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135화 (135/530)

< 전쟁을 끝내야 할 이유 >

"거, 녀석. 세상 물정 모르고 잘도 자는구먼."

온 궁전이 떠나가라 앙앙 울부짖던 어린 황태자가 잠에 빠진 것은 그로부터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난산으로 지칠 대로 지친 황후가 황태자를 낳고서 곧장 잠자리에 들었듯이, 황태자는 황태자대로 지쳐있다. 이형은 검지 끝으로 황태자의 볼을 쿡쿡 눌러보았다. 여전히 현실감이 느껴지지를 않았다.

뽀송뽀송한 뺨과 새빨간 살갗, 아직 떠보지도 못한 눈과 꼭 쥔 주먹까지. 무엇 하나 진짜 같지를 않았다. 마치 사람이 아니라 애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 같았다. 따스하다 못해 조금 뜨거운 체온만이 이 아이가 인형이 아니라 방금 막 태어난 생명이라는 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쭈글쭈글한 게 꼭 불도그 같이 생겼어."

이형은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 아버지가 뭐라고 험담을 했는지 눈치챈 것인지, 곤히 잠든 태자는 고개를 슬쩍 돌려 뺨을 쿡쿡 찌르던 이형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물론, 그래 봐야 아직 이도 나지 않아 아프기는커녕 누르는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조막만 한 혓바닥 때문에 근질거리기만 했다.

이형은 한참을 그 근질거리는 감촉을 즐기며 계속 낄낄 웃었다. 혹시나 또 이 괴팍한 황제가 막 태어난 황태자에게 뭔가 심한 장난이라도 칠까 두려워 궁인들과 의원들만 안절부절못할 따름이었다.

"네 이름은 원철(元哲)이다. 그래, 이원철. 원래는 내 것이었다만, 이제는 너에게 물려주마."

이형은 빙긋이 웃으며 태자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문득 좋은 말로도 좋았다고는 할 수 없었던 전직 사학도 이원철로서의 지난 생이 떠올라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이형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이렇게 빙의, 혹은 환생을 하게 되었듯이 영혼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니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운명이라는 것은 없다. 그것만큼은 지금 황태자가 무사히 태어나면서 확인했다. 본래의 고종, 이명복은 1871년 중전에게 사내아이를 얻었으되 항문을 지니고 태어나지 못한 기형아였던 탓에 나흘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지만, 같은 1871년에 태어난 이형의 황태자는 그런 기형아가 아니었다. 운명의 붉은 실이라는 게 정말로 있었다면 그는 민자영과 혼인을 했을 테고, 민자영에게서 얻은 장남은 1871년 기형아로 태어났어야 한다.

그렇다면 운명은 없다. 지금의 이형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 세상 일이라는 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그건 운이 따라주지 않거나, 자신에게 무언가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이지 실패할 운명이었기 때문이 아니라는 확신은 얻었다.

'하기야, 운명이라는 게 정말로 있었다면 내가 무슨 일을 벌이건 간에 이 나라는 망하는 게 옳지. 지난 생에 내가 뭔 일을 해도 실패만 했듯이.'

이형은 씁쓸하게 웃음을 거두었다. 조금 후회가 들기도 했다. 자신부터가 바뀌려고 노력했다면 그 결말도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래도 여전히 운이 따라주지를 않아 실패했을까.

하지만 어차피 지난 일이었다. 이형은 고개를 저어 머릿속에서 괜한 생각을 지웠다. 지난 생에 끝까지 빌어먹던 팔자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대신 이번 생에는 무엇을 해도 운수가 따라주지 않았던가. 요즘에는 그마저도 조금 불안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차피 자신의 운이라는 걸 믿었던 적이 있기는 했던가. 이제 와서 행운의 여신이 이형을 등진다고 한들 그리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다.

그간 이형을 지탱해온 것은 자신의 행운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옳다는 독선에 가까운 확신이었다. 그리고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게 된 이상, 앞으로도 기댈 곳은 저 자신에 대한 믿음뿐이었다. 이형은 말없이 태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으로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태자께서 건강하신 듯 보이니, 이제 이 늙은이도 한시름 덜 수 있을까 합니다. 태자의 생산은 곧 대한의 복이오, 선제들께서 돌보심이니. 천하가 어지러워 마음을 졸이고 있을 어린 백성들에게도 이 사실을 널리 알려 이 나라 대한에 선제들께서 함께하고 계심을 알게 하고 황태자 전하의 생산으로 대한제국의 천명 또한 반석에 올렸음을 온 천하가 알게 함이 옳을 것으로 아뢰옵니다."

이형은 뒤에서 들려온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뒤로 틀었다. 박규수였다. 태자를 품에 안고 있는 이형의 모습에 감회가 남다른 듯, 박규수는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목숨이 아홉 개 쯤 되는 양 전쟁만 났다 하면 전장에 나서 한 두 군데씩 크게 다쳐서 돌아오던 망나니 황제였다. 언제 황실의 대가 끊길까 봐 애간장이 끓던 차에 마침 황후가 적자를 낳았으니, 그야말로 십 년 묵은 체증이 절로 내려가던 것이다.

"""참으로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뒤늦게 궁인들과 의원들도 입을 모아 이형에게 축하를 건넸다. 갑작스럽게 뛰어 들어와 대뜸 황태자에게 똥구녕이 뚫려있느냐는 질문부터 건네는 황제의 기행 탓에, 축하 인사를 건넬 시기도 놓치고 혹여나 황태자에게 무언가 위험한 장난이라도 칠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박규수의 목소리를 듣고서 제정신이 든 것이다.

"…험험."

그리고 이형은 그제야 아직 남아있던 궁인들과 의원들의 존재를 눈치챘다. 이형은 뒤늦게 멋쩍어 헛기침해댔다. 답지 않은 꼴을 보이는 걸 여기 있는 궁인들이 모두 봤을 거라고 생각하니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경의 뜻대로 하시오."

"""대한제국 만세! 황태자 전하 만세! 황상 폐하 만만세!"""

이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형의 느닷없는 난입으로 황태자의 탄생에 기뻐할 새도 없던 궁인들과 의원들 사이에서 뒤늦게 기쁨과 감격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래저래 좌충우돌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고만 당해서 돌아오는 망나니 황제였지만, 그래도 황제였고 온 천하의 어버이였다.

그런 황제도 이번 황태자의 탄생을 계기로 조금은 달라지기를 기대하며, 궁인들은 소리 높여 만세를 외쳤다. 절반은 즐거워서 기뻐하는 것이었지만, 절반은 이형을 향한 무언의 충언이기도 하였다. 이형 또한 그런 기류를 어느 정도는 읽어, 그는 한참을 말없이 멋쩍게 기침만 해댔다.

어느새 남산 너머로는 새벽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

"『황태자 전하께서 건강히 태어나셨으니, 이 또한 천지신명께서 대한을 보우하심이라. 이에 감읍하여 황상께서 사면령을 교시하시니, 황상께서 백성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하늘까지 닿아 하늘에서 따스한 .소나기가 내려주시더라.』"

이튿날, 황태자의 탄생 소식은 대한일보를 시작으로 속속들이 퍼져나갔다. 다만 자극적이고 강렬한 문구를 전면에 내세운 서양의 황색 언론들과는 달리 대한일보는 여전히 편집장 최익현의 성향과 맞물려 순수 한문으로 작성되고 어조 또한 근엄했던지라 그리 큰 반향을 끌지 못했다.

"『선제들께서 보우하사, 황태자 전하 무사 출생! 대한제국 만세! 마침내 대한제국의 천명이 반석에 오르니, 만백성이 함께 기뻐하다!』"

"『4.24kg의 우량아 황태자 전하 출생! 영웅호걸의 기풍을 타고 나 그 울음소리가 온 궁궐에 쩌렁쩌렁 울리다! 황상 폐하와 황태자 전하의 대한제국의 강건성세를 위하여! 대한의 애국청년들이여, 전진 앞으로! 민족과 조국이 그대들을 부른다!』"

"호외요, 호외! 특종이에요 특종! 아니, 글쎄 이 나라 대한의 황태자 전하께서 태어나셨다지 뭡니까!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모두 돈을 내시라!"

"뭬, 뭬야? 여기 한 장만 주시게! 아니, 그게 참말인가? 허, 허허! 참말인가 보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되려 관영언론인 대한일보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앞서나간 것은 이 무렵 각지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창간되기 시작한 학생신문들로, 이들은 이 무렵 대한제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드는 민족주의 기류에 올라타 순수 언문으로 작성된 자극적이고 애국심을 강조하는 내용의 문구들을 전면에 내세운 신문들을 작성해 거리에 나와 적극적으로 판촉에 나섰다.

"아니 학생이라는 놈들이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어찌…쯧쯧쯧!"

"그러게, 말세네 말세야. 천자문 한자라도 더 외워야 할 동네 꼬마들까지 이제는 신식 학문이니 민족이니 뭐니 떠들어대고 있으니, 나 원!"

"에이, 왜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젊은 친구들이 벌써 나랏일에 관심이 지대하니 보기 좋기만 하는구먼. 장차 큰 역할을 하려면 시세를 읽는 눈이 있어야 하지 아니겠는가?"

이러한 학생신문들의 등장과 유행은 그 자체로 대한제국에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학생들이 몸소 신문을 만들어 팔면서 돈벌이에 눈독을 들인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는 부류가 있었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가족 중 조정에 연줄이 있는 자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정치적 색채를 갖추어 가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이러한 학생운동에 반발하여 그 옆에서 경전이나 교과서를 펼쳐놓고서 고래고래 독음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훼방을 놓는 부류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민족주의 그 자체에 대하여 반발을 보이기보다는 학생의 본분에 대해 논쟁을 하는 것뿐이라, 이런 와중에도 자원입대나 금 모으기 운동 등은 성황이었다.

"김강규! 김강규! 아니, 이 녀석이 어디 갔지? 어, 거기 오중아! 너 혹시 강규 어디 갔는지 알고 있니?"

"강규요? 아, 그 공부벌레 녀석. 오늘 아침에 머리 깎고서 기차 타러 갔습니다. 나라가 위태롭다는데 이깟 책이 무슨 소용이냐고 그러던데요?"

"뭐, 뭐야? 상철이에 이어 강규까지? …아이고, 이제 진짜 우리 반에 공부하는 놈들은 한 놈도 남지 않았구나!"

학생운동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이 책이나 줄곧 파대던 우등생들이 신식학문의 기저에 깔린 민족주의적 색채에 강하게 물들어, 아끼던 우등생들이 줄줄이 자원입대를 해버리는 통에 애꿎은 선생들만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잦았다. 반대로 학교에서 말썽만 피우고 신식학문은 가까이하지도 않고서 학생운동에만 열심이던 말썽꾸러기가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만 듣고서 그날로 머리를 깎고서 자원입대하는 경우도 잦았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전쟁을 외치는 호전론과 민족주의의 열풍에 휩싸여 있던 것이다.

"전쟁을 빨리 끝내야겠어."

그리고 그것이 이형이 마음을 고쳐먹은 계기가 되었다. 예비군을 제외하고 자원입대로 입대한 청년들만 1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애초 이형이 예상했던 40만 명의 병력에서 5만 명이 추가로 더해진 45만명의 정병에, 그마저도 계속 늘어 5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쯤 되면 징병 가능한 모든 청년 계층이 동원된 수준을 넘어선, 거의 반쯤 집안 기둥뿌리를 드러낸 격이다.

지금 이 대한제국이 보유한 신식 총, 구식 총을 통틀어서 모든 총기를 동원해도 이들 전부를 무장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전쟁이 길어지면 정말로 이들까지 동원해서라도 전선을 유지해야 할 테니까. 동원령을 두 차례에 나눠서 내렸다가는 일선의 행정 관료들이 버티지를 못할 게 분명했다.

지금은 우선 후방에 예비전력으로라도 편성해두는 수밖에 없다. 전쟁이 뜻한 대로 빠르게 끝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이상, 이형이 생각하기에 이것이 최선이었다.

"…또 전선에 나가려고 하십니까."

"미안하지만, 달리 방법이 생각나지를 않는구려."

이형의 담담한 대답에, 아직 원기를 회복하지 못하여 침상에 누워있던 황후는 쓰게 웃었다. 조금 전까지 젖을 보채며 칭얼거리던 황태자는 어느새 이형의 품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새삼스럽게, 황후는 애처로운 기분을 느꼈다. 산후조리도 채 끝나지 않은 아내와 이제 갓 눈을 뜰락 말락 하고 있는 어린 아들을 두고서 또다시 전선에 나가려고 하는가.

'황상께서도 참으로 어지간한 분이십니다.'

황후는 말을 삼켰다. 황제는 만인의 어버이. 결코 한 사람만의 것이 될 수는 없다. 알고 있었지만, 어딘가 쓸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전쟁이 길어지면 질수록 더 많은 청년이 죽어 나갈 테지. 그러나, 그래서는 아니 되오. 이 나라에는 바로 저 청년들이 필요하단 말이오. 짐 혼자서 이룩한 지금의 천하는 아직도 반쪽짜리요. 이를 완성하려면 뜻 있고 실력 있는 청년들이 필요하단 말이외다. 그러니-."

"황상께서 말씀하시는 바는 알겠습니다."

이형이 열변을 토하던 것을 도중에 끊고서, 황후는 차분하게 답했다.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쓸쓸했고, 아직 혈색이 돌아오지 않은 양 볼은 창백하여 쌀쌀한 인상을 주었다. 이형은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뜻하시는 대로 하소서. 정녕 황상의 뜻이 그러시다면, 어찌 훼방을 넣을 수 있겠습니까. 황상께서 소첩에 마음을 써주시는 것은 황송하기 이를 바 없으나, 황상께서는 만인의 어버이 되시는 몸. 소첩 한 사람의 뜻으로 휘둘리시면 아니 되옵니다."

그런 이형을 향하여 황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조용히 절을 올렸다. 그 속에는 어딘가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이형은 뭐라 소리치려 했다가, 입술을 깨물고서 가까스로 말을 삼켰다.

"내 이번만큼은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소. 이는 곧 짐을 위함이요, 이 나라 대한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대와 이 어린 태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오."

그리고서는 깊이 숨을 내뱉었다가, 다시 들이쉬며 말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황후는 천천히 다시 몸을 일으키며 차분히 답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전쟁이 적어도 내 생전에 한 번은 더 일어나게 될 거요. 전쟁에서 패한 자들은 언제나 복수를 원하는 법이고, 전쟁에서 이긴 자들은 언제나 교만해지는 법이니. 승자들의 교만이 보인 틈을 기회를 엿보던 패자들이 마구 물어 뜯을게요. 빠르면 10년, 늦어도 20년 안에 덮쳐들 경제위기가 그 틈을 만들어 줄 테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대한제국에는 아시아가 있소.

지금 이 땅에는 수억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과 노동력, 영토, 자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소. 우리 대한이 이번 전쟁에서보다 많은 여력을 남겨 이 잠재력을 뜻하는 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들은 그와 같은 경제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저들이 휘청이는 틈을 타 날아오를 기회를 잡을 수 있겠지. 그러니-."

"태자의 다음 치세를 위해서라도 가야한다는 말씀을 하시고 싶으시군요…."

"…그렇소."

이형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 이형을 황후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이형에게서 태자를 건네받았다. 부모의 목소리에 잠이 깬 듯, 태자는 눈도 뜨지 않고서 칭얼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황후는 울기 시작한 태자를 어르고 달래고서는, 다시 이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가지만, 약속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야 얼마든지."

"술과 약. 둘 중 하나는 하지 않으시겠다고, 태자가 듣는 앞에서 약속해주세요."

"…흠."

이형은 한참을 망설이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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