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188화 (188/530)

< 귀국 >

서력 1873년 2월 12일.

이날은 대한제국에 있어서 특별한 날이었다. 역사적인 날이라고 해도 좋았다. 지난 반만년 간의 역사. 그 기나긴 역사 내내 언제나 당하거나, 휘둘리거나, 가까스로 막아내던 것이 고작이던 중원을 상대로-역사상 처음으로 침공을 시도하여 실제로 중원 전역을 발아래에 무릎 꿇리는 데에 성공한 황제가 한양에 돌아오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본래도 한반도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인 경기도라지만, 이날만큼 경기도-그중에서도 한양에 이만한 인파가 모인 적은 없었다. 이미 신문에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1달여 전부터 황상께서 마침내 한양에 돌아온다는 소문이 돈 것만으로 무수한 인파가 한양을 향하여 몰려들었다. 비록 그 용안은 보지 못하더라도, 하다못해 함께 환영해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신분의 고저도 상관없었다. 그간 황제가 서역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서역의 학문을 가르치려는 것을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지방의 늙은 선비들조차, 이날만큼은 자신이 감히 의심을 하였던 사실에 후회하며 한양을 향해 이마가 터지도록 몇 번이고 절을 올렸다. 황제에게 토지를 나눠 받았던 소작농들이나, 노비 문서가 태워지며 자유를 약속받은 노비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대한제국 만세! 승리 만세! 황상 만만세!"""

"으흑, 으흐흑. 꺼흐흐흑…!"

그들 모여서 만세를 외쳤다. 마침내 돌아온 황제를 향하여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전쟁에서 이기고, 이기고, 또다시 이겨-마침내는 중원을 발아래에 둔 청년 황제. 그를 향한 백성들의 신망이란 차마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날, 한양은 온통 지평선까지 하얀색으로 뒤덮였다. 언제나처럼 백의를 입고 나온 백성들에게 뒤덮여 신식 건물의 붉은 빛이나 초목의 푸른빛조차 사라지고 만 것이다.

황제를 환영하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했다. 소리 높여 만세를 부르며 양팔을 하늘 높이 있는 힘껏 뻗는 이들이 있었던가 하면, 몇 차례고 정중하게 절을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벅차오르는 감동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서 대뜸 울음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각자가 방법은 달랐으나, 모두가 황제를 환영하는 뜻만은 한결같았다.

이들을 어떻게든 집으로 돌려보내려던 조정의 고관들이 난색을 보인 것이 바로 이 탓이었다. 비록 예법에 밝지 못한 무지한 백성들이라도, 저들 또한 승전을 기뻐하며 황상을 환영하는 뜻에서 이렇게도 몰려든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무리 말로 반복해도 쉬이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 백성들에게 난색을 보이다, 마침 소식을 접한 황제에게서 환영인파에게 간섭하지 말라는 황명까지 내려오자 포기해버렸다.

"모두 물러나시오! 위험하외다! 선을 지키시오! 이 이 뒤는 강이고 물에 빠질 수 있단 말이오!"

"헌병대에 도움을 요청해! 우리들만으로는 숫자에서 밀린다! 젠장, 밀지 말라고! 다 같이 물귀신 되고 싶어?"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한양에는 이날 대한제국 경무청에서는 최저 5만, 최대 10만에 가까운 백성들이 몰려들었다고 파악했다. 이조차도 지방에서 올라온 백성들만 집계한 것으로, 황제를 환영하려 뛰쳐나온 한양 시민들까지 더한다면 그 예상 수치는 2배 가까이 뛰었다. 당연히 한성부의 경무청 소속 경찰력 전부가 동원되어도 이만한 숫자의 인파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마침 황제는 얼마 전 영국에서 매입한 신식 호위함 울산함에 탑승하여 동형함 2척의 호위를 받으며 한강을 거슬러 올라 인천에서 한양에 위치한 궁까지 향했고, 따라서 인파는 특히 한강에 모였다. 이는 마침 황제의 귀환이 아직 열강들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기는 해도 대한제국군이 신식 증기선을 갖추었다는 걸 과시할 기회였기 때문이었고, 실제로 그것은 유효하여 백성들은 다시금 서구에서 들어오는 신식문물에 대하여 환상을 품게 되었다.

단지 그것을 구경하는 흥분한 인파들을 억제해야 하는 경무청의 전투경찰들만 죽어 나갔을 따름이다. 결국 이들은 국가헌병대는 물론이고 한성부에 주둔하고 있던 시위 군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하여 인파들을 통제해야만 했다. 아직 도시 인구가 30만을 넘기지 못한 한성부에서, 10만에서 20만에 달하는 인파가 모이니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소동이었다.

"이거 그냥 인천에서부터 말 타고 갈 걸 그랬나….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단 말이지."

퍼퍼펑-.

기선의 예포 소리를 뒤로 한 채, 이형은 뭍 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소란을 흘긋 올려다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강물에 빠지거나 하는 불상사는 없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이형의 시야에 그런 사례는 잡히지 않았다. 단지 경무청의 경찰들과 국가헌병대의 헌병들, 제국 시위 군의 근위병까지 한 덩어리가 되어 지나치게 모여버린 인파를 어떻게든 제어하려고 애쓰는 모습만 잡힐 뿐.

물론 이형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도 절대 적지 않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떤 식으로건 이미 사고가 일어났을 확률이 높았다. 저만한 인파가 모이고서도 어떠한 소란도 없으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도둑놈 심보였다.

그런 사고를 막으려면 애초에 인파를 억제하는 것이 옳았다. 다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육군에 모든 자원을 퍼부어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해군도 체급에 걸맞은 수준까지는 육성해둬야 하는데…막상 해군을 육성하기에는 지금껏 해군이 활약을 보일 장소도 기회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개선식에서 한껏 기를 세워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백성들은 해군이 있는 줄도 모를 거야.'

그리고 이러자면 당연히 우선 구경꾼들이 되는대로 모여들어야 했다. 해군이 처음으로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대한제국이 보유한 몇 안 되는 증기선 함대의 관함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막상 보는 이들이 몇천 명 정도가 고작이라면 도대체 누가 증기선을 기억해서 널리 퍼뜨려준단 말인가. 제아무리 신문에 실린다고 한들, 아직 삽화 정도라면 몰라도 사진이 한국의 신문에 실리지는 않는다.

사진기를 가지고 있는 이들부터가 없다시피 한 까닭이다. 그럼 결국 신문에서 아무리 증기선들의 위용을 이야기해도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하게 될 것이다. 온통 글로 된 신문으로 증기선을 접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대부분의 백성에게는 믿기 어렵다. 아직 증기기관차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인 대한제국에서 배에서 난로를 때워 배가 움직인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인 것이다.

마침 이날은 이형의 입국식겸 개선식이 있던 날이었고, 그 덕분에 그간 수도 한성의 번영과 변화에 대하여 글로만 혹은 소문으로만 듣고 있던 지방의 백성들까지 대거 상경했다. 그러니 이형은 다소 무리해서라도 최대한 인파를 모아, 그들이 보는 앞에서 관함식을 했다.

"세, 세상에! 저게 다 뭐야? 무슨 배가 저렇게 커! 아니, 그것보다. 부, 불이 나고 있잖아! 저 연기 나는 것 좀 봐! 아이고, 황상! 어서 나오십쇼! 그러다가 꼼짝없이-."

"에헤이, 이 사람이. 보니까 진짜 촌에서 올라왔나 보고만? 저건 배에서 불이 난 게 아니라 증기라는 걸 이용해서 움직이는 중인 거라고. 그러니까 저 배는 저 굴뚝에서 연기가 계속 나고 있어야 한다, 이 말씀이야!"

"아, 저게 그 색목인들이 타고 다닌다는 그 배야? 아니, 무슨 배가 연기가 난데. 맙소사. 진짜로 세상이 바뀌었구나. 세상이 바뀌었어. 도대체 황상께서는 저런 신기한 기물들을 어디에서 가지고 오신 것인지…."

"그야 당연히 서역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사람이 설마 하늘에서 내려줬다거나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낄낄낄!"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이 무렵 대한제국에는 딱히 증기선에 대한 악몽이라고 부를 법한 것이 없던 게 가장 컸다. 이 무렵의 증기선은 수도 한양과 인천을 비롯한 항구도시의 백성들에게는 한없이 친숙하고 낯익은, 그러나 서역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양의 백성들은 단지 증기선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황제를 태우고서 한강을 기어오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대부분의 백성에게 증기선은 글이나 낭설로만 접하던 존재였다. 그나마 이 무렵 증기기관차는 아직도 노선이 한창 새로 만들어지던 중이고 군에 입대한 병사들은 좋건 싫건 한 번쯤 구경하게 되는 만큼 그 존재를 직접 접하기도 어렵지 않았지만, 증기선은 정말로 항구에 가볼 일이 있었던 게 아닌 이상 구경은커녕 소문도 듣기 어려웠다.

자연히 처음으로 한성에서 증기선의 존재를 접한 이들은 이것이 서역의 것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잦았다. 그들은 그저 막연하게 황제가 증기선에 올라있으며 배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황제가 상제의 총애를 받아 하늘에서 내려줬다거나 아니면 태조대왕을 비롯한 선왕들이 조선을 걱정하는 마음에 내려줬다고 덜컥 믿어버렸다.

물론 이러한 착각은 이내 주변의 다른 구경꾼들에게 고정되고는 했지만, 첫인상은 언제나 강렬하고 오래가는 법인지라. 지방의 백성들에게 있어서 증기선은 으레 친숙하거나 신비스러운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이형이 당초 의도하였던 대로 이뤄진 셈이었다.

"젠장, 뭐가 들려야 말이지. 이 시대에는 아직 뭐 방송 장치라고 부를법한 게 하나도 없으니…! 쟤들이 승전에 기뻐하는 것인지 증기선을 보고 좋아하는지 내가 도대체 어떻게 알아?"

다만 이것이 이형에게 곧장 전달 되었는가 하면-당연히 아니었다. 이형으로서는 그저 답답함에 가슴을 두들길 따름이었다. 망원경으로 슬쩍슬쩍 환영인파를 훔쳐봐도 하나 같이 웃는 얼굴 내지 감동이 벅차서 펑펑 우는 얼굴들뿐이니 그게 무엇 때문에 웃는 것인지를 알기가 어려웠다. 이형은 뒤늦게 미리 연락망을 갖춰두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가 배에 타고 있어도 이런 이야기를 미리 육상에서 일을 보고 있는 관료들에게 해두었다면 어떤 식으로건 그에게 지금쯤 보고가 들어왔을 텐데, 미처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지 못하고 이번에도 그 혼자 생각해서 그 혼자 일을 벌였다 보니 그가 놓친 부분이 메워지지 못하고 그대로 남은 격이다. 이형은 자신의 곁에 둘 비서 내지 참모의 존재를 절실하게 바라게 되었다.

혹은 그의 곁에서 그의 속마음을 남김없이 전해 들으며 몸에 붙어 있지 않은 팔처럼 움직여 그의 심부름을 대신해 줄 심부름꾼만이라도. 어느 쪽이건 그는 자신 혼자만으로 이 모든 일을 벌이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전봉준을 들였던 거고, 다행히도 그간 푹 요양해서 몸은 다 나은 듯한데-.'

"폐하, 조금 전 나룻배 사공이 노에 엮어서 한 뭉치의 서류를 올려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몸이 여기 오기 전 가져다 달라 요구했던 서류겠지. 그래, 받아오느라 수고했다."

이 무렵 이형의 소감은 다른 건 몰라도 심부름꾼 역할은 톡톡히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장안에서 조랑말에게 걷어차였을 때만 해도 반쯤 포기하고 있었지만, 이형이 장안에 두고 떠나는 동안 운 좋게도 용한 의사를 만나 1년여간 재활에 전념한 덕분인지 지금은 훌훌 털고 일어나 이형의 심부름꾼으로서의 일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키는 그리 크지 않아 정작 본업이라 할 수 있을 호위 병사로서의 역할은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애초에 명목상의 역할일 뿐 이형은 전봉준에게 호위병의 역할을 기대한 적이 없었다. 막상 전봉준은 그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닌 탓에 그 이후로도 매일 같이 기마술을 연습하고 무술을 단련하고 군서를 읽는 등 착실하게 힘을 길러 나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부드럽던 손도 이제는 완전히 굳은살로 울퉁불퉁해지고, 악력도 억세어진 것을 이형은 서류를 건네받으며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또한 이형이 전봉준을 두고 간 동안 혼자 노력한 덕분일 터였다. 이형은 그런 전봉준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시선을 서류로 향했다. 조정의 관료들에게 그가 한양을 떠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하여 최대한 간략하게 요약하도록 한 일종의 요약본이었다.

'뭐 대강 짐작은 가지만….'

이형은 내심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서류를 펼쳐 들었다. 이형이 처음부터 갖은 수식어는 제외하고서 최대한 직접적인 수치 위주로 기술하라고 요구한 까닭에, 서류는 자세한 설명보다는 수치 위주로만 쭈욱 기술되어 있었다. 숫자와는 도통 연이 없던 이형에게는 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는 악마의 서류였다. 흡사 숫자라는 이름의 외계어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이형은 대부분 항목을 읽지 않고서 넘겨 버렸다. 애초에 읽는다고 해봤자 아직 서류작업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그가 그 수치에서 어디까지 정확한 내막을 파악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기도 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하나는 정치구조. 구체적으로는 의회에서 각 정당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에서 일어난 변화-인데. 이건 또 뭐야. 조선 애국당? 이름만 봐서는 국수주의 내지 제국주의 성향의 정당이라는 느낌인데. 이런 녀석들이 왜 벌써 튀어나와? 적어도 10년에서 20년은 뒤라고 생각했는데.'

이형은 절로 표정이 일그러져 가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그의 예상에서 벗어난 이변이 등장한 것이다. 기실, 이런 정당 활동 자체는 지금의 한국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의회제도도 민주주의도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대한제국에서 정치에 대한 이해가 늘어난다면 그건 곧 후손들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차피 이형이 제아무리 용을 써봐야 이형의 생전에 의회 민주주의의 실현은 불가능했다. 하다못해 그의 다음 세대라면 몰라도, 그는 죽을 때까지 절대군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형은 대한제국을 언제까지고 절대군주제로 남겨둘 생각도 없었다. 개인의 역량에 모든 걸 의존하는 독재정은 개인의 역량이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 파탄 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근대적 정당 활동의 활성화는 분명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변화상이 그의 예상을 월등히 앞서고 있었다. 적어도 10년에서 20년 가까이 앞선 것이다.

'이 녀석들 뒷배경이 뭐지? 상인-이 이런 거 만들었다가는 당장 양반들에게 욕이나 직 싸게 먹을 테고. 지식인? 아니, 이제 막 유학생들이 하나둘씩 돌아오는 와중에 무슨. 걔들은 조정에서 일하느라 바쁘지. 그렇다면 장교나 귀환병인가? …이쪽이 가장 가능성이 높군. 우라질, 하필 군바리 정당으로 시작을 끊냐…!'

이형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군부가 힘을 가지는 건 산업화나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든 나라의 숙명이다. 각지에서 일어나는 반발을 힘으로 찍어 누르고, 제국주의 열강들의 침공 위협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우선 다른 건 미뤄두고 군사력부터 육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한도 그 전철을 밟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형은 일단 꾸욱 눌러 참고서 다음 장을 넘겼다.

"아, 우라질."

"네?"

"아니, 무시해."

그리고 이형은 다음 장을 펼친 순간 일단 욕지거리부터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전봉준이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서도, 일단 욕지거리부터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율이 100%인 것도 아닌데, 내무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대한제국의 경제 규모와 대한제국 정부의 재정수입이 거의 맞먹고 있었다.

전쟁 중이라고 국채를 너무 많이, 그리고 비싸게 팔아먹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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