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09화 (209/530)

< 회맹 >

한편, 같은 시각 창덕궁.

"모두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였소."

한반도 모양 연못 위에 세워진 관람정에서는 단출한 만남이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단출하였다는 건 어디까지나 호사스러운 군무나 음악이 없었다는 것뿐, 상차림이나 모인 인물들의 면면까지 단출한 것은 아니었다.

현 일본국의 상국겸 총리대신 도쿠가와 요시노부, 마찬가지로 대만국의 상국 흥선왕 이하응, 청국의 섭정왕 혁흔, 그리고 대한제국의 황제 이형까지. 노서아의 침공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몽골에 틀어박힌 몽골친왕과 아직 정식으로 왕으로 봉해지지 않은 여덟 번왕을 제외한 현 범아시아 조약기구에 속해있는 모든 국가원수가 다시금 한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겉표면적인 이유는 물론 단옷날의 축제를 빛내기 위함이었으나, 실상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중화제국이 멸망하였고, 대한제국은 마침내 천명을 온전히 거머쥐었다. 이후 이형은 천자이기를 거부하고 대초원의 대칸으로 남겠다 선언하였으나, 이를 있는 그대로 믿는 이들은 드물었다. 중원의 천명을 파괴하겠다는 발언 자체가 진지한 미래계획이라기보다 허세 내지 몽상으로 해석된 까닭이었다.

"중원의 패자가 되셨음에 경하드리옵니다, 황상."

따라서, 이형이 착선한 이래 가장 먼저 입을 연 이하응의 축사는 이러한 것이었다. 이형이 중원의 천명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대칸으로 남겠다 선언하였으니, 이형의 대외적인 공식직함은 중원의 패자이자 대초원의 대칸임을 알리는 축사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만남도 그 성격을 달리 해석할 수 있었다.

범아시아 조약기구란 근대에 부활한 옛 춘추시대의 회맹과 같으며, 이형은 뭇 제후들의 우두머리인 패자이자 대초원의 대칸이라는 해석이었다. 이는 비단 이하응 본인의 독단이 아니라, 이 무렵 뭇 동아시아의 유자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해석이기도 했다. 이형이 비록 직접 천자가 되지는 않았으나, 중화제국을 멸하고 중원을 평정하였으니 충분히 패자를 자칭할 수준은 된다는 해석이었다.

이는 이형이 중원의 천명을 파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인식하에서 이루어진 해석이었다. 물론, 이형이 구태여 중원의 천명을 파괴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는 인식도 없지 않았다. 이형의 의지력을 얕보았다기보다는,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이형이 억지로 중원의 천명을 파괴할 이유가 없었다.

"패자라. 흠, 이 하늘 아래에는 분명 하나의 천하, 하나의 황제만이 있을 거라 내 일찍이 선언하였소만."

"무례를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이 늙은이가 요근래 도통 귀가 어두워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귀가 멀어 그랬나이다."

그러니 이형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미 민족주의의 광풍이 다가오고 있음을 여실히 느낀 이형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원을 억지로 통치하려 했다가는 한족의 일원이 되어 집어 삼켜질 뿐이니 쪼개어 영향력 아래에 두겠다고 설명한다고 한들, 과연 누가 알아들을까. 이형은 싸늘하게 이하응의 축사를 쳐냈다.

이에 이하응은 어딘가 찌들은 듯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이형에게 사과하였다. 물론 그저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사과일 따름이었다. 이형 또한 그것을 알았지만, 구태여 이를 지적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목을 가다듬고서 입을 열었다.

"짐은 이번 단옷날과 같은 축제를 상설화하고자 하오. 그리하여 각국의 문물을 널리 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각국의 문물에 대하여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면 하외다.

"그러니까 매년 이와 같은 축제를 여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럴 리가 있겠소. 그러나 격년이나 4년에 한 번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시기는 구태여 단옷날이 아니어도 좋소. 다음 대회까지는 우리 한국에서 개최하겠으나, 그다음부터는 우리 한국에서 개최하지 않아도 상관없소. 이처럼 온 천하의 백성들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대회가 거듭하여 열리는 것을 무엇보다 소중히 하고 싶소."

자신의 질문에 대한 이형의 대답에, 요시노부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형이 보기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대는 꼴이 요시노부의 별명대로 너구리를 보는 듯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다시금 차분히 입을 열며 이형에게 물었다.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사옵니다, 황상."

"허하리다. 뭐든지 말하여 보시오."

"만일 여덟 제후가 정식으로 그들의 나라를 가지게 된다면, 그들 모두에게 각각의 개최권이 주어지는 것입니까? 그도 아니면, 그들 모두가 중화의 이름으로 하나의 개최권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까."

"물론, 그들 각각이 골고루 나눠 가지게 되겠지. 대회에 나온다면 마땅히 8개의 나라가 각각의 이름을 달고서 땀을 흘리며 그들 나라의 문물을 알리게 될 것이며, 대회를 연다면 그들 나라의 깃발과 이름을 내걸게 될 것이오."

이형의 대답에 비로소 요시노부는 히죽 웃었다. 이내 금세 미소를 지우기는 했으나, 그는 비로소 이형의 의도가 보이는 듯했다. 동석하고 있던 섭정왕 혁흔 또한 마찬가지였다. 요시노부는 비로소 이형이 제법 진지하게 중원을 나누고 여럿의 나라를 만들려고 함을 깨달았다. 단순 허세나 몽상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 나름대로는 뚜렷한 미래계획을 품고 있는지도 몰랐다.

'각국의 문물교류는 덤. 오히려 주된 목적은 국내의 백성들에게 선전하기 위함이로군. 피와 땀을 흘리는 경쟁은 백성들의 피를 끓게 만든다. 대회에서 승리하면 승리한 대로 백성들은 자긍심을 품고, 위정자들은 백성들에게 선전하기 위해 필요한 성과를 얻는다. 패배하면 패배한 대로 백성들은 상대국에 앙심을 품고, 위정자들은 그 앙심을 이용해 국내를 단결시킬 수 있다.

실력 좋은 글쟁이 놈들을 시켜 관보에 적당히 각색한 각 경기의 실황을 서술하게 만들면….'

'또 묘한 낯짝을 하고 있구먼. 저 너구리 같은 놈. 진짜 머리 굴리는 솜씨 하나는 대단한 놈이야.'

이형은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으로 요시노부를 빤히 바라보다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대강 짐작이 갔지만, 그것이 이형의 미래지식을 넘어선 수준의 발상일 리는 없었다. 설령 세기를 넘어서는 천재의 발상이라도 2세기 앞선 미래에서 그와 같은 천재들의 발상이 뒤엉켜 만들어진 역사를 넘어설 수는 없으니 말이다.

뒤이어 이형이 시선을 향한 것은 섭정왕 혁흔이었다. 이형의 시선을 느낀 혁흔은 깊이 한숨을 내쉬고서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황상께서 품으신 대업은 알겠으나, 이처럼 큰 대회를 연다면 빈번히 백성들을 고달프게 만들게 될 것입니다. 필시 이와 같은 대회가 상설화된다면 각국이 자국의 문물을 뽐내고 국력을 뽐내려 할 터인데, 모내기가 막 끝나 아직 농사일에 바쁠 단옷날은 이와 같은 큰 대회에 적합하지 못합니다. 간청하건대, 다음 대회부터만이라도 추수철로 옮기어 백성들의 고충을 줄여주소서."

"음, 그 말이 옳소.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리다."

이형은 드물게 혁흔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치에 어긋나는 말도 아니었고, 딱히 한국의 국익에 반대되는 말도 아니었으니 구태여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여전히 경제 대부분을 농업이 차지하던 게 동아시아 국가들의 현실이었다. 이번 축제도 승전 축제를 겸하였으니 이처럼 큰 행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지, 그런 특수한 사정이 없었다면 백성들의 삶을 고달프게만 한다면서 사방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을 터였다.

이형이 순순히 이를 받아들이자, 혁흔은 그대로 다시 자리에 앉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지난번 이형에게서 대한제국이 베를린에 정식 초대받았음을 듣게 된 이후로 눈에 띄게 이형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진 공친왕 혁흔이었다. 그 또한 느낀 바가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부터는 슬슬 함께 합동훈련을 시작하고자 하오만."

"그렇다면 황상, 그 부지는 우리 청국에서 협조하여 드리겠나이다. 아직 화북에는 지난 전쟁 때 이후로도 해산하지 않고서 백성들을 괴롭히는 크고 작은 도적 떼들이 많으니, 그들의 토벌을 겸하여 강병을 조련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호오, 그거 반가운 말이로구려. 그럼 그대로 하겠소. 시기는 농번기를 피하여 이듬해 초엽으로 잡고, 화북에서 본격적인 도적 토벌을 하는 한편으로 유구국에 각국의 함대를 모아 모의해전을 연습해봅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황상."""

혁흔은 전에 없이 고분고분한 태도로 이형에게 차분히 고개를 숙였다. 이하응이야 쉽사리 이형을 거스를 수 없는 입장이고, 요시노부는 자국의 국익을 위하여 이형에게 숙이는 편이 옳다고 간주하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공친왕 혁흔은 지난 세월 내내 이형에게 거슬러왔으므로 이는 의아한 일이었다. 이형 또한 처음에는 마음이 꺾여 실성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혁흔은 이형의 의혹 어린 시선에도 그저 고개를 푹 숙일 따름이었다. 딱히 마음이 꺾였다기보다, 이형이 선택한 전면적인 근대화라는 길이 옳았음을 인정하게 된 까닭이었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건 청조의 안위를 위해서건 지금은 우선 한국에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처지이니,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형 또한 혁흔의 태도 변화가 의아하기는 해도 이제 와서 그가 이형에게 해를 끼칠 이유를 발견할 수도 없었기에, 그날의 만남은 우선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정중히 이형을 향해 삼배를 한뒤 그들 나라에서 온 수행원들이 혁흔과 요시노부를 데리고서 사라졌고, 화려한 상차림도 치웠다.

그러자 남게 된 것은 언제나 그대로의 두 사람이었다. 피만 이어진 부자, 이형과 이하응이었다.

"…내 목을 베려고 온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더구려. 솔직히 놀랐소. 덕분에 괜히 그 노서아 놈의 손아귀에 놀아나느라 혼났지. 그때 짐을 죽이러 온다면 필시 그대 뿐일 거라 생각했소만."

잠시 뭐라 말을 시작할까 봐 머릿속으로 말을 고르던 이형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 본래도 그런 기색이라고는 없었다지만, 이제는 아비로서의 존경이나 최소한의 존중도 때려치운 어조였다. 네가 나를 죽이러 올 거라 생각했다는,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정적을 향한 추궁이었다.

그 서슬 퍼렇게 날이 선 어조에, 이하응은 내심 헛웃음을 흘렸다. 이하응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제가 진정 황상의 목을 노리고자 하였다면 이보다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었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상황이었겠지요. 소신은 지금 어중간하게 몰려있고, 천하를 도모할 힘도 없습니다. 지금 이 정세에서 무엇 하러 옥체에 해를 끼치려 하겠습니까."

"그 말은 꼭 언젠가 정세가 변하면 해를 끼칠 의향도 있다고도 들리오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라고 대답하여도 신용 받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진심입니다. 패자께 무언가 일이 터지면 지금 전주 이씨의 권세도 번영도 모두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테니 말입니다. "

이하응은 그리 말하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이하응의 정수리를 이형은 영 못 미덥다는 시선으로 가만히 노려다 보았다. 그러나 이내 노려다 보아봤자 소용없음을 자각하고서, 이형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화두를 돌리는 편이 나을 듯했다.

"패자라. 안 보는 동안에 중원의 유자들에 이상한 물이라도 들은 모양이구려. 계속해서 그렇게 부를 셈이오? 우습구려. 짐이 옛 주나라 땅을 차지하였는데 어찌 패자란 말이오? 주나라의 왕이니 적법한 황제가 아니겠소."

"황제는 시황제 자영이 만든 것이지요. 본디 주 국왕의 직함이 아닙니다. 주 국왕의 본디 직함은 천자이고, 패자의 소임은 본디 주의 천자를 대신하여 천하를 안정시키는 것일 터. 그렇다면 묻건대, 작금의 천하에서 패자가 섬겨야 할 천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필요 없소. 하늘 아래 황제는 짐 하나로 족하니 말이오. 구태여 섬겨야 할 천자가 필요하다면 하늘에 있는 상제라고 해둡시다."

이형은 따분하게 답했다. 그의 솔직한 심정이기도 했다. 그는 이미 마음을 굳힌 다음이었다. 그것이 장차 대한에 진정으로 이익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까닭이었다. 그러자 이하응은 작게 너털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하였다.

"황상, 그것은 장차 전주 이씨의 천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황상께서 장차 중원을 나누시는데에도 말입니다. 지금이야 황상께서 힘으로 중원을 굴복시키셨으나, 야인의 권위로 중원의 백성을 굴종시킬 수는 없습니다. 황상께서 서둘러 패자가 되어 허수아비라도 천자를 내세우시건, 아니면 스스로 천자가 되시건, 하루빨리 중원의 정당한 주인으로서 권위를 내세우셔야만 합니다.

소인으로서는 도대체 무엇이 그리도 황상께서 아집을 부리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집이라?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대 또한 보지 않았소? 민족의 힘이 백성들을 정치에 뛰어들게 만들 거요. 장차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 오겠지. 권위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우린 한족이 아니오. 그러니 한족의 황제가 될 수도 없소."

"황상, 냉정해지소서. 제가 무엇 하러 이렇게 황상을 설득하려 하겠습니까. 장차 황상께서 전주 이씨 종친들을 내세워 제후로 세우면 결국 그들이 의지할 것은 황상뿐이십니다. 민심을 얻은 것도 아니오, 하다못해 현지의 호족이나 권세 있는 자들과 연이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러니 그들이 왕조로서 자리 잡으려면 황상께서 권위를 세우셔야 합니다. 천자가 되지 않으시다면 하다못해 허수아비 천자를 세우고 패자가 되소서. "

"그리하면 그 허수아비 천자를 중심으로 중원의 백성들이 뭉칠 텐데도 말이오?"

"그 허수아비 천자를 확실히 수중에 넣어둔다면 민심을 뜻대로 휘두를 수 있을 테니 더욱 잘된 일이지요. 그다음에 황상께서 바라시는 대로 중원을 나누건 합치건 하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

이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명백한 거절의 의사였다. 이하응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설득은 실패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하기야, 서로 목숨을 노리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던 처지에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고 한들 받아들여질 리도 없었다.

아버지와 아들다운 덕담도 없었다. 절을 올리고, 상투적인 인사를 내뱉고, 그걸로 끝이었다. 위병 한 사람의 호위도 받지 못한 채로, 이하응은 발걸음을 돌렸다.

처소로 돌아가는 길. 이하응의 등 뒤를 몰래 뒤쫓는 발걸음이 있었다. 숙련된 자객이라기에는 어딘가 어설픈 걸음걸이에, 이하응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서는 입을 열었다.

"황상께 노여움을 사기는 했어도, 아직 이 몸의 목숨을 거둘 차례는 아니라 생각하였는데."

"그, 아닙니다! 믿어주십시오. 소신은 어디까지나 제국과 폐하를 위하여…!"

"잡설은 되었다. 네놈이 어디에서 굴러먹던 놈인지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용건만 짤막하게 말하라."

이하응은 마음 한쪽으로 피로감을 느끼며,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하였다. 말하는 꼬락서니로 보아, 누군가 붙여둔 간자인지 아니면 그냥 불을 보고 달려든 불나방인지는 몰라도 이런 일과는 인연이 없이 살아온 애송이였다. 천하장안이 따라붙던 시절이라면 그가 상대할 이유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 새삼 회한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회한도 잠시 뒤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소, 소인은 원세개라고 하온데. 모래에 열릴 어전 시합에 황상을 해하려는 역도가 있어 이렇게…!"

"그 이야기, 조금 더 자세히 해보아라."

그제야 이하응은 뒤돌아서서 그를 뒤따라온 어리숙한 위병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명백한 관심에, 원세개는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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