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참작 >
뒤늦게 정신이 든 김가진이 김옥균에게 달려가 한창 길거리에서 대련 중이던 두 사람을 말리고 있을 무렵.
"노리쇠가 꽤나 뻑뻑하군. 보자, 이런. 이게 뭔가. 별 힘을 들이지도 않고 당겼는데도 노리쇠가 여기까지 뒤로 밀리다니, 용수철에 영 힘이 없나 보군. 다시 만드는 게 좋겠어."
"소, 송구하옵니다. 황상."
"그리고 보아하니 미제 총기 규격을 흉내 낸 모양인데, 불란서의 것을 베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노력한 점은 알겠네만 짐은 장차 불란서의 것을 기반으로 전군의 규격을 통일시킬 작정이네. 다시 수정하도록."
"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황상. 맡겨만 주십시오. 시키신 대로 하겠습니다."
이형은 이 무렵 병기창에서 최지용과 병기창 장인들의 성과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확인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그리 온건하지 않은 성미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막 시험 제작된 총기를 살피는 황제의 시선에 잔뜩 위축된 것일까. 제리 최지용은 황제가 뭐라 지적할 때마다 고개를 땅에 박을 듯 숙이며 그저 고분고분할 따름이었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형이 이렇다 할 칭찬은 없이 어디를 고치라 저기를 고치라 지적만 해대고 있었으니, 총책임자인 그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등골이 서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무렵 조정의 관료들이 황제에게 품는 감정은 경외도 경외였지만 그 이상으로 두려움이었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반대파들을 숙청하는 꼴을 지켜보고서도 두려움을 품지 않는다면 그편이 이상했다.
여차하면 이형의 말 한마디에 모든 책임을 지고 탄광으로 끌려가거나 한직으로 내쫓길지도 몰랐다. 안 그래도 요즈음 황제가 귀국한 이래로 한국에 밀입국하거나 중범죄를 저지른 죄인들은 판결이 나는 족족 모두 탄광으로 돌리라는 교시가 내려진 차였다. 점차 늘어나는 국내 석탄 수요를 채우기 위하여 탄광에 죄인들을 동원하고 있다. 아직도 종종 산짐승들이 사람을 물고 간다는 태백 탄광은 특히나 악명이 높았다.
'대자대비하신 석가시여, 천지신명이시여, 조상님! 그저 이 못난 놈을 굽어살피소서…!'
최지용으로서는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탄광행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로서는 그저 황제가 오늘 기분이 좋아 그의 부족한 성취를 눈감아주기를 기대할 따름이었다.
'뭐, 이 정도면 평범한 수준인가.'
그러나 그런 그의 심정과는 달리, 이형의 심기는 평온 그 자체였다. 기대한 것보다 대단한 성과가 나오지도 않았지만, 기대한 것보다 못한 성과가 나오지도 않았다. 용수철이야 열처리한 강철을 써야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올 텐데 그 강철을 넉넉하게 준비할 수도 없는 지금의 한국에게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니 이형도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탄약의 규격 문제야 이형이 구체적으로 지시해주지 않고서 그저 한국의 소총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을 만들라고만 했으니, 프랑스의 샤스포 소총을 고스란히 베끼기에는 다소 민망해서 일부러 고쳤으리라. 딱히 저작권이 있는 시대도 아니라지만, 그래도 도의 문제는 있는 법이니 말이다.
실제로 총기규격을 제외하자면 총기 자체는 기존의 샤스포 소총을 거의 고스란히 베끼되 한국에서 만들기 쉽도록 소재를 변경하고 단순화한 정도였다. 대단한 창작성이 돋보이기보다는, 본래의 것을 개선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 셈이었다. 아마 프랑스 군인이 본다면 샤스포의 개량형 정도로 인식할 공산이 컸다.
'한국판 무라타 소총인 셈인가. 시대는 조금 앞섰지마는. 그러고 보니 무라타 츠네요시가 지금 현역이군. 첫 작품부터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마구 찍어낸 존 브라우닝 같은 괴물을 데려올 수야 없겠지만 무라타나 아리사카 같은 일본 출신 총기 제작자들은 들여올 만한데….'
이형은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명 난이도는 낮겠지만, 본격적인 열강 출신의 기술자들을 들여온다면 모를까 지금의 일본은 한국과 비교해도 크게 나을 것이 없는 처지다. 본래 역사의 메이지 유신도 막부군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는 일본이었다. 개항이 조금이나마 일렀으니 일본이 기술적으로 앞서가고 있기는 하겠지만, 그리 대단한 격차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지금 그럭저럭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최지용과 휘하 장인들에게 투자를 늘리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일본의 전력 악화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일이었기에, 우선 이형은 국정원에 따로 주문을 넣어보기로 생각을 굳혔다.
"용수철은 억지로 만들기 어렵다면 고래수염을 써보게. 듣자 하니 왜국에서는 자체적으로 용수철을 만들 수가 없어 대신 아교처리 한 고래수염을 썼다고 하던데. 뭐 비슷하지 않겠나? 동해에서는 제법 고래가 많이 잡히지. 기름, 고기, 가죽, 향료,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게 고래이니까 장차 포경을 크게 장려할 작정일세."
"태, 태엽과 용수철은 다릅니다. 화, 황상."
"흐음?"
이형은 눈을 깜빡거리며 최지용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동안 계속 말을 더듬고 위축되어 있던 그가 말대답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까닭이다. 최지용 또한 뒤늦게 그에게 말대답하고서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는지,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영락없이 겁에 질린 몰골이었다.
최지용은 이내 눈을 질끈 감고서는 모든 것을 포기해 버렸다.
'아아, 끝장이다! 나는 여기에서 죽는 것이로구나! 혹은, 죽는 것보다 더한 꼴을 당하던가. 아버님, 이 불초 불효자 곧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흠, 그런가? 그럼 어디 조금 더 용써 보시게나. 그래도 아주 못 만드는 건 아니고, 성능이 조금 부족한 수준이니 말일세. 강철이 나오고 소재를 조금 더 좋은 걸 쓸 수 있게 되면 모든 게 확 달라질 리도 모르지. 힘내시게."
"주, 죽여주시옵소서! …예?"
급히 허리를 숙이며 이형에게 자비를 구걸하려 했던 최지용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 들었나 하여 슬쩍 고개를 올리고서 눈을 껌뻑거렸다. 그러다 무심코 이형과 눈이 마주쳐, 다시 화들짝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이형은 그런 최지용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뭘 그리 놀라고 있나?"
"그, 그것이…송구하옵니다."
"송구하기는 뭐가 말인가? 이 병기창의 총책임자는 그대일세. 당연히 그대가 이 몸보다야 많이 알고 있겠지. 현장에서 일해본 적도 없는 놈이 알면 뭘 얼마나 알겠나?"
이형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기실 이는 이형 나름의 용인술이기도 하였다. 실제로, 그는 실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남경에서 이하응의 흉내를 내려 서류작업에 한참을 매달리기도 하였지만, 그건 본인의 노력이라고 해야 할 부분이고 재능이나 지식은 실무와는 도통 인연이 없었다.
그러니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정하고 거기에서 이탈하려 하거나 반대하는 반대파들을 호되게 탄압할지언정, 막상 실무에서는 현장 책임자들에게 모든 걸 믿고 맡기는 편이었다. 다만 이는 이형의 사정이었고, 최지용의 시점에서는 달랐다.
최지용으로서는 무심코 눈에서 눈물이 질끔 나올 지경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황제가 그를 믿고 일을 맡기겠다고 한 것이다. 안 그래도 뿌리 깊은 기술자 천시로 이래저래 앙금이 많던 그였다. 유교적 충효 관념이 강하게 각인 되어 있던 그로서는 마음이 절로 뭉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결과물이 기대 이하라면 당연히 그 경우의 책임도 자네가 모조리 짊어져야겠지만."
딸꾹.
"대신 성공했을 경우의 포상도 온전히 자네와 휘하 장인들에게 내리겠다 약속하겠네. 그러니 너무 부담감 가지지 말고 일해주시게. 뭘, 아주 졸작만 들고 오지 않는다면 벌을 받거나 할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말게! 하하하!"
이형은 그리 말하며 최지용의 등을 연신 두드렸다. 그로서는 '아주 졸작만 들고 오지 않는다면-.'부분이 진심이고 앞에 협박은 반쯤 농담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최지용으로서는 앞에 책임 운운 부분이 더 인상 깊을 수밖에는 없었다. 이형이 있는 힘껏 등을 두드려도 아픈 줄도 모르고서 딸꾹질을 해댈 지경이었다. 최지용은 반쯤 정신이 나가 무심코 혀를 깨물려던 것을 간신히 의식하고서 냉큼 입안에 말아 넣었다.
그런 최지용의 속도 모른 체 이형은 히죽 웃으며 최지용에게 말했다.
"참, 그래 보니까 분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내 분명 남는 고철로 수송대(輸送帶)라는 걸 만들어 당분간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각자 지정된 공정만 만들어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형이 말하는 것은 공장에서 쓰는 롤러 컨베이어였다. 본격적인 동력을 지닌 컨베이어 벨트를 만들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들었기에, 무동력 롤러 컨베이어만이라도 지금 있는 재료들로나마 도입하여 분업의 효율을 극대화 시키려 했다.
전생에 공장에서 일하며 몇 차례 그 생김새나 작동법에 대해서 익히 알던 이형이었기에 그 도안도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줄 수 있었고, 이제는 그 성과가 나올 때도 되었다-생각이 들어 최지용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 그것이 불과 닷새 전에 막 완성되어 이제 막 병기창에서 쓰이기 시작한 지라…."
"흠, 그런가. 조금 성급했구먼."
다만 돌아온 대답은 그리 신통치 않은 것이었다.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기에는 아직 일렀다. 이형은 자신이 마음이 급했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생각해보면 고무도, 알루미늄도, 플라스틱도 없이 고철과 나무로 임시로 만든 롤러 컨베이어였다. 도안이 비교적 자세했더라도 비전문가의 도안이 고작이고, 만드는 도중에도 여러 차례 시행착오가 있었으리라는 건 쉽게 짐작 가능했다.
어차피 시간은 많았다. 롤러 컨베이어로 우선 시동을 걸고, 차차 고무가 수입되고 기관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되면 본격적인 컨베이어 벨트를 만들어 공장에 보급한다면 한국은 자연히 공장 생산량에서 앞서가게 될 터였다.
이형은 재차 최지용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당분간은 우선 장인들을 늘리기보다는 그 수송대를 쓰는데에 익숙해지도록 하게. 짐이 그대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크네. 온 나라의 장인들이 병기창만을 바라보고 있어. 장차 병기창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온 나라가 쭐레쭐레 따라다닐 거야. 이 나라의 공업이 그대의 이 어깨 위에 달려있음을 알게."
'무동력 롤러 컨베이어라도 분업이 제대로 이뤄지면 생산성은 배가 되지. 병기창에서 컨베이어를 쓰기 시작하면 자연히 다른 공장들도 흉내 낼 테고, 그렇게 분업이 자연스럽게 보편화 되는 거야. 당장 기계는 무리더라도 수공업 공장이나마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이형은 히죽 웃었다. 그 나름대로는 기운을 북돋아 주려 한 말이었다. 최지용에게 자신이 그만큼 큰 기대를 받고 있다는 걸 가르쳐주기 위하여 일부러 다소 과장을 섞어 그리 말한 것이다.
물론 그걸 듣는 최지용 입장에서야 어땠는가-하면.
"…신명을 다하겠나이다, 황상.
"음! 기세 좋은 대답을 들으니 짐도 덩달아 기분이 좋구나! 껄껄껄!"
'죽겠구나. 난 이제 죽었다. 죽는 게 더 나을 거야….'
반쯤 넋이 나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부정적인 전망만 몇 차례고 되뇌는 최지용의 어깨를 이형은 세차게 두드렸다.
***
그날 밤.
"김옥균이 조선애국당 당사를 들락거려?"
이형은 위병의 보고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김가진과 조선애국당을 감시하라고 붙여둔 것이었는데, 전혀 엉뚱한 인물이 잡혔다. 사실 본래는 이 역할을 전봉준에게 맡길 작정이었으나, 전봉준이 베르뇌 대주교와 만난 이래로 시간이 날 때마다 성당을 들락거리던 모습을 훤히 본지라 그를 대신하여 다른 위병을 부렸다.
'김옥균은…분명 내가 듣기로는 안동 김씨 종가와 절연을 했을 터인데. 뭣 하러 이제 와서 조선애국당에 출입하는 거지? 설마, 절연 그 자체가 속임수였나?'
불길한 직감에 이형의 이마에는 절로 주름살이 지어졌다. 안동 김씨를 모건, 카네기에 다음가는 개새끼라고 평가했던 것은 그만큼 그들이 비교적 다루기 편할 것이라 여긴 까닭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위협을 경시한 것은 아니었다. 되려 모건, 카네기와 동격으로 취급된 것만으로 그들은 현 대한제국에 있어서 제일가는 골칫거리라 할 수 있었다.
조선애국당 건만 해도 그랬다. 그간은 그저 실력과 재력, 인맥이 고작이었다면 조선애국당은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안동 김씨에게 민심을 더해줄 여지도 충분했다. 그건 이형에게도 최악의 사태였다. 민심이 더해진다는 건 곧 백성들이 안동 김씨의 방패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 김옥균의 불온한 행동은 이형의 경계를 굳히기에 충분했다. 그간 안동 김씨와의 절연을 근거로 자유로이 행동하도록 내버려 둔 김옥균이었다. 만일 안동 김씨와의 절연이 거짓부렁이였다면 김옥균은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동 김씨를 위하여 암약했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네. 그러하옵니다, 황상. 분명 변발을 한 중국인과 함께 당사를 방문하고, 다시 나갈 무렵에는 홀몸으로 떠났나이다. 그 중국인의 신병을 넘기려 밀통하였음이 분명합니다."
"쓰으읍, 이것 참…"
'중국인이라…. 차라리 색목인이면 5개년 경제개발계획 구상에 뭔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겠지만, 중국인이면―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좋지 않은 상상 밖에는 안 드는구먼.'
골치가 절로 지끈거려오는 듯했다. 가벼이 웃어넘기기에는 사안이 사안이었다. 그 중국인 자체는 대수롭지 않은 인물일 수도 있겠으나, 김옥균과 김가진의 만남부터가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형은 내심 한숨을 내쉬고서 말했다.
"알았다. 수고했느니라. 우선은 그 중국인은 누구인지,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들어와서는 무엇을 했는지 낱낱이 조사하여 후일 보고하라. 또, 후일에라도 김옥균과 재회하지는 않았는지도."
"하명하신대로 하겠나이다."
이형의 지시에, 위병은 꾸벅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고서 조용히 물러났다. 이형은 한참을 그 지점을 응시하였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황후의 처소를 찾아가 그곳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참으로 신경 쓸 것투성이였다.
그리고 사흘 뒤.
"황상, 긴히 전해드릴 것이…."
"아니 되었다.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거라."
아우-.
"옳지, 옳지. 껄껄. 녀석, 잘도 웃는구나."
이형이 태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그날의 결과 보고가 있었다. 그의 곁에서는 황후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 잔소리를 하여도, 번번이 황태자가 듣는 앞에서 들어도 좋을 말 들어서 좋을 것 없는 말 모두 하고 있던 것이다.
그나마 경마나 그와 연루된 사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사양하는 모습을 보여도, 그 외의 공적인 일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태자가 듣는 앞에서 말하고는 했다.
'저러다 태자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황후로서는 그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 황후의 눈치를 한번 보고서, 위병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중국인에 대하여 조사해 보았나이다. 이름은 황비홍. 광동 출신으로…."
"오호."
"…황상께서 단옷날 개최하시고자 한 축제에서 무도대회에 출전하기 위하여 왔으며."
"오오오?"
"입국 당일 역전에서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김옥균과 대련을 벌이다 싸움을 말리던 김가진을 만나,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조선애국당 당사에 머물고 있노라고-."
"오오옷!"
이형은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놀라 무심코 위병이 고개를 들고 이형을 바라봤다 뒤늦게 다시 고개를 숙일 지경이었다. 태자가 놀라 눈을 껌뻑거리고, 황후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서는 이형을 흘겨보았다.
"황상."
"…험!"
이형은 뒤늦게 멋쩍어 연신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 잔뜩 어린 흥분은 도저히 숨길 길이 없었다.
무엇을 숨기랴.
그는 품 안에 어린 태자보다도 잔뜩 들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