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마사업 >
"영국, 흐으음. 영국의 국채가 잠시나마 폭락한다는 말씀입니까. …솔직히 믿기 어렵군요. 혹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라도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감이외다. 감. 그냥 감이 그렇다는 것이오. 영 미심쩍다면 그냥 못 들은 척 하는 것도 좋소."
"아니오, 일단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그 천하의 영국이 잠시나마 휘청인다면, 그야 분명 어마어마한 일이 될 테니까요. 어쩌면 전 세계의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릴지도 모르겠군요. …이게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인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연히 이유를 설명받지 못한 카네기는 이형의 말을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사실 그것이 당연했다. 적어도 지금 겉으로만 보기에 영국이 갑자기 휘청일 거라는 예측은 허무맹랑해 보인다. 도저히 그런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인도인들의 독립항쟁은 이미 짓밟혀 버렸고, 유럽 대륙에서의 전쟁은 잠시 소강 기미를 보이나 여기서도 영국은 우세를 점하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만 보기에, 영국의 패권은 영원할 것처럼만 보인다. 분명 요즈음 다소 지출이 극심해진 것은 사실이나, 유럽에서의 전쟁이 흐지부지 마무리되고 모든 열강이 다음 전쟁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는 오늘날 과연 그 과한 지출이 콕 집어서 영국이 흔들릴 징조 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러나 이형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카네기는 남북전쟁기에 한몫을 잡은 사업가로서 전쟁이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참호전이 태동하기 시작하면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입을 전쟁 시에 입을 피해가 아득히 능가하고 만다. 열강들의 재정 혹사는 이미 참혹한 수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재정혹사는, 이제 막 걸음마를 디딘 신생 프로이센 공화국에는 둘도 없는 치명타가 된다.
'영국의 국채는 적어도 한번은 확실하게 추락한다. 프랑스는 보불전쟁에서 패하고서도 끝까지 디폴트를 거부하고 금 모으기 운동까지 해가며 국채를 끝까지 상환했지만, 프랑스와 프로이센은 달라. 애초에 프랑스는 유럽의 중국 소리를 듣는 나라야. 중국이 그렇듯이 프랑스는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구걸은 안 하지. 하지만 프로이센은 다르다. 그들은 자존심보다 실리를 우선시하니까.
도저히 국채를 갚을 수 없는 지경까지 재정이 악화하면 당연히 디폴트를 선언하고 포기해 버릴 거다. 어차피 영국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살려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프로이센-지금은 독일인가? 아무튼 독일이 파산을 선언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런던 금융계. 그러니까 영국의 국채가 마구 떨어질 것도 확실하지. 다만…그 조만 간이 언제냐가 문제군.'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독일 정부의 파산선언으로 인한 영국의 금융공황은 예측할 수 있었지만, 시기만큼은 이형 또한 예측할 수 없었다. 당장 내일일 수도 있지만, 5년 후나 10년 후일 수도 있다. 이것만큼은 독일 정부의 상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일찌감치 현실을 인정한다면 이형의 예상보다 빠르게 일어날 테고, 괜한 고집을 부리거나 영국의 눈치를 본다면 훨씬 나중이 될 수도 있다.
이형이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유럽 각국의 재정부채는 상당할 것이라는 점 정도였다. 어쩌면 한국보다 더한 부채를 떠안은 국가도 있을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철도의 미비로 보급로가 한없이 늘어졌을 러시아 제국일 테고, 그다음이 본국에서 전투가 벌어진 프랑스, 독일, 신성로마제국이었다. 여기에 전쟁이 흐지부지 끝나자마자 다음 전쟁을 준비하느라 각국이 철도 노선 확장에 여념이 없다는 소식까지 들어왔다.
지금 유럽의 길 앞에 펼쳐진 미래는 둘 중 하나였다. 독일이 오래도록 버티면서 각국의 철도 노선 확장공사가 먼저 마무리되며 잠시간의 휴식기를 끝내고 다시 전쟁이 재개되거나, 아니면 독일이 그전에 디폴트를 선언하며 시작된 금융공황에 줄줄이 나가떨어져 반강제적으로 평화가 도래하거나. 어느 쪽이 되었건 한국은 큰돈을 벌게 될 것이다. 도대체 그 큰돈을 벌게 되는 것이 언제가 되느냐가 도통 미지수일 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 거 같은데. 정말로 이 조선의 황제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보이는 건가? 아니면 그저 제 운을 믿고 있는 것뿐인가. 러시아와 무턱대고 전쟁을 걸던 때를 생각하면…어느 쪽이건 가능성은 충분하군. 그러고 보면, 이번 전쟁에 동부의 샌님들이 상당한 돈을 벌었다고 했지. 뭐든지 만들어놓기만 하면 유럽인들이 사 갔으니까.
그건 부의 총량이 늘어난 게 아니야. 사람이 는 것도 아니고 이제 와 동부에서도 새로이 금광이 발견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엄청난 돈을 벌었어. 그건 즉 유럽인들은 반대로 그만큼 돈을 잃었다는 것. 돈의 흐름이 바뀌었군. 돈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기 시작했어. …그럼 조금 더 서쪽까지 흐르게 할 수도 있겠군.'
한편 이형이 이형대로 고뇌하고 있을 무렵 카네기는 카네기대로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이형은 그저 감이 그렇다고 했지만 그걸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적어도 그가 보기에, 이형이라는 인간은 고작 해봐야 감 하나로 움직이는 인간이 아니다. 다소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최소한 되지도 않는 무모한 일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조러 전쟁 때만 해도 그랬다. 러시아에 결투를 신청하고서 그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다름 아닌 미국에서 개틀링 기관총을 사 오는 일이었다. 개틀링 기관총의 존재를 어디에서 알게 되었는가, 하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이미 처음 만났을 적부터 영어를 떠듬떠듬 알아듣는 기미를 보인 시점에서 카네기는 조선의 황제에 대하여 깊게 알아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알아보려 해봐야 소득은 없이 위험해지기만 할 테니까.
그리고 지금 이형은 영국이 잠시나마 흔들릴 거라 예측했다. 그럼 카네기는 모르는 이형만의 정보망에 영국이 어떤 식으로건 흔들리고 있다는 전조가 감지된 것이 분명했다. 중요한 것은 그저 그것뿐. 이형이 구태여 지금 카네기를 속일 이유도 없는 이상, 그거면 족했다. 카네기는 우선 이형의 말을 기억해두기로 했다.
'하지만 엉터리 정보에 속은 것일 수도 있지. 결국 이 황제도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도 있는 거고. 우선은 조선 황제는 영국이 흔들릴 거라 생각하고 있다-정도로만 생각해둘까.'
"아 참, 그러고 보면 제가 새로운 사업을 생각해 왔는데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사업? 그건 짐의 윤허가 필요한 사업인 건가?"
"물론 그렇지요. 폐하께 윤허를 받지 않고서 제가 무슨 수로 이 나라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보다는 폐하께서도 함께 해주시는 편이 훨씬 수익 면에서건 신뢰 면에서건 좋을 거라 여겨 안 그래도 조만간 한 번쯤 찾아뵈려 했었습니다. 설마하니 폐하께서 먼저 저를 찾아주실 줄은 예상외였습니다만."
카네기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정리하고서, 과장된 어조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평소에 비하면 어색할 정도로 눈에 띄게 활기차고 경박스러운 어조였다. 영락없는 영업사원의 그것이었다. 그리고 카네기가 입을 여는 순간 이형의 표정도 절로 떨떠름해졌다. 이형으로서는 무심코 옥 장판이나 정수기 판매를 연상할 수밖에 없는 어조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카네기는 아랑곳하지 않고서 활짝 웃으며 그가 가져온 서류 가방을 꺼내어 한 뭉치의 서류 더미를 꺼냈다.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증명하듯, 개중에는 흑백 사진들까지 십수 장이 섞여 있었다. 하나같이 이형에게는 낯익은 광경이었다. 달리고 있는 말들, 광활한 만주의 목초지대, 그리고 나무 울타리를 빙 두르고서 십수 마리의 말들을 방목하는 목장들의 모습, 말 위에 올라탄 몽골인들과 만주인들의 모습까지.
불과 얼마 전까지 몽골인들과 함께 전선을 지휘하고 있던 이형으로서는 더없이 익숙한 광경들이었다. 그렇기에 이형은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이 사진들이 카네기가 말한 새로운 사업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자네 혹시 목축업계에 뛰어들어볼 작정인 건가? 뭐, 조금 여유를 가지고 싶은 심정은 알겠네만. 그다지 수익이 날 것 같지는 않은데? 무엇보다 함부로 목축업에 손대었다가는 당장에 몽골인과 만주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꼴이 되고 말아. 가축을 치는 것조차 못하게 되면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먹고살겠나. 그만두는 편이 좋네."
"으음, 역시 알아채 주시지 못하시는군요. 하지만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마 지금 조선에서는 제가 선보이는 것이 처음일 테니 말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제 조국에서 지금 한창 유행하고 있는 경마 사업을 만주에서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폐하께서도 이에 도움을 주십사, 하여 이야기를 꺼내는 것입니다."
"경마?"
이형은 눈살을 대번에 찌푸렸다. 그로서는 경마에 대하여 별달리 좋은 인상이 없던 까닭이다. 이형에게는 경마장이라고 해봐야 나라에서 운영하는 도박장, 그 정도의 인식밖에 없었다. 슬롯머신보다야 나을지도 모르겠으나, 당장에 경마에 몰두하다 패가망신한 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이형이 듣기에 카네기의 제안은 그리 탐탁지 않은 것이었다.
카네기 또한 그 즉시 이형의 심기가 뒤틀렸다는 걸 눈치챘다. 자연히 혓바닥이 길어지고 말이 많아졌다. 카네기는 이형을 향해 마구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네, 경마입니다. 분명 큰돈이 되리라 생각하는데, 저도 당장에 내년부터 포항 제철소에서 쇳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바빠서 도통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자금을 댈 테니, 폐하께서 직접 운영하시건 조선인 사업가들에게 맡기곤 하여 한양을 시작으로 경마사업을 대거 육성해보는 것은 어떠십니까?
이미 일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막부 차원에서 좋은 군마를 기르기 위하여 경마사업을 육성하여 목장들의 운영을 돕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한국은 마침 좋은 기수들도 목장을 세울 넓은 목초지도 말을 기르는데 이골이 난 좋은 사육사들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일본보다 훨씬 여건이 좋으니, 분명 적은 투자로 큰 수익을 볼 것이라 확신합니다."
"군마, 라. …으음."
"경마보다 목장의 운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지요! 제 조국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열강치고 경마에 열광하지 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영국인들이 처음 경마를 시작한 이래 유럽의 군마들은 모조리 경마장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군인들에게 새로운 군마의 품종을 만들어내 보라고 하십시오. 뭔가 보너스를 받는 것도 아닌데 그들이 뭣 하러 열심히 품종을 개량하려 하겠습니까?
그러나 경마사업이 중흥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국의 목장주들이 모두 경마장에서 일약 스타를 배출해 떼돈을 벌려고 하니, 자연히 경쟁이 활성화되고 온갖 질 좋은 품종들이 배출되게 되지요! 그뿐입니까. 귀족들은 귀족들대로 설비 좋고 전통 있는 기수들과 말들이 나오는 경마장을 찾지만, 또 서민들은 서민들대로 아무 공터에서나 대충 울타리를 세우고 말들을 모으면 그게 또 경마장이 아닙니까.
부유한 자는 부유한 대로, 가난한 자는 가난한 대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경마의 묘미입니다. 저 만주의 드넓은 목초지와 전설적인 유목민족들을 손에 넣고서도 이름난 경마장 하나, 이름난 기수 하나 없다면 그 또한 공간의 낭비요 인재의 낭비가 아니겠습니까?"
카네기는 거기까지 설명을 끝마치고서 잠시 이형의 반응을 살폈다.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해도 그 또한 이형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둔 것이다. 이형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린 채였다. 다만 그렇다고 당장에 카네기의 제안을 뿌리치지도 않았다. 카네기의 말을 들으니, 그 또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군마, 라. 그러고 보니 놓치고 있었다. 21세기야 말이 쓸모가 없으니 경마라고 해봐야 나라에서 운영하는 도박장이 고작이지만, 지금은 아직 기병이 현역이다. 당장에 내가 기마병들을 몰고서 몇 번이고 승리했었지. 그럼 경마장은 단순히 나라에서 운영하는 도박장이 아니라 육군력과 직결된 국가 중요시설이었어. 이대로 손 놓고 있었으면 한 30년 후에는 일본을 상대로도 기마병에서 뒤처졌을지도 몰랐겠군.'
당연히 조정의 관료들이나 유림이야 황실에서 백성들에게 도박을 권장하는 꼴이라며 반대하겠지만, 그거야 새삼스럽다. 좋은 군마를 얻기 위한 국책이라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또다시 설득을 빙자한 독선이 되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카네기의 설명대로, 한국은 지금 경마사업에 더 없이 친화적인 환경이다. 넓은 목초지가 있고, 우수한 말이 있고, 말을 기르는 것은 물론 타는 것에까지 도가 튼 유목민족들도 있다. 나라에서 투자하지 않는다고 한들 한국에 들어온 서양인들이 전파하기 시작하면 곧장 사방에 불법 경마장들이 난립하게 될 것이다. 별다른 자본이나 설비 없이 사람만 모으면 단번에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작정하고 나라에서 육성하기 시작한다면 수년 안에 전국적으로 퍼지어 어마어마한 세수를 챙길 수 있게 해줄 터다. 아예 작정하고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면 중원 전역에 확산시킬 수도 있다. 경마장 옆에 마작방까지 세워두면 마작하러 왔다가 마권까지 구매하고 광란의 하루를 보내다 삽시간에 가산을 탕진하는 이들이 수두룩하게 나올 것이다.
'그리고 마침 유목민들에게 소개해줄 일자리가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잘 되었군. 목장 운영이야 항상 하던 일이고, 경마라면 유목민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이뤄지고 있었을 테니 반발을 살 걱정도 없어. 이렇게 먹고 살길을 만들어주면 불평불만도 좀 줄어들 테고.'
"좋소. 한번 해봅시다. 다만 한양 시가지는 안되고, 저 멀리 외곽에 설치하리다. 역처럼 사람들이 오고 다니기 쉬운 곳에 경마장을 설치했다가는 단번에 나라가 골병이 들 테니까."
결국 이형은 카네기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와 함께 카네기의 얼굴도 단번에 밝아졌다. 이형이 한참을 말이 없어 걱정하고 있던 차에, 다행히도 시원스럽게 OK 사인이 나온 것이다.
"그거야 물론이지요. 운영에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따로 미국에서 목장주를 소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아니, 황후와 상담하리다. 약은 약사에게라고, 말과 관련된 일이라면 만주족과 논하는 것이 옳겠지. 한국에서 제일가는 말을 가른다고 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다들 참여해줄 거요. 그리고 그보다도,"
이형은 시종에게 손가락질하여 거울을 가져오게 시켰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카네기에게 거울을 들이밀었다.
"고기나 먹고 가시오. 그러다가 쓰러지겠소. 도대체 얼마나 피를 흘려대는지, 원. 괜찮은 거요? 일어설 수 있겠소?"
이형의 걱정스러운 어투에, 카네기는 그제야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얼굴이 창백하고 혈기가 없는 것이 꼭 시체를 보는 것 같았다. 코를 틀어막은 손수건에서 흘러내린 피가 발치에서 거대한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그제야 카네기는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당장이라도 시야가 암전할 것만 같은 현기증에 무심코 몸을 휘청거렸다.
"…개고기라도 주시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안심해도 좋소. 말고기니까."
"오, 그것참…기대되는군요."
철퍼덕.
그것을 끝으로 카네기의 의식은 끊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장장 사흘의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