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142화 (142/530)

< 삼면초가 >

아차-하고 당황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뭍에 발을 디딘 반군이 뒤늦게 자신들을 향해 퍼부어지는 수백여 발의 탄환이 존재함을 눈치챘을 무렵에는, 이미 총탄이 미간을 꿰뚫어 뇌수를 흘려보내고 두개골이 산산이 쪼개져 함 뚜껑이 열리는 소리를 내며 정수리가 공중으로 날아간 다음이었다.

직사로 포각을 재조정한 포병대로부터 날아온 산탄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낮게 흩뿌려지며 막 강가에 발을 디딘 농민 반군 수백 명을 불과 한차례의 사격만으로 무력화시켰다. 단숨에 머리가 날아간 경우는 비교적 운이 좋은 사례였고, 대부분은 가슴팍이나 배 군데군데를 크고 작은 산탄이 갈가리 찢고서 지나가면서 내장과 체액을 쏟아내며 뒤로 널브러졌다.

그나마 산탄 세례에 목숨을 건져도, 다리나 팔 중 하나 정도는 떨어져 나가거나 스쳐 지나가면서 관절이 꺾이고 뼈가 부러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운 좋게도 경상-같은 건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직사로 발사된 산탄에 휩쓸린 순간부로 그들에게 운 좋게 경상이라는 기적 따위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으, 으아악! 내 팔! 내 파알! 어디로 간 거야! 내 팔!"

"끄르륵, 끄륵, 끌끌끌…."

"으흐흐, 이게 뭐야! 이게 제기랄 뭐 하는 거냐고! 나, 나는 집에 갈래. 집에 가고 싶어! 이제 더 이상은 싫어어!"

순식간에 강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나마 엉망진창이 된 자신의 사지를 부둥켜안고 목청을 높이는 경우는 운이 좋은 경우였고, 대부분은 이미 숨통이 끊어졌거나 목에 뚫린 구멍으로 피가 끓는 소리를 내거나 게거품을 물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먼저 강변에 오른 동지들이 개죽음을 당하는 걸 뻔히 뒤에서 보고 있던 농민 반군의 사기가 급감한 것은 물론이었다.

처음에는 기세 좋게 뭍에 올라 한국군을 향해 돌격하려던 반군들은 이미 모두 죽거나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고, 그들의 뒤를 따라 뭍에 오르려던 반군들은 눈 앞에 펼쳐진 참상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동요하고 있었다. 몇몇은 아예 뭍에 오르기를 포기하고서 뱃머리를 돌리려고 해서, 옆에서 막 뭍에 오르던 전우들과 부딪혀 배가 뒤집히는 경우도 흔하게 일어났다.

"짜, 짜샤들아! 뭘 겁먹고 있는 거야! 저 앞에 가는 놈들이 먼저 개죽음을 당해주면서 우리가 활약하기 좋게 판을 깔아줬잖냐. 저놈들이라고 계속해서 저런 공격을 퍼부을 수는 없다고! 자, 가자! 뭍에 오르기만 하면 우리 형제단에게 맞수는 없잖으냐!"

"그, 그래! 저것도 결국 대포잖아. 대포라면 장전하는 동안에는 괜찮을 거라고! 짜샤들아, 모두 서둘러라! 어서 오랑캐 놈들이 다음 포격을 퍼붓기 전에 오랑캐 놈들의 진지에 뛰어들어! 서로 뒤섞여 버리면 오랑캐 놈들도 섣불리 포탄을 퍼부을 수 없다!"

"""와아아! 만세! 만세! 만세에!"""

그나마 전투 경험이 많거나 비교적 심지가 곧은 두목을 둔 반군 세력의 경우에는 동요에서 벗어나 산발적으로 뭍에 올라 결사적인 돌격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운용 노하우에서는 한국군에 미치지 못하지만, 신식 장비로 무장한 것은 중화제국군 또한 마찬가지였던 만큼 장비의 질적 열세 속에서 병사들의 사기와 두목의 통솔력에 의존하여 전투를 반복해온 경우였다.

만일 당장 장강 이남에서 농사를 망치게 되면서 급하게 화북의 식량을 가져올 필요가 없었다면, 무난하게 각 지역에서 이름을 날리는 군벌세력으로 성장했을 세력들이었다. 이들은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극히 적었으나, 특유의 선동력과 통솔력으로 이미 마음이 꺾인 주위의 다른 반군 세력들을 규합하여 단숨에 수배로 숫자를 불리며 어떻게든 활로를 만들려 발악했다.

경험적으로 이럴 경우 후퇴하면서 질서가 무너지는 것보다 어떻게든 기세를 살려서 다음 포격이 이뤄지기 전에 진지를 돌파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걸 알고 있던 것이다.

"아직, 아직이다. 뭍에 발을 디디고서 다섯에서 열 걸음은 걷게 둬라. 너무 멀면 아까운 탄환만 낭비할 뿐이다! 지금이다, 쏴라!"

타타탕-.

그들에게 있어서 불행은, 개틀링 포를 들어보지 못하였거나 설령 그 소문을 들어보았더라도 실제로 겪어보지는 못했다는 것. 한국군은 일차적으로 포병대를 동원하여 직사 산탄 사격으로 선발대에게 궤멸적인 피해를 준 뒤, 그런데도 여전히 사기가 꺾이지 않고서 달려드는 적 상륙부대를 저지하는 데에 개틀링 포를 동원하는 방법으로 상륙에 대처했다.

한국군 포병대가 장전 중인 동안 한국군 진지에 뛰어들어 섣불리 포격을 퍼부을 수 없도록 서로 뒤섞인 난전을 유도할 작정이었던 반군 세력은 개틀링 포의 교차 사격이 시작되는 그 즉시 뜨뜻미지근한 다진 고기가 되어 산산이 부서졌다. 한국군이 강변에 세워둔 보병 진지에서 날아온 총격 세례는 덤이었다.

한국군은 고의로 포각을 낮추어 머리나 가슴을 노리기보다는 배를 겨누고서 총탄을 퍼부었고, 이는 다소 조준이 빗나가더라도 엉덩이뼈나 다리뼈를 부숴서 제 자리에 주저앉게 했다. 이렇게 다리뼈가 부서지면서 기동성을 상실한 부상병들은 보병 진지의 지정 사수들이 하나둘씩 저격하여 마무리 지었고, 이는 대부분의 병사가 먼저 앞서 뛰쳐나간 숙련병들의 뒤를 따르기보다는 쪽배나 우군의 시체 따위를 방벽 삼아 숨어들게 했다.

"제2사 이후로는 각 포대의 자유 사격을 용인한다. 역도 놈들이 결코 우군 진지에 접할 수 없도록 저지하라!"

퍼펑-.

그리고 그렇게 개틀링 포 사격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어떻게든 엄폐물을 찾아 숨어든 병사들은 개틀링 포와 보병 진지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재장전을 마친 포병대의 산탄 사격에 쓸려나갔다. 굉음과 함께 쏟아 부어진 수십, 수백여 발의 쇠 구슬은 손쉽게 물에 젖은 쪽배나 이미 너덜너덜해진 시신을 꿰뚫고서 되지도 않는 엄폐물 뒤에 숨어있던 반군들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포병대의 산탄포 사격으로 뭍에 오른 병사들이 일소되는 동안 개틀링 포와 보병 진지에서는 탄환을 재장전했고, 다시 포병대가 장전하는 동안 뭍에 오른 병사들이 달려들려 치면 개틀링 진지와 보병 진지에서 사격을 퍼부어 돌격을 저지했다. 반군들은 뭍에 오르는 족족 학살당했고, 이는 철저히 분업화된 살인공장의 기계적인 반복작업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3차례의 반복작업이 이뤄진 이후로는 뭍에 오르려던 반군 세력은 완전히 사기가 꺾여, 더 이상 함부로 뭍에 오르거나 한국군 진지를 향하여 결사적인 돌격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사기를 유지하려던 숙련병들이나 두목들이 씨가 말랐을뿐더러 그나마 살아남은 이들도 그들이 그동안 경험 해왔던 방법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고서 달려들 궁리를 하기보다는 전장에서 달아날 궁리부터 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비켜! 이 멍청한 놈아, 뒤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앞에서 개죽음 당하는 거 못 봤어? 이번 전쟁은 완전 쫑이라고, 쫑! 알아들었으면 방해하지 말고 당장 비켜! 나까지 개죽음 당할까 보냐!"

"개소리 말아, 이 등신아! 내 뒤에 밀고 있는 놈들이 지금 몇이나 되는지 알고서 그런 헛소리를 나불대는 거냐! 앞뒤 옆 전부 다 우군인데 어디로 비키라는 건데!"

투콰앙-.

하지만 후퇴조차 여의치 않았다. 선봉으로 나선 우군이 떼죽음을 당하는 걸 보고서 뱃머리를 틀거나 거꾸로 노를 젓기 시작한 배들에 의해 상륙 선단의 대열이 흐트러지면서 서로 뒤엉켜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리고 뭍에 오르는 병사들의 숫자와 그 빈도가 크게 줄어들자 한국군 포병대 또한 이미 뭍에 오른 병사들의 저지는 개틀링 포와 보병 진지에 맡기고서 다시금 탄착군을 형성하여 강 위의 상륙병단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대열이 완전히 흐트러지면서 서로 간의 거리가 극단적으로 좁혀진 상황에서 퍼부어진 한국군의 집중 포격은 마치 지우개처럼 황하 위를 가득 메운 상륙 선단을 쓱싹쓱싹 지워가며 빈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는 상륙병단이 뭍에 오르기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으나,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동안 모든 피해를 뒤집어쓴 전열 대신, 탄착군이 벌어져 위력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서 그동안 어떠한 공격도 받지 않았던 뒷줄에 집중적으로 포탄이 쏟아진 것이다.

"아, 안돼! 저 개 같은 오랑캐 놈들이 우리들을 완전히 이 지랄 맞은 강 위에 가둬 버리려 한다! 어서 도망쳐야 해!"

개중에서 전장을 읽는 식견이 있던 몇몇 반군 두목들은 곧바로 한국군의 의도를 읽고서 탄식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다음이었다. 그동안 좌우로 흩어져 상륙병단이 중앙의 한국군 진지에 모이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하던 연합함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진형을 단종진으로 변경한다. 기함이 선두로 나갈 테니 100m 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라 적 갤리 군집을 포위할 수 있도록 할 것. 신호기를 올려라. 전 함대 함상 백병전 준비."

"기관 전속 전진. 좌현 변침, 15도! 탄종은 산탄으로 유지한다! 전 전투 인원 함상 백병전 준비!"

"함상 백병전 준비! 포병을 제외한 전 수병은 무기고로 집합하여 즉시 무장할 것! 다시, 포병을 제외한 전 수병은 무기고로 집합하여 즉시 무장할 것! "

사람이 노를 저어야 앞으로 나아가는 허접한 목재 쪽배들과는 다르게, 기선으로 구성된 연합함대는 선두에서 앞서 나가는 기함의 뒤를 쫓아 신속하게 진형을 변경할 수 있었다. 함대는 기함의 뒤를 쫓아 한국군 포병대의 포격이 뒷줄에 만들어 준 빈 곳을 통해 강 위를 평행하게 횡단하였고, 이는 곧 연합함대를 기준선으로 좌와 우로 상륙병단을 나누는 꼴이 되었다.

이는 다시 말해 연합함대를 기준으로 한청 연합군에 더욱 가까운 쪽에 있는 배들은 본진으로 후퇴하는 길마저 사라졌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중화제국 진영에서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연합함대에 모든 포격을 집중시켰고, 상륙 병단들 또한 뭍에 오르기보다 기선을 향해 달려들며 어떻게든 퇴각할 길을 만들려 발악했다.

하지만 어림짐작으로 봐도 얼기설기 만들어진 쪽배들 따위보다 10배 이상 거대한 기선들은 우선 포격을 맞더라도 한두 발 정도로는 끄떡도 하지 않았고, 그들 또한 순순히 당해주지 않고서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쪽배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산탄을 퍼붓고 수병들을 무장시켜 총격을 퍼부으면서 저항했다.

설령 운 좋게 배 위에 오르는 데에 성공하더라도, 흔들리는 배 위에서 싸워본 적이 드물뿐더러 냉병기 따위로 무장한 반군들이 함상 백병전에 이골이 나 있던 수병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환도 따위를 입에 물고서 배를 기어오른 반군을 기다리고 있는 건 수병들의 개머리판 세례와 작살처럼 내려 찌르는 총검들이었다. 수병들은 이미 총검을 가슴팍에 박아넣은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겨 습관적으로 확인사살을 시도했고, 이는 총탄이 가슴을 관통하여 뒤따라 올라오던 반군까지 덩달아 무력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항복하라! 항복하고 무기를 버리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반복한다. 항복하라! 무기를 버리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아이고, 제발 살려주십시오!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한국군 포병대가 지속해서 포격을 퍼부어 강 너머의 지원군을 차단하는 동안 연합함대는 조금씩 배를 한청 연합군이 진을 치고 있는 뭍을 향해 배를 몰았고, 포위망에 갇힌 쪽배들 또한 뜻하지 않게도 한청 연합군이 기다리고 있는 진지를 향해 밀려났다. 그 무렵부터 한청 연합군은 이들에게 항복을 권유했고, 이미 앞선 교전에서 기세가 꺾일 대로 꺾인 반군은 그 즉시 배 위에서 병장구들을 모조리 강에 던져 넣어버리고서는 뭍에 오르는 즉시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걸했다.

한국군이 여전히 항전을 포기하지 않은 극히 일부의 반군 세력들을 총검 돌격으로 침묵시키는 동안 청군은 이미 항복한 포로들을 수습했고, 결국 연합함대의 포위에 붙잡혀 뭍까지 끌려온 상륙병단 전부가 무력화되거나 항복하여 포로가 되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중화제국군은 이 이상 공세를 유지해봐야 이미 사기가 꺾일 대로 꺾여 무의미하리라 판단하고서는 우선 상륙을 포기하고 포격에 집중하니, 양군은 해가 저물 때까지 포격을 주고받으며 전투를 이어갔다.

이 첫날의 전투 동안만 중화제국군은 2만 6천 명의 병사들이 죽거나 다치는 피해를 보았고, 6만 명에 이르는 병사들이 포로로 붙잡히는 참패를 당했다.

그에 반하여 한청 연합군의 피해는 600명을 넘지 않았으며, 그들 중 대부분은 중화제국군의 포격에 휩쓸린 연합함대의 수병들이었다.

***

"생각했던 것보다 피해가 너무 많이 나왔군. 역시 철갑선 하나 없이 함대를 밀어 넣은 게 문제였나. 괜한 욕심을 부린 듯싶군."

이런 대승에도 불구하고, 그날 전투가 마무리되고서 이형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너무 피해가 크다는 것이었다. 이형으로서는 많아 봐야 200명 정도가 고작일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수병들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게 나왔던 것이다.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포병 전력이 만만치 않아. 숫자만 많을 뿐이라지만, 눈먼 포탄들도 숫자가 어마무시하다 보니 가랑비에 젖듯이 피해가 누적되고 있어.'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선 상륙 그 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충격을 주는 것 자체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홍장이 이끌고 온 정규군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래 봐야 근대 무기를 쓸 뿐인 전근대 군대 수준이지만, 이형으로서는 방심하고 싶지 않았다. 이기더라도 어떻게 이기느냐에 따라 또 이후의 전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손실은 작전이 계획되던 때부터 이미 각오했던 바였습니다. 전쟁 중에 손실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폐하께서 마음을 써주실 바는 아닙니다."

"그렇게 말해준다면 감사할 따름이라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소. 수중의 패가 극히 적은 이상, 모든 피해에는 의미가 있어야 하며 어떠한 무의미한 피해도 용납될 수 없소이다. 우선 적 포병전력의 무력화가 확인되기 전까지 함대의 운영에 더욱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겠소."

'그리고 이번 남포함의 사례처럼 운 나쁘게 탄약고에 맞고 격침되는 수도 있다. 이번에는 포함이니 비교적 나았지만, 호위함이 그 꼴을 당하는 순간 당장 난징 상륙전에서 써야 하는 패가 줄어든다. 여기서는 아껴두는 게 맞아.'

연합함대 사령관 사르네 제독의 결연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이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에 공친왕으로서는 할 말을 잃었다. 불과 백 단위의 손실로 10만에 가까운 적을 무력화시키고서도 저런 반응인가.

'저자가 보는 시야와 내가 보는 시야는 확연히 다르구나. 그것만은 알 것 같다.'

공친왕은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이제 저 포로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족한 대로 전력으로 사용하시겠습니까?"

공친왕의 질문은 타당했다. 일부러 다소 무리를 감수하면서까지 저 많은 병사를 포로로 잡은 것이다. 처음부터 포로를 잡는 것이 목적이었던 이상, 모조리 잡아 죽인다거나 무의미하게 풀어주거나 할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뻔했다. 그리고 당장 병사들의 숫자가 부족하니, 이 포로들로 병사를 채우려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친왕으로서는 의아한 노릇이었다. 아니, 그럼 저 많은 병사를 무엇 하러 포로로 잡았단 말인가.

"마침 6만 명이라 나누기도 좋구려. 저들에게 우선 배불리 밥을 먹이고서 2만 명씩 3부류로 나눠주시오. 오늘 밤은 저들이 번갈아 가면서 불침번까지 서줄 테니 병사들도 편하겠소."

"…불침번?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저들을 새벽에 깨워두란 말씀입니까?"

"내 말 했지 않소?"

고개를 갸웃거리는 공친왕을 바라보며, 이형은 태연하게 말했다.

"오늘은 종일 초나라 가락이나 불러보려 한다고. 악사들을 준비 시키시오. 어디 초나라 사람들과 함께 밤새도록 초나라 가락이나 불러봅시다."

이형은 입꼬리를 뒤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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