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당백 >
"…확실히, 초나라 사람들이긴 합니다만."
공친왕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형이 무슨 고사를 인용한 것인지 뻔히 눈치챈 것이다. 사실, 그 또한 유자 나부랭이를 자처하고 있는 이상 모르는 편이 더 이상했다.
사면초가.
한고조 유방과 서초패왕 항우가 다투던 초한쟁패기에서 유래된 사자성어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지금 이홍장이 이끌고 온 중화제국은 초한쟁패기의 초나라 땅을 근거지로 세워진 나라이다. 초한쟁패기에 초나라인들과 맞서 지휘봉을 잡은 한신이 한(韓)나라 사람이고, 이형 또한 한(韓)나라의 황제이니 억지로 짜 맞춘다면 의도치 않게도 사면초가의 고사가 재현되었다고 할 수 있기는 했다.
단지 수적으로 우위에 있던 유방과 수적으로 열세에 있던 항우와는 달리 지금 황하를 사이에 두고 중화제국군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군은 수적으로 중화제국군의 3분의 1 이하라는 것이 달랐을 뿐. 이래서야, 본래의 고사와는 달리 한나라가 초나라를 궁지에 몰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 초나라 사람들이오. 그 이홍장이라는 역도 놈은 서초패왕 답게 강골이고, 덩치도 어마무시하고 말이요. 다만, 서초패왕다운 괴력이나 잔학성은 없는 듯하구려. 그리고 그것이 저자의 패인이 될 것이오."
이형은 킬킬거리며 웃었다. 영락없는 시정잡배의 웃음소리였다. 공친왕은 다른 건 몰라도 저 웃음소리 하나는 한고조 답다고 내심 헛웃음을 흘렸다. 공친왕으로서는 여전히 이형이 신뢰가 가지를 않았다. 말만 그럴싸하게 해놓고서 조금 버티다가 곧장 뒤로 물러나면서 화베이의 백성들을 도적 떼에게 승리의 제물로 던져주려는 것은 아닌가 불안만 앞섰다.
하지만 이형으로서는 달리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홍장의 그릇에 대한 신뢰였다. 이홍장이라는 자가 결코 이런 얕은수에 순순히 넘어가 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이대로 건너면 민심을 적으로 삼을 뿐이라는 걸 모를 턱이 없지. 물론 당장 내일 도하를 시작하지 않으면 병사들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뚫으려고 시도하는 건 실패해도 성공해도 내게 승리를 떠먹여 주는 거나 다름없는 짓이다. 실패하면 끔찍한 참패를 당했으니 당연히 몰락할 테고, 성공한다고 해봤자 강 건너편의 병사들을 통제할 도리가 없으니 엄청난 규모의 약탈이 벌어질 거다.
그럼 민심을 잃게 된다는 걸 저놈이 모를 리가 없어. 벌써 천하통일의 야망을 접은 게 아니라면, 설령 천하를 통일하게 되더라도 얼마 가지 못할 여지를 일부러 만들 리가 없지.'
이형은 입꼬리를 뒤틀었다. 풍년 중 기근만으로 이미 이홍장의 인망은 치명타를 입었다. 일단 그 모든 죄업을 외세에 떠넘기면서 전부 양이들이 나쁜 거라고 둘러대고 있지만, 그게 먹히려면 우선 이번 전쟁에서 크게 이기면서 이의를 제기할 반대세력을 물리적으로 일소한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 와중 이홍장이 이끄는 병사들이 도적 떼로 돌변하여 허베이 평야의 농민들을 약탈한다? 치명타도 그냥 치명타 수준이 아니다. 풍년 중 기근이라는 전무후무할 재앙이 이홍장의 얼굴에 먹칠하고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면, 중화제국군 병사들의 무차별 약탈은 이홍장을 관에 집어넣고 그 위에 못을 박아버릴 것이다.
이홍장이라고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오늘 밤 한번 제대로 당해보면서 이형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대략 눈치챘을 테니, 보나 마나 역으로 이형을 엿먹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자신의 명성이 덜 실추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것이다. 애초에, 적이 우군이 의도한 대로 움직여줄 것이라고만 믿고서 전략을 짠다면 실패할 수밖에는 없다.
'나라면 절대로 명분 따위 안 줄 거다. 차라리 태평천국에서 보내온 놈들이나 농민 반군 놈들을 앞세울 테지. 어차피 그 녀석들 대부분은 도하 도중에 죽거나 투항하거나 도망칠 테니까. 그 녀석들 대부분이 죽거나 무력화되면 먹을 입이 줄면서 정예병들에게 배식할 식량부터가 늘고, 그럼 정예병들이 함부로 폭주할 여지를 줄일 수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헐벗은 농민반군 따위가 제아무리 죽어봐야 실질적인 전력 손실은 없고, 그런 농민 반군 하나이기지 못하고 한청 연합군에서 물러나면서 허베이 평원을 약탈하게 방임하면 한국군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의심 내지 의도적으로 약탈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심이 반드시 나온다. 휘하 병사들의 약탈을 막지 못한 이홍장도 이홍장이지만, 그런 헐벗은 놈들 하나 못 막아서 약탈을 방조한 나도 얼굴에 먹칠하고 관에 들어가는 꼴이야.
여기서는 무조건 버텨줘야 한다. 버티고 버티다가 물러난다면 이홍장의 주력군과 부딪힌 결과가 되어야지 저까짓 농민 반군 따위와 싸우다가 물러나면 한국군도 개 쪽이야. 적어도 농민 반군이 줄어들면서 먹을 입도 줄어서 배식량이 크게 늘고 이쪽도 축제를 벌일 재화가 다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심리가 안정된 뒷줄의 정예가 전면에 나설 때까지는 죽으라고 버텨줘야 해.'
아시아주의라는 대의나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풍조를 경계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당장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더욱 중요한 것은 이쪽이 될 수밖에는 없었다. 전쟁이 일어난 이상 이겨야 한다. 멸망하고 싶지 않은 이상 이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형이 판단하기에 지금은 우선 황하 방위선을 사수하는 것이 승리를 위한 지름길이었다.
다행히도 침공전이라면 모를까 방위전에서는 한국군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이미 러시아 기병사단을 상대로 참호를 파고 방어선을 펼쳐본 경험이 있으며, 무엇보다 한국군에게는 개틀링건이 있다. 중화제국의 돌파력이 러시아 기병사단보다 취약할 것이 확실시되는 이상, 당장 황하라는 천혜의 방벽을 끼고서 방위선을 구축할 한국군은 전술 전략적으로 우위에 놓일 수밖에는 없다.
거기에 황하를 건너려는 중화제국군은 먼저 황하를 봉쇄하고 있는 범아시아 조약기구와 극동 프랑스 식민지 연합함대를 격퇴해야만 한다. 주력 전투함들은 이미 앞선 황하 해전에서 손실하였거나 패퇴한 상황에서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영원히 황하를 방위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당장 이틀에서 나흘간은 계속하여 우세를 잡을 수밖에는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거군. 이홍장도 벌써 방위선이 무너져서 농민 반군 세력이 멋대로 약탈하면서 날뛰는 꼴을 원하지 않을 테니, 상대적으로 전력이 취약한 청군보다는 우리 한국군에게 먼저 들이박으려고 들 거라는 것.'
목적은 물론 농민 반군의 숫자를 크게 줄여 먹일 입을 줄이고, 반대로 한국군에게는 크고 작은 피해와 물자손실을 강요하여 조금이라도 뒷줄의 정예군이 받을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만일 이홍장의 통솔력이 이형의 예상보다 못 한다면 한국군만 집중적으로 공격당하기보다는 공격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피해가 고루 누적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선의 가능성이었다.
전쟁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수를 가정해야 하는 만큼, 이형은 우선 중화제국군이 한국군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것이라는 점에 걸었다. 마침 한국군은 지휘봉을 잡은 이형의 지휘부를 중심으로 중앙에 집중적으로 포진되어 있었고, 그건 상대적으로 좌익과 우익은 대단히 공세가 취약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아예 공격을 받지 않는 부대도 있을 수 있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라더냐. 사면초가를 하려는데 후방에서 초나라 가락을 연주할 악사들이 없다는 게 유감스럽구먼. 뭐, 그래도 이걸로 삼면초가는 가능하겠어. 어디 저놈들이 며칠이나 버티다가 결국 전면으로 튀어나오게 될지 구경이나 해보실까."
이형은 입꼬리를 뒤틀었다. 그런 이형을 공친왕은 여전히 의심에 찬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겉으로만 그럴싸하게 말해놓고서, 청나라에 귀찮은 뒤처리는 모두 떠넘기려는 수작은 아닌가 의심이 앞섰다.
그렇지만 우선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당장 한국의 지원이 없다면 멸망할 것이 뻔한 청나라의 현실이었다. 후원자가 영 못 미덥고 시정잡배나 다를 바 없는 안하무인의 폭군이라도, 그조차 없으면 당장 멸망할 청나라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 신세도 참으로 처량하게 되었구나.'
공친왕은 천천히 떠오르는 새벽 해를 바라보며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멸청흥한! 이번에야말로 저 가증스러운 만주 오랑캐들의 괴뢰정권을 멸하고 만주 오랑캐들을 도우러 온 배은망덕한 조선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중화제국 만세! 이홍장 폐하 만만세!"
"""만세! 만만세!"""
이를 바득바득 갈며 노기를 억누르던 중화제국군 장병들의 참을성도 한계가 달했을 무렵 시기적절하게 떠오른 새벽 해는 병사들의 폭동을 우려하던 중화제국군 장교들에게는 행운이었다. 그날 해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중화제국에서는 도하를 시작했다. 황하에 자리 잡고 있는 범아시아 조약기구와 프랑스의 연합함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수천여 척의 쪽배들이 황하를 가득 메웠다.
제아무리 연합함대의 군함들이 다가오는 쪽배들을 보이는 족족 격침 시켜도, 저 중 절반이나마 강을 건너는 데에 성공하거나 전투함에 기어올라 함상 백병전을 거는 순간 중화제국이 전장에서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산이었다. 대양에서라면 모를까 고작 해봐야 500m 폭의 강을 건너는 동안 아무리 대포를 쏴도 다가오는 쪽배들 전부를 격침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방포하라! 저 오랑캐들에게 우리 중화제국의 힘을 느끼게 해주자! 쏴라, 쏴라. 쏴!"
"다이칭 구룬 만세! 공친왕 전하 천세! 우리 모두 이 황하를 무덤으로 삼을 각오로 저 역도 놈들에게 불벼락을 내려주자!"
"전 포대 일제사격! 초탄 사격 후 각 포대는 개별적으로 포각을 조정한 후 다음 일제사격 신호를 기다릴 것! 단, 적 병력이 뭍에 오르기 전까지는 탄종은 작렬탄으로 고정하도록! 산탄은 적 상륙병력의 상륙 직전까지 아껴둔다!"
퍼퍼펑-.
그와 함께 강 건너편에서는 각 진영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중화제국군은 강 위의 연합함대 전투함들과 강 건너편의 방어 진지들을 노리고서 포격을 퍼부었고, 강 건너편의 한청 연합군은 강 위를 건너오는 쪽배 군집을 향해 포격을 집중시켰다.
초탄은 양측 모두 허무하게 빗나가거나 거의 유효사격을 내지 못하였으나, 계속하여 포격을 이어갈수록 한국군 포병대가 점차 포각을 조정하여 오차를 줄이며 유효타를 늘려가던 반면 중화제국과 청나라의 포병대는 그저 눈대중으로 어림짐작하여 계속 포격을 쏘아댈 뿐 유효사격은 초탄과 비교하여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기실 중화제국이나 청나라, 한국 모두 사용하는 대포는 서역에서 수입해온 같은 신식 대포들이었는데도 그러했다.
결국, 장비의 질적인 차이보다도 그것을 운용하는 기술의 차이였다. 한국군 포병 장교들이 망원경을 통해 매 사격마다 탄착을 확인하여 포각을 재조정하면서 포격 정밀도를 높여가던 반면, 제대로 된 탄도학 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청나라나 중화제국의 포병 장교들은 어림짐작으로 포각을 조정하는 것이 고작이던 것이다.
"끄, 끄아악! 모두 배를 붙잡아! 배가 뒤집히면 우리 모두 다 물귀신 되는 거야…! 모두 몸을 바짝 구석에 붙여!"
"산개! 산개하라! 대포 하나 없는 쪽배들끼리 모여봤자 여기에 대포를 쏴달라고 유혹하는 꼴이다! 모두 뿔뿔이 흩어져!"
"비, 비켜! 이 멍청한 놈아,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배를 갑자기 옆으로 틀다니, 부딪히고 싶어서 환장했-."
콰앙-.
한국 포병대의 일제사격이 조밀한 탄착군을 형성하여 지우개처럼 강을 건너려 하는 쪽배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한 것은 전투가 개시된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 무렵에는 열심히 노를 저어가며 황하를 건너려던 중화제국군의 상륙병단은 아직 황하의 절반조차 넘지 못한 상태였고, 한국 포병대의 일제사격은 한번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못해도 10척 이상의 배를 격침 시키거나 전복시키고 그 일대의 쪽배들이 노를 놓치게 하였다.
뒤늦게 각 병단을 중심으로 산개명령이 내려졌지만, 그것이 뜻대로 이루어질 턱이 없었다. 당장 중화제국의 정예병들은 강을 건너지 않고서 뒷줄에서 대기 중이었고, 지금 황하를 건너려고 하고 있던 건 결국 농민 반군이었기 때문이었다. 지휘체계도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 농민 반군 연합이 우왕좌왕하며 어설프게 강 위에서 산개를 시도해봤자, 서로 진로가 충돌하면서 뒤엉킬 따름이었다.
삽시간에 황하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익사한 퉁퉁 부은 시체들로 뒤덮였다. 그 와중에도 이렇다 할 유효타를 내지 못하는 청과 중화제국의 포병대와 다르게 이미 조밀한 탄착군을 형성한 한국군 포병대는 한번 유효사격을 퍼부을 때마다 확실하게 수백 명의 농민 반군을 물귀신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강을 건너려는 중화제국군의 숫자는 가히 기하급수적인지라, 중화제국의 상륙 병단은 어느새 강 위에서 포격을 퍼붓던 전투함들과 부딪힐 듯 가까워졌다.
"적 갤리들에 함상 백병전을 허용할 필요는 없다. 신호기를 올려라. 각 함선은 본 기함을 중심으로 좌측에 있으면 좌열, 우측에 있으면 우열로 흩어져 적 갤리 군집을 좌우로 포위하도록."
"각하, 괜찮습니까? 그 경우 적 갤리 군집이 중앙을 돌파하기 쉬워집니다만…."
"한국 황제로부터의 요청사항이다. 중앙의 한국군에게 갤리 군집을 모아달라더군. 아무래도 중국인들이 못 미더운 거겠지. 설명은 이만하면 되었는가, 함장?"
"…알겠습니다. 기관 반속 후진! 모두 중앙에 길을 만들어준다! 각 포대는 현 탄두의 발포가 마무리되는 즉시 탄종을 산탄으로 전환하라!"
그러자 연합함대의 지휘를 맡은 프랑스 극동함대 소속 사르네 제독의 지시로 산개명령이 내려졌다. 어중이떠중이 집단인 중화제국의 상륙병단과 다르게 정규군 해군으로 구성된 이들은 기함으로부터 산개 신호기가 올라간 그 즉시 기함을 중심으로 좌우로 흩어지며 중앙에 길을 내주었고, 그와 동시에 가까워질 대로 가까워진 중화제국의 상륙병단을 향하여 산탄포를 퍼부어댔다.
착탄 시에 기폭 하는 작렬탄과 다르게 수십, 수백 발의 크고 작은 산탄을 일제히 퍼붓는 산탄포는 당장 연합함대와 부딪히기 직전까지 근접해 있던 중화제국군 상륙병단에게 자각할 새도 없는 신속한 죽음을 선사했다. 고작 해봐야 수십미터 거리에서 퍼부어진 산탄사격은 쪽배 위에 올라타 있던 중화제국군 병사들을 끈적거리는 고기 스튜처럼 다져버렸고, 수십, 수백 발의 산탄을 가까이서 얻어맞고 구멍이 숭숭 뚫린 나무 쪽배는 그 자리에서 가라앉으며 선원들과 운명을 함께했다.
초탄 사격만으로 족히 100척이 가까운 쪽배가 무력화되었고,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한 쪽배들이 일제히 무력화되며 연합함대의 전투함들은 강 건너편에서 중화제국군 포병대의 포격 정도를 제외하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서 빠르게 기관을 돌려 뿔뿔이 흩어졌다. 운 나쁘게 포격에 직격탄을 얻어맞은 한국군 포함이 탄약고가 유폭되는 불운한 사고 정도를 제외하면 이 무렵 연합함대의 타격은 지극히 가벼웠다.
"거의 다 왔다! 전군 앞으로!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뭍이다! 모두 상륙 준비! 그리고 전투 준비! 오랑캐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하지만 연합함대가 좌우로 물러나면서 중화제국군 상륙병단의 진로를 방해하는 물리적 장애물은 완전히 소실 되었고, 중화제국군 상륙병단은 좌우로 포격을 얻어맞고 정면에서 퍼부어지는 한국군의 일제사격을 얻으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 무렵에는 이미 절반이 넘는 쪽배가 침몰하였거나 배가 뒤집힌 채로 표류 중이었으나, 어젯밤 폭죽과 기름 냄새에서 시작하여 온갖 도발을 감내해야 했던 중화제국군은 돌격을 계속했다.
결국, 처음 30여 척의 쪽배가 황하를 건너는데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그 뒤를 이어 수십, 수백 척의 쪽배들이 강을 건너는 데에 성공했다. 그들 모두는 뭍에 오르는 즉시 배에서 내려 바로 정면의 한국군 진지를 향해 돌격했다. 사실 정면에 있는 것이 한국군 진지라는 것을 알고서 돌격하였다기보다는, 연합함대에 의하여 좌우가 봉쇄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군에게 모든 병력이 집중되었다는 것이 정확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건넌 것을 후회할 수밖에는 없었다.
"쏴라-!"
뭍에 오른 그들을 맞이한 것은 산탄을 퍼부어대는 한국군 포병대와 1분에 수백 발의 탄환을 퍼부어대는 개틀링 포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