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출전 >
쉬운 전쟁이다.
설령 전장에 처음 발을 디뎌본 신병이라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우군과 적군의 차이는 극명했다. 적군은 허약했고, 우군은 강대했다. 겉모습만 보아도 그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그리고 엄숙한 검갈색의 제복으로 몸을 꽁꽁 가리고 신식 공장에서 만들어진 신식 무기로 무장한 우군.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수만여 명의 군홧발 소리가 겹치며 천둥처럼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치 이 낯선 대지에 들으라는 듯이. 우리야말로 너희들을 쓰러트린 증오스러운 정복자라고 선언하듯이.
어쩌면 나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어느새 전장의 고양감에 덧씌워진다. 세찬 아침 바람을 받아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와, 낯선 서역의 악기를 연주하며 앞서 나가는 군악대. 몇 번이고 몇십번이고 들어온 귀따가운 군가의 가락. 그러나 지금만큼은 그 군가마저 반갑게만 느껴진다. 그 웅장하면서도 규칙적인 가락은, 우리들이 실수로라도 행군 중에 보폭이 엇갈리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미 저 멀리 앞서 나가는 기수는 하늘 높이 태극기를 들고 있다. 그 곁으로 함께 펄럭이는 부대기를 보고 있자면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지금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진 지 오래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장엄하여 도리어 현실감이 없다. 모든 것이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나의 나라, 나의 부대는 이렇게도 강하다. 이렇게도 아름답다!
여기까지 행군하면서 지나쳐온 중원의 백성들이 듣는 앞에서 그렇게 마음껏 소리치고 싶었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절로 숨이 가빠지는 듯했다.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모든 것이 자랑스러웠다. 우리는 강하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지금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물줄기가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차마 행군 중에 대열을 흩트릴 수도 없어, 그저 흐르도록 두었다.
그에 반하여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 적의 군세는 어떠한가. 난잡하기만 하다. 제복조차 하나로 통일하지 못하였다. 누군가는 거추장스러운 갑주를 입었는가 하면, 누군가는 아무렇게나 대충 자른 두건 같은 것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 갑주를 입은 자들은 아침 햇살을 받아 번쩍번쩍 빛나 눈이 아프고, 두건 같은 것을 입은 자들은 멀리에서 보아도 모든 것이 초라하기만 해서 애처롭기까지 했다.
참으로 가소로웠다. 저들이 우리들의 적인가. 무기조차 변변한 것을 들고 있지 못했다는 것쯤은 아직 적들의 모습을 명확히 보지 못하는 와중에도 알 수 있었다. 어젯밤 그토록 양반 어르신들께서 저 사교도들은 노서아의 지원을 받아 노서아의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고 그토록 경고했던 것이 다 헛수고였던 것처럼 보였다. 어디에도 노서아의 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총사다운 전열을 갖춘 이들은 없었다.
오와 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멀리에서도 듬성듬성 구멍이 난 곳이 훤히 보일 지경이었고, 총을 다루는 법을 알고는 있는 것인지 한 손으로 장총을 쥐고서 한 손에는 이상한 두건 같은 것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니, 두건일 리는 없으니 아마도 저것이 저들의 깃발인 것이겠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리가 이 총 하나를 제대로 다루기 위하여 얼마나 고된 훈련을 받았는가를 생각하면, 총을 저렇게 아무렇게나 다루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놀랍게만 느껴졌다.
쉬운 전쟁이다.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수적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 진형만 따지자면 사교도들의 군세가 조금 더 거대한 듯 보였다. 그러나 눈의 착각이다. 적들은 오와 열조차 제대로 맞추고 있지 않으니, 이리저리 공간이 남아돌아 얼핏 보기에 더 거대한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그리고 수가 비슷하다면, 우리가 저 사교도들에게 패할 이유는 없었다.
'봉준아, 너도 함께 나와 걸었더라면….'
문득, 동향 친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함께 자원입대하기로 한 친우 중, 나를 포함하여 셋밖에는 되지 않던 그 약속을 지킨 신의 있는 친우였다. 비록 남경에 들어선 이후로는 만나지 못하였고 소식도 듣지 못하였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같은 동향 출신을 한 부대에 몰아넣으면 만일 그 부대가 큰 타격을 입었을 때 마을의 젊은이들이 씨가 마르는 비극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황상의 황명이 있었으니, 따를 수밖에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늘과도 같은 황상께서 우리 같은 백성의 민생을 걱정하여 친히 내리신 교시가 아니던가. 거기에 의문을 품어서는 아니 되는 노릇이었다. 다행히도 우리 같은 전주의 탕아들이 중원에 건너왔을 무렵에는 이미 격한 전투는 모두 끝나, 고작 해봐야 잔당 토벌이나 가끔 도적 떼들을 소탕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다칠 일도 없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크게 다치거나 죽지는 않았을 터였다. 난세는 이미 저물어 가고 있다. 우리 대한이 천하의 패권을 거머쥐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이미 저물어가고 있는 난세에, 크게 몸을 다쳐 병신이 되거나 죽어서 돌아오는 것 또한 우스운 일. 전쟁이 끝나고 나면 필시, 사지 모두 성한 모습으로 만나 허풍을 늘어놓으며 각자의 전공을 자랑하게 될 것이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기야, 지금은 봉준이 녀석보다는 내 걱정을 해야겠지. 강규 녀석, 부러워하기는…한국에 있을 적에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매일 같이 질질 짜던 녀석이.'
피식, 하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나, 동향 친구들에게는 군에서 만난 동기들과는 또 나눌 수 없는 교분이 있는 법이었다. 그 멍청한 상판을 머릿속으로 떠올린 것만으로, 몸에 긴장이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보다 키가 머리 하나는 더 작던 봉준이. 허세 부리기 좋아하지만, 겁만 많은 강규. 분명 남경이나 상해에서 힘든 것 하나 없이 지내고 있겠지.
새삼 샘이 나는 걸 느꼈다. 나도 편한 후방에서 주색이나 잡았다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러나 애써 고개를 저어 머릿속에서 지웠다. 적영이 가까워졌다. 전투의 시간이었다.
"소대, 제자리에 서-!"
앞장서던 소대장의 구령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소대는 일제히 제자리에서 멈추어 섰다. 우리 소대만이 아니라 사단 전부가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바닥이 고르지 못하다 보니, 내가 있던 좌익이 다소 앞으로 돌출되어 기울어져 있었다. 그것은 곧 우리 좌익이 가장 먼저 적들과 충돌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저 뒤편 멀리에서 고막을 찢는 포격 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눈치챘을 무렵에는, 이미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포탄이 적영 곳곳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굉음이 울려 퍼지고, 흙먼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붉은 피가 드문드문 튀는 것이 보였다. 사람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너무나도 멀리 있어서 세세한 모습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람이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 그것만큼은 확연하게 보였다.
가끔은 시꺼먼 덩어리 같은 것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이내 땅에 처박혔다. 너무나도 멀리 있어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인간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그런 처참한 꼴을 당하고 있는 것만큼은 똑똑히 보였다. 포격은 한참을 이어졌다. 그런데도 적들이 일으키고 있는 흙먼지는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걷더니, 이제는 달리고 있었다.
~♬
저 멀리에서 요사스러운 가락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적들의 가락 소리이겠지. 도저히 군에서 사용할 법한 가락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굿을 올리던 무당들의 가락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역시나 저들은 고작 해봐야 사교도들이었다. 광기에 사로잡힌, 어리석은 폭도들의 군세.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듯했다.
조금씩 적들이 가까워지고, 그 발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다다-하는, 요란 벅적하기만 한 소리. 그간 우리가 질리도록 들어왔던 우군의 절제되고 장엄한 군홧발 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오합지졸들의 소리였다.
"소대, 앞으로 가-!"
소대장의 구령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우리 소대는 다시 천천히 앞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가만 보니, 우리 소대만이 아니라 좌익 전체가 걷고 있었다. 앞장서서 군가를 연주하는 군악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새삼 그들의 기개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려움은 없을까. 긴장되지는 않을까. 어떻게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일까. 무기 하나 들지 않고서 선봉에 서다니,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
포격 소리가 조금씩 멀어져갔다. 우리 좌익이 적들과 조금씩 가까워지니, 오사를 우려하여 조금 더 멀리 있는 표적들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파묻혀 있던 적들의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하나로 통일된 것이라고는 없었다. 내가 중원의 말은 할 줄 몰라도, 저들이 외치고 있는 말이 결코 하나로 통일된 구호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대, 제 자리에 서! 조준-!"
재차 앞서가던 소대장의 구령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대는 다시 제자리에 서서, 일제히 전방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제1열은 제자리에 앉아 무릎을 꿇었고, 제2열은 그들의 어깨 위에 총을 올리고서 자세를 숙이고, 내가 속한 제3열은 제자리에 기립하여 다시 제2열의 어깨 위에 총을 올렸다. 몇 번이고 반복해온 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군에 자원입대하여 전열 보병으로서의 몸가짐을 몇 번이고 주입 당한 이래, 귀는 어지간한 소음이 아니면 듣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조준하는 것은 눈앞의 사교도 무리. 내가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사교도 중 누군가 한 명은 죽는다. 신기하게도 그 사실에 불안감은 없었다. 되려, 내가 쏜 탄환이 누구 하나 죽이거나 다치지 못하게 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앞섰다. 도저히 저들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를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적. 황상의, 대한의 천하를 어지럽히는 무리. 그렇다면 죽일 뿐이다. 반드시 죽인다. 죽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이다.
'쉬운 전쟁이다.'
나는 몇 번이고 가슴 속으로 되뇌었다. 절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장딴지가 단단해진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나는 대한의 사나이다 외치고만 싶어진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방아쇠에 검지를 걸칠 수 있었다. 죽인다. 죽일 수 있다. 황상의 적. 대한의 적. 천하를 어지럽히는, 민생을 파탄으로 이끄는 간적들. 반드시 죽인다. 죽여 없앤다. 내 손으로, 대한의 천하를 반석에 올린다.
"사격-!"
타타탕-!
그 사실에 희열마저 느끼기 시작할 무렵, 마침내 사격 명령이 내려왔다. 소대는 기계적으로 그간 훈련해왔듯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아주 약간, 귀로 간신히 그 차이를 눈치챌 수 있을 짧은 간격을 두고서 수천여 발의 총성이 일제히 겹치며 천지를 울렸다. 총성이 울리기도 전부터, 이미 수천여 발의 총탄을 한몸에 뒤집어쓴 적군 선봉대는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일제히 발사된 수천여 발의 총탄은 무형의 검격과도 같았다. 전방에 집중된 단 한번의 사격에, 앞서서 내달리고 있던 적병 수백 명이 일제히 바닥을 나뒹굴었다. 뒤따라 달리던 사교도들이 놀라 주춤거리는 것이 멀리에서도 아주 잘 보였다.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려 하는 사교도도, 이미 앞에서 나뒹구는 전우들이 거치적거려 속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순차 사격 실시! 제1열, 사격! 제2열 조준! 제3열 장전!"
재차 소대장의 구령이 울려 퍼졌다. 몇 번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서일까. 그 목소리는 쇠를 긁는 듯 쉬어있었다. 그러나 그를 동정할 틈은 없었다. 이제는 적병들에게서도 반격이 오면서 우리 소대도 적들의 사격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희생자는 앞에 나서 있던 제1열에서 나왔다. 전방에서 날아온 총탄에 목을 꿰뚫렸고, 몇 차례 컥컥거리던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제자리에 엎어졌다. 덩달아 뒤에 있던 제2열의 박 상병까지 배에 구멍이 뚫려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후방으로 호송되어 치료를 받지도 못했다. 사교도들은 정면에서 돌격해오고 있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사교도들이 발사한 총탄에 맞아 한명 두명 쓰러지기 시작했던 까닭이다.
고통에 몸부림치기보다, 치료받기 보다도 전열의 빈자리를 채워야만 했다.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병사는 앞으로 나섰고, 무릎을 꿇으며 제1열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3열까지 사격을 끝내고 재차 차례가 돌아오자, 적병을 조준하던 중 오른팔에 총탄을 맞아 총을 놓쳐버리고 끝내 제자리에 쓰러졌다. 참된 병사였다.
그러나 박 상병의 최후에 경의를 표할 시간은 없었다. 이제는 그의 자리를 내가 채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제1열로 나서고, 제 자리에 무릎 꿇었다. 이미 적병들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서로의 얼굴 생김새까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적병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미 연이은 사격에 죽을 놈은 죽고, 돌격을 주저할 놈은 멈춰선 다음인 탓이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제야 나는 죽음의 공포를 실감했다. 앞에 방패막이가 되어줄 전우가 있다는 것과 아무도 없다는 것의 차이는 내 생각 이상으로 컸다. 도대체 제1열의 전우들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총을 장전하고 대열에서 벗어나지 않고서 조준과 사격을 끝마쳤던 것일까. 놀랍기만 했다.
"제1열, 사격! 그리고-."
타타탕-.
하지만 막상 소대장이 명하는 대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하니,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사라졌다. 죽음의 공포를 의식할 틈도 없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에서 묘한 고양마저 느끼며, 나는 그간 훈련 받아왔던 대로 총을 장전하고 적을 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있었던 공포도, 전투에 앞서 적들에게 품었던 살의도 어느새 눈 녹듯이 사라진 지 오래.
나는 그저 하나의 도구로서 전장에 서 있었다. 살의나 전의, 그런 것조차 이 자리에서는 사치에 불과하다. 그제야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착검!"
철컥.
그러나 그조차 착각이었다.
소대장의 명령이 귓가에 들림과 동시에, 나는 기계처럼 그간 훈련받아왔던 대로 총검 고리를 총구에 끼워 넣었다. 서슬 퍼런 날붙이가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고, 그 날카로운 검 끝은 잠시 잠들어 있던 살의를 북돋아 주었다. 마음이 고양되는 기분이었다. 적들은 나에게 달려오고, 나의 손안에는 믿을 수 있는 무기가 쥐어져 있다. 그 사실이 이처럼 기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뿌우우-.
저 멀리에서 고동 소리가 울렸다. 단전을 울리는, 웅장한 고동 소리였다. 소름이 끼쳤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턱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돌격을 명령하는 고동 소리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나는 이제 어떻게 움직이면 좋은가.
그간 받아온 훈련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정갈 되어온 한마디의 단말마가 입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와아아-! 대한제국 만세! 만만세! 만세-!"
괴성을 내지르며, 나는 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눈앞의 폭도들을 향하여 돌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쓰고 버리면 그만인 도구 따위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