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178화 (178/530)

< 원정실패 >

"냉수가 드시고 싶다고 하여 준비하여 보았습니다. 급히 들이키시면 장이 놀랄지도 모르니, 부디 헤아려주시기를."

"옳다구나. 그래, 네놈이렷다. 좋다. 마침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려던 참이다. 어서 본녀를 인도하거라. 미치광이 행세도 이제는 질렸느니라."

"…낭설과는 다르게 총기가 온전하신 듯하니 천만다행입니다. 물론, 곧장 이끌어 드리겠습니다. 하나 그 전에-."

"황상을 말하느냐? 근심할 것 없다. 지금이면 이미 잠들었을 터. 따로 설명할 것 없이, 이불째로 보쌈을 하여 도망치면 그만인 노릇이지."

영국으로서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만큼 결단은 늦어졌으나, 일단 서태후의 도주를 결의한 다음부터는 순탄대로였다. 이 무렵 러시아에서 동치제의 유약함과 서태후의 미치광이 행세에 마음을 놓은 나머지 대우를 소홀히 하고 있었던 덕분도 컸지만, 무엇보다 이 무렵 중앙아시아는 이형이 보낸 몽골 기병들과 러시아군의 유격전이 한창이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로서는 상대적으로 서태후에게 관심이 옅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영국에게서 뒷돈을 받은 현지인 시종의 협력하에, 서태후는 여유롭게 유배지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서태후가 대수롭지 않았다는 듯이 말했다시피 깊은 잠에 빠져있던 동치제는 아닌 밤중에 난입한 자객들에 의하여 이불째로 보쌈이 되어 끌려나갔고, 이 무렵 동치제와 서태후를 업신여기고 경비에 소홀하던 러시아는 이들이 도망치는 동안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였다.

되려 서태후와 동치제가 영국의 협력 아래 사마르칸트에서 빠져나와 티베트로 옮겨가는 동안, 이들을 추격하는 병사 하나 없을 지경이었다. 이것만큼은 서태후 또한 의아하다 못하여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에 분노할 지경이었지만, 러시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조리 죽여라! 설령 피부가 누렇더라도 무기를 들고 대항한다면 노서아 놈들과 한패라고 간주해도 좋다! 항복하지 않는다면 죽인다. 형제들이여, 그것이 우리 몽골의 방식이 아니던가! 자, 가자! 수레바퀴보다 커다란 사내아이는 모조리 죽여 없애 우리의 선조들이 우리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하자!"

"타타르의 멍에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절대로 저 타타르인들을 서쪽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모두 정당한 신앙의 방패요, 그리스도의 검, 영광스러운 로마의 후예, 아버지 러시아의 자손일지니! 위대한 차르의 이름으로, 타타르인들의 침략을 물리칠지어다! 러시아 우라! 차르 우라아-!"

미하일의 허풍과는 달리, 시베리아 사단만으로 3만이 조금 넘는 몽골군의 침공을 막기에 러시아군은 너무나도 숫자도 적고 병기도 변변찮았기 때문이다. 요인을 지킬 최소한의 경비병들까지 징병하여 되는대로 일단 전장에 내보내야 할 정도로, 러시아에는 무엇보다도 사람이 부족했다. 유럽에서의 전쟁이 그만큼 심화하고 있던 탓이다.

이형에게는 그저 러시아의 손을 빌려 몽골을 한차례 솎아둘 작정으로 가볍게 파병한 병력에 지나지 않았지만, 기실 러시아는 이조차 막기 버거운 실정이었다. 미하일은 이형이 침공해온다면 얼마든지 자신이 막아낼 수 있다고 허세를 부렸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하여 허세를 부린 것뿐. 채 5천 명도 되지 않는 시베리아 러시아군으로서는 몽골의 침공을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이형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숫자였다. 결국 미하일이 지휘하는 러시아군은 전면전을 피하면서 유격전으로 일관했고, 그제야 파죽지세로 위구르에서 러시아군을 대파하고 단번에 카자흐스탄까지 러시아군을 밀어붙이던 몽골군은 보급선이 메마르면서 진격이 멈추었다. 이렇게 되자 몽골군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폐하, 전사들이 물자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옵니다. 이는 필시 노서아에서 무언가 간계를 부렸음이 틀림없으니, 마땅히 군을 일으켜 구원하여야 하지 않을는지요."

"음, 물론 그래야겠지.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다. 보급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들은 그런 당연한 것조차 생각하지 않고서 짐의 전사들과 군마를 낭비하고 있단 말인가? 짐이 저들에게 이번 원정을 일임하였던 것은 앞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훼손된 명예를 되찾고, 짐을 향한 변함 없는 충성을 과시할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함이었다. 하나 저들은 짐의 기대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짐을 능멸하고서도 짐에게서 빌려 간 귀중한 대초원의 전사들과 군마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으니, 이들을 어찌 벌하면 좋겠는가?"

"폐, 폐하. 분명 이번 일은 말씀하신 대로이기는 하오나…만일 이대로 둔다면 저들은 꼼짝없이 돌궐인들의 땅에서 목숨을 잃고 말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는 부디 헤아려 주소서. 이미 한차례 폐하를 능멸하고 폐하께서 이를 만회할 자비를 베 푸셨음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게 한 역도들은 죽어 마땅하오나, 전사들이 무슨 죄가 있겠사옵니까."

"내 언제 그들을 죽게 내버려 두겠다고 하였더냐? 당연히 구할 것이다. 암, 구하고말고. 그들 또한 짐의 백성들이거늘 어찌 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니라. 물자도, 전사도 부족한 것이 당연할진대 이를 생각지도 않다가 이제 궁지에 몰렸으니, 살아서 나오려거든 짐이 아니라 그들부터가 절실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들 대부분이 전쟁에 경험이 없던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던 탓에, 이들은 단지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에 열중할 뿐 보급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미처 알지 못하였으며 이에 따라 그들은 처음부터 보급은 아랑곳하지 않고서 무턱대고 적이 물러나면 물러나는 대로 뒤쫓아 가기만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계절은 겨울이었으며, 유목 민족에게는 더없이 혹독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들을 숙청할 작정으로 원정을 단행했던 이형과 대한제국은 이들 몽골 원정군과의 연락이 끊긴 다음에도 이렇다 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세간에 보여줄 작정으로 잠깐 군사들을 일으켜 쳐들어가는 체하였다가 겨울을 핑계로 물러났을 뿐, 이형은 이번만큼은 특별히 전장에 나서거나 하지도 않고서 단지 후반에서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다가 군을 뒤로 물렸다.

그러나 이런 무성의한 구출 작전만으로 절대 적지 않은 숫자의 전사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들을 추격하기에는 현지 러시아군이 너무 적다 보니 러시아군 또한 적극적으로 추격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모두가 보급은 생각지도 않고서 무턱대고 병사들을 지휘하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위구르를 평정한 시점에서 멈춘 이들은 이형이 지원군을 보내자마자 무난하게 도망칠 수 있었다.

"아니,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아직 우리들이 적진에 남아있거늘 겨울을 핑계로 무턱대고 군을 물리다니…! 이걸로 겨우 확신이 섰네. 우리들은 함정에 빠진 거야. 저 조선왕이 기어이 우리들을 죽이려고 노서아 놈들과 짜고서 간계를 부린걸세!"

"허, 허허! 내 일찍부터 의심하기는 했네만, 설마하니 정말로 그러할 줄이야. 내가 어리석었네. 내가 어쩌자고 그 간교한 조선왕을 믿고서 군을 일으켰을꼬? 나를 믿고 따라온 내 씨족들에게 도대체 뭐라고 설명을 하면 좋을지 그저 갑갑하구먼 그래!"

"어허, 이 사람이! 벌써 포기할 셈인가? 아니지, 아직은 때가 아니네. 우리 모두 꼭 살아남으세나. 살아남아야지 고향 땅으로 돌아가 그 조선왕에게 복수도 하고 대초원의 이치도 바로 세우지 않겠는가! 마음을 단단히 먹게. 물자가 부족하다면 적에게서 취하면 그만인 노릇이 아니겠나!"

"…그래, 그래야지. 아암, 고맙네. 덕분에 겨우 눈이 깨이는 기분일세. 살아 돌아가야지. 마땅히 살아 돌아가야지 이 모든 잘못을 바로잡고말고! 죽는 날까지 함께하겠네. 우리 함께 힘을 합쳐 기필코 그리운 고향 땅으로 돌아가세나!"

그 반면, 카자흐스탄까지 기어들어 가 행패를 부리던 패거리는 어찌 구제받을 수 없었다. 애초에 이형이 보낸 지원군의 도움을 받기에는 너무 깊숙이까지 들어간 뒤였으니 이는 필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온종일 말을 쉬지 않고서 쉴 새 없이 달려도 도저히 도망칠 수 없는 적진 한복판에서, 그마저도 이대로 원정을 포기하고 돌아가면 이형에게 문책당할 것이 두려워 후퇴를 망설이던 그들이 무사히 도망칠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다.

결국 그들은 마지막까지 전공을 탐하고 명예를 탐한 대가를 치렀다. 그들은 적진 한복판에 버려졌다. 제아무리 한 줌에 지나지 않는 러시아군이라도, 제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까지 기어들어 온 고립된 몽골군을 상대로 죽을 쑬 리는 없었다. 날이 갈수록 러시아군의 공세는 거칠어져서, 처음에는 잠깐 공격하고서 곧장 물러나며 유격전으로 일관하던 러시아군은 점차 자신감이 붙으며 번번이 야지에서 고립된 몽골 원정군을 습격했다.

그런데도 단기간에 전멸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들이 기병이었던 덕분이었다. 적에게 포위당하기 직전까지 몰렸더라도, 작은 틈새 하나만 발견하면 급히 말을 몰아 도망쳐 나올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계속 도망치기만 해봤자 계속 숫자는 줄어들고 물자는 바닥이 나며 취약해질 뿐. 그들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은 모조리 불태워라! 무엇 하나 남겨서는 안 된다! 어차피 남겨두면 노서아 놈들의 뱃속에 들어갈 것들이다. 불을 질러라! 저항하는 놈들은 모조리 베어죽여라! 보급은 마땅히 적에서 취하는 것, 결코 자비를 베풀지 마라!"

"아이고, 아이고! 야, 이 악독한 몽골 놈들아! 네놈들이 노서아 놈들이랑 다를게 무엇이더냐! 아니, 네놈들은 실로 노서아 놈들보다 더하구나! 노서아 놈들이 제아무리 악독해도 하나 남은 종마까지 멋대로 가져가 잡아먹지는 않았다! 네놈들이 그러고도 사람이더냐!"

"시끄럽다! 이것이 어찌 우리들의 잘못이더냐? 모두 힘없는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더냐! 힘이 있는 자가 힘없는 자의 것을 탐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잘못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냐. 너희들 또한 힘이 있었을 적에는 그리 다를 것도 없었을 터인데! 모조리 끌고 가라! 가져갈 수 없는 것은 모두 죽이고 불태워라!"

"아이고!"

적진에 고립된 몽골군이 더욱 악독하게 변한 것은 물론이었다. 처음에는 같은 황인종이라는 이유로 어느 정도 몽골에 동조하거나 몽골에 호응하여 반러항쟁을 시도하던 현지의 실력가들은 점차 협력은 생각도 않고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약탈하고 다니는 몽골군에게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옛 몽골제국의 환상에 젖어 있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실제 몽골 제국이 어땠는지에 대하여서도 잘 알지 못할뿐더러, 그토록 신봉하고 추종하던 방식도 전근대적에나 먹히던 구닥다리였다. 처음부터 왜곡된 환상을 뒤쫓고 있는 이들이 무턱대고 힘을 들먹이며 모든 것을 약탈하고 저항하는 이들은 모조리 학살하고 다니니 마적 떼가 따로 없었다. 결국 현지인들은 마적 떼에게 등을 돌리고서 이들을 토벌하기 위하여 러시아에 협력하기 시작했고, 민심의 이반은 적진에 고립된 몽골군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현지인들의 고발로 러시아군이 몽골군의 도주 경로에 대하여 속속들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직접 무기를 들고 함께 싸워주지는 않더라도 어떻게든 러시아로부터 숨겨주려고 하고 감싸주려고 했던 이들은 온데간데없었다. 봄이 오기도 전에 몽골 원정군은 글자 그대로 분쇄되어 군대로서의 조직체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마적으로 전락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그나마 러시아군에게 패배한 경우에는 지위의 고저에 따라 포로가 되어 살아남을 수도 있었지만, 현지인들에게 붙잡힌 경우에는 그조차 없었다. 현지 민병대는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몽골 잔당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다녔다.

"쯧, 우매한 것들. 힘으로 밀어붙이면 모두가 고분고분히 따를 줄 알았더냐? 그러나 그 역도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하니, 참으로 통쾌하도다. 덕택에 조금은 홀가분해졌구나. 껄껄껄!"

기어이 그가 구하지 못한 일부 잔당이 전멸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형은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부터 러시아의 손을 빌려 죽일 작정으로 보낸 병력이었으니 잃어봐야 간지럽지도 않았다. 살려둔다면 두고두고 이형의 권위에 저항하며 되지도 않는 추억팔이로 몽골인들을 선동할 것이 분명한 자들이 알아서 자멸해주었으니 이형으로서는 고맙기까지 했다.

물론 기쁜 일만은 아니긴 했다. 몽골 원정군이 상정했던 이상으로 행패를 부리면서 추악하게 몰락한 까닭에 중앙아시아에서 몽골을 바라보는 시선이 급속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만일 후일에라도 중앙아시아를 평정하려고 한다면 그때는 몽골이 아니라 한국군이 직접 나서는 편이 차라리 나을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통치가 반석에 올랐다. 몽골이라는 적이 생기면서 적어도 몽골의 위협이 현실로 남아 있는 동안은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통치에 순종할 것이다. 러시아만이 그들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다고 여길 테니 말이다. 다만 이형에게 그것이 꼭 나쁜 일인가 하면 또 고개를 갸웃하게 되기도 하였다.

'아무튼 적어도 당분간은 러시아가 남아 있는 편이 옳아. 그 러시아 놈이 지적했다시피, 극동에서 러시아의 위협이 아주 소멸해버린다면 그때는 영국도 꺼릴 것 없이 우리 한국을 죽이려고 달려들 거다. 그놈들은 우리 한국이 좋아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러시아와 맞서 싸우라고 지원하는 거니까. 어쩌면, 차라리 러시아는 계속해서 강대국으로 남아있는 편이 우리들에게도 이익일 수 있어.

러시아가 얼마나 강성하냐에 따라 영국이 우리에게 얼마나 투자하느냐도 갈릴 테니까 말이지. 가능하다면 오래오래 프랑스와 영국 미국 모두의 투자를 받으려면, 일단 적어도 당분간 러시아는 목숨줄이 붙어 있을 필요가 있어.'

이형은 이 무렵 전후 구상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었다. 러시아라는 공공의 적에 맞선다는 대의 아래 범아시아 조약기구를 단단하게 묶고, 러시아와 맞선다는 명목으로 영국의 투자를 계속해서 받으며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더욱더 많은 투자를 받아 한국의 패권을 반석에 올리는 구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와 계속 다투되 어느 한쪽이 완전히 멸망할 각오로 다투게 될 정도로 관계가 악화하여서도 안되었고, 러시아가 객관적으로 보아도 지나치게 약화하여 영국이 더는 위협으로 여기지 않게 되어도 안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이 러시아에 압도당할 정도로 러시아가 강해도 안 되었다. 양국의 국력은 어느 한쪽이 압도하지 못하고 적대적 공생이 간신히 성립할 정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옳았다.

성가신 일이었으나, 필요한 작업이기도 했다. 적어도 한국이 안정적으로 천하를 통치할 때까지, 러시아는 계속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하며 주변국들을 공포로 몰아붙일 필요가 있었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리는구나. 그래, 이렇게만 계속되어 다오. 내가 전장의 법도를 잊으려거든 우선 그 전에 전장을 멀리할 수 있도록 환경이 갖추어져야 하지 않겠느냐?"

이형은 쓴웃음을 지었다.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도 모를 혼잣말이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없이 진솔한 속내이기도 했다. 이대로만 계속되기를. 이형은 진심으로 빌었다.

물론 그런 이형의 바램은 서태후 모자의 도주 소식에 단숨에 깨지게 되지만, 그것은 조금 더 나중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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