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견 >
"『양 선수, 많이 지쳐있습니다. 역시 오늘 하루에만 연속으로 7번째 경기를 치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그러나 이것으로 마지막 경기입니다. 분명 내일 어전 시합이 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만, 이번 경기 또한 어전 시합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양 선수, 얼굴을 마주 보고, 경례-하지 않습니다! 시합장에 오르자마자 화려한 발따귀-아!
한판! 승부가 갈렸습니다! 박이준 투사, 일어나지 못합니다! 역시 그간 너무 피로가 축적되었죠! 결국 남대문의 추동현 투사가 대한 택견 정점을 거머쥐었음을 전해 드립니다!』"
"휘이익, 휙! 으하하, 역시 잘한다! 최고다, 남대문!"
"이건 엉터리야! 서로 인사도 안 하고 발차기부터 나가면 그게 어디 저잣거리 주먹패 싸움이지 대련이냐!"
"시끄러워! 이준이 저놈도 전 판에서 대뜸 판에 뛰어오르면서 냅다 날아 차서 한 놈 보내버렸잖아! 동대문 이길 때는 아무 말도 없더니 이제 와서 행패냐!"
"다들 정숙! 정숙-! 어전이니라! 체통을 지키지 못할까! 이, 이 이익…! 회장에서 난동을 피우면 즉각 끌어내라! 몽둥이찜질을 해서라도 진정시켜!"
택견 대회는 반나절에 걸친 진행 끝에 마무리되었다. 대회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엉터리 진행을 보여준 제1회 택견대회였다. 처음에는 황제가 보는 앞이라고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범절이나 규칙 정도는 준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를 구경하는 황제부터가 피와 땀이 튀기는 육박전에 박수를 보내고 또 선수들 각각도 피에 눈이 돌아간 게 문제였다.
준결승에 이르러서는 아예 저잣거리 주먹패 싸움이랑 다를 게 없어져 대뜸 경기장 바깥에서부터 도움닫기를 하여 날아 차기를 하지를 않나, 규칙을 준수하는 척 숨을 죽이고 있다가 대뜸 상호경례를 할 거리까지 오자마자 발따귀부터 날리는 등 순 엉망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황제가 보는 시합에 관심을 보이던 한양의 백성들도, 끝날 무렵에는 관객들 대다수가 20대-40대 사이의 남성들로 이루어진 형국이었다.
그들 중 갓을 쓴 선비는 누구 한 사람 없었음은 물론이었다. 마침 길거리 상인들이 경기를 구경하는 관객들에게 인심 좋게 탁주나 청주 따위를 싼값에 팔아치우다 보니, 경기가 끝날 무렵에는 관객들까지 온통 얼굴이 벌게져서는 반칙이라느니 규칙에 따르자면 누가 우승한 게 맞다느니 하면서 패싸움을 벌여댔다.
"황상, 분명 일전에 무술대회를 열자고 말씀드리긴 하였습니다만…이건 역시 도가 지나치지 않았을는지요."
"…험험!"
언제나 옅게나마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던 황후도, 이 추태에는 차마 뭐라 할 말이 없었는지 전에 없이 지친 얼굴로 이형을 쏘아보았다. 이형 또한 차마 뭐라 할 말이 없어 드물게도 멋쩍게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해댈 따름이었다. 대회를 연 주최자이자 운영진의 총책임자로서 어떻게든 흥분한 선수와 관객을 진정시켜야 했을 당사자가 가장 흥분해서 환호성을 질러댄 결과였다.
모든 게 자업자득이었던 셈이다. 그나마 이날 대회를 직접 참관한 것은 유구 국왕 상태와 사르네 제독 뿐이었던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만일 요시노부와 이하응까지 보는 앞에서 이와 같은 추태가 벌어졌다가는 범아시아 조약기구의 회맹을 이끌던 한국 입장에서는 망신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였다.
물론 그 두 사람 또한 어떤 식으로건 이번 추태에 대하여 전해 듣게 되겠지만 말이다. 당장 오늘은 요시노부는 산업 현장을, 이하응은 한양역과 철도청을 시찰하였다지만 내일의 어전 시합은 그들 또한 함께하는 앞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오늘과 같은 추태가 내일도 반복된다면 그때는 낯뜨거운 수준으로 끝날 턱이 없었다.
'내가 너무 막 나갔군.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거의 만취 상태처럼 날뛰었으니 뭐…. 정말 이따위 진행으로 죽은 사람이 안 나온 게 기적적이야.'
"『말씀드리는 순간, 황상께서 단상에 올라오고 계십니다! 모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맞이하여 주십시오!』"
"""대한제국 만세! 황제 폐하 만만세! 상제시여, 황제를 보우하소서!"""
연신 헛기침을 하면서, 이형은 머쓱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에 올랐다. 과정은 엉망진창이었다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었고 우승자는 우승자였다. 이형은 마지막까지 승리를 거머쥔 추동현이라는 이름의 택견꾼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고, 그 와중에도 계속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는 이어졌다.
대회가 이어지는 내내 번번한 청소 한번 없었던 단상 위는 온통 피와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발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목제 단상 위에 덮어둔 면 조각은 너덜너덜해지고 때 투성이였고, 중천에 떠 있던 해는 이미 진즉에 저물어 붉은 노을빛에 시야가 온통 시뻘겠다.
그러나, 단연 압권은 명색이 승자라는 추동현의 모습이었다. 반나절 내내 두들겨 맞아서인지 눈은 반쯤 풀려 있었고, 한쪽 눈에는 멍이 들고 흰 도포는 피와 땀으로 물들어 노을빛과 뒤섞여 분간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관중들의 박수와 함성으로 어떻게든 이형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고서 제자리에 넙죽 엎드리는 모습은, 어떻게 봐도 머리로 생각해서가 아닌 척추가 반응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래, 잘 싸웠구나. 이름이 뭐라고 하였지?"
"소신, 추동현이라고 하옵니다."
"추동현이라. 흐흐, 좋다. 오늘 짐과 회장에 모인 백성들을 즐겁게 해주었으니, 내 나라에서 주기로 한 상과는 별개로 특별히 소원을 한가지 들어주마. 어디 좋을 대로 말해 보아라."
'흠, 말하고 보니 정말로 무슨 무협에서 나올 폭군이 된 기분이군. 하지만 뭐, 이의민도 그렇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생각하는 건 거기서 거기지.'
이형은 내심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겉으로는 근엄함을 유지한 채로 말하였다. 겉으로 약속한 보상인 정통 택견 문파의 칭호를 소속 문파에 내리는 것과 3대가 펑펑 쓰며 먹고살아도 될 재화적인 보상을 제외하고서 또 다른 포상을 말해보라 한 것이다. 물론, 이미 명성도 재화도 약속한 마당에 빌 수 있는 소원이라고 해봐야 한가지뿐이었지만 말이다. 즉, 관직이었다.
어차피 이형은 뭐라 대답하던 그에게 벼슬을 제수해줄 생각이었다. 육군의 택견 사범으로 등용하여 전봉준과 더불어 그가 계획하고 있는 택견의 생활체육화와 군용무술 창작에 부리려던 것이다. 구태여 공적으로 벼슬을 내리겠다 약속하지 않은 건, 고려대 이의민의 고사를 들어 비판해올 유림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숨을 헐떡이던 추동현의 대답은 사뭇 달랐다.
"소신은 날 때부터 오늘 이날까지 그저 주먹을 날리는 놈에게 발따귀를 먹여줄 수 있으면 그걸로 좋던 짐승 새끼이나이다. 하오나, 이 짐승의 삶에 한점 부족함을 느껴본 적도 없나이다. 청컨대, 이 짐승 놈이 죽는 날까지 먹고 사는 걱정 없이 그저 계속 발을 휘두를 수 있게 해주소서. 그것만이 이 짐승 놈의 소원이나이다."
"허어."
'허세-일리는 없군. 반나절 내내 두들겨 맞고서 허세를 부릴 정신력이 남았을 리가. 거기에 이놈, 엎드려서 끅끅거리고 웃고 있는데. 설마 진심으로 이렇게 지껄이고 있는 건가.'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서 음습하게 웃는 추동현의 모습에 이형은 골이 띵해져 오는 걸 느꼈다. 그야 뭐, 나라에서 택견꾼을 전문적으로 육성한 적도 관리한 적도 없고 되려 검계와 엮어 탄압했으니 택견꾼을 자칭하는 이들치고서 음지에 물들지 않은 이가 없겠지만, 이건 특히나 더했다.
차라리 권력욕이나 명예욕, 혹은 사명감에 타오르고 있으면 모를까 이건 순전히 싸움에 굶주린 투견이었다. 실력에서라면 모를까 인성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이형도 무심코 그 헐떡이는 모습에 질릴 지경이었다. 주먹패로서의 삶에 하루하루 만족하던 부류를 양지로 끌어내는지도 몰랐다.
이형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그마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네 녀석, 하옥 대감을 아느냐?"
"소신의 사범께서 많은 신세를 지셨지요."
'허. 그거 우라질 노친네. 정말 지치지도 않고서 다방면에 걸쳐 다양하게 저지르고 가셨구먼.'
추동현은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대뜸 답하였다. 이형은 그제야 이해가 가는 듯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참가선수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으로 많이, 그리고 자주 살수를 사용하면서 우승을 거머쥐더니 본인은 아니지만, 그 사범이 안동 김씨와 연루된 인물이었다. 어쩌면 동란 중 사살한 사병 중 그가 말한 사범이라는 작자가 섞여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동 김씨가 몰락하고서 먹고 살길이 막막해 주먹패 생활을 전전하다 이형이 딱 입맛에 맞는 투견 판을 내주니 좋다고 뛰쳐나온 투견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안동 김씨에게 대단한 충성심이 있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김좌근과의 관련성을 인정하면 필시 여러모로 처지가 난처해질 텐데도 별 고민 없이 답하는 걸 보면, 애초에 그런 쪽으로 굴러갈 머리가 없었다.
'제법 중히 쓰려고 했더니 함부로 중책을 맡기면 큰일 날 미친놈이군. 미안하지만 봉준이 그 녀석에게 기술을 전수하게 한 다음 택견 사범역을 맡겨야겠어.'
생각을 고친 이형은 말했다.
"좋다. 그럼 너에게 육군의 택견 기술고문직을 맡기마. 두근거리지 않느냐? 너의 구령 소리 하나에 수백, 수천여의 병사들이 일제히 택견을 배우는 것이다. 혹은, 너에게 경기장에 올라 오로지 일평생 택견 경기만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전문 택견 꾼으로서 살아갈 기회도 있겠지 자,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
"부러운 놈. 거 발차기 좀 잘하기로서니 벼슬을 제수받다니…."
"정 아니꼬우면 우리도 택견을 배워야지 뭘 어쩌겠나? 택견으로도 출세하는 세상이라니, 참 대단한 세상이야."
이형은 다시 목소리를 키워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말하였다. 이를 구경하던 관중들은 물론, 이 무렵 간신히 의식이 돌아와 있던 여타 택견꾼들도 전부 군문에 중용 받을 수 있는 전자를 택할 거라 여겼다. 요즈음 들어 유별나게 전란이 많던 한국이었다. 거기에 황제까지 군을 친위세력으로 부리고 있었으니, 황제가 몸소 개최한 택견대회에서 우승까지 해가며 황제의 총애를 받아 군문에 나간다면 출세는 기정사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제자리에 엎드려 있던 추동현은 이형의 말에 활짝 웃으며 답했다.
"전문 택견 꾼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택견대회가 열린다면 더욱더 좋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황상!"
"뭣…."
"저, 저런 미친놈!"
한순간 회장에 정적이 흘렀다. 출세가 약속된 길까지 걷어차 버리고서 매달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택견꾼으로서 긍지가 있는 인물이었다면 모를까, 황제가 보는 앞에서 번번이 살수와 반칙을 써가며 더럽게 우승한 인물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형은 예상했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다. 그럼 이 자리에서 한국택견협회의 공식출범과 전국택견대회의 상설화를 선언하겠노라. …그걸로 되었느냐?"
"감사합니다, 황상! 이 은혜, 죽어도 잊지 않겠나이다!"
이형의 대답에, 추동현은 광소하며 몇 번이고 이마를 바닥에 부딪히며 소리쳤다. 그 꼭 바라던 장난감을 손에 넣은 어린아이처럼 티 없이 맑은 웃음소리에, 이형은 완전히 질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상단에서 내려왔다.
'어째 안동 김씨와 연루된 놈들치고 정신머리가 정상범주에 속한 놈들이 없어.'
그 자신 또한 안동 김씨와 연루된 놈 중 하나라는 건 자각하지 못하는 이형이었다.
***
엉망진창, 왁자지껄하던 하루가 지났다.
백성들에게는 즐거웠고, 유림은 애써 외면하고, 조정의 관료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던 하루였다. 황제인 이형이 일을 벌여놓고서는 대회 진행이나 준비는 온통 그들에게 떠민 까닭에, 한양부에 속한 관료 중 누구 한 사람 성한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진땀을 뺀 덕에 하루나마 백성들이 고된 일상을 잊고서 원 없이 웃을 수 있었다.
한양의 병원들은 온통 대회 진행 도중 다친 선수들로 가득 차고, 주막이란 주막은 낮에 있었던 대회에 대하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술잔을 주고받는 백성들로 가득 차고, 거리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풍물놀이를 구경하는 백성들로 가득했다. 자정이 지나도록 한양에서는 백성들이 부르는 가락 소리가 끊이지를 않아, 불야성을 방불케 하였다.
"황비홍이라. …황상께서 총애를 보내고 계신다고?"
"예, 그러하옵니다. 전하."
그리고 한편에서는, 이튿날 있을 어전 시합에 앞서 묘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이하응으로서는 음모라고 하기에도 뭣했다. 전날 원세개의 말만 믿고서 계획하기 시작한 일이었다. 사실 여부는 판별 불가능하고, 미세한 조정이나 암투도 가능할 턱이 없었다. 이하응은 처음부터 이 일에 깊이 파고들 생각도 없었다.
여차하면 눈앞에서 자신의 활약이 인정 받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애송이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고서 도망치는 것도 이미 염두에 넣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하응에게는 불안 요소가 너무 많았다.
"황비홍이라…?"
이하응으로서는 그게 도대체 누구냐, 라고 되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중원에 머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이형이 알고 있을 정도라면 상당히 이름난 협객임이 분명한데, 막상 광동과 비교적 가까운 대만에서 지난 수년간 머물던 이하응은 그 이름에 대하여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당장 어전 시합이 내일인데 따로 조사할 수도 없으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러니 그런 이름 모를 협객이 암살 음모를 꾸민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이하응으로서는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었다. 애초에 이 원세개라는 애송이가 그리 생각한 근거는 그가 황제의 신임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임협이라는 점뿐이고, 전에 그와 같은 임협이 황제를 암살하려 한 전적이 있다는 것뿐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물증은커녕 심증뿐인, 음모나 사건은커녕 어린애 소꿉장난 같은 소란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만은 있었다.
'이놈이 하는 말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이 일이 사실이어서 내일 어전 시합이 엉망이 된다면 우리 전주 이씨의 체면에 손상이 가겠지. 좋으나 싫으나 그 개똥이 놈은 황제고, 우리 문중의 얼굴이다. 개똥이 놈이 아집을 부려서 중원에 내세울 권위가 마땅치 않은 와중에, 이런 패싸움 하나 똑바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허점을 보이면 온갖 잡놈이 빈틈을 찔러대려 들 거야.'
"내일 어전 시합에서 그놈과 맞붙을 상대가 분명 우리 대만에서 불러온 타이의 무도가였던가."
"네, 그렇습니다. 전하."
한참을 고민하던 이하응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하응이 비로소 결단을 내렸다고 여긴 원세개는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다만, 이하응의 결론은 원세개에게는 다분히 실망스러운 결단이었다.
"그놈이 입을 솜옷을 물로 듬뿍 적셔둬라. 솜옷을 입으면 입은 대로 물의 무게에 지칠 테고, 보호장구 없이 고수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으면 그건 그것대로 기진맥진해서 함부로 일을 터뜨리지는 못할 게다.
공연히 일을 키울 것 없이 정 의심스럽다면 조용히 치워버리면 그만인 일이야. 명심하거라. 온 천하의 제후국들이 보는 어전 시합에서 암살이니 뭐니 하면서 소란을 피워봐야, 우리 전주 이씨의 체면에 먹칠할 뿐이니라."
"…넷."
원세개는 어딘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