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용 보총 >
어전 시합이 끝나고 난 후.
현란하던 수 싸움의 여운을 즐기며 화려한 잔칫상과 술잔을 주고받는 백성들을 뒤로 한 채로, 특석의 귀빈들은 이형의 안내에 따라 궁을 떠나 남산 근교의 사격장으로 향했다. 기실, 오늘 그들에게는 오전 중에 있던 대회보다 배 이상은 중요한 일정이었다. 그들이 두 눈으로, 손으로 확인해 봐야 할 물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총이었다. 한국이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총이었다. 장차 한국의 국방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건, 공업 기술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건, 가장 먼저 확인해 봐야 하는 물건이었다.
"이건…나쁘지 않군요. 그럭저럭 실전에서 쓰일 수 있겠습니다. 조금 지나치게 단순한 것이 흠이지만요."
그 실물을 가장 처음 확인한 사르네 제독의 평가였다. 다만 그것이 감탄이었는가 하면 달랐다. 무엇보다 그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방아쇠 잘 당겨지는지, 총구가 잘 고정되어 흔들리지는 않는지, 노리쇠가 헐겁지는 않은지 한참을 확인하던 그는, 이내 천천히 총이 본래 놓여 있던 목제함 위에 올려놓으며 말하였다.
"제가 해군인지라 제 안목이 정확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제 조국의 소총에서 많은 부분을 따오신 것 같군요."
"부정은 하지 않으리다. 여기 있는 최지용 제리가 말하기로는 거기에 영길리의 엔필드 소총을 참조했다고 하더구려. 맞나?"
"네, 네에. 그렇습니다."
이형의 말에 최지용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궜다. 사실상 샤스포의 개량형이나 다름없는 물건을 개발했답시고 그 샤스포를 만든 나라의 군인 앞에서 설명해야 하는 꼴이었으니 그야 얼굴이 낯뜨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막상 사르네 제독은 그리 불쾌한 기분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지금은 죽은 나폴레옹 3세가 통 크게도 라이센스 생산권을 건내준 시점에서, 한국이 멋대로 샤스포를 이리저리 뜯어보며 그 기술을 일부나마 흡수하여 독자적인 소총을 개발하려 할 것이라는 건 이미 프랑스 군부에서도 상정 한 바였다. 공장이 없던 시절에는 총을 만들지 못하던 것도 아니고, 그 시절에도 이미 대장간에서 양껏 만들던 것이 바로 총 아니던가.
"사용하는 탄환도 같군요. 의도하신 것입니까?"
"그렇소. 그래야지만 지금 저기 탄약고에 한가득 쌓인 총알들을 재활용할 수 있을 테니 말이오."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되려 사르네 제독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한국에서 멋대로 샤스포를 주물럭거릴 것이라는 건 이미 예상한바, 프랑스군에게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한국이 구태여 새로운 탄환 규격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규격을 개발한다는 건 더 이상 프랑스의 공장에서 생산된 탄환으로는 한국산 소총과 호환되지 않음을 의미했고, 그만큼 프랑스 군수 사업은 거대한 소비처를 잃게 됨을 의미했다.
그뿐이 아니다. 같은 탄환규격을 유지한다는 건, 곧 보급을 일원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사시에 동맹군으로서 공동작전을 펼칠 때 편리해지는 것이다. 한국이 독자적인 규격을 개발하는 대신 프랑스의 것을 따랐다는 건, 근 시일 내에 한국이 프랑스와 적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거나 극히 낮은 확률이라는 암묵적인 증명도 되었다.
"하지만 역시 저작권비는 받아야겠지요. 초도 양산품 100정만 선물로 주십시오."
"에잉, 쪼잔하기는. 쯧, 알았소. 총독부에 소총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오?"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본국의 기술자들에게 선물로 가져다주려 합니다. 뭐, 그리 달가운 표정을 하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이 샤스포를 이리저리 뜯어 봤듯이 프랑스도 이리저리 뜯어보겠다는 이야기였다. 이형은 별달리 반발하지 않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단한 기술이라도 담겨 있다면 모를까, 지금 저 소총은 어디까지나 샤스포에 엔필드 소총을 조금 섞어서 개량한 물건에 불과했다. 프랑스가 저 소총의 완성도를 평가하며 한국의 공업력 기술력을 가늠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기술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것이 지금의 한국이다.
공연히 억지를 부리며 거부할 이유가 없던 것이다. 되려 이걸로 프랑스와의 우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적어도 당분간은, 한국이 프랑스의 심기를 거슬러서 좋아질게 없었다. 곁에서 이를 듣고 있던 최지용만 더욱 어깨를 떨궜을 따름이다.
"정말 대단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서역의 것과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사르네의 반응이 조소가 섞인 안도였다면, 유구국왕 상태의 반응은 순수한 감탄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아부가 섞였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았다. 오랜 세월 그들을 핍박하였던 사츠마번이 몰락하고, 대신 한국이라는 새로운 상전을 섬기게 된 유구였다. 그동안은 한국이 유구에 크게 관여하지도 않고, 유구의 이름으로 강남에 구호물자를 대는 등 이런저런 편의를 봐줬지만, 기분을 거스르면 언제 또 돌변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유구에는 더욱 절실한 걱정이 있었다.
'지금은 조선이 우리를 위해주고 있으나, 조선의 관심은 대륙에 있지 우리 같은 섬나라에 있지 않다. 그럼 만에 하나 왜 가 다시금 우리를 범하려 한다면, 그때는….'
이와 같은 신식소총이 유용하게 쓰이리라. 차마 그 말은 삼키고, 상태는 불안한 시선으로 요시노부를 흘겨보았다. 단오 축제가 열리기 보름 전 영국에게서 워리어급 철갑함 1척을 인수한 일본이었다. 이는 곧 영국의 세계계획 중 하나였던 일본의 해상강국 화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음을 의미했다. 장차 3년 안에, 일본은 동아시아 최강의 해군 대국이 될 것이며 10년 안에 태평양의, 20년 뒤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해군 대국이 되리라.
비록 상태는 영국, 한국, 일본 사이에 이미 그런 약정이 되어있음을 알지는 못하였으나, 적어도 일본이 영국의 지원 아래 해군력을 증강할 경우 가장 먼저 짓밟히게 될 나라가 그들이라는 건 직감하고 있었다. 그 경우 유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고작 해봐야 섬을 요새화하고서 한국의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고 버티는 것 뿐이다.
"마음에 든 모양이니 참으로 다행이구려. 본격적으로 양산이 시작되는 대로 내 유구국에 수출할 분량을 따로 준비해두라고 명령해두겠소. 유구는 불과 얼마 전에 해적들에게 호되게 데인 바 있으니, 내 꼭 편의를 봐주리다."
"하해와도 같은 황은에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황상."
상태는 호들갑스럽게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이형에게 감사를 표했다. 일국의 왕으로서는 얼핏 비굴해 보이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유구로서는 비굴하게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라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곁에서 빤히 바라보던 요시노부는, 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조선 장인들의 솜씨가 참으로 대단합니다, 황상. 소인 또한 일찍이 일본국의 장인들에게 꼭 같은 지시를 내린 바 있으나, 이처럼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겸손이 과하구려."
"그렇지 않습니다, 황상. 어찌 황상께서 들으시는 앞에서 감히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실로 대한의 강군에 어울리는 훌륭한 보총입니다."
'…이게 단순하게 구라인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본 역사의 무라타 소총 같은 예를 생각하면 거짓부렁이겠지만, 그건 메이지 신정부의 일본이고 지금의 일본은 도쿠가와 정권의 일본이다. 땅이 같기로서니 그 인재나 기술력까지 일치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당장 아직 폐번치현은 커녕 판적봉환도 실시하지 못하여서 각 번이 토지와 영지민들의 호적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것이 지금의 일본이었다.
메이지 신정부가 폐번치현으로 전국의 모든 번을 없애고 중앙집권을 달성하여 일본 전국의 인재와 자원을 온전히 다룰 수 있었다면, 지금의 일본은 여전히 도쿠가와 가문의 직할령과 그 측근 다이묘들의 인재와 자원은 뜻대로 다룰 수 있어도 그 이상은 어렵다. 그러니 요시노부의 말이 거짓일지, 진실인지 이형으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거짓에 한없이 가깝겠지만 말이다.
"한가지 청이 있나이다."
"들어는 드리리다. 무엇이오?"
"황상께서는 장차 못 아시아의 병졸들이 함께 조련을 받아 후일 전장에서도 하나 되어 움직일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마땅히 병졸들이 사용할 보총 또한 하나로 일통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상께서 대업을 이루시는 데에 우리 왜국이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허하여주소서."
하지만 요시노부는 이형이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고서도 입을 멈추지 않고서 이형에게 엎드리며 말하였다. 간단하게 말하여, 장차 범아시아 조약기구 군이 사용할 무기를 공동개발하자는 제안이었다. 이형은 내심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허, 이놈 봐라. 피차 총기 개발 노하우라고 부를만한 대단한 건 없으니 그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장차 가맹국들에 팔아치울 무기 장사에 지도 숟가락 정도는 올리게 해달라는 거잖아. 뭐, 다르게 생각하면 괜히 우리를 거스르기보다는 우리에게 붙어먹겠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형은 잠시 가만히 고민하였다. 장단점이 명확한 제안이었다. 단점은 괜히 일본의 군사력을 강화해주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고, 장점은 장차 이를 빌미로 일본에는 해군에서의 기술협력을 요청하는 식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과 장차 일본의 국방정책에 관여할 여지가 대폭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다만 이미 답이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는 고민이었다. 이미 범아시아 조약기구를 통하여 동아시아 각국의 군사력을 한데 모아둘 계획을 짜고 있던 이형으로서는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형은 요시노부의 제안을 있는 그대로 받는 대신, 한가지 단서를 달았다.
"그야 물론이오. 장차 회맹에 참여하는 모든 나라의 장인들을 모아 함께 개발하도록 합시다. 험난한 시대요. 양이들의 침탈로부터 살아남고자 한다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소?"
"…과연 황상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비록 하나하나는 미력하나, 천하의 제후들이 한대 힘을 합친다면 양이 또한 어찌 감히 업신여기겠습니까?"
껄껄거리며 웃는 이형의 대답에, 요시노부는 가늘게 볼을 떨었다. 겉으로만 보면 크게 달라진 바는 없었다. 범아시아 조약기구가 공동사용할 총을 공동개발하게 되어봤자, 그 중추를 차지하게 되는 건 일본과 한국의 장인들이 될 테니까. 그 과실을 한국과 일본이 독점하는 대신 나머지 제후국들까지 공유하게 되었을 뿐.
욕심도 많다며 이형은 혀를 찼다. 이렇게 각국이 기술을 공유하게 되어도 기본적인 체급이 있는 일본이 두각을 보일 수밖에 없을 텐데,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이 독보적인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를 어지간히도 원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한국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보다는, 한국이 구축한 질서 속에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참. 이 보총, 이름은 뭐라고 하는지요?"
"글쎄-."
요시노부의 물음에, 이형은 잠시 제리 최지용을 흘끗 쳐다보았다. 한가지쯤 생각해둔 것이 있지 않겠느냐는 암묵적인 물음이었다. 그러나 최지용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로서는 낯부끄럽기만 하던 것이다. 새로이 만들었다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것을 거의 그대로 본떠 만든 보잘것없는 것을 두고서 따로 이름까지 지어가며 특별시 하기에는 여러모로 찔리는 구석이 많았다.
그렇게 한참을 최지용이 답하지 않고서 우물쭈물하고 있자, 이형은 알겠다는 듯이 재차 요시노부를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여기 최지용 제리가 병기창의 장인들과 함께 만들었으니, 그 공로를 높이 치하하는 의미에서 최지용 보총이라고 짓기로 했다오."
"화, 황상…!"
최지용은 이형의 돌발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입을 떡 벌렸다. 물론, 이형은 무슨 호들갑을 떨고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을 따름이었다. 따로 정해진 이름이 없다면, 황제인 그가 멋대로 하나쯤 짓는다고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요시노부는 이형의 설명에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최지용 보총이라. 알겠습니다. 우선 이 최지용 보총을 3,000자루만 수입할 수 있겠습니까?"
"그야 물론이오. 뭐든지 말만 하시오. 적어도 당분간은 팔 수만 있다면 뭐든지 팔아치울 속셈이니까."
태연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최지용은 비지땀을 줄줄 흘렸다. 도움을 바라며 흘끗 사르네 제독을 바라보아도, 그조차 이형의 설명이 이치에 맞는다 생각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사격시험을 위하여 사격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럼 이제 이 최지용 보총을 실제로 쏘아보며 시험해보고 싶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좋을 대로 하시오. 말 나온 김에 짐도 한 자루 써봐야겠구려. 어디, 그럴싸하게 생긴 만큼 그럴싸한 성능도 나올지 봅시다."
"최지용 보총이라…좋군요. 장차 뭇 장인들이 큰 용기를 얻겠습니다. 우리 유구국에서도 장차 새로이 만든 기물에 장인의 성명을 붙이는 법도를 제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지용이 홀로 비지땀을 흘리고 있건 말건, 이형과 열국의 귀빈들은 태연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한 지 오래였다. 유구국왕은 특히나 장인이 만든 기물에 장인의 이름을 붙이는 것에 감명을 받은 듯해서, 몇 번이고 그 이름을 곱씹듯이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그럴싸한 모조품을 만들어낸 공으로 장차 동아시아 전역에 그 이름이 퍼져 나갈 거라는 직감 아닌 확신에, 최지용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
축제는 그것으로 끝났다. 처음으로 계획된 대회답게, 그 진행은 매끄럽지도 않았고 그 마무리도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이렇다 할 폐회식도 없었고, 정오를 조금 지나 어전 시합이 끝난 이후로는 이렇다 할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그저 술과 음식들을 대접하며 즐기도록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이 이 축제를 즐기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리라.
되려 그 어수선함이, 아직 대단하게 배운 것도 경험한 바도 없는 대부분의 백성에게는 안락하고 편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종일 먹고 마시며 즐겼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었다. 내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구태여 웃고 즐기는 가운데 그걸 의식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 모두는 하나 되어 웃었다.
그리고, 정확히 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
"어림도 없는 소리요! 귀국이 바르샤바에서 철군할 때까지 우리 러시아는 절대 굴하지 않을 것이오!"
"흥,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거요? 허세 부리기는! 어디 그럴 수 있다면 해보시오. 우리 프랑스의 자유 시민들은 이미 각오를 끝냈으니까!"
"그, 저기."
"우리 합스부르크는 마땅히 슐레지엔은 공화주의 폭도의 것이 아닌 제국에 귀속 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바요!"
"쥐트티롤은 우리 이탈리아 민족의 염원이오! 합스부르크는 당장 이탈리아반도에서 물러나길 바라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신사 여러분, 모두 진정합시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모였음은 이만 적대행위를 멈추고서 청년들을 일상에 돌려보내기 위함이지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다시 한번…."
"하! 웃기는 소리! 귀국 영국이야말로 누구보다 열심히 군비를 증강하고 있음을 여기 모인 모두가 알고 있는데 어디서 그런 뻔뻔스러운 거짓부렁을!"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꼴인가?'
각국의 고성이 오가는 옛 프로이센 왕국의 궁정에서, 박규수는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하염없이 와인이나 벌컥벌컥 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