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05화 (205/530)

< 젊은 나라 >

"…네, 황상이시라면 그리 대답해주실 줄 알았나이다."

나지막이 숨을 토해내고서는, 그제야 황후는 찬찬히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입으로는 그리 대답할 줄 알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어딘가 마음 한쪽이 불안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도 그렇지만, 황후는 드러내놓고서 비구니들을 모아 학당을 세우겠다 하였다.

불가에서 운영하는 학당이라니. 그 소리만 듣고서도 목덜미를 잡을 유생들의 모습이 눈에 훤하듯 했다. 지난 반백 년 간을 유지해온 숭유억불의 기조와 불가와 세속을 나누던 마지막 벽마저 무너지는 꼴이다. 설령 제아무리 황후더라도, 이미 살아서 신이나 다름없는 권위와 권력을 손에 넣은 이형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순간 없던 일로 해버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이형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었다. 그는 결국 21세기 한국인이었고, 그와 같은 사회적 기조를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에게 있어서 보다 중요한 건 학당을 세우겠다는 사실 그 자체였지, 불가니 남녀칠세부동석이니 하는 건 소소한 이야기였다.

"학당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오. 물론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제일로 중요한 법이지만 말이오. 선생이 부족하다면 명동에 있는 대성당을 찾아가 봐도 좋소. 아니면 요 인천에 진을 치고 있을 색목인 상가의 여식들 정도라면 그럭저럭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을 테고 말이오. 글을 가르치는 것도 좋고, 가사를 가르치는 것도 좋겠으나, 그보다는 그와 같은 학문을 가르치도록 하시오."

"하오나 황상, 그와 같은 해박한 지식은 불요하지 않을는지요. 여아와 남아가 세상에 태어나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정해져 있는 법입니다. 과연 어느 서생이 불가의 가르침을 받은 집안의 여식에게 장가를 들려 하겠습니까."

"흠…."

'그것도 그렇군. 아직 소위 신여성들이 등장하기에도 이르고, 여자가 학교에서 뭔가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낯선 때에 괜히 내가 욕심부리다가 괜한 처녀들 혼삿길 막는 꼴이 될지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분명 일찌감치 개안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배우려는 기특한 녀석들도 나올 텐데.'

이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황후의 우려는 이 시대의 인물로서는 당연한 걱정이었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이형 혼자서 제아무리 역설해봐야 당장 여성이 취직할 길도 홀몸으로 벌어 먹고살 길도 마땅치 않은 시대에 혼삿길을 틀어막는 건 그리 집안이 넉넉지 않은 처녀에게는 굶어 죽거나 몸이나 팔고 살라는 강요나 다름없었다.

그건 끔찍한 일이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서 그와 같은 운명에 내몰리면 모를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믿고서 열의를 품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운 끝에 결말이 그 꼴이라면 그야 누구라도 현실을 저주하게 된다. 이형은 별수 없이 이번만큼은 여유를 가지고서 차차 해결해나가기로 생각을 고쳤다.

"그럼 하다못해 자의로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하는 처녀들에게는 그와 같은 신식교육을 해주시오. 뜻이 없는 이들까지 가혹한 운명에 내모는 것은 잔인한 일이나, 뜻이 있는 이들의 뜻을 꺾는 것 또한 잔인한 일이니 말이오."

"하오나 황상."

"짐은 백성들에게 세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주고 싶소. 단지 서역의 앞선 문물이 들어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진정으로 달라졌음을 알게 해 주고 싶소. 걱정은 알겠으나, 짐의 뜻은 확고하오."

이형은 더 이상 교섭의 여지는 없다는 걸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딱 부러지게 말하였다. 황후가 본래 의도하고자 했던 학당은 소위 신부수업을 시켜줄 교육기관이었고, 또 지금은 그런 교육기관이 더 절실할 것이라는 점 또한 알았으나 그는 현대인이었다. 그러니 이 정도가 그의 가치관과 현실의 유일한 타협점이었다.

황후는 한눈에 이형이 뜻을 굳혔음을 깨닫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못 말리겠다는 투였다. 황후는 피식 웃으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황상께서 진정 그리 생각하신다면 마땅히 따라야 하겠지요. 교지하신대로 따르겠나이다, 황상."

"음, 알아들었다면 되었소. 한데, 오늘 불공을 올리러 온 것은 짐에게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던 거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단지 전일 꿈자리에서 황상의 용상을 뵈어 혹 금일 만나러 오실지도 모른다 생각했을 따름입니다. 장차 태자가 훌륭히 자라날 수 있도록, 혹 정녕 태기를 품은 것이라면 무사히 태어날 수 있도록 불공을 올리러 왔을 따름입니다."

"그렇겠지. 이거 괜한 걸 물은 거 아닌가 싶소."

이형의 물음에, 황후는 잔잔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이형은 피식 웃으며 한걸음 두 걸음 다가가 황후의 곁에 걸터앉아 위를 올려다보았다. 푸르른 하늘이었다. 머지않아 구경하기 어려워질 맑은 하늘이었다. 장차 온 나라의 공장들이 뿜어댈 검은 매연에 뒤덮여 사라질 풍경이었다.

이형은 문득 산림녹화사업을 떠올렸다. 본래 역사에서도 새마을운동과 연계하여 이루어진 사업이었다. 한창 불교계와 연계하여 지방 향촌에서 새마을운동이 진행되는 와중인 작금의 대한제국 또한 충분히 고려해볼 법했다. 그러나 사람이 없었다. 당장 경제학이나 각종 공학과 같은 최우선으로 인재가 육성될 분야에도 이름난 인물들이 적은데, 육종학 박사를 어디에서 구하겠는가.

전문가 한 사람 없이 섣불리 손을 대었다가는 되려 숲이 말라죽거나 하는 부작용이 생길지도 몰랐다. 결국 이형은 산림녹화사업을 미뤄두기로 했다. 지금은 우선 나라의 허락 없이 나무를 베는 도벌을 엄격히 단속하고, 후일 한국에서도 견실한 학자들이 나온 다음 찬찬히 시작해도 늦지 않으리라.

"황상."

"무엇이오?"

"태자의 교육은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그렇게 잠시 다른 생각에 한참 빠져있던 이형에게, 황후는 다시금 찬찬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이형은 순간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껌뻑거렸다. 그 모습에 황후는 못 살겠다는 듯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고서는, 다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황상께서 장차 이 나라의 백성들을 가르치시는 일에 큰 기대를 품고 계신 줄은 알겠나이다. 하오면, 태자 또한 그에 못지않은 훌륭한 스승 아래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지 않을는지요.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태자가 아니겠습니까. …혹, 염두에 두신 좋은 학자라도 있으신지요."

"글쎄, 학자라…."

'당연히 박규수, 라고 답하려고 해도. 당장 박규수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원 역사에서도 4년 후에는 세상을 등지고, 그걸 빼도 거의 70이 다 되어가는 박규수가 이제 고작 3살인 태자가 성장할 때까지 버텨줄 수는 역시 없겠지. 그런데 그렇다고 박규수를 빼면 국내에는 남는 게…최익현?'

상상만으로 눈앞이 아찔해지는 듯했다. 하다못해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해도 개화 인사로 고르는 게 낫지, 그의 뒤를 이을 태자가 최익현처럼 꽉 막힌 인물에게 교육을 받아 꽉 막힌 인물로 자라나기라도 하는 순간 대한제국은 그가 생전에 이룬 위업들 전부를 헛되이 낭비하고서 몰락할 터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따로 지목할만한 인물이 생각나지도 않았다. 김병학, 김병국 형제가 그나마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안동 김씨다. 그것도 세도정치 시절부터 한창 활약해온 인물들이었다. 이형은 안동 김씨를 필요악으로 대할지언정 그들에게 아주 잡아먹히거나 손이 물리는 꼴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게네들까지 쳐내고 나면 이제 외국에서 가정교사를 불러온다는 선택지만 남는데…. …제아무리 교육계로서 우수해도 그런 가정교사들은 어떤 식으로건 열강의 입김이 닿아있을 거란 말이지. 괜히 태자에게 이상한 가치관 같은 걸 주입 당하면…으으음.'

"혹, 달리 생각해두신 바가 없으면 제가 서생 한 사람을 추천하여볼까 합니다만."

"추천?"

이형이 생각에 잠겨있는 걸 한참을 곁에서 지켜보던 황후가 찬찬히 입을 열었다. 이형으로서는 의아한 일이었다. 설마 그녀가 먼저 추천해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 그녀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 시점에서 이미 마음속에 염두에 두고 있던 인물이 한사람쯤은 있을 것이라는 걸 알아채야 했을 터였다.

이형은 뒤늦게 그것을 자각하고서, 제 이마를 한차례 딱-하고 치고서는 황후에게 물었다.

"한번 들어봅시다. 그래, 어떤 자요?"

"현 내각에서 교육부 차관보를 맡은 김홍집이라고 합니다."

"김홍집이라!"

이형으로서는 뒤늦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 나라에 인재가 없다 한탄하려 했더니, 이제 보니 스멀스멀 곳곳에서 인재가 자라나고 있는데 미처 몰랐을 따름이던 것이다. 이형은 그제야 가슴이 조금 후련해지는 듯했다.

'그래, 김홍집이 있었군. 왜 그 생각은 못 했지? 아니, 가만.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젊지 않소? 이제 고작 서른을 넘기었을 텐데. 장차 태자를 가르칠 교육계로서는 다소 지나치게 젊은 인사가 아닌가, 하오만."

"이제 고작 스물을 넘기신 황상께서도 계시지 않습니까. 장차 백성들에게 이 세상이 진정으로 달라졌음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씀하신 것은 다름 아닌 황상이십니다. 그렇다면, 이 나라도 조금 더 젊은 나라가 되어도 좋지 않을는지요."

"허, 참."

이형은 한 방 먹었다는 걸 자각하고서 혀를 내둘렀다. 완전히 놀아난 기분이었다. 이제 보니 처음부터 노렸다. 둘째 이야기로 자연스레 태자의 이야기가 나오도록 유도했고, 여아를 위한 학당 이야기로 교육계 이야기가 나오도록 유도했다.

마무리로는 이형이 주변에서 보면 다소 급진적인 사상을 품고 있음을 깨닫고서 은근히 이형을 부추겨 김홍집이 너무 젊다는 걸 근거로 도망칠 퇴로도 막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의도한 대로였다. 이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거야 원, 완전히 당했구려. 뜻대로 하시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이 흠이겠으나, 분명 장차 이 나라를 지탱할 젊은 인재 중 한 사람일 테니. 그러나, 한 가지만 확인하여도 좋겠소?"

"황상께서 여쭈신다면 그야 물론 거짓 없이 답하여야겠지요. 무엇입니까?"

"이미 박규수 그 사람과 이야기가 다 끝났던 거 아니오? 분명 김홍집은 박규수와 사제지간이었을 텐데. 박규수 그 사람이 그대에게 김홍집을 부탁한 것이구려. 오늘 일은 짐에게 마지막 허락만 받으려고 하였던 것이겠고. 짐의 생각이 맞소?"

이형의 추론에 놀란 듯, 황후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이형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냉정함을 되찾고서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는 뜻이었다.

이형은 새삼 허탈하여 헛웃음을 짓다가, 슬쩍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전히 푸르고 청명한 날이었다.

눈부신 태양 빛이, 이형의 머리 위를 쓰다듬듯이 인자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

그로부터 다시 또 보름이 지나, 이형이 한양에 돌아온지도 한 달여가 넘겼다.

이 무렵에는 한양 어디를 가나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한양의 도시개발도 본궤도에 올라 한양에 올라와 정착하고 일거리를 구하는 청년들이 대거 늘어났을 뿐 더러, 무엇보다 단옷날의 축제가 다가오면서 소문을 듣고 모여든 예인들과 구경꾼들, 그리고 축제설비를 준비하는 일꾼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느라 부산스럽기 그지없었다.

사방에서 사람이 모이니 상행이 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텅 비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벽돌 건물들은 이제 하나둘씩 가게들이 입주하여 열띤 호객행위가 한창이었다. 이들 모두 정식으로 조정의 허가와 지원을 받아 상행을 진행하는 소상공인들이었다. 이형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민족자본가들의 싹이었던 셈이다.

"오세요, 오세요! 모두 와서 물건 구경하고 가세요! 조선 8도에서 나는 것이라면 뭐든지 있습니다! 명동에 오시거든 순이네 만물상을 들러주세요!"

"모두 냄새 맡고 가세요! 갓 구운 신선한 빵입니다! 불란서에서 온 밀가루빵이에요! 가끔은 밥 대신 파리지앵 제빵점의 빵은 어떠신지요!"

"뭐든 고쳐드립니다! 시계, 식칼, 곡괭이, 곰방대, 권총, 아무튼 쇳덩이라면 뭐든지 고쳐드립죠! 쓰고 버리는 고철들도 삽니다!"

"거 평화롭기도 하고만-."

그 넘치는 활기를 조금은 미적지근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가 있었다. 한성근이 사천 평정을 마무리 짓고 이를 끝으로 중원의 모든 군벌이 한국에 복속 내지 멸망하게 되면서 겨우 귀국할 수 있었던 김옥균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한가로이 휴가를 즐기러 한양에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이형이 단옷날 축제를 계획하고 또 여기에 주변국들까지 대거 끌어들일 것이라 선언하면서, 누군가 한 사람 즈음은 혹 이를 틈 타 한국에 위험한 인물이 밀입국하였거나 아니면 지방에서 좋지 않은 뜻을 품은 인물이 일을 벌일까 감시하여야 했는데 그게 하필이면 김옥균이었을 뿐이었다.

그로서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서 빨리 공을 세워 팍팍 승진해야 할 지금 같은 시기에 축제 시찰이라니. 군정보국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건 알겠지만 하필이면 자신이었다는 게 영 마음에 들지를 않았다. 이게 무슨 소용이란 말이던가. 열심히 일한 결과 무사히 축제가 마무리된다고 한들, 공이 돌아가는 건 축제를 준비한 일선 관료들이지 이렇다 할 활약도 없을 자신이 아니었다.

'『너무 그렇게 낙담하지 말게. 이런 한직을 돌아다니는 쪽이 더 출세에도 좋지 않을걸세. 이 기회에 중앙에 눈도장도 많이 찍고. 다 나중에 피가 되고 살이 될 테니까.』'

"한 장군님께서 날 위하여 배려해주신 건 알겠지만, 이렇게 평화로워서야 원. 도대체 눈도장은 어떻게 찍어두라는 건지."

김옥균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간만에 안동 김씨 본가에 돌아가 볼까도 생각하여 보았지만, 영 내키지 않았다. 요즈음 다시 세를 키우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한번 역적 김좌근과 결탁하여 이 나라를 뒤엎으려 했던 역적들의 소굴이었다. 장차 대한이 강성해지려면 이형의 길이 정답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김옥균으로서는 그런 본가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호적에서 파일 바에야 자신이 알아서 나가겠다며 군문에 들어선 이래로 본가와는 절연을 선언한 차였다. 이제 와서 다시 본가에서 은근슬쩍 손을 내밀고 있지만, 그 손을 잡을 생각이라고는 김옥균으로서는 추호도 없었다.

"잠시 실례하오. 길을 여쭈려 하오만…."

"음?"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것도 한국어도 아닌 광동 방언이었다. 막 중원에서 귀국한 지 얼마 안 되어 김옥균의 몸에서 진한 팔각 향이 나던 걸 두고서 동향 사람이라 착각한 모양이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변발을 하고서 창파오를 입은 건장한 청년이 서 있었다. 어딘가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초행이라 길을 잃은 모양이었다. 마침 달리 할 일도 없던 차라, 김옥균은 선선히 뒤돌아서서는 그에게 광동 방언으로 답을 돌려주었다.

"내가 아는 선에서는 무엇이든 대답해드리리다. 어쩐 일이오?"

"그, 황상께서 무술대회를 연다고 하여 왔는데…참가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오?"

"그거라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겠소. 내 관아까지 데려가 드리리다. 혹, 통성명을 할 수 있겠소?"

김옥균의 대답에, 청년은 얼굴을 활짝 폈다. 말도 통하지 않던 이국에 와서 마침 운 좋게 말이 통하는 인물을 만났을뿐더러, 길까지 안내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청년은 포권을 하며 김옥균에게 허리를 굽혔다.

"소인, 황비홍이라고 하오."

"김옥균이라고 하오. 잘 부탁드리리다."

서로를 향하여 포권을 주고받고서,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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