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놈의 자식 >
다음날, 이형은 날이 밝는 대로 의회를 찾아가 말했다.
"내 이전부터 이 나라 대한을 위하여 힘써주던 미리견의 거상 앤드루 카네기라는 자와 의논하여 장차 황실에서 경마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또 다가오는 단옷날 온 나라의 무도가 들을 모아 큰 대회를 열어 백성들을 즐겁게 하려 하니, 그리 알아두도록 하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황상."""
그걸로 끝이었다. 국정을 논한다기보다는 그저 일방적인 통보였다. 이형의 치세 이래로는 늘 있었던 일이었다. 황제는 명령을 내리고, 조정과 의회는 거기에 순종한다. 그것만이 반복되던 것이 이 무렵의 대한제국이었다. 다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의회의 의원들은 언제나 대로였으나, 이형의 태도가 달랐다.
그저 고분고분 고개를 숙일 뿐인 의원들의 모습에, 이형은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그동안이야 뭐, 전시라는 특수한 상황이었으니 의견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올 바랐지만. 지금부터는 달랐다. 당장에 앞서 경마사업이 택견대회로 퍼지고 다시 이를 기반으로 문화사업을 연상하여 생활체육을 떠올린 다음 전봉준을 통해 아시안 게임을 연상하지 않았던가.
무언가 대화가 오가야 그와 같은 연상법이 가능할 텐데, 황제의 앞이라고 나라의 녹을 받는 의원들조차 고분고분 고개를 숙여 따를 뿐이니 이형으로서는 영 눈에 차지를 않았다. 하다못해 실무에서 뛰고 있는 일선의 관료들이라면 모를까, 의회의 의원들이 혀를 나불거리지 않는다면 그들이 도대체 무엇 하러 나라의 녹을 받고 있단 말이던가.
"그것뿐인가?"
"…네?"
"네?가 아니지 않은가. 무언가 그대들이 하는 생각이 있을 것 아닌가? 백성들이 놀음에 빠져들어 일을 게을리하면 나라의 살림이 어떻게 되겠냐던가, 아니면 나라의 재정이 궁핍한 와중에 그와 같은 대회를 열면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던가. 뭐라도 할 말이 있을 것 아닌가? 그래도 이 나라의 녹을 받는 의원이라는 자들이 그 정도의 이야기조차 할 수 없는 건가?
반대를 할 수 없다면 하다못해 무언가 찬동하는 말이라도 해보란 말이다! 그래, 그렇지, 장차 택견을 정립하여 온 나라에 보급하여 백성들의 건강을 중흥시키려 한다. 이를 어찌 생각하는가? 장차 이 나라의 국가안보와도 직결된 문제가 아니던가. …그렇게 서로 눈치만 보고 있지 말고 뭐라도 한마디 지껄여보란 말이다! 내가 듣는 앞에서 혓바닥을 나불거리라고 뽑아둔 의원들이 죄 입을 다물면 도대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콰앙-.
잔뜩 성이 난 모습으로 이형은 연설단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적당히 저잣거리의 아무 놈팡이나 데려와서 의원이랍시고 세워두는 꼴이 나으리라. 적어도 그와 같은 저잣거리의 놈팡이들은 의원으로서 그리 대단한 대가를 바라지도 의원의 권리로 행패를 부리지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래서야 정말로 이름뿐인 선거라지만 의회를 운영할 이유도 의원을 뽑을 이유도 없었다.
당장에 내일 이형이 의회를 없애겠다고 하면 여부가 있겠습니까 황상-하고 굽신거릴 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게 뻔했다. 이형으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가 있어야 국정을 논할 수라도 있지, 아무것도 안 하고서 입만 다물고 있는데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형이 성이 났음을 깨닫고도 어서 자리에 엎드려야 하나 아니면 이형이 이렇게 성을 내고서 제 분을 못 이겨 자리를 뜰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야 하나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겨우 수염이 거뭇거뭇 나고 있는 새파란 애송이 황제를 상대로 나름대로 양장도 차려입고 머리도 말끔히 자른 중후한 의원들이 눈치만 보고 있는 꼴이었다.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이형으로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판국이었지만 말이다.
'우라질, 이거 진짜 문제가 심각한데. 그동안 너무 반대파를 싹싹 쓸어버렸나? 아니, 그렇지만 그렇게 반대파를 자근자근 밟아두지 않았으면 내가 무언가 개혁을 실행하려 할 때마다 옆에서 아니 되옵니다 전하-하고 나불거리기 바빴겠지. 당장에 근대화로 속도를 내려면 그게 최선이었어. 그렇지만 고관 중 반골이 씨가 마른 건 좀 뼈 아프구먼. 주변에 반골이라고 해봐야 내가 어용 언론을 떠맡긴 최익현 한 놈이 고작이니…!'
"…박규수, 그자가 있었을 때는 어땠는가. 설마, 그자가 있었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겠지. 총리가 황제보다는 아무래도 만만할 테니까. 그래, 어디 설명이나 들어보세. 박규수, 그자가 있었을 때는 의회에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깊이 한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며, 이형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업자득이었다. 이제 와서 대한의 고관 중 입만 살아 나불거릴 줄 아는 이들이 씨가 말랐다고 투덜거려봐야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다. 그저 이 또한 지난 세월의 업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황제에게 모든 권위와 권력이 집중된 황제 독재정의 단점이다.
이제부터라도 자각하고서 차차 개선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귀를 열고, 주변에서 뭐라 말하는지에 대하여 차분히 들으면서 말이다. 아직 이형의 치세도 10년을 넘기지 않은 시점이니,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주변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무언가 성과가 있을 터였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다들 우물쭈물할 뿐, 아무도 함부로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다가도, 옆에서 가만히 침묵하는 동료의원들을 흘긋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형으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설마, 박규수 그 영감이 있을 적에도 지금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는 건가? 이 나라 대한의 의회란 그저 입 다물고 가만히 시간만 보내다가 나라에서 주는 녹이나 받아오는 것이 업이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건가?"
"…황상, 박 대감께서는 정무에 바빠 관저에만 계시던 터라 의회에 출석하시는 일이 지난해 내내 없었습니다."
"허허허허허…."
이형은 반쯤 실성한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제일 앞줄에서, 그것도 나이도 연륜도 제법 쌓은 듯한 중후한 노년의 의원이 기어가는 듯한 자그마한 목소리로 처음 내뱉은 설명이 그간 대한의 의회가 제대로 돌아간 적이 없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헌법을 제정할 때의 그 열기와 열정은 어디로 갔단 말이던가.
이쯤 가면 화가 나기보단 그저 허탈하기만 했다. 이형은 몸에서 힘이 쑥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박규수가 전쟁 기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당장에 이형이 그에게 모든 일을 떠맡기고서 자신은 전선에 나가 지휘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박규수는 그가 없는 동안 전시 총리로서 소명을 다했다.
병기창이 이형이 자리를 비운 사이 눈부시게 바뀐 점이나 천문학적인 국채를 축적하면서도 이렇다 할 부정한 재물을 축재하지 않고서 모두 공금으로 사용하였으니 이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의회는 의회대로 할 일을 해야 하지 않던가. 그럴 권한이 없다면 하다못해 서로 논의하여 정책안이라도 만들어 박규수와 조정의 관료들에게 제출하여야 했다. 아니면 조정에서 내놓은 정책을 비판하며 고쳐야 할 점을 제시하던가.
'선거가 아니라 인기투표고 의원이 아니라 얼굴마담들이구먼. 세금도둑들이 따로 없어. 우라질, 이런 놈들에게까지 녹봉을 줘야 하나? 의원으로서 으리으리한 관저에 십수 명씩 수행원들까지 붙여줘 가면서 대접해 줄 가치가 있긴 해? 이놈들 도대체 그동안은 뭐 하고 지낸 거야. 진짜로 출근해서 멍만 때리다가 퇴근하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잔치나 즐겨댄 건가.'
"정말이지 돌아버리겠군."
이형은 무심코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진지한 마음으로 의회에 출석하여 의원들을 마주할 생각으로 점잔을 빼려 했더니 도저히 단전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솟구쳐 올라오는 육두문자를 억누를 길이 없었다. 만일 눈앞에 있는 자들이 이 나라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일개 군관이었다면 당장에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후려쳤을 터였다. 자꾸만 허리춤의 권총 홀스터에 절로 손이 갔다.
이형이 단단히 화가 난 줄 알았는지, 의원들은 저마다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들 벙어리라도 되어버린 듯 묵언 수행만 하고 있었다. 그것이 더욱 이형의 화를 돋우는 줄 알고서 그러는지, 모르고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참다못한 이형이 작정하고서 육두문자를 있는 대로 섞어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는 찰나, 맨 뒷줄에서 한 젊은 의원이 오른손을 들며 발언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황상. 한마디 진언하여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뭐라도 지껄여봐라. 하다못해 너희가 어제저녁에 먹은 저녁밥이 무엇이었는지 같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라도 귀를 기울여줄 테니까."
"황상께서 저희 서생들의 석식 하나하나까지 근심하고 계시다니 황송할 따름이옵니다. 하오나, 황상께서 윤허하여 주신다면 그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겠나이다."
"흐음."
이형은 그제야 잠시 화를 누르고서 그 의원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눈에 보아도 젊은, 아니 어리기까지 한 의원이었다. 많아야 이제 고작 20대 중반 즈음이 되었을까 싶었다. 윤기가 흐르는 양장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콧수염을 길러 나름 멋을 부려본 듯했으나, 그보다 이형이 받은 첫인상은 멋있다기보다 강렬하다는 것이었다. 눈빛이 부리부리한 것이 문관보다는 무관에 어울릴 법했다.
당장에 이형이 의회에 출석하여 내뱉은 폭언에 부끄러움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분노한 것인지는 몰라도 얼굴부터가 시뻘겋게 물들고 씩씩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제야 이형은 히죽 웃었다.
겨우 그가 바라던 혀를 나불거릴 의원이 나타난 것이다.
"그 기개를 높이 사, 이름 석 자 정도는 들어주마. 그래, 이름이 무엇이더냐?"
"소신 김가진이라고 하옵니다, 황상. 지금은 조선애국당에 몸을 담고 있나이다."
"김가진이라. 그래, 네가 종로에서 나왔다는 그놈이로구나. 분명 역적 김응균의 서자렸다?"
"…그러하옵니다."
이형의 말에 김가진은 입술을 깨물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숙여 이에 수긍하였다. 그 즉시 좌중에서 웅성거리며 소란이 일어났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역적의 자식, 그것도 서자다. 제아무리 이형이 연좌제를 폐지했다지만 출세하기에 불리한 조건을 둘이나 달고 있는 셈이다. 아니, 출세하기 불리할 뿐일까. 아예 일상생활은커녕 생업조차 마땅치 않을 수밖에 없다.
물론 옛 세도 정치 시절 힘을 쓰던 안동 김씨 중 여전히 중임을 맡은 인물 중에는 김병학, 김병국 형제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애초에 김좌근의 역모에 동조하지 않고서 이형을 도와 이를 진압하는 데에 힘을 쓴 경우다. 김좌근과 함께 역모에 참여하였다가 처형당한 김응균과는 처우나 바라보는 시선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니, 종놈의 자식이 어딜 감히 무엄하게 황상께 진언을 올리는가!"
"역도의 자식이 어딜 감히…! 위병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봐라, 당장 이 자를 끌어내지 못할까!"
"되었다. 요란 떨지 말라. 내 장차 역도라 하여도 그 친족에게는 죄를 묻지 않겠다 하였으며 몸종이라 한들 가리지 않고 쓰겠다 하였다. 짐으로 하여금 한 입으로 두말을 하게 둘 생각이더냐?"
한창 요란을 떨며 목청을 키우던 의원들은, 재차 이형이 손을 휘휘 저으며 이를 무마시키자마자 다시 입을 다물고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내심 근성 없는 작자들하고 혀를 차면서도, 이형은 히죽 웃으며 얼굴이 시뻘겋게 물든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김가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웃음이 절로 나오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는 인물이었으니까.
'김가진. 일제가 남작위를 주어가며 포섭하려 했지만 이를 걷어차고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합류한 독립운동가. 그래, 내가 이래서 안동 김씨들의 씨를 말리고 싶지 않았지. 어쩐지 벌써 제대로 된 근대식 정당이 등장했다-싶더니. 역시나. 안동 김씨였구먼. 고아원 운영하고 학당 세워서 이미지 세탁해가며 귀환병들 꼬드겨서 애국주의 기류에 올라탔어.
적자들은 워낙 대외 활동경력이 화려해서 역도 딱지를 뗄 수 없으니 서자를 내세워 가문을 다시 일으켜 보려는 건가. 정말로 저놈들도 난 놈들이야.'
이형은 내심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납득했다. 그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달리 안동 김씨를 제외하고서 벌써 의회와 정당 활동에 주목하여 적극적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려는 이들도 없었다. 이형의 치세 아래 수난을 겪으며 가문이 풍비박산이 났으면서도,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격언대로 또 금세 힘을 짜내고 주변의 시류를 살펴 기사회생을 노린 끝에 성공을 거두었다.
그제야 이형은 조선 애국당의 모든 경위가 이해가 갔다. 수년 사이에 금세 정당으로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 그야 안동 김씨가 보유한 인맥과 일부나마 남은 자금을 동원한다면 간단하다. 적극적으로 현 정권의 근대화 정책에 찬성하는 것? 이형에게 거스르다 한번 풍비박산이 났으니 당연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종로구에서 당선? 안동 김씨가 한양 깊숙이 뿌리를 내린 걸 생각하면 이상하지 않다.
근대적 정당 활동에 대하여 꿰뚫고 있던 것도 설명할 수 있다. 한번 기운 가세를 다시 일으키기 위하여 의회와 정당 활동에 주목하고서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던 인맥을 살려 서역의 의회나 정당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정보를 취합하고 그에 맞추어 활동한 것이다. 김병학이나 김병국 형제가 암암리에 도움을 줬을 거라는 것도 쉽게 예측 가능했다. 참으로 대단한 작자들이었다.
가문이 풍비박산이 나고서도 곧장 시류를 읽어내는 안목도 안목이지만 그 결단력이나 행동력에는 이형조차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 김가진이라고 했던가? 어디 한번 좋을 대로 말해 보아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 너의 생각을 말해보라. 짐이 오늘 말하였던 것도 좋고, 아니면 짐의 오늘날 치세에 대하여 이야기하여도 좋다. 좌우지간 뭐라도 좋으니 너의 의견을 말해 보아라. 경청하여주마. 내 네가 어디의 누구인지는 절대 상관하지 않겠다 약속하마."
'사실 거짓말이지. 내 눈앞에 있는 저 애송이가 독립협회와 임시정부에 참여한 독립운동가라는 걸 몰랐으면 나도 들어줄 생각도 안 했을 걸.'
이형은 내심 그리 자조하면서도 큰 기대를 품고서 눈앞의 젊은 의원을 빤히 바라보았다. 독립협회에 참가하고, 대한협회에 참가하고, 3.1 운동에 참여하고, 임시정부에까지 참여한 진골 독립운동가이자 진짜배기 반골의 평가였다. 뭐라고 말을 시작할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가진은 이형의 시선에 부담을 느낀 듯 한차례 헛기침을 하고서는, 이내 평정을 되찾은 모습으로 똑 부러지게 말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작금의 천하에서 이 나라 대한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대단한 재화도 기술도 정책도 아닌 보다 많은 백성의 피와 땀과 눈물이 아닐까 합니다."
폭언이었다. 인의예지를 숭상하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노역을 어떻게든 줄이려 했던 조선의 유자가 할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애초에, 발언자는 조선의 유자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형은 말했다.
"정곡이군."
그는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