시아 따위 두렵지 않다" 투지에 불타오르는 용맹스러운 오스만 튀르크의 예니체리들!』"

한편, 한국에서 한창 금 모으기 운동으로 당장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데에 필요한 군자금을 모으는 데에 성공했을 무렵. 영국과 미국을 발칵 뒤집었던 뉴욕 타임즈의 오보는 마침내 유럽 대륙까지 번역되어 퍼져나가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언론은 거기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극동의 정세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던 프랑스의 언론들 정도나 잠깐 다루었을 뿐, 유럽의 언론들은 이미 날로 확전되어가고 있는 유럽 대륙에서의 세계대전을 다루는 데만도 벅차 극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소요사태나 전쟁, 국유화 시도 등까지 다루기에는 당장 지면이 부족하던 것이다.

이 무렵 보불전쟁에서 시작된 세계대전은 영구중립국 스위스와 일보 후퇴를 택한 벨기에, 스웨덴을 제외한 유럽의 모든 국가가 휘말리는 거대한 전쟁으로 확대된 다음이었다.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으로부터의 지원요청을 받아들여 독일 연방을 재건하고 남독일에 군사를 파병하면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정면대립 구도가 형성되었고, 이 틈을 타 폴란드 분리주의자 반동세력들의 폭동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동프로이센에 진군한 러시아군은 프랑스와 단독으로 맞서는 데에 부담을 느낀 오스트리아의 요청에 따라 더욱 서진하며 북독일 일대에 병사들을 주둔시켰다.

러시아와 오스트리아라는 양대 대국과 비록 이미 패색이 짙기는 해도 여전한 육군 강국인 프로이센, 모두 3개국과 동시에 전쟁을 치르게 된 프랑스는 이탈리아와 협상하여 이탈리아의 교황령 합병을 용인하는 대신 바티칸 시국의 독립과 교황청의 자주성을 약속받으며 이탈리아가 프로이센과의 동맹을 파기하고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을 결의하도록 조율하였고, 여기에 러시아의 확장을 경계한 오스만 튀르크까지 참전하였다.

자연스럽게 독일 연방에 속한 크고 작은 독일의 제후국들은 오스트리아의 아군으로서 프랑스를 적대했고, 반대로 프랑스는 라인 자유 도시 연방과 하노버 왕국의 재건을 선언하고 나폴레옹 전쟁 시절의 바르샤바 공국과 나폴레옹의 26인 원수 중 한 사람이었던 유제프 안토니 포니아토프스키의 독립투쟁을 들먹이며 폴란드인들의 봉기를 부추기는 등 본격적인 프로이센 해체 작업에 착수했다.

"『로마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양국의 특명전권대사들과 만난 위대한 프랑스의 아돌프 티에르 특명전권대사! 서로마 제국의 부활인가? 가톨릭 신성동맹의 원대한 구상이란!』"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9세의 감동에 겨운 섭정 의회 찬조연설! "덴마크는 결코 프랑스의 지원을 잊지 않을 것이다" 덴마크, 마침내 세계대전을 향하여 당당히 발을 내딛는가!』"

"『세르비아의 반란! 자유를 외치는 발칸의 기독교인들! 정말로 오스만 튀르크는 우리 위대한 프랑스의 동맹국으로서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압제자 터키인들의 야만스러운 폭정!』

"『과부 여왕의 초강경 의회 해산 명령! 영국, 조기 총선이 예고되다! 보수당의 압승 확실시! 마침내 로스비프가 모든 것을 끝낼 대전쟁에 끼어드는가?』"

이런 와중 스페인의 새로운 국왕으로 즉위한 아마데오 1세는 국내의 불만을 국외로 돌릴 심산으로 자신이 현 이탈리아 왕의 차남이며 나폴레옹 4세는 본래 스페인의 귀족인 외제니 프랑스 황후의 적장자임을 내세워 가톨릭 신성동맹을 주창했다. 스페인의 자유주의 세력과 부르본 왕조 지지세력은 외국인 국왕의 이상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스페인의 전통주의 카를로스파는 이에 반색했다.

라벤나 조약의 결과로서 이탈리아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가 프랑스 제국의 중재로 교황청으로부터 이탈리아의 왕으로서 공인받고 로마에서 정식으로 대관식을 올리자 사태는 절정에 달했다. 스페인 전국 각지의 성당들은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래 1500여 년 만에 재건된 통일 이탈리아 왕국의 탄생을 축하하며 감사 미사를 올렸고, 카를로스파는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3개국의 가톨릭 신성동맹을 적극적으로 찬동했다.

당장 러시아-오스트리아와의 전쟁으로 믿고 의지할 동맹국의 존재가 절실하던 프랑스와 자국의 왕족이 스페인의 왕이 된 사실에 기뻐하던 이탈리아는 스페인의 동맹 제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결국 이들 3개국의 대사가 로마에서 만나 삼국동맹을 체결했다. 다만 직접적인 참전은 스페인 국내의 정치적 혼란으로 무산되어, 스페인은 후방지원을 전담하게 되면서 사실상 동맹보다는 불가침조약의 성격을 띠었다.

영국의 전통적 우방 포르투갈, 네덜란드와 영국 왕세자의 처남을 국왕으로 섬기던 그리스는 아직 세계대전에서 편을 정하지 않고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미 영국의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하고서 영국이 어떤 세력에게 선전포고하느냐에 따라서 영국과 같은 세력에 위치할 준비를 하였다.

덴마크 왕국 또한 프랑스의 지원 아래 고토회복의 의지를 보이며 북부 홀슈타인 국경지대에 병사들을 전진 배치하고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적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던 세르비아 공국을 비롯한 발칸의 크고 작은 공국들이 발칸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오스트리아에 협력하여 오스만 튀르크에 독립전쟁을 선포하는 등, 그야말로 전 유럽이 전쟁에 참전하게 되었다.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 구현화 된 셈이었다.

"이게 다 내가 유약했던 탓인가? 얼마나 많은 병사가 죽어가건 상관하지 않고서 우선 베를린부터 확보했어야 했던 건가? 도대체 어째서 이 전쟁이 여기까지 커진 거지?"

그리고 날로 커져만 가는 전쟁은 이 무렵 라인 자유 도시 연방의 도시 마인츠에서 프랑스의 프로이센 침공군을 지휘하고 있던 루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루이가 지휘한 6개월간의 지루한 돌파 전 덕택에 프랑스는 경상자를 포함하여 10만여 명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인명손실만으로 라인 방위선을 돌파했지만, 이를 두고서 가벼운 인명피해라고 인식하고 있던 이는 유럽을 통틀어서 거의 없었다.

파리 방위전과 뒤이은 라인 방위전의 결과에도 불가하고 여전히 대부분 군인들은 참호의 위력을 경시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시민여론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무렵 루이는 라인 방위선을 돌파하는 데에 10만 여명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인명피해에 책임을 지라는 책임론에 끝없이 시달리고 있었다. 나폴레옹 4세의 두둔과 현역 파리 방위 사령관 체포라는 대사건으로 가까스로 가라앉았던 반대 여론이 부활한 것이다.

프랑스의 장성들은 이를 두고서 루이의 비겁함과 피를 두려워하는 등 유약하기 짝이 없는 근성 탓에 쉽게 돌파할 수 있는 허약한 방위선에서 10만에 이르는 병사들이 무참하게 희생된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고, 대다수의 황색언론은 이를 어떠한 비판 없이 무조건 수용하여 루이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길어져만 가는 전쟁,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용감무쌍한 참전용사들! 거리를 가득 메운 유가족들의 무참한 곡소리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진흙탕 루이!』"

"『일선 병사들은 단지 승전을 위한 버림말일 뿐인가? 반드시 병사들을 살아서 돌려보내 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방어 전문가 루이 베르그송 사령관!』"

"…빌어먹을."

루이는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의 막사에는 그의 무능을 비난하면서 통곡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사진이 함께 실린 신문 기사들이 가득했다. 그의 부관은 이를 두고서 그냥 읽지 말고 모조리 불태워버리라며 종용했지만, 그는 차마 유가족들의 고함을 모른 체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참호선을 돌파하려고 돌격하다 무참히 죽어간 청년들의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역시나 그는 전쟁이 변화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자신의 목숨과 더불어 병사들의 목숨까지 거리낌 없이 승리를 위한 제물로 사용한 몰트케와 같은 냉철한 군인이 될 수는 없었다. 참호 돌파를 위해 샷건과 흉갑 기병대에게나 보급되던 흉갑을 척탄병들을 중심으로 보급하며 어떻게든 인명피해를 줄이면서 참호를 돌파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냈지만, 결국 그의 노력은 전쟁의 장기화와 확전으로 이어지며 무참한 실패로 돌아갔다.

당장 인명피해를 줄이면 무엇 하는가. 전쟁이 장기화하고 확전되면서 도리어 더욱더 많은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꼴이 되어버렸는데. 이래서야 그의 출세를 시기하던 반대자들에게 공격을 받아도 어쩔 수 없었다. 도리어 루이로서는 권력의 안정과 문민 통제를 위해 그를 감싸고 도는 나폴레옹 4세와 섭정 의회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차라리 전부 포기하고서 전선에 나서 병사들과 함께 돌격하다 죽고 싶다. 그럼…죽어서 내가 죽인 병사들에게 비난받을 수 있을 테니까.'

"또 뭘 궁상을 떨고 계신 겁니까?"

그런 루이의 상념을 깬 것은 그의 부관 조제프 조프르 대위의 목소리였다. 피로와 죄책감에 절어 날로 몰골이 추레해져 가던 루이와 달리, 이제 갓 스물이 넘은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라인 공방전에서 전공을 세워 단숨에 신임 소위에서 대위로 진급한 조제프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그러니까 말씀드렸잖습니까. 매일 같이 헛소리나 지껄이는 엉터리 신문들 따위 당장 모아서 불태워 버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면도 좀 하십시오. 곧 우리 프랑스 제국 대육군의 원수가 되실 분이 꼴이 그렇게 지저분하니 괜히 각하를 우습게 여기는 놈들이 나오는 겁니다."

"…어찌 모른 체 할 수 있겠나. 저들은 내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어. 출세와 전공을 탐닉하던 나의 이기심이 죽인 것이나 다름없단 말이네. 그리고, 이제 나의 유약함이 더 많은 병사를 죽이겠지. 도대체 전쟁이 끝나고서 내가 어떻게 고개를 들고서 살 수 있겠나?"

"그것이 어째서 각하께서 죽이신 거란 말입니까? 우리 프랑스 대육군의 병사들을 죽인 건 저 냄새 나는 양배추나 퍼먹는 소시지 놈들이고, 앞으로 병사들을 죽일 건 합스부르크 주걱턱 놈들과 스키타이 몽골 놈들입니다. 당당하게 계십시오. 각하께서는 우리 프랑스의 영웅이시란 말입니다."

조제프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루이를 성토하며 그의 막사를 가득 채우고 있던 신문들을 차곡차곡 접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조제프로서는 답답하기만 했다. 후방의 안전한 곳에서 좋을 대로 지껄이는 호사가들과 다르게, 전선의 병사들과 장교들은 그 몸으로 참호 선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그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고작 100m를 진격하는데 소대 하나가 전멸당하는 일도 흔히 벌어지던 것이 라인 방위선의 참혹한 공방전이었다. 프로이센을 위시한 북독일연방의 모든 것을 퍼부어 하루가 다르게 보강되어가며 말기에는 오스트리아와 바이에른 왕국에서 파병된 정규군까지 배치되기도 했다. 그런 라인 공방전을 고작 해봤자 사상자 10만 명, 그중 대부분은 경상자 내지 중상자로 마무리 지은 루이의 군인으로서의 역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가벼운 사상자마저 자신이 부족한 탓에 너무나도 많은 병사가 죽었다며 궁상을 떨고 있다.

'아니 그럼 전쟁인데 한 사람도 죽지 않을 수 가 있나. 도대체 얼마나 더 사상자를 줄였어야 했다는 건지.'

조제프는 내심 투덜거리면서도, 루이를 존경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루이로서는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했다. 병사들의 시산혈해 위에서 부당하게 명예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 여겨지던 탓이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놈들의 움직임은 어떻지? 아직도 구경만 하고 있던가?"

루이는 헛기침하며 애써 주제를 바꿨다. 영국의 조기 총선을 틈타 날로 커져만 갈 뿐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던 외교 정국과는 정반대로, 이 무렵 전장에서는 하노버 함락 이래로 막상 이렇다 할 전선 변화 없이 지루한 대치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프랑스도, 러시아도, 오스트리아도, 일단 겉으로는 무서워할 것 없다며 서로 허세를 떨었지만, 막상 정면충돌하려고 보니 상대의 체구가 어마무시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는 하노버를 함락 시킨 이후로는 러시아가 진을 치고 있던 프로이센 본토나 친 오스트리아 국가인 바이에른 왕국에 진입하기를 머뭇거렸고, 러시아나 오스트리아 또한 각자 자신들의 영향권만 확보한 다음 프랑스와 대치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나폴레옹 3세의 복수를 외치던 프랑스의 정계조차 여차하면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와 동시에 전쟁을 치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피가 식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프로이센 하나 때문에 프랑스와 사생결단을 내고 싶지는 않던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또한 마찬가지라서, 이 무렵 각국의 지도부는 겉으로는 전쟁을 외치고 동맹국을 끌어모으면서도 내심 이번 전쟁이 딱 지금 확보한 영향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 오히려 전쟁을 외치던 것은 각국의 시민들이었다. 나폴레옹 3세의 복수를 외치는 프랑스의 민족주의자들과 달마티아 수복을 외치는 이탈리아의 민족주의자들, 침략자 프랑스의 격퇴를 요구하는 독일의 민족주의자들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럽질서를 바라던 러시아의 민족주의자들, 칼리프의 권위 아래 일치단결을 호소하던 범이슬람주의자들. 그리고 독립을 외치는 발칸, 폴란드, 발트 등지의 분리주의자들.

시민 여론은 이미 각국의 지도부에서 어떻게 진정시킬 수도 없이 격화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와서 물러나거나 하면 당장 본국에서 민족주의 혁명이 일어나 정권이 무너질 판국이었다. 루이를 비롯한 일선의 장군들은 이미 어느 쪽의 인내심이 먼저 바닥나는가의 문제일 뿐 확전 자체는 기정사실이라 받아들이고 있었다.

"직접 와서 보십시오."

그런 루이에게 조제프는 냉소하며 망원경을 건넸다. 어딘가에서 나팔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듯했다. 무언가 사달이 났음을 직감한 루이는 서둘러 조제프에게 망원경을 건네받고서 막사를 나섰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였다. 저 멀리에서 들려오던 나팔소리는 점차 구체적인 선율을 가지게 되었고, 곧 쿵쾅거리는 군화 소리로 바뀌었다. 루이는 망원경을 통해 믿기 어려운 광경을 목도할 수 있었다. 파리를 포위했던 프로이센의 40만 대군보다도 많은 숫자의 오스트리아, 러시아의 병사들이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있던 것이다.

"10, 20, 40…아니, 족히 50만에서 60만은 되겠군."

루이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마침내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의 정계가 확전을 요구하는 시민여론을 억누르지 못하고 프랑스와의 정면충돌을 각오한 것이다. 잠시간의 폭풍전야도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루이는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기이한 일이었다. 병사들을 헛되이 잃게 된 일에 그토록 고통스러워했는데, 막상 본격적인 전쟁이 재개되자 그런 양심의 가책도, 고뇌도 사라졌다. 오히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럼 계획했던 대로 간다. 명일 12시 15분 전 상태를 지켜서 제 1방위선을 적에게 내주고 후퇴, 제 2방위선에서 재정비한 후 모래 6시 30분부터 15분간 포병지원을 받은 뒤 척탄병들을 앞세워 돌격하여 제 1 방위선을 탈취. 이후 적 전열의 붕괴가 확인되는 대로 전과 확대에 나선다."

"알겠습니다. 저 멍청한 놈들의 잘난 제복을 진흙탕으로 더럽혀줄 생각을 하니 상상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군요."

적들은 프랑스군의 개틀링 토치카를 향하여 오와 열을 맞추어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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