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운 전쟁 >
"와아아-! 대한제국 만세! 만만세! 만세-!"
"전군, 돌격 앞으로! 내가 선봉에 서겠다! 전군 내 등을 따라와라-!"
나팔소리와 동시에, 수천 명의 병사들이 만세를 부르며 일제히 내달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멀리에서 보면 분명 장관이었다. 태평천국군의 제멋대로인, 그리고 규합되지 않은 어수선한 돌격과는 달랐다. 오와 열을 이루어 대열을 지키던 병사들은, 거리가 벌어졌을지언정 오와 열을 어설프게나마 하나로 유지한 채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내달렸다.
손에 거머쥔 것은 날카로운 총검이 달린 소총. 사용하기에 따라서 창으로써 활용할 수도 있는 유용한 무기였다. 그 기세에, 태평천국 군은 한순간 압도되었다. 필연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사격을 뒤집어쓰면서 사기는 꺾이고, 먼 거리를 내달려오느라 체력까지 저하된 마당에 사기도 체력도 만전의 상태인 수천 명이 대열을 이루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총검이 아침 햇살을 받아 서슬 퍼렇게 빛났다. 한국군에게는 마음의 안정을, 태평천국군에게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요사스러운 빛이었다. 양군이 서로 맞부딪혔을 무렵에는, 이미 태평천국군의 기세는 꺾일 대로 꺾인 다음이었다.
"커, 커헉…!"
"으랏챠챠챠-!"
우지끈-.
사방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차게 내질러진 총검에 꿰뚫려, 뼈째로 부러지고 뒤틀리는 소리였다. 그간 숨어지내면서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태평천국군 병사들의 체구는 한없이 가벼웠다. 선임병들의 경우에는 못 먹어서 그렇게 된 경우였지만, 새내기 병사 중에서는 성장기에 제대로 먹지 못하여 키가 줄어든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는 그간 국운이 피면서 언제나 충분한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던 대한제국군과는 정반대의 사례였다. 일부 힘자랑하기 좋아하는 몇몇 병사들이 그대로 가슴을 꿰뚫은 채로 총에 힘을 주어 몸을 들어 올린 다음 휘두를 수 있을 지경이었다. 물론 그다음 총을 이루던 목재에 무리가 가서 부러지고는 했지만, 그런 극단적인 사례가 나올 정도로 양군의 신체적 조건은 차이가 나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 결과는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좌익이 일제히 착검하여 맞돌격하기 시작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태평천국의 저항은 글자 그대로 분쇄 당했다. 아직 전의가 남아 돌격하던 병사들은 그대로 총검에 꿰뚫리거나 개머리판에 얻어맞고 목이 돌아가 제자리에 널브러졌고,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않고서 어리숙하게 있던 자들은 몸에 부딪혀 날아가거나 짓밟혀 죽었다.
"히, 히이익! 이게 뭐야! 괴, 괴물 새끼들이다! 요괴들이야! 도, 도망쳐야 해. 살려면 나라도…!"
"으하하-! 어딜 도망가느냐! 으랏챠챠-! 이걸로 세 놈째!"
서걱-.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었던 이들은 되려 진즉에 사기가 무너져서 도망칠 마음을 굳힌 이들이었다. 물론 이들 중에서도 달리기가 조금이라도 느리거나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숨이 모자라 제자리에 멈춰서는 순간 뒤쫓아온 병사들에게 험한 꼴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중화제국과는 달리, 태평천국군에게는 끝까지 제 자리를 지키라 명령하는 호기로운 군관조차 없었다.
되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간부나 군관일수록 앞장서서 도망쳤다. 종교적 광신에 사기가 충전하여 고통도 공포도 느끼지 않는 무적의 군세 따위 허상일 뿐이었다. 그나마 군관들에게 군사적 교육을 하는 척이라도 하고, 그 나름의 제도를 정비하여 쓸만한 군관들을 가려 뽑았던 중화제국과 패하고 패하여 잔당밖에 남지 않아 아무나 군에 받아들인 태평천국의 차이였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자, 그다음은 걷잡을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전장에 설 각오도, 능력도 없던 자들이었다. 신도들을 선동하여 그들이 가진 재물을 바치도록 하고, 또 천왕의 위세를 빌려 군림하는 것밖에 할 줄 모르던 자들이 군관으로서 높은 역량을 발휘할 리가 없던 것이다.
뿌우-.
"소대, 대열을 갖춰라! 오와 열!"
그리고 사태가 여기까지 진행되자, 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열을 갖추라는 명령이었다. 곳곳에서 부대기가 나부끼고, 대열을 이탈하여 전투를 벌이던 병사들은 일제히 부대기를 든 기수를 중심으로 다시금 모여들었다. 좌익은 이미 붕괴하고 있었다. 대한제국군이 태평천국군을 무시하고서 집결에만 집중하여도, 어떠한 조직적인 반격 시도도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추격은 불필요했다. 이미 태평천국군 우익은 전투를 포기하고 전장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이 이상의 전과 확대는 경기병대의 업이지 보병대의 일이 아니었다. 대한제국군은 아쉬운 기색을 애써 감추고서 사령부의 명령에 복종했다.
대한제국군 좌익이 다시 집결하였을 무렵, 그제야 중앙에서는 대한제국군과 태평천국군이 충돌하고 있었다. 그만큼 전장이 좌우로 길었을뿐더러, 좌익이 유독 정면에 돌출된 진형이었던 탓이었다. 적당히 적들의 기세를 꺾은 다음 곧장 돌격하기 시작한 좌익과 달리, 대한제국 중앙군은 제자리에서 대열을 유지한 채로 태평천국군의 돌파 시도를 방어해내고 있었다. 좌익이 재집결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소대! 우로 45도, 돌아!"
척, 척, 척.
재집결한 좌익은 그대로 중앙의 사단기를 중심으로 우로 선회하였다. 중앙의 사단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들은 발을 맞추어 달려야 했다. 단지 우로 돌면 그만이 아니라, 좌익이 중앙을 감싸는 형태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중앙의 사단기를 들고 있던 기수는 우로 45도만 돌면 그만이었지만, 좌익의 양 끝에 있던 이들은 또 그만큼 대열을 유지하기 위하여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0분여에 걸쳐 대열이 재편되고, 자연히 좌익의 정면은 태평천국 중앙군의 측면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태평천국 중앙군은 대한제국 중앙군의 방위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좌익에 대부분 전력을 몰아주느라 중앙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병사들만이 남아 있었는데도 그러했다. 각각 따로 움직이는 민병과 오와 열을 맞추어 단단히 결집한 전열의 차이였다.
그리고 좌익이 재집결을 끝마치자, 태평천국 중앙군에서는 측면에서부터 동요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좌우로 길게 선을 이루어 늘어선 대한제국군의 모습에서, 비로소 자신들이 포위당하였음을 눈치챈 것이다.
"에이잇, 이놈이고 저놈이고 도움이 되지를 않는 구더기들만 모여서는…! 막아라! 어떻게든 포위당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짐의 용감무쌍한 기병들이여, 어서 저 악독한 오랑캐들을 쳐라!"
"황상께서는 비록 함께하고 계시지 아니하시나, 그것이 무슨 흠이 되리오? 우리는 황상께서 언제나 총애를 아끼지 않으시며 황상과 함께 말을 달려온 대한의 정예 중 정예이니라! 제군, 황상께서 우리의 활약을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하지만 그 무렵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뒤늦게 태평천국에서도 소수의 기병대를 보내어 좌익을 타격하려 시도했지만, 보병전력에서 앞서나가는 이상으로 기병 전력에서 훨씬 앞서 나가던 것이 대한제국군이었다. 태평천국의 기병대가 대열에서 이탈하여 좌익으로 향하려 함과 동시에 그들은 귀신같이 달려든 대한제국의 흉갑기병대에게 짓뭉개졌다.
무장조차 통일하지 못한 그들이 황제의 명에 따라 몇 차례고 적병을 짓밟아온 대한제국의 흉갑기병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대한제국의 흉갑기병들은 이미 수차례 전장에서 이형의 지휘 아래 거창돌격을 수행하며 그들에게 거창돌격을 처음 가르친 프랑스의 흉갑기병들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숙련되어 있었다.
콰직-.
그런 대한제국 흉갑기병대의 거창돌격 위력은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정면에서 부닥쳤고, 이에 위축되어 말머리를 돌리려 했던 태평천국 기병대는 충격에 뒤로 멀리 튕겨 나가거나 말째로 기병창에 관통당했다. 양군이 충돌하면서 울려 퍼진 굉음은 뼈가 으스러지거나 뒤틀리는 귀여운 소리가 아니었다.
강인한 말의 육체가 종이가 찢기듯이 간단하게 찢어 발겨지는, 중량은 물론이오. 속도와 기백. 무엇 하나 흠잡을 것 없이 강력한 기마 돌격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폭음이었다. 말마저 관통하고서도 그대로 질주하여 뒤따라오던 적병의 가슴팍에 기병창을 꽂아 넣는 괴멸적인 돌파력이었다. 지난 수년간, 이형과 함께 말을 몰아온 흉갑기병대의 위용은 감히 태평천국의 마적단 따위가 상대할 바가 못 되었다.
태평천국 기병대는 충돌과 동시에 과자가 부스러지듯이 간단하게 무너져 내렸고, 그대로 패주하였다. 흉갑기병대는 그들을 뒤쫓았다. 멀리 전장에서 내쫓아 버리기 위함이었다.
"소대, 사격-!"
타타탕-.
그렇게 기병들의 격돌이 대한제국의 완승으로 돌아가자, 재집결한 대한제국군 좌익은 일제히 태평천국 중앙군을 향하여 일제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중앙군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살아보기 위한 병사들의 발버둥 탓이었다. 사격을 피하려 몸을 피하기 시작하니 당장 정면에서 대한제국군과 충돌하고 있던 일선 병사들까지 압박하던 것이다.
몇 차례의 사격이 끝나고 나자, 이미 태평천국군 중앙군은 좌익의 사격을 피하여 뿔뿔이 흩어진 다음이었다. 일부는 패주하고 있었으며, 패주하지 않더라도 좌익의 사정거리 바깥으로 도망치다 보니 부대에서 이탈한 병사들이 수두룩했다. 그 무렵까지도 대한제국군 중앙도, 우익도 패주한 곳은 어디 한 곳 없었다. 좌익에 병력을 몰아주느라 비교적 전열이 얇았는데도 태평천국의 민병으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던 것이다.
"소대, 돌격-! 대한제국 만세! 만만세! 만세-!"
뿌우우-.
이런 와중, 좌익의 돌격이 시작되었다. 태평천국 중앙군의 대열이 충분히 흐트러짐을 확인하자, 이제는 결정타를 날리기 위하여 나서기 시작한 것이었다. 요란한 고동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고, 수천 명의 병사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태평천국 중앙군의 측면을 두들겼다. 뿔뿔이 흩어져있던 태평천국군은 이에 대응하지 못하였다. 충돌과 동시에 태평천국 중앙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돌파당했다.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진행되자, 그간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던 대한제국 중앙군도 반격에 나서 일제히 태평천국군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비록 이미 부딪히고 있는 와중인지라 이들의 돌격이 속력을 가지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후열에서 대열을 바쳐주고 있던 병사들까지 전선에 나서 육박전을 벌이자 단숨에 전선에 투입된 병사의 숫자가 배로 늘어난 것이다.
정면과 측면을 동시에 공격당하는 꼴이 된 태평천국 중앙군은 삽시간에 전의를 상실했다. 그들이 잘 조련된 병사들이었더라도 힘들었을 전황에서, 허술한 민병대 따위가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태평천국군에게 남은 것은 이미 어떻게 피해를 줄이면서 퇴각하느냐 뿐이었다.
"후, 후퇴! 후퇴하라! 모두 방패가 되어 짐이 도망칠 수 있도록 돕거라! 황명이니라! 어서 몸으로서 막아내지 못할까!"
태평천국의 한계는 인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천왕 홍천귀복을 포함하여서 말이다. 전황이 악화하였다고 하나, 총사령관 신분이던 홍천귀복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도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말았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전황이 악화하였더라도, 사령관의 입에서 도망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온 순간 질서정연한 후퇴는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홍천귀복에게서 시작된 동요는 단숨에 태평천국군 전체에 번져 나갔고, 신앙심 때문이건 홍씨 가문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건 여전히 전투를 포기하지 않고서 자리를 사수하던 병사들은 망연자실해 버렸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병사들은 인간방패가 되어 가로막지 않았다. 대놓고 저 혼자 도망치겠다고 추하게 발버둥 치는 사령관의 명령에 따를 병사들은 이 세상에 없었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태평천국군의 선임병들까지 전투를 포기해버리면서, 태평천국군은 완전히 전력을 상실했다. 대한제국군은 케이크를 자르듯이 간단하게 부드럽기 그지없는 태평천국을 마구 잘라냈고, 태평천국군은 대한제국군을 피하여 사방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좌익도, 중앙도 태평천국의 패잔병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다시피, 패잔병들을 추격하는 것은 경기병대의 업이었다.
"제군들, 우리는 이 전투에서 이겼다! 전군 돌격! 돌격하라-!"
"자리를 사수하라! 천왕 폐하께서 도망칠 시간을 벌어드려야 한다! 어서 대열로 돌아가지 못할까! 이건 명령이다! 당장 대열로 돌아가라!"
전황이 완전히 대한제국에 기울면서, 우익의 승패는 자연히 갈렸다. 중앙의 우군이 패주하는 것을 목격한 태평천국군은 그 즉시 사기가 꺾여 전장에서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간 방어에 전념하던 대한제국군 우익은 일제히 반전하여 돌격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의기가 남아있던 태평천국의 군관들이 패주하는 병사들을 붙잡아보려 해도 소용없었다. 군관들의 말은 더 이상 병사들에게 닿지 않았다.
해가 저물 무렵, 전장에 남아있는 것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시체와 포로들과 대한제국군뿐이었다.
"대승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각하. 황상께서도 이번 승리를 알게 되신다면 크게 기뻐하시겠지요. 정말로 훌륭하십니다!"
"뭐얼, 그저 옆에서 항상 보필하다 보니 눈대중으로 익힌 잔재주일 뿐이라네. 황상께는 발끝에도 못 미치지. 그리고 사교도 놈들이 어리석게도 회전에 응해준 덕분이야. 멍청한 놈들, 얼핏 보기에 숫자가 비등하거나 제들이 더 많은 것 같으니 자신감이 붙은 거겠지."
한성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로서는 이런 야전이 아니라 그가 직접 쓰촨성까지 밀고 들어가 하나하나 크고 작은 진지들을 토벌해나가는 걸 생각하고 있던 만큼 더더욱 그랬다. 토벌을 위하여 행군하던 중 봉기하였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설마 진로를 막아섰기로서니 싸우자고 달려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만 말하자면 행운이었다. 태평천국이 야전을 피하는 대신 정면에서 달려든 덕분에 일부러 하나하나 찾아가 토벌하는 수고를 덜었다. 경기병대에게 추격하라 시켜두었으니 전장에서 내뺀 패잔병들도 그리 멀리는 가지 못할 터였다. 한 번에 일망타진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본거지를 점령하여 씨를 말리는 것뿐, 가장 어려운 고비는 가볍게 넘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황상께 오래간만에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겠군. 자, 어서 서두르세나. 사교의 교주가 죽었다는 확신이 서기 전까지 아직 완전히 승리했다고는 할 수 없네."
"물론입니다, 각하. 아 참, 병사들에게 오늘 밤 만큼은 음주를 허락하려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음-. 첩보에 의하면 이 근방에 태평천국을 제외하면 우리 대한에 대항하는 군벌은 없다고 하였지. 좋아, 허락하지. 단, 민가에 폐를 끼치거나 하지는 않도록 하게."
그리 말하며, 한성근은 웃었다. 비록 쉬운 전투였다고 하지만, 승리를 거둔 것이다. 아무래도 마음이 풀어질 수밖에는 없었다. 직접 전장에 나서지 않은 그 또한 이럴진대, 직접 전장에 나선 병사들은 어떠할까. 이런 날만큼은 풀어져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의 승리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전주에서 온 어느 병사의 죽음은, 승리에 곁들여진 숫자로서 기록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