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133화 (133/530)

< 이이제이 >

반프랑스 연합군의 공세는 약 보름 전부터 계획되었던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독일 민족주의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서 독일 통일을 단행할 구상을 품은 오스트리아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공세를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이 무렵에는 본격적인 전면전을 망설이던 프랑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3개국과는 달리 이미 지도부까지 민족주의 열풍에 취해있던 이탈리아가 프랑스의 지원을 믿고서 쥐트티롤과 달마티아 일대를 침공하던 와중이라 직접적인 전화에 휩쓸리고 있던 오스트리아의 인내심이 비교적 빠르게 바닥이 났던 것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침공 자체는 대수로울 것 없었지만, 동맹국 이탈리아의 폭주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프랑스의 모습에서 협상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 내린 것이다. 이는 당장 크림반도의 점령을 위해서라도 프랑스의 시선을 돌릴 필요를 느끼던 러시아와 자국 영내에서 하루라도 빨리 프랑스군을 치우고 싶어 하던 프로이센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져, 공세는 전 전선에 걸쳐 80만에 달하는 대군을 동원하는 등 야심 차게 계획되었다.

"이건 미친 짓이네. 우리 프로이센군이 저 파리에서 저 참호선에 얼마나 많은 병사를 잃어야만 했는지 알기는 하나? 라인과 하노버에서 허약한 민병 따위가 프랑스의 정예 척탄병 수천 명을 하느님과 면담시켜 줄 수 있었던 것이 저 참호선의 위력이란 말이다! 당장 전열을 해체하고 분대 단위 산개로 피해를 최소화해야하네!"

"천하의 프로이센군이 겁쟁이가 되었군.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튜튼 기사단의 전통은 벌써 잊어버린 건가? 프랑스에 얼마나 처참하게 당했으면 이렇게 되었는지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구먼. 그토록 두렵거든 그대들은 빠지시게나. 우리들은 군인으로서 당당하게 정면돌파 하겠네."

"뭐어, 정 병사들이 걱정이라면 뒤로 물러나 있으시게나. 프랑스군을 상대하는 것이라면 우리 오스트리아군의 특기 중의 특기지. 지난 전쟁 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몰골을 보니 굳이 그대들 프로이센의 도움은 없어도 큰 전력상의 변화는 없을 듯 하군."

"…후회할 게다. 우리 프로이센은 분명히 경고했네. 그럼 나머지는 전장에서 직접 당하면서 배우시게나!"

문제가 있었다면, 여전히 참호의 위력은 경시되고 있었으며 몸으로 그 위력을 직접 경험하며 프랑스와의 계속된 전투로 참호전에서는 이골이 나 있던 프로이센과는 달리 러시아와 오스트리아는 전열보병의 전통을 신봉하고 있었다. 그들은 프랑스의 참호전을 비겁자의 일탈 행위로 여겼고, 프로이센 또한 오스트리아를 꺾고서 주제넘게 프랑스 대 육군과 싸움을 걸었다가 처음부터 분수에 맞지 않던 탓에 패한 것이라 여겼다.

이 무렵에는 기용 가능한 전력도 10만 남짓한 예비전력이 고작이던 프로이센의 발언력은 반프랑스 연합군 내에서 그리 대단한 편이 못 되었고, 참호전의 위력을 경고한 프로이센군의 목소리는 금세 파묻혔다. 프로이센군은 결국 이번 공세에 참여하지 않겠다 선언했고, 오스트리아와 러시아는 그런 프로이센을 비웃으며 공세를 강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프로이센군이 일찍이 경고한 대로였다.

"『위대한 프랑스 대육군의 신화적인 대승리! 위풍당당이 진격하는 우리 프랑스의 자랑스러운 병사들! 유럽 대륙은 이 손안에 있소이다!』

"『세계대전의 개막전을 화려한 대승으로 장식하다! 자랑스러운 프랑스의 영웅 루이 베르그송 중장! 황제 폐하께서도 극찬!』"

"『반프랑스 연합군의 초라한 패퇴! 나폴레옹 전쟁 시절의 재림인가? 천하무적의 프랑스 대육군!』"

한동안 루이를 비난하던 신문 기사들이 가득하던 루이의 막사에는 루이를 칭송하고 프랑스 대육군의 승리에 환호하는 기사들로 가득 뒤덮인 신문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마인츠에 위치한 프랑스군 주둔지 일대에는 넋이 나간 얼굴로 주저앉아 있는 반프랑스 연합군 포로들이 즐비했고, 여전히 수습되지 못한 수십만 명의 살 쪼가리가 전장을 나뒹굴고 있었다.

루이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던 종군 기자들이 한순간에 태세를 바꿀 만큼, 전투는 시종일관 프랑스군의 우세로 돌아갔다. 프랑스군이 구축한 참호선으로 돌격한 반프랑스 연합군은 불과 반나절 만에 전 전선에 걸쳐 수만 명의 인명피해를 입으며 실질적인 공세 한계점에 도달했지만, 지휘부는 프랑스군이 1차 방위선을 내주면서 거짓으로 후퇴하자 프랑스의 패색이 짙다고 착각했다.

이러한 착각과 근대적 참호에 대한 현저히 낮은 이해도는 2차 방위선에서 전열을 추스른 프랑스의 반격과 동시에 참호 곳곳에 파여있던 기습용 땅굴의 존재조차 모른 채, 참호 한복판에서 솟아난 것처럼 보이는 샷건을 난사하는 프랑스 척탄병들에게 수배에 달하는 병사들이 갈기갈기 찢기며 고스란히 비극으로서 돌아왔다.

불과 공세를 시작한 지 사흘 만에 반프랑스 연합군은 가까스로 확보한 1차 방위선마저 포기하고서 후퇴해야 했고, 프랑스군은 그때까지 아껴둔 기병 전력을 아낌없이 패잔병 사냥에 투입하며 전과 확대에 나섰다. 반프랑스 연합군이 12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죽거나 다치고 지휘계통이 붕괴하여 9만명이 포로로 잡히는 등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동안 프랑스의 인명피해는 모두 합해 불과 4만 명을 간신히 채우는 수준에 그쳤다.

곧바로 전 전선에 걸쳐 프랑스군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자 한 번의 공세에서 20만에 달하는 전투병력을 손실한 반프랑스 연합군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 일찍이 프로이센 참모부에서 오스트리아-러시아에 경고한 대로 이루어진 셈이었다.

"거 참 손바닥 뒤집기 한번 빠르군. 손목이 너덜너덜해서 남아나지를 않겠어."

"그러게 뭐라고 했습니까? 저놈들은 그저 각하의 지저분한 겉모습을 보고서 업신여기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어차피 또 금방 각하를 힐난할 싱거운 놈들입니다. 마음 쓰지 마십시오. 이 타는 쓰레기는 제가 대신 치워 드리겠습니다."

"어, 잠깐 기다려주시게! 아직 다 읽지 못했는데…."

신문을 읽으며 너털웃음을 짓는 루이에게서 신문을 빼앗아, 조제프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이번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신문 기자들이란 그저 신문 한 장이라도 더 팔아치우기 위하여 어떤 저열한 수단이라도 동원하는 작자들이라는 인식을 굳힌 조제프였다. 안 그래도 그리 성정이 모질지 못한 루이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언론의 논조에 휘둘리기 전에 막는 것이 부관의 의무라고 확신하게 된 것이다.

루이는 쓰레기통에 처박힌 신문을 아쉽게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지만, 그리 오랫동안 마음에 품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당장 급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 섭정 의회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이대로 진격하여 빈과 모스크바를 불태우라던가? 나폴레옹 전쟁의 추억에 취한 우리 육군 본부의 양로원 어르신들이 좋아하시겠군."

"유감스럽게도, 처음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베를린을 함락시키고 전쟁을 마무리 지으라는군요. 아무래도 지금 조기 총선이 한창인 로스비프 놈들의 눈치를 보는 모양입니다."

조제프는 섭정 의회의 결정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작게 혀를 찼다. 나폴레옹 전쟁의 실패를 영국과 적대하였기 때문이라고 판단 내리고 선황 나폴레옹 3세 시절부터 영국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던 프랑스의 정계였다. 섭정 의회로서는 되려 기대에 넘치는 루이의 승리에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이었다. 영국이 프랑스의 승기가 확고하다고 판단 내리고서 반프랑스 연합군에 합류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분명 현실성이 없는 예측은 아니었다. 영국은 지금쯤 유럽대륙의 국가들이 사이좋게 공멸하는 구도의 종전을 꾸미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프랑스가 우세하다면 프랑스를 적대할 테고, 반대로 프랑스가 열세라면 프랑스를 지원할 것이다. 루이 또한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단지 패배해도 시끄럽고, 승리해도 시끄러운 정치인이라는 작자들에게 넌더리를 내게 되었을 뿐.

"그래, 베를린이라. 빌어먹을. 차라리 빈과 모스크바를 불태우는 게 빠를 것 같군. 프로이센 놈들의 저항이 생각 이상으로 드세다. 프로이센 본령이라고 부를만한 영역도 아닌데 본격적인 프로이센 본령에 접어들면 얼마나 많은 병사가 죽어 나갈지…."

루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오스트리아, 러시아와는 달리 프로이센은 이미 참호전을 그 몸으로 겪으며 숙달한 상황이었고, 프랑스의 첩보원들은 베를린이 이미 파리를 능가하거나 그에 준하는 요새 도시로 변모한 다음이라는 정보를 시시각각 전해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은 요새 도시 베를린을 상대로 포위하여 말려 죽인다는 우회법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베를린을 구원하러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에서 지원군을 파병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루이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베를린에 정면 돌진하여 프로이센과 최후의 결전을 펼칠 것인가, 아니면 차라리 오스트리아와 러시아를 먼저 퇴장시키고서 차분하게 프로이센을 공략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오스트리아, 러시아 놈들을 먼저 퇴장시켜 버리는 게 더 빠르고 더 적은 병사들이 죽는 길인 것 같군."

"동감입니다. 프로이센 놈들의 목을 베는 건 최후에 최후로 미뤄도 전혀 늦지 않을 겁니다."

루이의 말에 조제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선 장교들이나 병사 중 이에 동감하지 않는 이가 없을 터였다. 여전히 나폴레옹 전쟁 시절의 환상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육군 본부의 장성들과는 다르게, 이미 일선의 프랑스군에서는 오스트리아와 러시아보다 프로이센을 위협적인 적수로 인식하고 있었다.

당장 프랑스와 맞서기에는 국력이 부족할 뿐, 프랑스군이 새로운 전술 전략을 선보일 때마다 귀신같이 이를 모방하고 자신의 것으로 삼는 프로이센 참모본부의 역량에는 그야말로 넌더리가 날 지경이었다. 차라리 아직 전열 보병의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상대하기 편하지, 그들 중 누구도 베를린에서 프로이센과 싸우고 싶어 하는 이는 없었다.

루이는 베를린 포위에 앞서 바이에른 왕국의 점령과 폴란드 해방을 위한 우회기동을 계획했다.

"그럼…."

"각하, 본국으로부터 긴급 전보입니다!"

그때였다. 다급한 얼굴의 전령이 루이의 막사로 뛰쳐 들어온 것이다. 위병들의 제지마저 뚫고서 예고조차 없이 막사에 뛰어든 전령의 등장에 조제프가 그 즉시 권총을 뽑아 들어 겨누었지만, 루이는 조제프의 손을 눌러 이를 제지했다.

"다음부터는 적어도 최소한의 절차 정도는 지켜주시게나. 그래, 무슨 일이지?"

가능한 한 부드러운 어조로, 루이는 전령에게 물었다. 그런 루이의 모습에 조제프는 얼굴을 구겼다. 루이의 유약함이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전령의 입에서 나온 말에 루이와 조제프는 나란히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전 전선에 걸쳐 이탈리아군 패퇴 중. 베네치아에 10만의 이탈리아군이 포위됨. 조속한 구원 바람!』 …이상입니다."

"…분명 이탈리아 놈들이 먼저 오스트리아 놈들을 침공하고 있는 거 아니었나?"

전령의 보고에, 루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렇지요. 이탈리아 놈들이 자꾸 걸리적거리니까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의 동맹인 우리 프랑스와 정면충돌을 결의한 것이니까 말입니다."

조제프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코웃음을 쳤다,

결국 프랑스군은 폴란드를 지원하기 위한 우회기동을 포기하고서, 베네치아에서 고전 중인 이탈리아군을 지원하기 위하여 오스트리아 방면에 병력을 전개하는걸 우선시해야 했다.

***

그 무렵 청두.

그곳에서는 본래라면 만나서는 안 되는 두 세력이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 증오해 마지 않았고, 서로를 적이라 부르기를 망설이지 않았던 견원지간.

바로 중화제국과 태평천국이었다.

"…이제는 하다 하다 백성들의 목숨을 파리 따위로 아는 사교도 놈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니."

"양놈들에게 영혼까지 팔아치운 지주 놈들의 똥구녕에서 꿀물이나 빨아대던 작자들에게 듣고 싶지는 않구먼. 우리들의 협력이 급해서 먼저 우리를 찾아온 것은 그쪽일 텐데?"

중화제국의 대표로 자리에 동석한 관료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데에 비하여, 태평천국 측 대표단은 하나같이 입꼬리를 뒤틀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당장 급한 것은 중화제국 측이었지, 태평천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태평천국이야 이미 쓰촨성에서 안정적인 통치기반을 완성했고, 이 이상의 확장은 무리여도 당장 쓰촨성 일대를 계속 통치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중화제국은 당장 나라가 망할 판국이던 것이다.

내륙에는 양놈들에게 영혼을 판 지주들과 상인들을 잡아 죽이자며 목소리를 높이는 농민 반란군이 득시글거렸고, 양놈들을 죽이자는 폭도들이 시도 때도 없이 도시에서 폭동을 일으키던 판국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배후에는 직간접적으로 태평천국이 연계되어 있다고 중화제국 측에서는 판단하고 있었다.

이미 사태는 온건한 방법으로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을 지나쳤다. 이제는 백성들의 목소리에 부응하여 열강들을 몰아내고 청을 정벌하여 중원의 통일을 달성하지 않으면 더 이상 중화제국이라는 나라는 존속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당장 내륙의 혼란을 종용하고 있는 태평천국의 지원은 필수적이었다.

"그럼 딱 오랑캐 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낼 때까지만 공투하게 되겠구먼. 그 이후로는 다시 평소대로 잡아 죽이는 거로 하면 되겠나?"

"…너희 사교도 놈들을 믿고서 그때까지 함께 싸울 수 있다면, 말이지만."

"이런, 우리들도 어지간히 신뢰가 없기는 했나 보군. 그럼 보증을 설 놈들이 있으면 믿을 텐가?"

태평천국의 대표단은 히죽 웃었다. 그 기분 나쁜 웃음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전에, 중화제국의 대표단은 새로운 인물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즉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청나라의 관복을 입은 사내였다. 흉배에는 산호 무늬를 장식하고, 느릿하고 기품있는 행동거지를 지닌 사내였다. 한눈에 봐도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고관대작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 실루엣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 아니 어째서 색목인이 이곳에…!"

그는 푸른 눈과 노란 머리를 가진 색목인이었다.

"이이제이. 오랑캐를 오랑캐로서 제압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잖나?"

태평천국 측 대표, 2대 천왕 홍천귀복은 미소지었다. 그러나 태연한 얼굴을 한 태평천국의 고관들과 다르게, 중화제국의 고관들은 동요를 금할 수 없었다. 반외세의 기치를 내세우며 세력을 모으던 태평천국이 아니었던가. 그런 태평천국이 이제 와서 색목인들과 손을 잡는다?

자가당착.

그 외에는 달리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너무 그렇게 호들갑 떨지 말도록. 아무렴 우리들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이 누에투성이 쓰촨성에서 계속 조직을 유지하려면 우리들도 수출길 하나쯤은 필요했단 말일세. 정말이지 토번인들에게는 감사할 따름이지. 압제자 영길리인에 맞서기 위하여 기꺼이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었으니."

홍천귀복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 한마디에 중화제국의 고관들은 깨달았다.

티베트에 수천의 병사들을 주둔시키며 점차 인도 총독부 소속의 관료들을 파견하는 등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차 티베트를 식민통치 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영국에 대항하여 티베트가 태평천국과 손을 잡았다면, 적의 적은 곧 아군이라는 논리를 적용하였을 때 태평천국의 아군은-.

"우린 이제 모두 같은 배를 탄 거야."

러시아 제국, 그들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

태연하게 미소짓는 천왕의 모습에서, 중화제국의 고관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낄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