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06화 (206/530)

< 독사 >

한편, 김옥균과 황비홍이 그 나름대로 뜻깊은 만남을 보내고 있을 무렵.

"그래, 황상께서는 그날 이후로 어떻게 너를 대하고 계시더냐? 아직도 너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시더냐? 아니, 그리 많은 것도 필요 없다. 황상께서 너의 이름을 기억해주시고 계시더냐?"

"…네, 그러합니다. 분명, 황상께서는 전날의 만남에서 제 이름을 똑똑히 불러주셨나이다."

그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조선애국당 당사. 그곳에서는 김병학과 김가진 두 사람이 마주하고 있었다. 분명 이곳은 조선애국당이고, 그 당수 역할을 맡은 것 또한 김가진이었으나, 이날의 만남에서만큼은 누가 봐도 김병학이 상석이었다. 단지 나이가 많아서, 직책이 더 높아서가 아니었다. 그것만으로 정의하기에 두 사람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여유롭게 탁자에 앉아 영길리에서 들여온 홍차를 마찬가지로 영길리에서 들여온 도자기 잔에 담아 홀짝이는 김병학과 달리, 김가진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당연히 입에 가까이 대거나 손에 대고 있는 것도 없었다. 그는 제자리에 무릎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서 김병학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자의 설움이었다. 김가진이 제아무리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해봤자 김좌근이 사라지고 난 이후로 자연히 안동 김씨의 수장직을 손에 쥔 김병학과는 천지 차이였다. 고작 해봐야 서자에 지나지 않는 그가 이렇게 김병학을 독대할 수 있게 된 것조차, 장차 안동 김씨가 재흥하려면 김가진을 부려야 하던 까닭이다.

"흐흐, 그렇단 말이지. 잘된 일이다. 참으로 잘된 일이야. 황상께서는 제멋대로이신지라, 마음에 차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신료의 이름 석 자는 커녕 성씨조차 외우지 않으신다. 그러니 너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인즉슨 황상께서 너에게 깊은 관심을 지니고 계신다는 뜻이니라. 참으로 잘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대감."

'기특한 것.'

김가진은 군말 없이 그리 말하며 김병학에게 절을 올렸다. 그 모습을 김병학은 만족스럽게 내려다보았다. 나쁘지 않았다. 한번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적자들의 출셋길이 줄줄이 막혀버린 까닭에 급한 대로 서자를 불러와 전면에 세웠지만, 그런 것치고는 제법 나쁘지 않았다. 성정은 불같았으나 적어도 아무 때나 눈을 까뒤집고 제 주인을 물 정도는 아니고, 나름대로 뜻이 있고 기개가 있어 향상 의욕도 높다.

그렇다면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서자라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불평을 할 때가 아니었다. 일단 하루라도 빨리 가세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때에, 비록 서자라고 하나 그럭저럭 쓸만한 손 패가 들어왔다면 이용하는 것이 옳았다. 특히나 오늘날같이 급변하는 세계에서라면 말이다.

'물론 언제까지고 서자를 전면에 내세웠다가는 우리 안동 김씨의 체면이 엉망이 될 테지. 그 천하의 안동 김씨가 서자 나부랭이에게 의존해야 하는 것만도 끔찍한데, 저놈이 아주 우리 집안을 집어먹을 지경까지 오르기라도 하는 순간 조선 제일의 명가 안동 김씨는 영영 끝장이다. 저놈도 크게 되고자 하는 의욕은 좋으나, 제 주제를 알고 물러날 때를 놓쳐서는 안될 터인데.'

"그러고 보니 대감."

"음, 무엇이더냐?"

혀를 날름거리는 독사 같은 눈초리로 김가진의 정수리를 빤히 노려다 보던 김병학은, 이내 다시 김가진이 그에게 말을 걸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천연덕스럽게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그런 김병학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인지, 김가진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풍문에 의하면 옥균 도련님…아니. 김옥균 그 작자가 다시 이 조선 땅에 돌아왔다는 모양입니다."

"허, 그 천둥벌거숭이가 말이더냐?"

"실언이었나이다, 대감. 용서하여 주소서."

김가진의 말실수에, 김병학은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그 낌새를 눈치챈 김가진은 그 즉시 납작 자리에 엎드렸다. 김가진의 정수리를 한참을 내려다보던 김병학은, 우선 손에 쥐고 있던 도자기 잔부터 탁자 위에 내려다 놓았다. 단전에서부터 화기가 치미는 것이, 여차하면 제 화를 누르지 못하고서 아끼던 도자기 잔을 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병학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다시 내쉬며 애써 화를 누르려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잘 안 되었다. 결국 김병학을 제 앞머리를 쥐어뜯으며 나지막이 내뱉었다.

"그래, 그놈이 기어이 돌아왔단 말이지…!"

까드득.

어금니가 절로 갈렸다. 입안에 피 맛이 감도는 것이, 턱에 너무 힘을 준 것임이 분명했다. 입안 가득히 피비린내가 감돌게 된 다음에야 겨우 김병학은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김옥균! 그 이름 석 자만으로 치가 떨렸다. 그래도 같은 집안의 사람이고, 또 가문의 적자 중 특히나 총명하여 그가 기대를 걸고 있던 차세대 인재 중 하나였다. 그런 애송이가, 제 출세를 위해서라고 하나 집안이 빈궁해졌다고서니 곧장 절연을 선언해버린 것이다. 치가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집안에서 받아온 지원을 깡그리 무시한 채 당장 안동 김씨라는 이름이 제 출세에 방해가 된다고 걷어차 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 노기를 애써 누르고서 다시금 집안에 돌아오지 않겠느냐고 몇 차례 손수 서신을 써 보내어봤더니, 도통 감감무소식이었다. 그 많은 서신이 모조리 도중에 날치기당하기라도 하지 않은 이상 보나 마나 읽지도 않고서 어디에 처박아두었을 것임이 분명했다. 김병학의 인내가 한계에 달한 순간이었다.

이제 김옥균은 단지 스스로 절연을 선언했을 뿐 아니라 안동 김씨 종가의 호적에서도 이름 석 자를 파인 남이오, 적이었다. 실수로라도 도련님이라 부르는 것조차 이제는 허용되지 않았다.

"가세가 조금이라도 덜 기울었더라면 내 어떻게 해서건 두 번 다시는 조선 땅에 발 디딜 틈도 없게 하였을 것을…."

김병학은 입맛을 다셨다. 예전의 안동 김씨라면 모를까, 지금의 안동 김씨가 섣불리 움직여 황제의 눈에 거슬린다면 그때야말로 멸문당할 터였다. 지금은 납작 엎드려 가세를 회복하는데 집중할 시기지, 배신자를 처단하거나 하면서 헛되이 힘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김병학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가진의 등을 가벼이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그 천둥벌거숭이라면 내 따로 우리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두마. 그놈이 한성근 그 녀석에게 총애를 받고 있다고 하나, 북방이라면 몰라도 한양에서는 우리 안동 김씨에 대적할 바가 못 되지. 그놈은 한양에 있는 내내 아무 역할도 못 하고 허탕만 치게 될 거야.

그러니 너는 그저 아무 걱정 말고 황상께서 너에게 맡긴 소임을 다하거라.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건 말하고. 장차 이 안동 김씨가 다시 일어서느냐, 일어서지 못하느냐가 모두 너에게 달려있다. 내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도다."

"송구하옵니다, 대감. 이런 비루한 천것에게 대감과 같은 귀인께서 그리 큰 기대를 걸어주시니, 그저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고 각골난망하여 장차 대감께서 가문을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재차 엎드려 절을 올리며, 김가진은 숨 한번 고르지 않고서 말을 쏟아냈다. 그제야 김병학은 기분이 풀리는 듯했다. 서자인 것이 여전히 마음에 거슬리기는 하나, 그거야 아직 함부로 경거망동할 수 없어 몸종을 시켜 거사를 도모한다고 합리화시키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가 서역에서 구경하고 온바, 조선애국당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투자였다. 확고한 애국주의적 색채와 재향군인회와의 연결, 그리고 현 한국 내 어떠한 정당도 감히 따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선진적인 정당 활동까지. 여기에 이리저리 한양 각지에 연을 만들어두고 있는 민족자본가들과의 인맥을 이용하면, 향후 10년 내외로 안동 김씨는 금세 일어날 터였다.

김병학은 홀가분해져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암, 그래야지. 아무렴 그래야 하고 말고! 그럼 이만 나는 돌아가 보마. 앞으로도 수고하거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감."

김병학이 휘휘 손을 저으며 접객실을 나서는 내내, 김가진은 출구를 향하여 절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간을 엎드리고 있었을까. 발소리도 인기척도 모두 사라진 다음에야, 비로소 김가진은 천천히 이마를 차가운 나무 바닥에서 떼었다.

피로에 찌들어 볼까지 내려온 눈 밑 그늘과 타오르는 듯한 그의 눈동자에는 짜증과 모멸의 감정이 가득 서려 있었다.

"얘, 강규야."

"부르셨습니까, 각하."

"웬 구렁이가 도성을 들락거리는구나. 두 번 다시 오지 못하도록 소금이나 뿌리자꾸나."

"예, 각하."

강규라 불린 양장 차림새에 청년은 김가진의 말에 망설임 없이 소금을 가져다가 뿌렸다. 조금 전 김병학이 떠나간 자리에 말이다. 김가진은 한참을 김병학이 떠나간 자리를 노려다 보다가, 나지막이 혀를 찼다.

열불이 났다. 안 그래도 요즈음 잠까지 줄여가며 혹사당하고 있던 김가진이었다. 낮에는 조선 8도와 만주에 무엇이 있는지 당원들을 부려 조금이라도 많은 자료를 모아 성균관의 학자들을 찾아가 협력을 구하고, 길거리 연설을 하며 당원을 모으고 지지를 모았다. 밤에는 독일에서 건너온 루터교회 선교사들을 찾아가 책을 읽는 중 모르는 단어나 문장의 해독을 부탁하러 다녔다.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할 때에는 다시 전쟁론을 가져다 읽고, 요즈음에는 루터교회의 선교사들이 온전히 이해하려면 사전지식이 필요하다면서 추천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같은 철학 서적이나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니 '일리아드'니 같은 역사 서적까지 읽기 시작한 참이었다. 덕분에 독어 구사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했으나, 그 대가로 하루가 다르게 피로가 늘어만 갔다.

나름 체력과 정신력에는 자신이 있던 그도 요즈음에는 혀에 혓바늘이 돋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느껴지는 것이 몸과 정신의 한계라는 걸 온몸으로 실감하던 차였다. 낼 모래 서른이라지만 20대의 젊은 육체가 아니었으면 정말로 도중에 객사할지도 몰랐다. 그런 와중에 대뜸 방문해서는 뭐하나 해주는 것도 없이 가세를 일으키려면 협력이 필수적이라니.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김가진은 나지막이 투덜거렸다. 겨우 손을 바닥에 딛고서 제자리에 일어서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한참을 바닥에 무릎 꿇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종가로부터의 지시로 신식학문을 배우고 정당 활동을 시작한 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다. 이제는 무릎을 꿇고 앉는 것보다야 의자에 앉는 것이 더 편했다.

결국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제자리에 일어서는 것도 제대로 못 하고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놀란 강규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으나, 김가진은 손을 들어 제지하고서 제힘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이 앞뒤로 휘청거렸다. 역시나, 몸의 상태가 도통 정상이 아니었다.

"각하, 역시 오늘은 이만 휴식을 취하시지요. 그렇게 몸을 혹사하다가는-."

"그만. 되었다. 나도 나름대로 생각한 바가 있으니, 더 이상 논하지 말아라. 지금은 몸과 정신을 혹사해야 할 때다. 나는 아직 젊으니, 1년 정도 몸을 혹사한다고 한들 금방 죽거나 하지는 않겠지."

"하오나, 각하!"

"듣기 싫다고 하였다. 그도 아니면, 너도 내가 종놈의 자식이라고 내 명은 명 같지도 않더냐?"

김가진은 단번에 태세를 바꿔 눈알을 휘 번뜩거렸다. 서슬 퍼런 독기가 서린, 당장이라도 안광이 뿜어져 나올 듯한 강렬한 눈빛이었다. 그 서슬 퍼런 눈빛에 압도되어, 강규는 숨을 삼켰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두 걸음째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강규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서 입술을 악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아닙니다."

"그렇다면 되었다. 날 내버려 두어라. 새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백성의 시대가 말이다. 단지 위에서 말한 대로 고분고분 따르던 옛 시대가 끝나고, 천것들이 자신의 힘으로 생각하여 자신의 힘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천것들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어야 한다. 저 구렁이는 모른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황상께서는 아마 알고 계시겠지. 그러니 나는 아직 더 움직일 수 있다."

벽에 등을 기대어 숨을 몰아쉬며, 김가진은 어딘가 잔뜩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들떠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실제로도 잔뜩 들떠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은 쿵쾅거려도, 머리만큼은 쉴 새 없이 회전하고 있었다. 생각이 생각을 낳으며 마구 폭주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일종의 황홀경이었다. 그 황홀경이 엉망이 된 몸으로부터 간신히 의식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는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아비는 분명 백정이라고 하였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 네 부모는 백정이었다. 내 어미는 노비였지. 그런 천것들의 자식이 이제는 이런 벽돌로 세운 건물에서 나라의 중대사를 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어찌 좋은 시대가 아니겠느냐? 우리 천것들의 목소리는 이제 확실하게 한양의 조정까지 닿는다. 우리가 발을 구르는 소리는 틀림없이 이 조선 8도를 뒤흔들겠지. 황상께서는 나를 감싸주셨다. 나를 믿고서 중임을 맡겨주셨다. "

그러니 멈출 수 없다. 그리 말하고서야 김가진은 비로소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그의 두 눈에 서린 것은 분명 광기였다. 독기와 분노, 환희가 뒤섞인 광기였다. 그러나 강규는 차마 광기를 부정할 수 없었다.

그 또한 김가진의 말에 가슴 뛰던 까닭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김가진에게 충성을 바치게 된 이유였다.

"바란 적도 없던 생명을 내려준 가문에 의지할 생각 따위는 없다. 자, 가자꾸나. 오늘 연설은 역 앞으로 간다. 백성들에게 피땀 흘려 일할 이유와,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야만 하는 이유를 우리가 보여주어야 한다."

"네…! 죽을 때까지 따르겠습니다, 각하!"

감격에 겨워 바닥에 이마를 박을 듯 허리를 굽히는 강규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김가진은 역 앞으로 걸음걸이를 옮겼다. 몸은 엉망이었지만, 머리에서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마음속 깊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시대였다.

정말이지 좋은 시대라고, 김가진은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되새겼다. 그리고 지금이 얼마나 좋은 시대인지를, 이제는 백성들에게 보여줄 때였다.

"허, 참…! 이거 민망하구먼. 군에서 나름 몸을 지키기 위하여 무예를 익혀뒀거늘, 이거야 원 눈으로 따라가기도 벅차니!"

"하하, 말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김 형께서도 도통 져주지를 않으십니다. 그럼 다음은 큰 기술로 대접해드리겠습니다. 흐읍!"

떠엉-.

"어이쿠야!"

그리고 두 사람이 한양역 앞에 나가 가장 먼저 본 것은 광장을 가득 메운 구경꾼들과, 광장 한복 판에서 웬 변발을 한 청년에게 배를 걷어차여 나뒹굴고 있는 천둥벌거숭이, 김옥균이었다.

금방 또 다시 벌떡 일어나서는 명가의 자식이라는 격식마저 잊은채로 시정잡배 마냥 즐거운 듯 껄껄 웃는 모습에, 김가진은 순간 할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