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난항 >
처음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종전 협상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를린 혁명 정부가 봉기하였다가 다시금 짓밟힌 이래로, 양 세력은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에 있어서만큼은 공감하게 되었다.
「이런 소란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열강끼리의 전쟁이라면 모를까, 이런 자잘한 폭도들의 반란 탓에 다시금 전쟁이 재개된다면 꼴불견이다. 전선에서의 긴장 상태는 그대로 유지하되, 후방에서의 폭동에는 서로 협력하여 침묵시키자.」
보다 알기 쉽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번 베를린 혁명정부의 수립 이래로 이에 동조하여 연달아 폭동을 일으킬지 모르는 각국의 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공동 견제에 협의한 것이다. 빈체제의 재현이라고 해도 좋았다. 하다못해 평시라면 이런저런 보험이나 노동법 등에서 양보하며 평화로운 합의를 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였다.
당장 모두가 휴전 기간이 끝나는 대로, 혹은 종전 협상이 파토가 나는 대로 다시 전쟁을 시작할 만반의 준비를 하는 차였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를 늘리기 위하여, 혹은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힘을 빼는 순간 어떤 꼴이 날지는 뻔했다. 나라가 사회주의 세력에 엎어지건, 적국의 공세에 패퇴하건 어느 쪽이건 하나는 반드시 일어나리라.
열강의 위정자들은 비록 사회주의 세력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한 번의 사회주의 혁명만 성공하고 나면 나머지 전부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그들 중 어느 하나가 무너져 다른 열강 국내의 사회주의 세력을 지원하면 큰일이 날 거라는 건 직감했다. 따라서 그들은 일시적으로 힘을 합치는 데에 합의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인 왕은 물러나라! 스페인 공화국 만세! 자유 스페인의 시민들이여, 궐기하라!"
"공화주의 폭도들에게는 단호히 대처하라는 국왕 폐하의 명이시다! 전 부대, 돌격하라! 모조리 깔아뭉개버려라!"
이 무렵 상대적으로 후방에 치우쳐 있던 스페인에서 점차 국왕의 치세가 길어지며 공화국 건국이 물 건너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스페인의 공화주의자들이 사회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마드리드의 왕궁을 포위했을 때, 그 즉시 이웃 나라 프랑스에서 대규모의 경찰병력을 지원하고 영국이 지브롤터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 또한 그 예시 중 하나였다.
옛 유럽의 패자이던 시절에 비하면 크게 약화 되었다고 하나 스페인은 엄연한 남유럽의 강국이었고, 열강은 혹여나 스페인에서 사회주의 세력이 권력을 잡아 한창 전선에 국력을 투사하느라 내정을 돌볼 새가 없는 열강들의 부드러운 아랫배를 노릴까 두려워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공화주의 운동은 프랑스와 영국의 개입에 의하여 조기 진압 되었고, 주모자들은 모로코로 국외 추방되었다.
이렇듯 열강들은 분명 어떻게든 조기에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물론, 영토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는 말이다.
"발칸의 기독교인들은 튀르크인들의 압제에서 벗어나 오롯이 두 발로 설 정당한 권리가 있소! 그대들 프랑스의 선황께서는 분명 성지 예루살렘의 수호자이자 가톨릭 신앙의 수호자를 자처하지 않았소? 그런 자들이 이제 와서 무슬림의 지배를 옹호하다니, 가당치도 않구려!"
"실로 그렇소! 우리 신성로마제국은 예로부터 최선봉으로서 튀르크인들에게 맞서 기독교 신앙을 지켜왔소! 모두 낯부끄러운 줄 아시오. 국익을 위하여 신앙을 내팽개치다니! 최후의 심판이 두렵지 않소!"
"하! 오롯이 두 발로 서? 그거야말로 웃기는 소리구려. 그들이 스스로 두 발로 서는 것이 아니라 그대들 러시아와 합스부르크에서 날름 집어먹을 작정이잖소! 분명 튀르크인들의 통치는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들은 제국 내에서 더욱 많은 자치를 부여받건 아니면 투표를 통하여 스스로 독립과 잔류를 결정하건 어디까지나 평화적으로 그들의 주권을 되찾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오!"
"그 말대로요! 우리 이탈리아는 저 날강도와도 같은 오스트리아인들의 남하에 대항하여 발칸의 이탈리아 민족을 지원하기 위하여 어떠한 수단도 아끼지 않을 것을 단호히 선언하는 바요! 우리 이탈리아야말로 발칸의 참된 조정자가 될 자격이 있소!"
"이, 이익…! 그대들은 누구 편이오! 이 날강도 떼들 같으니라고! 우리 오스만 튀르크는 단 한치의 영토도 포기할 수 없으며, 하물며 저 가증스러운 소인들의 독립을 인정할 생각도 없소!"
가장 먼저 고성이 오간 것은 발칸 분쟁이었다. 이번 기회에 오스만 튀르크에게서 발칸의 소국들을 대거 독립시켜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넣어두려는 목소리와 오스만 튀르크의 수중에 남겨두거나 독립하더라도 러시아 등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게 하려는 목소리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여기에 장차 발칸을 수중에 넣고 로마 제국의 영광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이탈리아의 야욕이 더해지니,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 자리에서 오스만 튀르크의 전권대사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물론 그들의 국력이 크게 쇠한 것이 들통나 열강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겠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발칸 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발칸 인들의 독립전쟁이 오스만 튀르크의 열세로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까닭이 가장 컸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오스만 튀르크를 도와 독립을 막아보려 했던 영국조차, 이제는 계산을 고쳐 발칸의 소국들이 독립할 시에 어떤 식으로 국경을 그려야 향후 발칸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최소한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계산하는 판국이었다. 오스만 튀르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미 그들이 발칸에서 세력이 크게 쇠하게 됨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홀슈타인은 어떻게 하면 좋겠소? 덴마크인들이 약정을 지키라 요구하고 있소만."
"그거야 그들이 얼마나 되는 가격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우리 독일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지 않고서 우리 독일 민족의 강역을 가벼이 내주지는 않을 것이오!"
"흐음, 그럼 그렇게 전하리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이오. 만일 덴마크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할 수 있음이 분명하게 되면, 그때에는 약정대로 지난 전쟁에서 획득한 영토를 덴마크에 반환하도록 하시오."
"잠깐, 그에 대해서는 너무 지나치지 않소? 패망한 프로이센 왕국이라면 모를까, 독일은 엄연히 우리의 우방이며 승전국이오. 어째서 영토를 잃어야 한단 말이오. 애초에 덴마크가 이번 전쟁에서 기여한 바가 무엇이란 말이오? 우리 영국은 덴마크가 진정으로 영토의 반환을 원하였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공헌하여야 했음을 지적하겠소."
협상국 내에서도 갈등이 빚어졌다. 무엇보다 프랑스가 덴마크와 약정하였던 영토반환 조약이 문제가 되었다. 약정이 맺어질 당시에는 프로이센 왕국이 건재하였고, 이에 따라 덴마크가 북방 전선을 열어 프로이센과 맞설 것을 전제로 약정을 체결하였으나 막상 전쟁 도중에 프로이센 왕국이 멸망하고 독일 연방 공화국이 수립되어 버린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점은 독일 연방 공화국이 프랑스와 덴마크 사이에 체결된 조약을, 그것도 프로이센 왕국을 상대로 체결된 조약을 따라줄 의리가 있느냐라는 것이었다. 분명 그들은 전쟁 수행에 있어 프랑스에 많은 부분을 의지했으나, 그들은 엄연히 승전국이었고 협상국의 일원이었다. 명백한 승전국이 영토를 잃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영국이 독일을 감싸고 돌았다. 그들은 안 그래도 쪼그라든 독일을 한층 더 약화해 프랑스가 유럽의 패권을 거머쥐는 꼴을 볼 생각이 없었다. 비록 적극적으로 독일 통일을 유도할 동기야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지금의 독일을 수호하여 중앙 유럽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목표 의식이 영국에게는 분명하게 있었다.
"세르비아인들이 성공적으로 튀르크인들의 역습을 몰아내고 그들의 독립을 되찾았소. 참으로 축하해야 할 일이오. 이것이 도대체 몇백 년 만에 발칸 땅에서 무슬림들을 몰아내게 된 것인지, 그저 감개무량하구려."
"실로 그렇소. 이것이야말로 참된 기독교 신앙의 승리이자 주님께서 보우하심이라 할 수 있겠소. 어서 세르비아인들의 독립을 공인하고, 세르비아인들이 스스로 바란 바와 같이 그들의 왕을 세울 수 있도록 해줍시다."
"그들의 왕, 이라. …으흠."
"어험."
한편 동맹국 사이에서도 슬슬 발칸 전선이 그들의 승리로 마무리되어가면서 묘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이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부분은 발칸의 소국들이 장차 독립하여 옹립할 왕가를 고르는 일이었다. 어차피 장차 발칸의 소국들이 독립한다면 공화국이 수립될 일은 없었고, 결국 어느 나라에서건 왕가를 수입해와야 할 텐데, 그것이 독일계가 되느냐 러시아계가 되느냐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나마 이들의 경우에는 다소나마 양보의 여지가 있었다. 여차하면 현지의 귀족을 왕으로 옹립하고서 러시아계 혹은 독일계 공녀를 시집보내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아니면 독일계 귀족과 러시아계 귀족간 혼인으로 새로운 왕가를 만드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정말 어떻게든 타협을 봐야 할 적의 이야기였고, 당장은 누구 한 사람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다. 러시아 제국과 신성로마제국 모두 오스만을 몰아내고 그들이 장차 발칸의 주인이 되는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던 까닭이다. 자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상대가 협력하는 형태는 상상할 수 있어도, 그 반대는 할 수 없던 것이다.
"어림도 없는 소리요!"
"당신, 취한 거 아니요? 어디서 그따위 제안을!"
이렇다 보니, 종전 협상은 반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 가장 우선시 되던 유럽에서의 협상조차 일단 각국의 군대가 점령하고 있는 점령지를 근거로 임시로나마 새로이 국경선을 그리자-정도를 제외하면 무엇하나 결정 난 바가 없는데, 뒤늦게 협상에 참여한 박규수가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던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당장 러시아 측 협상단은 박규수가 베를린에 도착한 이래로도 단 한 차례도 그를 상대로 진지하게 협상에 참여한 바가 없었다. 몽골에서 이만 물러나겠다는 확답을 받은 것이 박규수가 지금껏 거둔 유일한 성과였다. 연해주와 동시베리아 문제에서는 어떠한 대화도 주고받은 바가 없었다.
"휴우…."
늦은 밤, 간신히 처소로 돌아온 박규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베를린에 오던 날에는 본래 프로이센 왕국의 귀족이 쓰던 저택을 임시로 숙소로 배정받고서 새삼 한국의 국위가 이렇게 향상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까지 흘렸었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니 싫어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여기 시설 좋은 저택에 틀어박혀 시간이나 적당히 때우고 있으라는 의미였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 뒷전에 밀리는 경험을 하니 그리 달갑지가 않았다. 박규수는 그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똑똑똑.
"…들어오십시오. "
"좋은 밤입니다, 박 대사님. 혹 밤이 적적하실까 하여 찾아왔습니다."
박규수는 힘없이 답했다. 문이 열리고 방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옆 방을 사용하던 미국의 전권대사 러더퍼드 헤이스였다. 연이은 외면과 소외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 박규수와는 달리, 헤이스는 편안한 얼굴이었다. 이미 미국은 따로 영국과 협상한 결과 해운동맹을 체결하여 수출길이 열리며 그들이 참전을 대가로 원했던 모든 것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리라.
선물이라면서, 헤이스는 박규수에게 두꺼운 책 한 권을 건넸다. 박규수가 이전에 헤이스에게 구해달라 부탁하였던 브리태니커 대백과 사전이었다. 슬쩍 건네받아 앞장을 살펴보니, 말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읽는 것에는 아직 서툰 박규수를 배려하여 서툰 한국말로 이런저런 첨삭들이 잔뜩 달려 있었다.
헤이스의 배려에 박규수는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 당분간 밤이 심심할 일은 없겠다 싶었다.
"협상은 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마 헤이스 대사님께서 생각하시고 있는 대로일 겁니다. 누구 한 사람 양보하려고 하지 않아요. 패자들은 그들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승자들은 그들에게 패배를 인정하게 만들 만큼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도 못했습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언제까지고 시간만 보낼 뿐일 겁니다."
박규수는 깊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종전 협상은 그가 기대한 것과는 달랐다. 서로 고래고래 소리만 질러대는 것이, 이게 외교협상인지 아니면 술주정뱅이들의 술자리 싸움인지 구별이 되지를 않았다. 그러자 헤이스는 자못 심각한 얼굴을 하며 답했다.
"혹시 모르지요. 어쩌면, 그저 시간을 끌면서 협상을 끝장낼 적절한 시기와 명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처음부터 종전 협상을 빌미로 시간을 끌어 전쟁을 계속할 여력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헤이스의 설명에, 박규수는 비로소 그의 말뜻을 깨달았다. 오한이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무도 양보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쉽게 설명이 된다. 어디까지나 종전 협상을 빌미로 휴전이 이어지는 틈에 힘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지 전쟁을 끝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 오히려 누구 하나가 양보해 종전되기라도 한다면 그편이 더 곤란한 것이다.
전쟁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 끔찍한 상상에 박규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지난 전쟁이 한국의 재정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되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얼마나 한국의 재정상태가 악화하였는지도 말이다. 전쟁이 끝나는 대신 계속 이어진다면 한국은 또다시 국가비상사태를 유지해야 할 테고, 재정은 더욱 악화하리라.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축하드립니다, 박 대사님."
"아니,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전쟁이 계속될지도 모르신다면서 이제는 또 축하한다니요?"
그러나 이어진 말에, 박규수는 영문을 모르고서 눈을 껌뻑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헤이스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만일 지금 유럽인들이 전쟁을 계속할 여력을 벌기 위하여 일부러 협상을 질질 끄는 것이라면, 러시아는 가장 먼저 유럽과는 동떨어진 부차적인 전선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싶겠지요. 그렇습니다, 박 대사님. 바로 당신의 조국 한국과의 전선을 말입니다. 저들은 지금 애가 타고 있을 겁니다. 자존심상 먼저 찾아갈 수는 없는데 박 대사님께서도 시간만 끌고 계시니,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겠지요."
"하, 하지만…어떻게 그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까? 그저 우리 한국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지난 전쟁과 이번 전쟁에서 한국은 힘으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더는 러시아도 당신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당신들도 이제 어엿한 지역 열강이니까 말입니다."
헤이스는 단호한 어조로 딱 잡아뗐다. 그러나 여전히 박규수는 확신이 서지를 않았다. 그 자존심 강한 러시아가 한국과의 굴욕적인 평화를 바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 뭣하다면 제가 함께 러시아 대사가 머무는 숙소까지 가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이번에 러시아가 당신들 한국과의 평화를 수용하게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러시아는 태평양으로 나올 수 없게 되겠지요. 그것은 제 조국의 국익을 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박규수는 놀란 눈으로 헤이스를 바라보았다. 헤이스의 눈빛은 확고했다. 이미 각오를 굳힌 눈치였다.
그제야 박규수는 비로소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