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185화 (185/530)

< 태동 >

한편, 이 무렵 총리관저.

"조선애국당이라."

박규수는 지난 연말에 치러진 총선에서 벌어진 의아한 결과에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여전히 한양에서 형식적으로 치르는 선거일 뿐이고, 그렇게 선출되어도 별다른 권한은 주어지지 않고 그저 의회에서 황제가 임명한 총리대신의 권위에 찍어 눌러져 입방아를 찧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허울뿐인 의회였다. 이렇다 보니 총선에 출마하는 이들도 그리 대단한 의욕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의회 민주주의라는 제도 자체가 아직 낯선 것도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드문 이유 중 하나였다. 한양의 시민에게 선거란 일종의 인기투표 같은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자신들이 던진 표 때문에 선출된 대표가 중요한 나랏일을 도맡아 하거나 뭔가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실상 그것이 옳았다.

현 대한제국의 총선이란 결국 조정에서 만들어낸 관영 정당인 대한당에서 적당히 추스른 후보들에게 한양의 시민이 당연하게 표를 던지는 구조였다. 비밀선거 원칙 따위 지켜지지 않았고, 선거함은 거리에 아무렇게나 설치되어 하급관료 1명이 수천명의 유권자들을 관리감독해야했다. 당연히 절차는 물론 관리도 건성이어서 거리를 오가던 행인이 심심풀이 삼아 선거함에 2장에서 3장, 혹은 그 이상의 표를 행사해도 무효표로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반영되는 등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이런 구조다 보니 대한당에서 출마한 후보가 당선 되는건 당연했고, 이 때문에 대한당에서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어렵지 일단 출마하였다 하면 당선되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이례적으로 종로구 선거구 딱 1곳에서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조선 민족의 무궁한 번영과 조국 근대화를 위하여 이 한목숨 바치겠다, 라. 표어는 좋구만."

박규수는 그 이변의 주인공인 조선애국당에서 뿌렸다는 선전지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표어는 나쁘지 않았다. 당의 이름부터가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오기도 하고, 이렇다 보니 선전지에서 제시된 공약이나 표어들도 하나같이 애국주의적 색채가 매우 짙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나타났다가 사라져간 무수한 야당 중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개화를 찬동하고 있었다.

강남 일대에서 다물 학당이라는 학당을 세워 운영하며 가난한 고아들을 거둬들여 신식학문을 가르치는 등 교육에 누구보다 열성적이라는 점도 고평가 받을만했다. 그뿐일까. 정당 차원에서 적극 국채매입을 홍보하고 권유하거나 개화를 위한 국가정책을 홍보하고 전장에서 돌아온 귀환병들의 영웅담을 적극 기사에 실어 신문을 발행하는 등, 되려 대한당에서도 어영부영 뒤로만 미루고 있던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고 있기도 했다.

그간 대한 당을 제외하면 개화에 반대하는 유림이 한양까지 상경하여 세운 정당들이거나 아니면 모던보이들의 지나치게 앞서 간 정당들뿐인데 비하여, 개화에 반대하기는커녕 적극적일 뿐 아니라 딱히 자유주의나 사회주의처럼 이질적이고 낯선 이념 대신 개화와 민족주의라는 알기 쉬운 근간을 내세운 조선애국당은 그야말로 혁명적이라고 불릴만했다.

대한당도 결국은 나라에서 만들어낸 관영정당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고려하면, 대한제국에서 최초로 탄생한 근대적인 정당인 셈이었다.

"소문은 예전부터 들어왔지만…허허, 이 정도일 줄이야. 이거 허 대감에게는 안타깝게 되었구먼. 상대가 좋지 않았어. 황상께서 계시는 만큼 이번에도 무난하게 우리 대한 당이 모든 의석을 가져갈 줄 알았더니 이런 변수가 나올 줄이야. 놀라운 일이로구만."

물론 박규수에게 그런 자각은 없었다. 결국, 그 또한 단지 유럽을 구경하고 왔을 뿐, 유럽의 정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의회 민주주의란 지금껏 대한제국이 얼기설기 흉내 내 온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사실 대부분 의원들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극단적인 개화파 중에서도 자유주의자, 공화주의자, 사회주의자, 이렇게 근대적인 이념을 따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몇년 전 헌법 제1조 1항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로 다툰 것도 단지 '서역에서는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당연히 서역처럼 따라 해야 한다-'정도의 인식으로 논쟁이 이뤄진 것이었지, 딱히 그들이 대한제국의 민주주의를 위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대한제국은 조정에서 모든 힘과 권위를 가지고 왕이 적당히 신하들과 논의하여 모든 걸 결정 내리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나라였던 것이다.

그러니 박규수로서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설마하니 대한당에서 낸 후보 중에서 당선되지 못하는 후보가 나올 줄은 예상도 못 한 까닭이었다. 개표결과 자체는 10표 안팎으로 승부가 갈리는 박빙이었지만, 그조차도 대한제국 개국 이래 처음이었다. 설마 하여 다른 선거구들의 개표결과를 찾으니, 무려 10개가 넘는 선거구에서 후보에 출마하여 그와 같은 혈투 끝에 패배한 경우가 절반이 넘었다.

되려 박규수로서는 한국이 승전했다는 소식 보다도 이런 총선 결과가 더 놀라웠다. 전시 총리로서 전장의 상황을 이형 다음으로 속속들이 전해 듣고 있던 입장에서, 한국의 승전은 이미 기정사실이었고 단지 러시아가 언제 항복하느냐만이 불명확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박규수에게 있어서 보다 이변은 총선 쪽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조선애국당에 대하여 평가해달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한번 의견을 물어보고 싶어서 말이네. 자네는 양길리에서 유학하면서 그 서역의 의회 민주주의라는 것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익히 보고 듣지 않았던가? 경험자로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네."

그리고 이때 박규수의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이는 그가 평소 그의 후계자로 점찍어두고 있었으며, 또 영국의 1기 유학생으로서 유학을 다녀온 김홍집이었다. 박규수는 그 즉시 김홍집을 자신의 관저에 호출하였다. 이 무렵 전후 전장에서 돌아온 귀환병 출신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현장으로 돌려보내면 좋을지 교육부 관료들과 골머리를 싸매고 있던 김홍집이었으나, 박규수의 부름에는 한달음에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총리가 부르는데 어딜 감히 자신의 사정을 들먹이며 거절할 수 있겠는가. 결국, 김홍집은 쌓이고 쌓인 서류 더미를 잠시 미뤄두고서 곧장 박규수가 있는 총리관저로 내달려갔다. 그러나 또 무언가 불호령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일 더미가 내려오겠거니-하고 박규수의 총리관저에 들어선 김홍집이 전해 듣게 된 것은 전혀 의외의 요청이었다.

조선애국당에 대하여 평가해보라니. 김홍집으로서는 난해한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그야 소문이야 익히 들었지만, 그래 봤자 이제 겨우 원내로 입성한 꼬마 야당이 아닌가.

"글쎄요, 뭐라고 말씀드려야 좋을지…."

김홍집으로서는 그야말로 막막한 기분이었다. 뭐라 평가하고 싶어도, 뭔가 정당으로서 활동사항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전시에 국채매입을 홍보한다거나 정당지를 발간한다거나 하는 건 분명 기특한 일이지만, 그거야 유럽에서는 웬만한 정당이라면 거의 당연히 하고 있는 일이다. 학당을 세우는 일은 비교적 특이사항으로 꼽을만하나 이 또한 정당이라기보다는 정치단체의 활동에 가깝다.

그들을 정당으로써 평가하려면 우선 그들이 어떤 배경과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원내에 입성하여 어떤 활동을 하는가로 평가해야지 홍보활동을 평가하는 건 논외였다. 그리고 김홍집은 그런 부분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애초에 박규수의 지시로 매일 같이 교육부에서 일에 치여 사는 김홍집이었다. 당연히 총선이나 의회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되려 이런 부분에서 보다 많은 평가를 하고 있는 건 김홍집이 아니라 박규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규수는 딱히 그에 대하여 설명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정당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조차 잘 알지 못하는 박규수로서는 그런 점이 중요하다, 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지도 몰랐다. 김홍집으로서는 난데없이 나타난 절벽과도 같은 막막함에 가슴을 두들길 따름이었다.

"…구라파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애국주의적 색채의 서구식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흠, 과연."

결국 김홍집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이 정도였다. 그 이상을 이야기하기에는 뭔가 정보가 없으니 이걸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기실 박규수가 김홍집에게 기대하던 대답도 이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로서는 조선애국당이 구체적으로 어떤 정당인가보다도, 조선애국당이 약진하고 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평가하면 좋을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홍집의 대답으로 비로소 박규수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 우리 대한이 성실하게 개화에 성과를 보이고 있는 증거라 이 말인가. 허허, 개화의 흔적은 이런 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었던 모양이로군.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이 조선애국당이라는 당에서 배출하는 의원들도 대거 늘어나게 되는 건가. 앞으로 한동안 의회가 시끄럽겠어.'

박규수는 조선애국당의 약진을 대한제국이 근대화되어가는 증거라고 여기기로 했다. 사실 딱히 틀리지도 않기도 했다. 단지 그 파급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을 뿐. 박규수의 세계관 속에서 조선애국당은 고작 해봐야 옛 붕당정치 시절의 붕당 수준이었다. 따라서 그는 그와 대한 당이 황제의 총애를 계속하여 얻고 있는 동안 조선애국당을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아무튼 황제의 권력과 권위는 절대적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도, 옛 붕당정치 시절이라면 이정도 인식으로도 틀리지 않기도 했다. 붕당이라고 해봐야 절대적 권위와 권력을 거머쥔 정복군주 앞에서는 무력할 따름이니까. 함부로 명분을 주지 않도록 단속을 시켜야겠다는 경계라면 몰라도, 그 이상의 인식은 박규수에게 불가능했다.

민중의 지지가 실제 정치에서 하나의 절대적인 힘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건 박규수에게 있어서 상상도 못할 일이었던 탓이다. 결국, 박규수와 대한 당의 세계관에서 그들이 경계해야 할 건 같은 유생과 군주뿐이지, 백성이 아니다.

'만일 이대로 계속 지지가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이 조선애국당이라는 곳이 여당이 될지도. 그런데 조선애국당이라니. 영국으로 치자면 잉글랜드 애국 당이라는 거 아닌가. 정당의 이름이 조금 편협한 거 같은데….'

한편 영국에 유학을 다녀온 김홍집은 조금 더 먼 곳을 보고 있었다. 4년간의 유학 생활이 고작이기는 했으나, 그 4년 동안 정권이 바뀌는 걸 구경하고 온 김홍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뒤바뀐 정권이 조기총선으로 또 한 번 뒤집혔다는 걸 신문에서 읽기도 했다. 덕분에 김홍집은 박규수보다야 의회 제도에 대하여 더욱 심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김홍집의 시선으로 보기에 조선애국당의 약진은 분명 주목할만한 것이었다. 그간 형식적이고 겉으로 보여주기 식의 선거만 치르던 대한제국에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장차 원내야당으로 지위를 굳힐 지지기반을 이미 백성들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구축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김홍집은 이를 말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보냈다는 점 때문에 경원시 당하는 경우가 많던 그였다. 본격적인 의회제도나 정당활동에 대한 담론은 영길리 냄새가 난다며 문책당할 공산이 컸다. 김홍집으로서는 안 그래도 그의 유일하면서도 가장 확고한 뒷배이던 박규수가 마침 은퇴하려는 기미를 보여주는 차에, 그 박규수에게도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수고했네. 이만 돌아가 봐도 좋아."

"네,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대감. 아 참,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마마께서 대감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마께서? 흠, 알겠네. 곧장 가보도록 하지."

김홍집은 결국 끝까지 말하지 않고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규수의 의식 또한 김홍집이 지나가듯이 언급한 황후에 대하여 쏠렸기에, 박규수는 끝까지 김홍집이 말을 삼켰다는 걸 알지 못하고서 자리를 떠났다.

황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렇다 할 소문 한번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태자를 보살피는 일에만 전념하던 황후였다. 그런 황후가 박규수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별일이었다. 자연히 박규수로서는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마마께서 나를 부르시다니, 무슨 일이지? 설마 태자 전하께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 그럴 리는 없다. 그랬다면 나를 찾기 전에 우선 의원을 불렀을 터. 나쁜 소식만 아니었다면 좋겠는데….'

박규수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서두르게 되었다.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생각지도 못하던 악재일 수도 있었다. 박규수는 마음속 깊이 전자이기를 빌었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베를린으로 떠나 종전협상에 참여하라는 황망까지 떨어진 와중에 황실에서 일이라도 터지는 날에는 조정에서 무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평안 무탈하셔 보이니 무엇보다 다행이옵니다, 마마."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박 대감. 그리 급한 일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곧장 와주시니 기쁠 따름입니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황후는 잔잔한 미소를 띠고서 그런 박규수를 마중하였다. 그 미소에 어두운 기색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박규수는 마음속 깊이 안도하며 깊이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만일 태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면 황후가 저런 평안한 모습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저 황후의 다음 말을 기다릴 따름이었다. 긴장의 끈을 놓쳐서야 안 되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지금 같은 정세에 황실에 무슨 일이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지신명에게 감사할 일이었으니까.

"근시일 내에 유럽으로 떠나실 거라 들었습니다. 분명, 백림에서 열릴 종전협상에 황상을 대신하여 참여하실 거라 하셨지요."

"말씀하신 대로이옵니다, 마마. 염려하지 마소서. 황상께서도 머지않아 이곳 한성으로 돌아오실 것이옵니다."

"그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전에, 대감께 한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지 말씀하시지요, 마마. 소신이 따를 수 있는 명이라면 얼마든지 따르겠나이다."

황후는 은은하게 웃었다. 부드러운, 그리고 온화한 웃음이었다. 허리를 굽혀 예를 보이며, 박규수는 새삼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안하무인의 황제와 달리 황후가 이처럼 현명하고 온화하니, 그래도 그럭저럭 아직도 궁이 궁으로서 남아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만일 황후까지 왈가닥이었다면 지금쯤 궁은 궁이 아니라 시정잡배들의 소굴이나 다름없어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황후의 다음 말은 박규수에게 있어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명령이라니, 그런 딱딱한 말씀 하지 마시어요. 그리 대단한 부탁도 아니니까요. 다름이 아니라, 가시는 길에 더욱 일찍 황상을 뵙게 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이옵니다, 마마. 소신 또한 아직 황상께 어찌 협상하면 좋을지 듣지 못하였으니, 마땅히 그래야겠지요."

"그렇다면 황상께 대신 여쭈어 주세요. 태자가 얼마 전 말문이 트였는데, 이 아이가 만주말과 조선말 중 어떤 말로 처음 마마라 불렀겠느냐고."

"…험."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탁에, 박규수는 무심코 헛기침을 했다.

황후는 악동처럼 득의양양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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