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10화 (210/530)

< 축제 당일 >

이튿날, 단옷날 당일.

퍼엉-.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축제는 한양 외곽의 군부대에서 발사한 예포 소리를 신호로 시작되었다. 축제를 구경하기 위하여 각국에서 찾아온 군중이 바라보는 애국가가 제창되었고, 3만여에 이르는 군중이 부르는 애국가는 하늘 높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다만 이 애국가는 한가지 한양의 백성들이 느끼기에 이상한 바가 많았다. 본래 용비어천가를 고스란히 이탈리아인 작곡가의 곡에 맞추어 개사했던 것이, 곡조는 그대로인데 난생처음 듣는 가사로 바뀌어 있던 것이다. 이를 사전에 공지 받지 못한 백성들의 경우 가사를 잘 알지도 못하고 대충 얼버무리거나 옆에 사람이 부르는 걸 흉내 내 뻐끔뻐끔 대충 흉내만 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는 이형이 단옷날 축제에 맞추어 애국가의 가사를 새로이 만들어 발표하도록 한 까닭이었다. 사실, 이는 이형의 기억 속 대한민국 애국가의 가사와 거의 같았기에 새로이 만들었다고 하기도 뭐 했다. 구태여 백성들에게 혼선을 줘가면서도 애국가의 가사를 고치고자 한 이유는 간단했다.

"용비어천가 가사에 대놓고 주나라 대왕이 나오고 오랑캐 운운이 나오는데, 막상 나는 대초원의 대칸을 자부하였고 장차 흡수해야 할 백성들도 만주인, 몽골인과 같은 오랑캐들이 상당수란 말이지. 조선인에게야 용비어천가가 익숙하겠지만, 이래서야 원. 곡조까지 고칠 엄두는 안 나니까 대신 가사라도 고쳐야지."

결국 가타부타 말은 많지만 짧게 줄여서, 현 한국의 실정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처음 애국가를 만들 때야 일단 겉으로나마 그럴싸한 모습을 만들고자 용비어천가를 썼지만, 장차 대한제국의 국가로서 두고두고 사용하기에는 아무래도 가사가 적절치 못했다.

이 탓에 이형이 대한민국 애국가를 거의 그대로 따오기는 했어도, 세부적인 내용은 부분적으로 달랐다. 대표적으로 백두산은 조선인과 만주인 모두의 영산이었으므로 그대로 두었지만,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같은 경우 남산이 지나치게 조선에 치우쳐져 있다는 이유로 백두산의 다른 명칭인 백산을 끌어와 '백산 위의 저 소나무'로 바뀌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또한 전주 이씨의 상징화인 오얏꽃을 끌어오고 현 대한의 영토 강역에 맞추어 '오얓꽃 팔천리 화려강산'으로 바뀌었으며, 무엇보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구절의 경우 이형의 천주교도 논란과 더불어 기독교적 색채에 유림과 사찰의 우려와 반발을 살까봐 '단군왕검 터 잡으사'로 고쳐졌다.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잘은 모르겠지만, 훨씬 좋은데? 귀에 쏙쏙 들어오니 좋구먼!"

"아무렴, 황상께서 손수 가사를 지으셨다고 하지 않으시던가? 어떤 분이 만들으셨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암, 암!"

결과는 그럭저럭 성공이었다. 처음에는 평소와 같이 용비어천가를 부르려다 난생 처음 듣는 가사에 당황한 백성들이 우물쭈물했지만, 미리 가사를 외운 바람잡이들을 곳곳에 풀어둔 덕분에 4절까지 모두 마칠 무렵에는 새로이 바뀐 애국가에 호의적인 반응으로 뒤바뀌었다. 물론 바람잡이들이 이형이 몸소 작사한 가사라며 열심히 소문을 내고 다닌 덕이 가장 컸다.

결국 황제를 향한 호의적인 여론에 힘입어 성공을 겨둔 셈이었다. 무엇보다 전주 이씨 왕조에 대한 찬미의 성향이 강한 용비어천가에 비하여 새로이 바뀐 애국가는 이 무렵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던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했던 것이 특히 컸다. 가사에 황제나 황실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온통 우리나라, 대한 사람 같은 단어만 즐비하다 보니 되려 불경하다고 받아들이는 유생이 나올 지경이었다.

타-앙.

"『네,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앞서나가는 7번마 백미. 빠릅니다. 우측 선두를 차지합니다. 뒤이어서 4번마 건치가 재빠르게 단독 2위의 자리를 굳힙니…아아앗! 말씀드리는 순간 8번마 홍주가 4번마 건치를 앞지르고 선두에 따라붙습니다. 7번마 백미, 다시 속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과연 8번마 홍주, 백미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지!』"

"『첫 번째 경장급 경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3판 2선승제! 과연 황상께서 약속하신 특급 황소를 받아갈 천하장사는 누가 될 것인지…아아! 말씀드리는 순간 표한석, 왼 다리 들렸습니다! 버팁니까? 버티지요! 오른 다리만으로 꼿곳이 버팁니다! 아, 그렇지만 힘에 붙-아아앗! 뒤집습니다! 허리 젖혔습니다! 넘어가나요? 넘어갑니다! 충청도에서 온 표한석 장사, 첫판을 가져갑니다!』"

"『오늘도 많은 분이 모여주셨습니다. 늘 보던 분들이지요? 긴말이 필요 없습니다. 지난달 이맘때에도 본 얼굴들뿐이네요! 그럼 궁도, 시합 시작하겠습니다! 조선 명궁은 천하제일이라는 명성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 기대하면서…아, 말씀드리는 순간 박호윤 궁사 첫 궁시로 표적판 정중앙을 꿰뚫었습니다! 과연 조선 제일 명궁다운 실력입니다!』"

그렇게 애국가의 제창과 간단한 축사, 그리고 개막식이 마무리된 후에는 곧장 대회가 시작되었다. 종목은 크게 경마, 씨름, 택견, 궁도, 사격, 자유대련 6가지 종목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이러한 공식적인 종목 말고도 바둑과 장기, 축국, 마작 등이 소소하게 유희 거리로 제공되어 구경꾼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시합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처음부터 축제 일정이 3일로 한정되어 다소 빡빡하게 잡혀있던 까닭이었다. 이에 따라 한양뿐만이 아니라 한양 근교의 경기도 부지도 대거 시합부지로 동원되었고, 한양에서 열리는 황립배 대회 말고도 지방에서는 지방 나름대로 도 단위로 대회가 열렸다.

각각을 구경하는 구경꾼들 또한 다양했다. 경마와 궁도, 사격에는 늘 모이던 사람들이 모였고, 씨름의 경우에는 평소에도 크게 유행하던 만큼 택견 다음으로 많은 구경꾼이 모였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가장 흥한 것은 다름 아닌 택견이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이호준 투사의 안면에 발따귀가 작렬합니다! 휘청휘청 뒤로 물러나는데요. 넋이 나갔습니다. 활갯짓도 못하고 있어요! 팔을 크게 휘둘러서 다음 공격을 막아야 합니다! 아, 그렇지만 추동현 투사! 역시! 남대문의 늑대다운 날카로운 물구나무 쌍발 차기! 단번에 거리를 좁히면서 이호준 투사의 명치를 강타합니다!

이호준 투사, 완전히 눈이 풀렸어요! 쓰러집니까? 쓰러지나요? 말씀드리는 순간, 추동현 투사 회복의 여지를 안 주겠다는 듯한 후려차기! 저건 살수지요! 저희 쪽에서 봐도 이건 뼈가 으스러졌습니다! 결국 이호준 투사 피를 토하고 쓰러집니다! 추동현 투사의 완판승! 그러나 역시, 경고패가 주어집니다. 이호준 투사, 다행히 맥이 잡히고 있습니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는 이호준 투사!』

"이 미치광이 살인마 놈아! 황상께서 여신 대회에서 살수라니, 네놈이 제정신이냐!"

"푸하핫! 역시 남대문 대빵답다! 그래, 그렇게 전부 차 날려 버려라! 남대문의 기상을 보여줘라!"

당초에 이형이 택견대회를 시작으로 대회를 구상한 만큼, 화제성이면 화제성 재정적 지원이면 지원 어느 것 하나 뒤처지는 바가 없었으니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행을 끌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선정성이었다. 대회에 나온 선수들이 온통 본래는 저잣거리를 주름잡던 주먹패들이다 보니, 거의 한 시합 거르고 한 번꼴로 살수가 터져 나오던 것이다.

거기에 안전장비가 붕대와 솜 정도가 한계인 것도 있어, 택견 대회는 거의 경기장에 오른 선수들치고 제 두 다리로 멀쩡히 내려오는 경우가 없이 과격하게 진행되었다. 오금걸이로 다리를 걸어 다리뼈를 결딴내놓는 건 예삿일이었고, 인사도 없이 대뜸 발따귀로 고막을 터뜨리거나 한 손 짚고 차기로 온몸의 체중을 담아 안면을 걷어차 목뼈를 결딴내놓는 악질들도 수두룩했다.

당연히 대회 운영진 차원에서 제동을 걸기 위하여 경고패를 주거나 실격 처분을 내리는 등 이런저런 조처를 하였지만, 택견대회의 공지와 더불어 내려진 석전 금지령으로 굶주려 있던 백성들은 되려 운영진을 탓하며 투사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예로부터 싸움 구경보다 재미있는 것이 따로 없다던가. 나라님이 직접 싸움 구경할 장소를 마련해주셨으니, 그들로서는 그저 즐거울 따름이던 것이다.

"그래도 조금 지나치게 유혈이 난무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음, 부정은 하지 않으리다. 짐도 지금 후회하고 있던 차요."

특석에서 이 택견대회를 구경하던 유구 국왕 상태의 말에, 이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상태는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택견 대회의 폭력성에 겁을 집어먹은 듯,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운영진이 나름 제재를 가하고 정상적으로 대회를 진행하려 해도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살수가 거의 살육전을 방불케 하던 까닭이다.

처음에는 이형이 유구국의 당수에 관심을 보이던 것에 신나서 자랑을 늘어놓고 있던 그였지만, 이 무렵에는 이미 할 말을 잃고서 멍하니 시합을 구경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에 반하여 이형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다. 아니, 되려 즐기고 있다고 하는 것이 정확했다. 어쩌면 백성들보다도 그가 더욱 즐기고 있을지도 몰랐다. 요즈음 정사에 바빠 유희 거리가 마땅치 않던 차에, 시원한 타격이 난무하는 택견 대련은 그의 피로까지 날려버리는 듯했다.

뻐억-.

"그렇지! 그대로 가랑이를 걷어차 버려라! 손주 놈 옹알이도 못 듣게 만들어버려! 푸하하핫!"

"화, 화상…."

"음? …아차. 흠흠! 그래, 알 한덩이는 남겨두거라! 저놈도 손자놈 옹알이는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특석에서 구경하고 있던 황제가 이렇다 보니 시합이 더욱 과격해지는 것도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덕분에 어떻게든 선수들의 안전을 최우선시로 두고 있던 대회 운영진으로서는 그저 죽을 맛이었다. 황제가 화끈한 대련을 선호하다 보니 갈수록 투사들이 점점 몸을 사리기보다는 거의 선수 생명을 던져가며 타격전에 목숨을 걸어대니 더더욱 그러했다.

처음에는 적당히 유술도 가미해가며 이기기 위하여 싸우던 투사들이 나중에는 총애를 얻기 위해 거리조절도 내팽개친 채 죽어라 발차기만 해대는 형국이었다. 당연히 관중의 함성은 더욱 커졌지만, 그만큼 실려 나가는 선수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황상."

"…흠흠!"

결국 이를 진정시킨 것은 곁에 동석하고 있던 황후였다. 피와 땀이 튀기는 혈투를 백성들이 기대하고 있으니 아예 하지 말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정도가 있지 황제가 몸소 선수들을 반병신으로 만들려 종용하고 있었으니 결국 참다못해 나선 것이다.

그제야 이형은 머쓱하게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그 뒤에도 이따금 화끈한 승부가 나오면 가볍게 감탄사를 하거나 몸을 떨기는 했어도,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과 함께 호들갑을 떠는 일은 없었다. 그 뒤에야 비로소 운영진이 정상적인 대회 운영이 가능해지며 실려 나가는 선수들이 대폭 줄어든 것은 덤이었다.

"과연, 검투장이로군요."

"검투장이라기보다 올림피아 제전의 동양식 부활이라고 불러주었으면 하오만."

"…흠, 듣고 보니 비슷하기도 하군요. 그러나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 그제껏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인물이 입을 열었다. 프랑스군 극동함대가 사르네 제독이었다. 이형이 이번 대회에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도 초대장을 보낸 까닭에, 극동 총독부를 대표하여 한국에 입국하였다. 지난 황하에서의 만남 아래로 근 1년 반 만에 만나는 구면이었다.

유구 국왕 상태가 새파랗게 질리고 황후가 착잡해 하던 반면에, 사르네 제독은 군인답게 택견 대련을 흥미 깊은 얼굴로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대부분 주먹패로 구성되어 뚜렷한 초식을 익히고서 참여한 선수들은 드물었지만, 반대로 주먹패 출신인 탓에 더욱 실전성이 강화되어 참고할 여지가 많았다.

그 모습에 어딘가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이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를 초청한 것은 프랑스와의 우호를 과시하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유럽에서의 정세에 대하여 듣고자 함도 있었던 까닭이다.

"유럽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소? 듣자 하니 꽤 혼란스러운 모양이오만."

"자세하게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아마 각 군에서 점령하고 있는 영토를 근거로 국경선이 다시 그려질 모양입니다. 러시아에서 불만이 많더군요. 그야, 덕택에 폴란드를 뭉텅 내주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아마 여력을 회복하는 대로 폴란드를 수복하려 나설 겁니다. 물론, 제 조국도 이를 지키려 최선을 다하겠지요."

"과연, 그거 유감이구려. 아무래도 유럽 대륙의 전화는 한동안 계속될 모양이오. 혹, 극동 총독부에 내려진 훈령 중 짐에게 알려줄 만한 것이 있소?"

"아직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이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강 예상한 대로였다. 양 진영 모두 많은 희생을 본데에 비하여, 얻은 것은 적었다. 그나마 프랑스가 판정승에 가까웠지만, 그마저도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럼 결국 지금의 종전은 여력을 회복하는 대로 다시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휴전협상에 불과했다.

되려 이형에게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점령지를 근거로 국경선이 다시 그려진다'라는 정보였다. 슬슬 박규수가 베를린에 도착했겠지만, 베를린에서의 일을 이형이 알 수단이 없었다. 그러니 박규수가 협상을 끝마치고 돌아왔을 무렵 얼마나 되는 성과를 냈을지에 대하여 추론하려면 한국보다 통신망이 잘 구성된 열강국에게서 가끔 흘러나오는 정보를 엿들을 수밖에 없었다.

'점령지 그대로 국경선이 다시 그어진다면, 연해주까지는 확실히 우리 영토가 되겠군. 문제는 동시베리아인데, 여긴 박규수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겠지. 최소한 공동관할 권한이라도 받아내면 좋겠는걸. 물론, 아예 병합할 수 있으면 가장 좋고.'

뻐-억.

"어이쿠, 배떄지에 제대로 꽂혔구먼! 껄껄, 저거 일어나기 어렵겠어!"

"내장이 파열되지 않았을까 우려되는군요. 뭐, 강인한 청년인 듯하니 금방 다시 일어나겠지요."

황후의 한숨 소리를 뒤로한 채, 이형과 사르네 제독은 나란히 감탄사를 흘리며 택견대회 진행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였다. 정치는 정치였고, 지금은 축제였다. 그렇다면 골치 아픈 일들은 잠시 뒤로 미루고서 즐기는 것이 옳았다.

한편 그 무렵, 야구와 축구 등의 구기 종목들의 이벤트 경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가-하면.

"『네, 보시는 분들 모두 낯설 겁니다. 이번에 황상께서 특별히 명하시어 선보이는 시험경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뭐라고 했지요? 네, 그렇지요. 축구? 서역의 축국과 비슷한 종목이라고 합니다. 선수들도 온통 색목인뿐이라 어색하시겠지만, 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배를 걷어찹니다! 저 선수 이성을 잃었어요! 공은 안중에도 없이 일단 복부를 발로 걷어찼습니다!

이거 경기 이대로 진행됩니까? 아, 진행되는군요! 역시 난폭해요! 네! 축구는 난폭한 경기였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백팀 선수 한 사람이 또 뒤에서 머리끄덩이를 붙잡혀 넘어갑니다! 공을 훔쳐 달아나는 홍팀…의 안면에 백팀의 주먹이 날아듭니다! 설마 이대로도 경기 진행됩니까? 아, 아니지요. 역시 이번에는 심판이 들어와서…싸웁니다! 이보세요! 택견 시합장은 종로입니다, 종로!

도대체 이 경기,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결국 싸움을 말리려 헌병대 여러분들이 수고해주시고 계십니다!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아, 공이 몸에 꽂힙니다! 고통을 호소하는 선수! 이거 이렇게 되면 규칙이 어떻게 되지요? 아, 출루로군요. 네, 1루 출루…하지 않고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습니다! 청팀 선수들, 이성을 잃었어요! 감독이 저지…하지 않습니다! 이에 맞서 백팀 선수들도 방망이를 들고나오는데요! 저거 누가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 다행히 더 늦기 전에 헌병대가 출동하였습니다! 가까스로 해산하는 선수들! 승리도 좋지만, 조금은 안전에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선수들의 낮은 역량과 부족한 심판 권한과 구멍 투성이 규칙의 삼위일체로 엉터리 경기 진행을 보여주며 아직 다른 열강국이 프로리그를 만들기 꺼리는 이유를 온몸으로 대신 설명해주고 있었다.

모래 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머리끄댕이를 잡고서 치고 박고 다투는 것이, 이게 구기종목인지 이종격투기인지 구분이 안갈 지경이었다.

"좋아, 그대로 걷어차버려! 코뼈를 아작내 버려라!"

"푸하하핫! 저놈 나뒹구는 꼴 보소! 아주 그냥 광대가 따로 없네 그냥!"

물론, 그 덕분에 관중들에게 더욱더 많은 열광과 호응을 받았음 또한 난점이리라.

여러모로, 화제성 하나는 확실하게 끌게 된 구기종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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