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177화 (177/530)

< 영국의 우울 >

이 무렵, 서태후와 동치제 모자의 존재와 그 위치는 극동 정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중원에는 확실하게 없다. 이미 샅샅이 뒤지고 뒤졌는데도 그들을 목격했다는 물증은커녕 심증 하나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국이 받아주었다기에는 그럴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한국은 서태후가 다스리던 시절의 청나라와 수차례 전쟁을 겪은 적성 국가. 실각했다고 해도 망명을 받아줄 이유는 없다.

일본이나 유구, 대만 또한 마찬가지. 이들은 섬나라이며, 섬나라라는 특성상 바다를 통하지 않으면 망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바다는 이미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열강들에 의해서 장악된 상황. 당연히 영락한 서태후와 동치제 모자가 어떻게든 배를 빌려 바다를 건넜다는 건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가정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서태후와 동치제 모자를 받아들인다고 한들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전혀 없었다.

그러니 결국 가능성은 한가지, 러시아가 서태후와 동치제 모자의 도피를 도왔다는 것밖에는 없었다. 더불어 러시아가 유럽까지 그들을 데려왔다면 이미 진즉에 공식적으로 망명을 받았다고 공표를 했을 테고, 주요 요인을 시베리아나 캄차카, 연해주 같은 극한의 환경에 수용한다면 무슨 사달이 날지 모르니, 자연스럽게 그들을 수용할 장소 또한 중앙아시아 밖에는 남지 않는다.

따라서, 이미 조러 전쟁 무렵 동치제와 서태후의 행방을 알아챈 조선보다는 다소 늦었지만, 영국이 동치제와 서태후의 위치를 찾아내는 건 단지 시간문제였을 뿐 당연한 수순이었다. 극동과 유럽의 정세가 조금만 더 안정적이었다면 이보다 조금은 더 빠르게 찾아냈겠지만, 결국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영국은 서태후와 동치제를 찾아냈고, 약간의 재화로 현지 협력자들을 구슬려 서태후와 접촉하는 것 또한 성공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영국이 서태후를 빼돌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마녀 같은 여자를 구해봐야 어디에 쓰라는 말인가. 한창 잘나가던 적에도 우리가 옆에서 뭐라고 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던 여자인데. 지금 손을 써서 풀어줘 봤자 사정이 조금만 나아지면 곧장 주인도 못 알아보고 손을 물어뜯는 똥개를 구해봐야 어디에 쓰겠는가. 내버려 두게. 괜히 사건·사고만 안 일으킨다면 그냥 어떻게 지내는지 동향만 파악해두게."

"그것이…현지 협력자에 의하면 아무래도 반쯤 미쳐서 광인이 되었다는 모양입니다. 두 번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미쳐버린 듯하다고…."

"허, 그건 실로 잉글랜드의 하느님께서 보우하심이로군. 그렇다면 더욱 잘 된 셈이야. 어디 도망치지나 않나 잘 감시해두게. 그 여자가 괜히 일을 벌이려고 하는 것만큼 지금 우리 대영제국에 끔찍한 소식도 없으니까."

서태후를 처음 발견했을 무렵, 소식을 접한 영국 인도 총독부의 반응은 그야말로 시큰둥한 것이었다. 죽을힘을 다해 러시아군과 다투기도 하면서 그들의 시선을 피하여 끝내 서태후의 정확한 위치를 상부에 보고한 티베트 방면의 인도 식민지군 소속 수색대원들에게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지만, 영국은 서태후가 이미 한차례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폭주하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제멋대로 러시아를 끌어들여 만주와 화북을 전쟁터로 만들어 놓고, 태평천국 군이 더욱 기세를 올리며 증국번이 패배하고 이홍장마저 장강 이북으로 도망치는 와중에도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제 허영심과 권력욕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하던 서태후였다. 하다못해 지도자로서 무능하고 오만하더라도 제 주인이라도 똑바로 섬긴다면 이용할 가치는 있었겠으나, 서태후는 이미 영국의 기대를 저버렸다.

따라서, 서태후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무렵 영국의 대응은 잠재적으로 경계해야 할 '위험요인'에 대한 대응에 가까웠다. 특별히 암살을 시도하거나 할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무언가 일을 꾸민다는 것 자체가 신경이 거슬리는 위험요인 말이다. 되려 안달이 난 건 영국이 처음 접촉해왔을 무렵부터 탈출을 꿈꾸었던 서태후 쪽이었지, 영국은 서태후의 구출에 관심도 없었으며 서태후가 잠자코 중앙아시아에서 늙어 죽기를 기대했다.

동치제라고 다를 건 없었다. 분명 동치제를 손에 넣는다면 향후 극동의 정세를 뜻대로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겠지만, 그 경우 이홍장의 중화제국이나 이형의 대한제국과 완전히 척을 지는 수가 있었다. 그건 영국에게 있어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사태였다. 영국은 서태후와 접촉한 사실 그 자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고, 서태후를 처음 발견한 수색대원들에게도 함구령을 내렸다.

"돈. 그래, 돈 좋지. 입을 다무는 대신에 이거나 받고 떨어져라. 하! 그래, 이 정도 돈이면 떨어질 만도 하지. 그런데, 돈이 있으면 무슨 소용이야. 저 망할 탁상물림들이 휴가를 다 잘라 버렸는데! 이걸 지금 포상이라고 주는 거냐! 니미, 돈을 줬으면 쓰게 해줘야 할 거 아니냐고!"

서태후를 찾아낸 티베트 주둔 영국군 병사가 일기장에 위와 같은 불평을 늘어놨다시피 이러한 조치는 다소 관료주의에 찌든, 현장의 감성과는 동떨어지기는 했으나 효과적이었다. 아무튼 돈을 받은 이상, 그들은 돈을 다시 토해내지 않으려면 약속한 대로 입을 다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대우가 날로 악화하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던 서태후로서는 답답한 일이었지만, 영국은 서태후와의 접촉에 큰 의의를 두지 않았으면 되려 적극적으로 이를 숨기려 했다.

이러한 영국의 계산이 뒤틀리기 시작했던 무렵은 이홍장이 끝내 이형에게 패배하고 전사하며 중화제국이 완전히 멸망한 다음이었다. 이는 영국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전후 극동의 정세가 영국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영국에게 있어서 중화제국은 자신들의 보호국이었고, 잠재적인 식민지였다. 사태 초기 영국이 적극적으로 중화제국에 인도적인 구호 조치를 취하고자 시도했던 것도 이러한 인식에 기반한 조치들이었다. 영국의 시선으로 볼 때 이번 전쟁은 자신들의 잠재적 식민영토에서 일어난 다소 규모가 거대할 뿐인 식민항쟁이었고, 대한제국은 어디까지나 덤이었다. 마침 유럽의 정세가 혼란해 도저히 극동에 병력을 차출할 여력이 나오지 않으니, 대한제국을 시켜 식민지의 반란을 진압하려 생각했다.

그러나 영국이 갑작스러운 조기 총선으로 혼란스러울 때 전쟁은 그들의 기대를 완전히 배신하는 형태로 마무리되었다. 중화제국에서 시작된 식민항쟁은 그들의 모든 총력을 기울여 프랑스와 대한제국의 공동통치를 받고 있던 청을 공격해버렸고, 이 와중 영국이 지배하던 항구지대는 다소의 소요사태만으로 마무리되었다. 중화제국이 모든 국력을 청과의 전쟁에 쓰는 바람에 폭력사태를 일으킬 젊은이들까지 죄다 전쟁에 끌려가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은 사태에 개입할 명분을 상당 부분 잃었다. 우선 폭도들이 영국의 조계지를 습격해주었다면 영국인이 공격당했다는 명분을 내세워 곧장 참전할 수 있었을 테고, 자국민의 핏값을 내세워 전후 뒷수습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겠지만, 영국은 사실상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항구지대의 소요사태는 결국 현지 중화제국군에 의하여 모조리 진압되었고, 태평천국의 난 당시 일어났던 본격적인 조계지 습격은 온 데 간 데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에 반해 대한제국과 프랑스는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었다. 영국이 조기 총선으로 갈팡질팡하는 동안 대한제국은 발 빠르게 군을 동원하여 방위선을 구축했고, 프랑스 극동함대와 연계하여 끝내 그들의 힘만으로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것만으로도 영국에게는 악몽 같은 일이었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것이 대한제국뿐이라면 어떻게 큰 소리 떵떵 치면서 배 째라는 식으로 나가서라도 전후의 판도를 자신들이 생각한 대로 조율했겠지만, 프랑스까지 엮여버렸다.

제아무리 대영제국이라도 프랑스를 상대로 억지를 부린다면 결코 가볍게는 끝나지 않는다. 누가 봐도 영국이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중화제국을 수습하지 못하고 주변국들과 다른 열강들에게 대신 사태를 수습하라며 떠넘긴 형국이 되어버린 지금에는 더더욱 더 그렇다. 이런 와중 유럽의 전쟁은 갈수록 격화될 뿐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를 않으니, 영국으로서는 이번 사태에서 억지를 부린다는 선택지를 포기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억지를 부리지 않겠다는 건, 대한제국과 프랑스에 전후 중국을 어떻게 처우하면 좋을지에 대한 주도권을 넘긴다는 이야기이다. 단지 중국에서 영향력이 줄어드는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예 주도권을 상실하고 프랑스와 대한제국에 빌붙어 초라한 이권을 추구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으로서는 악몽 같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보다 끔찍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봉분? 그러니까, 한국의 황제가 자신의 일족들에게 중국을 영지로 나눠주려고 한다, 그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미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나는 대로 봉분을 마무리 짓고 중국을 자신의 일족들과 함께 통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들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한국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아, 안돼! 그것만은 안돼. 너무 빠르다. 이건 너무 빨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우리가 한국에서 발견했던 가능성은 이런 게 아니었어! 이래서야 러시아를 막으려다가 또 새로운 러시아를 만들어 버린 격이 아닌가!"

이형의 봉분 선언은, 그 자체로서 영국에게 공황을 일으켰다. 결국 이는 영국을 무시하고 이형이 제 뜻대로 중국을 나누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전쟁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한 시점에서 예견된 바이기는 했으나, 상정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어 버리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형이 전주 이씨 종친들에게 왕위를 나눠주겠다는 것 또한 그러했다.

민족주의가 유행하면서 다소 흐려진 감이 있지만, 여전히 유럽의 외교가에서는 은연중에 나라가 다르고 왕이 다르더라도 왕가가 같을 경우 같은 세력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강했다. 어느 한쪽의 대가 끊길 경우 다음 세대에라도 하나의 왕을 섬기며 하나로 합쳐질 수도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즉, 영국의 시선으로 보기에 이형의 봉분 선언은 중원과 대한제국이 하나의 세력으로서 뭉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철저하게 배제되는 전개였다.

동양의 시각으로 보기에 이형의 봉분 선언은 그냥 천자가 되어 중원을 통째로 집어삼키면 그만인 것을 구태여 잘게 쪼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지만, 유럽의 시각으로 보기에 이형의 봉분 선언은 이형이 천자가 되어 중원을 흡수합병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던 것이다. 그래도 이형을 도와 전쟁에서 함께 싸운 프랑스의 경우 한국이 중원을 집어삼키더라도 자신들의 지분은 남겨둘 것이라고 믿음을 가질 수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못했던 영국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시 국채로 생색을 내기에도, 런던이 사들인 한국의 전시 국채를 뉴욕에서 사들인 한국의 전시 국채가 압도적으로 능가하던 형국이었다. 국유화 소동이 낭설에 의한 해프닝으로 결론이 난 이후로 미국의 재계는 영국조차 기가 질릴 기세로 한국의 국채를 마구 사들이고 있었다. 한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돈으로 후려쳐 사들이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지경으로 국채를 사들이는 뉴욕의 투기꾼들 탓에 유럽의 전쟁으로 생각한 것만큼 마구 재화를 풀 수 없는 영국은 한국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버렸다.

"우리 미합중국의 역사는 언제나 동에서 서로 향하는 개척의 역사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서쪽은 언제나 미합중국의 미래였습니다. 미합중국의 현재는 대서양이지만, 미합중국의 미래는 태평양이 될 것입니다. 프런티어 정신을 기억합시다. 우리 선조들의 거칠 것 없었던 모험과 도전의 역사를 기억합시다! GO WEST! 모두 JP 모건 코퍼레이션과 함께 미합중국의 미래를 위하여 투자해 주십시오!"

'흐흐흐, 그래 미래지. 미래이고 말고! 장차 이 내가 미래로 만들어 보이고 말겠다. 어디 두고 보아라, 유럽의 배불뚝이들아. 장차 태평양은 나만의 왕국이 될 것이야!'

이는 당연히 모건이 의도적으로 조장한 버블 현상이었다. 국유화 오보 사건으로 사실상 한국의 국채 전부를 사들인 모건은 명의를 수차례 세탁하여 자신이 그 모든 국채를 지니고 있음을 숨긴 다음 황색언론들을 끌어들여 한국이 얼마나 매력적인 투자처인지에 대하여 홍보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한국을 지정하지 않고 태평양에 투자 하라고 해 간접적으로 한국 또한 그 안에 교묘히 끼워 넣어 의심을 회피하면서, 미국인들의 시선을 태평양으로 돌리고 있던 것이다.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야욕을 과장하여 미국이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만든 것도 그 일환이었다. 황색언론들은 매일 같이 프런티어 정신을 들먹이며 미국의 미래는 태평양에 있음을 역설했고, 국유화 오보 사건이 수습된 이후 반등하기 시작한 주식시장과 밑바닥을 찍고서 급속도로 반등하기 시작한 한국 관련주들은 뉴욕 투기꾼들의 눈을 뒤집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마침 유럽에서의 전쟁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던 것 또한 한몫했다. 한국이 사실상 전쟁을 마무리 짓고 승전을 확정한 이후로는 증시가 매일 같이 수직상승 선을 그리고 있는 지경이라,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한순간에 부자가 되기를 기대하는 개미들과 투기꾼들의 열기에 가려 온 데 간 데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현실이 이러니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중원 평정은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도저히 수습할 수 없이 과열된 투기 열기를 가라앉힐 방법이 사실상 사라져 버린 이상, 하다못해 버블이 붕괴하더라도 한국이 그 거대한 덩치로 버텨주는 것만이 이 무렵 미국의 증시가 연착륙하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중원 평정 소식에 더욱 투기 열풍이 가열되어버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모건이 고의로 조장한 미국의 투기 열풍, 나름대로 지분을 보장받았을 분더러 설령 아무런 이익을 보지 못하더라도 아무튼 영국은 골탕 먹이고 싶은 불구대천의 원수 프랑스의 악동 심리, 천하 평정을 마무리 짓고 이제부터 자신이 뜻하는 대로 천하를 끌어나가려는 이형의 야심, 그리고 유럽에서의 전쟁으로 영 극동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의 졸전까지.

무엇 하나 영국에게는 끔찍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억지를 부리려고 하니 프랑스가 걸리고, 정당한 방법으로 수를 쓰려고 하니 명분이 없다. 그럼 남은 것은 간계를 부려 비겁하다고 손가락질을 당할지라도 일을 터뜨려 자신이 뜻하는 대로 극동의 정세를 풀어나가는 것. 하지만 가장 좋은 패였던 이하응은 때마침 터진 이형의 암살미수 사건으로 멋대로 잠적해버렸다.

영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울고 싶은 형국이었다. 안 그래도 유럽에서의 전쟁으로 극동에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와중에, 사태가 계속 꼬이고 꼬이기만 반복하니 더 이상 수단을 고르는 사치를 부릴 수도 없어졌다.

여기까지 사태가 악화한 다음에서야, 겨우 영국은 똥패를 다시 한번 이용해 볼 각오를 굳혔다.

"하지만 참으로 내 처지도 기구하게 되었구나. 하다 하다 이제는 한때 본녀를 배신했던 오랑캐들에게 의지하여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지경이라니. 아! 내가 어쩌다가 이리 영락하고 말았을꼬?"

그리고 그 무렵 똥패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제 신세나 한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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