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187화 (187/530)

< 최고의 협상장 >

박규수가 막 한양을 떠나 베를린으로 향하는 증기선에 몸을 실을 무렵, 베를린에서는 열강들 사이에서 협상이 시작된 와중이었다. 어중간한 시점에서 휴전을 약정하고 종전협상을 시작하게 된 만큼, 상당한 마라톤협상이 예견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열강들은 구태여 한국을 기다리려 하지 않았다. 못해도 수개월 후에나 도착할 한국과 함께 협상을 시작하기에는 당장에 아직 결정되지 못한 사항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본래는 예카테린부르크나 블라디보스토크 등의 시베리아 러시아의 주요 도시들에서 이뤄지라던 극동 전선에서의 종전협상을 억지로 베를린으로 통합해 한국을 유럽으로 초대한 건 영국뿐이었던 탓도 컸다. 러시아를 포함하여, 참전국들은 영국의 초대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극동의 비백인국을 베를린으로 초대해 당당한 승전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주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영 마음에 차지를 않았던 것이다.

영국이 먼저 강력히 요구하고 프랑스가 이에 동조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의 베를린 종전협상 참여는 처음부터 성사되지 못했으리라. 그래서, 영국과 프랑스의 억지에 한국이라는 이질적인 방문자가 유럽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 그 잘난 유럽의 문명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하면.

"이런 협상이 대관절 무슨 소용인가! 인민을 대표하여 우리는 제멋대로 종전협상에 서명한 더러운 자본주의 돼지들을 규탄한다! 이 민족의 반역자 놈들! 너희가 다 망친 거야! 조국 통일과 세계 혁명의 의무를 저버리고서 서방 세계의 부르주아 놈들이 전쟁을 끝내자는 말에 그리 고분고분 따르다니! 처음부터 자유주의자 놈들 따위와 손을 시작하는 게 아니었다!"

"친애하는 독일의 형제자매들이여! 인민이여, 단결하라! 굴레를 벗어던지자! 함께 무기를 들고 일어나 부르주아 정권 타도하고 프롤레타리아들의 지상낙원 이룩하세! 세계혁명 만세! 인터내셔널 만세! 만만세!"

"폭도들은 지금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반복한다, 폭도들은 지금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너희는 포위되었다!"

…당장 협상장으로 사용되어야 할 베를린부터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좋게 말하면 프롤레타리아에 의한 프롤레타리아를 위한 세계혁명의 위대한 첫걸음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극좌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반란이나 쿠데타였다. 당연히 종전협상은 뒤로 미뤄져 각국의 전권대사들은 독일군의 호위 아래 급히 베를린에서 탈출하고, 종전협상은 무기한 연기된 와중이었다.

전쟁 중 공산주의 세력은 건국 초기에야 사방에서 공격당하는 처지이다 보니 적극 독일 민주당 정권에 협력했지만, 전세가 어느 정도 프로이센 공화국을 비롯한 협상국의 우세로 기운 다음에는 이대로 승전할 경우 민족주의와 자유주의의 약진 속에서 토사구팽당할 것을 두려워해 의도적으로 후방에서 파업을 벌이거나 참전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는 자신들의 사보타주 활동이 적지 않은 이바지를 한 급작스러운 종전협상이 결정되자, 마침 총동원령이라는 핑계로 시민에게 대거 무기가 분배되고 있다는 것을 노려 관청을 습격, 무기고를 점령한 후 시민군을 결성하여 투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이미 극좌에 시민군과 독일군의 전쟁터였고, 이는 신성로마제국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쪽은 자유주의 세력과 연계한 시위대가 사방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신이시여, 카이저를 보우하소서! 정당한 보편 교회의 가르침이 온 대지에 고루 미칠 지며, 하나뿐이신 주께서 약속하신 바와 같이 정당한 카이저의 통치가 온 유럽에 고루 미칠 수 있도록 함께해주소서!"

"카이저시여! 당신의 비천한 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소서! 카이저시여, 만수무강하소서! 부디 이 비천한 종들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시어, 자비를 베푸소서!"

"섣불리 무기를 동원하지 마라! 피를 보여서는 안 된다. 지금 시내에서 저만한 규모의 군중이 폭동을 일으켰다간, 제국은 끝장이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신성로마제국에서 이뤄지던 시위는 혁명이라기보다는 참정권 확대와 노동권 개선을 요구로 하는 평화적인 시위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물론 그조차도 충분히 위협적 이긴 매한가지였다. 수만 명의 군중이 피를 보고 흥분하여 날 뒤기 시작하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신성로마제국은 섣불리 시위를 진압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전쟁 중에 헌병대의 단속에도 계속 늘어가기만 하던 시위대는 이 무렵에는 이미 독일 전역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시위대의 요구는 각기 달랐다. 워낙에 다양한 진영에서 뛰쳐나오고 있던지라 그럴 수밖에는 없었다. 마침 제국의 도읍 빈은 당대 유럽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과 문화, 그리고 사상이 모이는 곳이었다. 제국에서는 시위대와 대치하면서도 도대체 어느 진영과 타협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1848년에 있었던 혁명이 또 한 번 재현된 격이었다. 프로이센 왕국이 무너지고 프로이센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고무된 독일 각지의 혁명가들이 마구 뛰쳐나오고 있던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1848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시위 진압을 위하여 14만 대군을 파병하는 등의 활동을 보여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장 전선에서 병사들이 메마르던 까닭이다.

러시아가 폴란드 함락이 계기가 되어 종전을 선택했다면, 독일과 신성로마제국 양국이 종전을 택한 이유는 이러한 혁명의 물결 탓이었다. 전쟁 중 후방에서 자꾸만 개혁과 혁명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뛰어나오다 보니 일단 전쟁보다는 흥분한 시민을 진정시키는 걸 우선시하게 된 것이다.

"그래, 폭도들은 뭐라고 하던가? 기어이 짐을 끌어내리고 우리 합스부르크의 목을 쳐야지만 직성이 풀리겠다던가?"

"그럴 리가 있겠어옵니까. 저들은 여전히 폐하의 충성스러운 신민으로서 남기를 바라고 있사옵니다. 북부의 역도들에 비하면, 저들은 단지 폐할게. 자비를 청하고 있을 따름이옵니다."

"허허, 그거는 다행이군. 그래, 아바마마께서 하신 실수를 또다시 반복할 수는 없지. 대표를 부르게나. 이미 그 지독한 마자르 인들과도, 독일의 제후들과도 타협한 몸일세. 인제 와서 자유주의자들이 대수겠는가."

"하명하신대로 하겠나이다, 폐하."

그나마 신성로마제국의 혼란상은 순조롭게 수습되었다. 마침 제위에 올랐던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이미 헝가리와의 대타협 이래로 백성의 불만을 무턱대고 무력으로 찍어누르려고 해봐야 소용없다는 교훈을 얻은 카이저였을뿐더러, 기실 시위대가 요구로 하는 것도 영국식 입헌군주정이었지 제정의 부정과 공화국 건국이 아니었기에 비교적 타협점을 발견하기 수월했기 때문이다.

결국 신성로마제국의 혼란상은 부활절을 전후로 하여 카이저가 몸소 개혁을 약속한 이래로 시위대가 뿔뿔이 흩어지며 수습되었다. 혁명을 요구로 하던 과격세력들이 모두 독일 연방 공화국에 몰려갔던 것도 신성로마제국의 혼란상이 비교적 수월하게 수습된 이유 중 하나였다. 사회주의 혁명을 원하건 자유주의 혁명을 원하건 일단 과격파는 모두 독일 연방에 몰려가 한창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보니, 신성로마제국에는 상대적으로 온건파만 남았던 것이다.

그러나 후방에서의 혼란이 사라진 이후로도 신성로마제국은 함부로 휴전을 깰 엄두를 내지 못했다. 평민 시위대와 타협한 이후로는 프랑스와의 전쟁을 빌미로 뒤로 미뤄두고 있었던 제후와 귀족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또다시 타협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신성로마제국은 별수 없이 독일의 재통일보다는 당장 내부의 진통을 수습하는데 전념해야만 했다.

"인민들의 피고름을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 같은 부르주아 돼지 놈들! 자유와 방종을 착각하는 저 돼지들에게 역사의 심판을 보여주자!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인민 만세! 프롤레타리아 독재 만만세!"

"전체주의자 놈들의 야망을 단호히 쳐부수자! 우리 자유로운 독일 시민을 위협하는 저 빨갱이 놈들을 용서하지 마라! 설령 오늘 이 몸이 죽을지언정 나는 노예가 아닌 자유 시민으로서 죽기를 택하겠노라! 자유 만세! 공화국 만세!"

그러나 독일 연방은 그렇게 쉽게 수습되지 못했다. 당장 신성로마제국에서 사회주의 세력은 고작 해봐야 무수한 개혁 요구 세력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독일 연방 공화국에서 사회주의 세력은 자유주의 세력과 함께 연정을 이뤄 프로이센 공화국을 건국한 주요 세력 중 하나였다. 이들의 궐기는 필연적으로 쿠데타일 수밖에 없었다.

예기치 못한 급작스러운 쿠데타로 수도 베를린이 함락되고 프랑크푸르트로 임시 피난한 공화국 정부가 후방의 군을 수습하는 동안, 베를린을 점령한 사회주의 세력은 미텔유로파 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선언했다. 독일이라는 국가 정체성을 거부하고 미텔 유로파-즉 중부 유럽이라는 지역명을 국명으로 채택하면서 민족주의를 거부한 국제주의적 색채를 나타낸 것이다.

"우리는 두려워할 이유도, 다급해할 이유도 없다. 이제 곧 낡은 집이 허물어지듯 낡은 세계 질서는 도미노처럼 무너져내릴 것이다! 마침내 탐욕과 야만의 시대가 끝나고, 차례차례로 궐기하는 국제 프롤레타리아의 손에 세계혁명이 완성되리라!"

이 무렵 미텔 유로파 인민공화국의 초대 의장으로 선출된 카를 마르크스는 공공연히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자신들이 처음 성공하는 걸 보였으니, 곧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를 보고서 차례차례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것이다. 이러한 낙관론은 이 무렵 베를린에서는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미텔유로파 인민공화국은 외교부도 따로 두지 않고서 곧 모든 나라가 사회주의 혁명으로 무너져 허물어지고 온 세상이 하나가 될 것이라 진심으로 믿어졌다.

물론 이들의 믿음은 헛된 것이었다. 대책 없는 낙관론은 대책 없이 허물어졌다. 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혁명은 단지 베를린에서 만으로 끝났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끝났군."

여전히 총성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베를린을 뒤로 한 채, 루이는 별다른 감흥 없이 중얼거렸다. 도시 곳곳에 드리워져 있던 미텔유로파 인민공화국의 붉은 깃발은 그들이 건국을 선언한 지 불과 1개월 만에 허물어져 아무렇게나 반쯤 폐허가 된 도시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벌써 수차례 짓밟힌 듯, 붉은 깃발은 무수한 때와 먼지로 더럽혀져 갈색으로 변질하였다.

이들 미텔유로파 인민공화국의 오산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신들이 궐기한다면 당연히 다른 나라들도 곧바로 차례차례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여긴 것이고, 또 하나는 당장 베를린 근교에 프랑스군과 영국군이 주둔 중이라는 걸 과소평가했다는 점이었다. 요새도시 베를린이 연합군을 막아내는 동안 혁명 동지들이 온 세상을 뒤집어엎으리라 믿었던 그들의 믿음은, 동맹국 독일의 요청에 따라 공산 반군을 공격한 영불연합군에 의하여 산산이 분쇄되었다.

영불연합군은 베를린을 물샐틈없이 봉쇄하여 공산 반군을 철저히 말라죽었다. 1달간의 봉쇄와 그 직후 이어진 장갑척탄병을 앞세운 총돌격은 모든 인민은 평등해야 한다는 이유로 군 계급마저 없애버린 미텔유로파군의 환상을 손쉽게 불태웠다. 한때 붉은 깃발이 펄럭이던 베를린에는 다시금 독일 연방 공화국의 삼색기가 내걸렸고, 공교롭게도 그 깃발을 내건 것은 독일인 병사들이었다.

"초대를 받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베를린에 오고 싶지는 않았는데…."

여전히 곳곳에서는 포성과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직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잔당들이 도시 곳곳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던 까닭이었다. 루이는 그런 베를린을 착잡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몰트케는 루이에게 정 원한다면 베를린으로 직접 찾아와 목을 배가라고 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것은 예언되어 다소 삐뚤어진 형태로 지금 실현되고 있었다.

루이는 내심 몰트케가 신문을 읽지 않기를 빌었다. 차라리 지금 베를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모르기를 바라는 무인의 정이었다. 몰트케 또한 베를린이 이런 식으로 한번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았을 테니까. 물론 헛된 소망이었다. 어쩌면 위선이라고 해도 좋을는지도 몰랐다.

루이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신문이라도 읽으셨습니까? 그런 표정 마십시오. 기왕에 이겼으면 웃어야지 왜 매번 그런 얼굴이십니까?."

"…조제프."

그런 루이를 상념에서 깨운 것은 언제 나와 같은 조제프의 잔소리였다. 그 낯익은 목소리에 루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조제프를 돌아보았다. 오는 길에 흙탕물에 구르기라도 했는지, 조제프의 온몸은 흙먼지로 더럽혀져 있었다. 혹은, 대포에 빗맞았거나.

아마 후자일 것이라 루이는 추측했다.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지만, 귀가 지끈거리는 듯 한쪽 눈을 찌푸린 채로 자꾸만 인상을 쓰고 있었다. 또다시 포격음에 고막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걱정 어린 덕담이라도 건네주기에는 이미 두 사람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루이는 아무 말 없이 붕대를 건넸고, 조제프는 곧장 한 장 찢어서는 귀에 쑤셔 넣었다.

"왜 각하께서 궁상을 떠시는지 저로서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뭐 지난 1년여간 함께 싸웠다지만, 원래는 적국이었잖습니까. 구태여 우리가 부채의식을 느낄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니, 별거 아닐세. 그저 잠시 감상적이 되었을 뿐이야. 그래서, 반군 지도자들은 어떻게 되었지? 체포했나, 그도 아니면 자결했나."

"체포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군에서 체포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 멍청한 놈들, 북해를 통해서 스칸디나비아에 가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당연히 도중에 영국 놈들에게 붙들렸지요. 제기랄, 이거 피는 우리가 다 흘리고 또 영국 놈들이 알짜배기만 뺏어 먹은 격 아닙니까?"

"뭘 어쩌겠나. 익숙해져야지. 원래 단꿀만 빨고 힘든 건 다른 나라에 떠넘기는 건 그 치들 특기잖나."

투덜거리는 조제프에게 루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뒤편에서 들려오는 총성이 조금씩 멎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잔당들의 힘이 다한 모양이었다. 루이는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무렵에도 느꼈던 묘한 탈력감이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런 탈력감을 느껴야만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루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경험은 두 번이면 충분했다. 그의 생전에 또다시 이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결코 그가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루이는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도시가 엉망진창이 되었군요. 이거 협상장으로 쓸 수는 있는 겁니까? 온통 반쯤 부서진 건물들뿐인데, 높으신 양반들께는 영 마음에 차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도시를 빙 둘러보며, 조제프는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직 잔당 소탕도 채다 끝나지 않은 도시를 누가 협상장으로 쓰고 싶어하겠는가. 그러나 루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기어이 이 도시를 쓰고야 말겠다는 전언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름 안에는 잔당 소탕을 마무리 짓고 도시의 치안을 확보하라는 명령이야."

"그것참 개새…가 아니라. 변태 같은 놈이군요. 누구랍니까? 바로 직전까지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던 곳에서 산해진미를 늘어놓고서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시꺼먼 남정네들이랑 입이나 털겠다니. 배에 빨갱이 놈들이 권총이라도 박아줘야 정신을 차리겠는데요."

"루이 외젠 보나파르트. 우리 프랑스의 황제 폐하이시지, 아마? 선제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무슨 수를 써서건 베를린을 쓰셔야만 하겠다는 전언이다."

조제프는 그날 처음으로 루이가 보는 앞에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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