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구경 >
"그 스키타이 놈들, 기어이 어떻게 자존심만으로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몰렸나 보군."
이형은 구태여 비웃는 기색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티고 버티던 시점에서 어차피 이런 결말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모두 개통된 스탈린 이후의 소련이라면 모를까, 아직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착공되지도 않은 러시아 제국이 극동에 국력을 투사하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대사업이다.
한국으로 치면 당장 증기선 하나 없는 상태로 바다에 판옥선을 띄워서 말레이시아에 집적거리는 거나 다름없다. 분명 위에서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몸뚱어리 하나에 의지해 그 먼 유럽에서 연해주까지 기어들어 온 러시아 개척민들의 수고와 근성은 찬사받을 만한 것이겠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전략을 잘못 골랐다.
처음부터 시베리아 횡단 철도조차 아직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서 조선과 화친했다면 극동에서 두고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조러 전쟁 이후 깨끗하게 패전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틀었다면 당장에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닌 한국으로서는 러시아와 본격적인 적대까지는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다못해 몽골 내전에서 한국이 먼저 양보할 때 그 손을 잡았다면, 이형은 구태여 러시아와 다툴 생각이 없었다.
'여기까지 일이 꼬이고 꼬이게 만드는 것도 재주는 재주야. 로스케 놈들 똥고집 하나는 알아준다니까. 그냥 한번을 숙이면 그만인 것을 여기까지 뻐팅기고 뻐팅긴 끝에 본전도 못 찾고 휘청이고 있군. 답다면 답다만은.'
이형은 이죽거리면서도,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생각에 잠겼다가, 아직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전봉준이 남아있다는 것을 눈치채고서는 생각을 굳혔다. 이형은 입꼬리를 슬쩍 뒤틀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래, 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떻게 해야겠느냐?"
"네, 네? 무엇을…말씀입니까?"
"보이는 대로고 들었던 대로다. 저 자존심 강하던 노서아 놈들이 기어이 먼저 우리 한국에 손을 내밀었다. 아마 틀림없이 궁지에 몰린 것이겠지. 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네 생각은 어떠냐?"
"소, 소신이 어찌 황상께 그런…."
이형의 말에 전봉준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끝을 흐렸다. 하늘 아래 감히 범접할 자가 없다고 여겨지던 그 황제였다. 제위에 오른 이래로 몇 차례고 반복된 전쟁에서 연이어 승리에 승리를 거듭하며 군략에 있어서건, 무재에 있어서건 천하제일이라고 추켜세워지건, 후세에 무신이라 추앙받아 마땅할 위업을 달성한 황제였다.
그런 황제가 몰락한 양반가의, 아직 출사조차 하지 않은 병사 나부랭이에게 의견을 묻고 있다. 전봉준으로서는 어쩔 줄 몰라 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간 재야의 이름난 선비들이 몇 차례고 절절한 상소를 올려도 들은 체도 본체도 하지 않던 황제였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전봉준으로서는 황제가 무슨 까닭으로 이런 변덕을 부리고 있으며, 혹여나 그가 괜한 소리를 지껄여 심기를 거스르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이형은 이죽거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잠자코 전봉준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그럴수록 전봉준으로서는 더욱더 당황스러울 따름이었지만, 이내 그는 깊이 심호흡을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럼 소신이 무례를 무릎 쓰고 감히 말하여보겠나이다. 황상께서는 이 비루한 서생의 실언을 부디 너그로운 마음으로 용서하여 주소서."
"그래, 어디 한번 말하여 보아라.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판을 깔아줬다고 하나 할 말 한두 가지 즈음은 즉석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건가. 뭐, 나쁘지 않군.'
이형이 내심 전봉준의 그릇을 재고 있는 걸 알지도 못한 채, 전봉준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말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형에게 정중히 절을 올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다시 한번 예를 표하고서는, 그제야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무례를 무릎 쓰고 감히 말하건대, 노서아와 타협하는 것은 하책으로 아뢰옵니다."
"호오, 하책이라. 그래, 어찌 그러한가? 그것도 말하여 보아라."
"이미 일전에 황상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먼저 화친을 제의하였음에도 거절하였으니 이를 받아들인다면 천하의 옹졸한 무리가 이를 두고 업신 여길 것이 첫째요, 황상께서 먼저 내미신 손을 뿌리친 다음에도 수치도 모르고서 감히 화친을 청하고 있으니 이는 곧 황상을 업신여기는 까닭이 둘째요, 이는 곧 노서아가 먼저 화친을 제의하면 언제건 받아들이리라 여기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니 대한을 욕보이는 까닭이 셋째입니다.
황상께서는 감히 화친을 논하며 대한의 천명을 우습게 여기는 북적 오랑캐들을 벌하여 천하의 이치가 바로 섰음을 보이소서."
말을 마치고서, 전봉준은 재차 이형을 향해 절을 올렸다. 이형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흡족하게 웃었다. 그동안은 그저 어찌 처우하면 좋을지 판단이 서지를 않아서 그냥 곁에만 두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럭저럭 중히 써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섰다. 비록 젊은 혈기에 무턱대고 스물도 안 된 학생 신분으로 군에 자원하는 등 막 나가는 구석이 있지만 말이다.
`하기야, 사서에 기록된 행보를 보면 막 나가는 것이 당연하지. 제아무리 군수가 되먹지 못했다지만 이 시대에 왕이 임명한 지방관을 두들겨 패고 난을 일으키려면 이런 배짱 하나 없이 가능할 리가. 능력은 출중하고 심지도 곧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해서 내 수족으로 쓰기에는 부적합한 녀석이다. 아무래도 딱 자기가 할 소임과 권한을 정해두고서, 거기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겠어.`
이형은 제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그렇게 전봉준에 대하여 평했다. 판을 깔아줬다지만 살아서 중원의 천명과 대초원의 천명을 동시에 거머쥐면서 무신의 경지에 오른 이형의 앞에서 말을 더듬지 않고서 제 생각을 있는 대로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것만으로 보통내기는 아니라고 말이다. 이형으로서는 낯선 경험이기도 했다. 그간 제 아랫사람이라고 여겨지면 그저 무턱대고 부리기만 했지, 어떻게 부리면 좋을지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형 자신도 말했다시피 천하를 말 위에서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형에게는 얄궂게도, 지금 이 난징에는 그가 보고 흉내를 내기 좋은 적절한 상대도 있었다.
흥선군 이하응. 피만 이어졌을 뿐인 아버지이고 여전히 그의 자리를 노리는 정적이라지만, 사람을 부리는 재주 하나만큼은 곁눈질하면서 두고두고 배울만한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이하응이라면…지금 당장에 전봉준에게 중임을 맡기지는 않겠지. 아직 젊다 못해 어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당장에 중임을 맡기기에는 실적이 없어. 일단 중히 쓰려면 경험부터 충분히 쌓게 둬야겠군. 보자, 그러자면….`
이형은 자신이 이하응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필사적으로 궁리했다. 우선 곁에 두고서 두고두고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이미 이형이 전봉준을 총애하고 있다는 소문 즈음은 진작에 퍼졌을 터였다. 그 누구도 어째서 이형이 하필이면 전봉준에게 호감을 느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곤혹해 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이형의 적들은 난쟁이들이 끼리끼리 어울리고 있다고 뒤에서 몰래 비웃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마 이하응이라면 우선 그의 측근들에게 전봉준을 소개해 주면서 적당히 일을 가르치라고 돌려 말할 터였다. 그럼 그의 측근들이 적당히 전봉준을 충분한 경력과 인연을 쌓을 수 있는 위치에 두고서 경험을 쌓게 두고, 또 그가 이하응에게 총애를 받을만한 인물인지를 소상히 평가하여 이하응에게 보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하응이 전봉준을 더욱 밀어줄지 아니면 이만 내칠지를 결정한다. 그것이 이형이 곁눈질로 봐온 이하응이 사람을 부리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형에게 그런 측근은 없다. 그저 이러이러하니 따라와라-라고만 말하고서 무턱대고 끌어오기만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허계는 굳이 말하자면 그의 양아버지에 가까운 위치였고, 박규수는 굳이 말하자면 측근이라기보다 그나마 비교적 가까운 신하에 가까웠다. 이형은 우선 전봉준에게 어떻게 경험을 쌓게 할 것인가에 앞서서, 어떻게 자신의 측근세력을 구축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던가.`
이형은 팔을 쭉 펴면서 스트레칭을 하여 몸의 긴장을 풀었다. 이형의 영문모를 행동에 전봉준이 어리둥절해 하자, 이형은 히죽 웃으며 전봉준에게 말하였다.
"그래, 분명 노서아를 두고서 북적 오랑캐라고 했지. 한데, 짐은 조선의 왕이며, 대한의 황제인 동시에 몽골과 만주의 칸이기도 하느니라. 그것에 대하여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전봉준은 그 자리에서 곧장 엎드리며 이마를 빠르게 세 차례 바닥에 부딪혔다. 어찌나 세게 부딪혔던지, 떵떵하고 흡사 쇠를 두들기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죽여주소서! 소인이 어리석어 미처 폐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였나이다!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나이다. 부디 죽여주소서!"
"아니, 일없느니라. 그들을 업신여길 이들이 천하에 어디 한둘이겠냐? 지금 짐이 너를 벌한다면 온 천하에 유생들을 벌주어야 할 판국인데, 짐이 시황제 흉내를 낸다고 한들 온 천하의 유생들을 모아 땅에 파묻을 생각은 없다."
이형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런데도 전봉준의 머리는 감히 바닥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황제를 욕보인 죄는 절대 가볍지 않았던 탓이다. 설령 이형이 그 죄를 추구하지 않는다 해도 무례를 무엇보다 죄악시하는 조선 사대부의 모습이었다.
이형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일으켜 세웠다. 침울한 얼굴의 전봉준과 달리, 이형은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이형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내 좋은 구경을 시켜주마. 특별히 가장 전망이 좋은 특등석에서 말이다. 짐이 어째서 조선의 왕인 동시에 만주와 몽골의 칸을 자칭했는지 직접 보고서 깨닫거라."
전봉준은 이형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서 눈을 가만히 깜빡거렸다. 그러나 이형은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전봉준을 본래의 전령신분으로 부려 그를 따라 난징까지 따라온 병사 중 몽골과 만주의 병사들만을 모아오라고 일러두었다.
그러자 난징의 총독궁을 중심으로 약 3만여 명의 병사들이 모였다. 그들 대부분이 기병으로 이루어져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마침 가을바람이 세차게 부니 그들 각각이 지참하여 온 여덟 가지 빛깔의 여덟 가지 깃발들이 세차게 펄럭거렸다. 완전무장한 북방 기병 3만 명이 총독궁으로 일제히 몰려드니 난징의 백성들은 무슨 일이라도 났나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두려워했고, 전령으로서 그들을 불러온 전봉준 또한 그 서슬 퍼런 기척에 눌려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상할 것도 없다고 여기며, 이형은 그런 전봉준을 귀엽게 여겼다. 고구려나 발해 시절에라면 몰라도, 한민족이 고려나 조선 초기에 북방의 패자로 위세를 떨쳤을지언정 직접 저 북방민족들을 통치한 적이 어디 있던가. 북방 유목민족들은 고구려와 발해가 망한 이래로 언제나 가까이하기 꺼려지는 야만족이었으며, 무서운 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야.`
더는 저들은 적이 아니었다. 이형이 그의 조상이 몽골의 귀족이었음을 들어 예케 몽골 울루스의 정당한 대칸임을 주장한 시점에서, 이형은 북방의 기마 민족들을 통치할 정당한 권위와 권리를 손에 넣었다. 이는 곧 고구려의 부활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테고, 쿠빌라이의 몽골 제국이 부활하였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가지 해석 모두 옳다. 그저 어느 민족의 시선으로 지금의 대한제국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이미 조선의 국력은 한계다. 쥐어짤 수 있는 성인 남자는 죄다 쥐어짰고, 여분으로 남아있던 근대 화기는 물론이고 전근대적 화승총까지 모조리 분배하여 무기고는 텅텅 빈 지 오래다. 그래서 이형 또한 구태여 러시아와 확전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러시아가 드러내 놓고서 빈틈을 보여줬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굳이 조선의 국력을 쥐어짜 낼 필요가 없어졌다. 아니, 오히려 조선의 힘을 더한다면 괜한 반발을 사거나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형은 평소대로의 원수복이나 양장이 아닌, 양의 가죽으로 짠 가죽옷과 가죽 모자를 두르고서 그들의 앞에 섰다. 그리고 불안한 얼굴로 이형과 병사들을 번갈아 바라보는 전봉준을 뒤로한 채, 말 위에 올라 앞으로 내디디며 말했다.
"오늘 새벽, 노서아의 차르라고 자칭하는 비루한 게르의 거지 새끼가 당나귀 궁둥이만도 못한 제 졸개를 보내어 감히 짐에게 화친을 청하였다."
어딘가 경박하되, 자신만만하고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였다. 그 말 한마디에, 곳곳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몇은 이미 웃음을 참지 못하고서 배를 움켜쥐고서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전봉준은 그들의 무례에 발끈하며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이형의 거대한 애마 바둑이가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이형은 그들의 경박함을 굳이 탓하지 않고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물론 짐은 단언컨대 저 서역의 거지새끼가 뭐라 지껄이건 들은 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저들은 이미 한차례 먼저 짐이 화친을 제의하였을 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 저 오만한 양치기 놈을 용서하리오? 단언컨대, 저 양치기 놈이 짐의 게르를 찾아와 바닥을 기며 발정난 개새끼 흉내를 낸다고 한들 짐은 결단코 저자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옳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소서, 대칸이시여! 초원의 용맹스러운 전사들이 노서아의 오만에 치를 떨며 오직 대칸께서 명령을 내리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사방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전사들이 일제히 말에서 내려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을 꿇으며, 그들의 정당한 황제에게 전쟁을 애걸했다. 이형은 말 위에 오른 채 그들 모두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뒤틀었다. 그러면서도, 이형은 태연하게 말하였다.
"형제들이여, 그대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저 비루한 노서아의 양치기들에게 대칸을 능멸한 죗값을 치르게 해주는 일이옵니다!"""
"그렇다면 형제들이여, 그것을 위하여서는 어찌하면 좋겠는가?"
"""저들의 도시를 불태워 수레바퀴보다 큰 사내아이는 모두 죽일 것이며, 그러고서 남은 비루한 자들은 거두어 노예로 삼아야 하옵니다!"""
이형은 손끝을 까닥거렸다. 겁에 질린 시종들이 앞에 나서며 이형의 앞에서 무기를 내려놓고 엎드린 전사들에게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술잔을 한 잔씩 나누어 주었다. 이형 또한, 한잔의 덮인 술을 오른손에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형제들이여."
단번에 먼저 잔을 비우고서, 이형은 말했다.
"그대들이 아는 대로 행하라."
"""존명!"""
전사들은 일제히 술잔을 비우고서, 내려놓았던 무기를 들고 말 위에 올랐다. 출진을 알리는 고동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며, 난징을 뒤흔들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뒤늦게 소란을 눈치채고서 허겁지겁 달려온 이하응이, 이형을 등을 향하여 소리쳤다.
"잠시 시동에게 좋은 구경이나 시켜주려고 불렀소."
이형은 그런 이하응을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앞장서서 말을 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