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전협상 >
"그건···."
'아드리아해? 거기가 어디지? 구주의 지리를 자세히 알지 못하니 갑갑하기만 하구나. 이게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양국 사이에 놓인 해협을 말합니다. 아마, 오스트리아와 무언가 작당을 한 것이겠지요."
"거 그렇게 참견하기 있소?"
헤이스의 설명에, 알렉산드르 대공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투만 보면 불쾌하게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 전혀 불쾌해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디 발버둥 쳐보라는 듯이 여유를 부리고 있는 듯 보였다. 박규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도저히 당장 전쟁에서 패하여 영토를 할양하려는 자들처럼 보이지 않던 것이다.
그 정도 즈음은 당장이라도 내주겠다, 그리 말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박규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 허세다. 듣기로 노서아는 상당히 오랜 세월 공을 들여서 북방을 개척해왔다 들었다. 그것을 선뜻 내주겠다고 할 턱이 없다. 궁하니까 영토를 팔아치우는 것이지, 궁하지 않다면 제아무리 쓸모없는 땅이더라도 함부로 땅을 팔아치울 리가 없다.'
"그것은 대공 전하께서 독단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물론 아바마마께서도 인가하신 바요. 과인도 나랏일에 제 독단을 섞을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소."
박규수의 물음을 도중에 끊으며, 알렉산드르 대공은 답하였다.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가 태연하기로서니 러시아의 속사정까지 멀쩡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설령 터무니없이 거대한 강역을 지닌 러시아라고 해도, 땅이 아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구태여 땅을 팔려고 든다면, 그 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밖에는 되지 않았다.
박규수는 목소리를 낮추고서 알렉산드르 대공을 떠보았다.
"만일 우리 대한제국이 캄차카를 사는 대신 힘으로 점령하려 한다면 어떻습니까?"
그 말에, 알렉산드르 대공은 잠시 답하지 않고서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니, 답하지 못한 것이 더 옳으리라. 박규수는 제 짐작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역시나 러시아 또한 그리 사정이 여의치는 않던 것이다. 알렉산드르 대공의 태연함은 어디까지나 연기된 허세였다.
"···흠, 그 경우 양국 사이의 평화가 다시 찾아오는 건 먼 후일이 되겠구려. 어차피 얼음덩어리 땅이오. 그리 대단한 가격을 요구할 생각도 없소. 어지간하면 그냥 편한 길을 택하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하오만. 자리에 앉으시겠소."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거야 때에 따라 다르겠지요.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건 한국과 노서아 피차 마찬가지이니 말입니다. 우리 한국의 황제께서도 분명 돈을 지급할 바에야 힘으로 억지로 취하는 쪽을 선호하시겠지요."
'역시나, 아직 젊어서인지 대단한 연륜을 쌓지는 못하였구나. 조금만 옆에서 흔드니 바로 동요하는 것이 눈에 읽힌다. 처음에는 어찌 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수월히 협상을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소파에 몸을 누인 채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알렉산드르 대공의 모습에, 박규수는 다시금 자신의 짐작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그래도 여전히 어떻게든 평온을 가장하는 모습은 그 나름 제왕 교육을 받았음을 보여주었으나, 박규수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경륜이 턱없이 부족했다.
어쩌면 바로 그 경험을 쌓기 위하여 베를린에 파견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열강의 외교관들과 고관들이 모여드는 지금의 베를린은 아직 젊은 대공을 위한 경험과 인맥을 쌓기 위하여 더할 나위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가 실수하건 반대로 성과를 거두어 오건, 어느 정도는 러시아의 상정 내일 것이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번 협상을 망치더라도, 오지리에게서 얻은 것이 훨씬 크기에 그 과를 덮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 ···그 아드리아해로 나가게 된 것이 그리도 대단한 일인가? 이미 노서아의 통제에서 벗어난 극동의 동토가 어떻게 처리되건 무마할 수 있을 정도로?'
박규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일 러시아에게 있어서 이번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건 그것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면, 러시아에게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을지를 다시 가늠할 필요가 있었다. 때에 따라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선까지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편 그에 반하여 두 사람의 회담을 엿듣고 있던 헤이스는 내심 오금이 저리는 듯했다.
'아드리아해라. 맙소사, 최근 오스트리아와 러시아가 급속히 화해하고 있다는 건 짐작했지만···진정으로 오스트리아가 그 조건을 수용했단 말인가? 그 정도로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했던 것인가? 이것이 알려진다면···종전 협상은 끝장이다. 영국은 이번에야말로 유럽을 불바다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이걸 막으려 들 거야!'
헤이스는 개인적인 선의가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돌아왔음을 깨달았다. 기관차를 통해 아드리아해로 나간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신성로마제국이 장차 러시아-신성로마제국 양국 사이에 거대한 횡단 철로를 놓도록 합의하였음은 알 수 있었다.
그 대가로서 무엇을 약속받았을지는 뻔했다. 러시아가 합스부르크에게 지급할 수 있는 건 병사들의 피뿐이다. 오스트리아는 기어이 지난 크림전쟁에서의 배신을 용서받기 위하여, 그리고 독일을 통일할 기회를 손에 넣기 위하여 그들의 병사들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서 러시아에 그들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패를 제시한 것이다.
그건 곧 러시아가 지중해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말과도 같다. 또 장차 신성로마제국이 정말로 독일을 통일한다면, 러시아는 북해까지도 들락날락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기어이 영국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영국은 이를 막기 위하여 그들이 가진 모든 패를 꺼낼 수밖에는 없으리라.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이다. 무수히 많은 무고한 청년들이 고통에 몸부림치게 되겠지. 그러나···그 덕택에 장차 내 조국은 큰 이익을 보게 되겠구나. 참으로 끔찍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도다.'
헤이스는 침울하게 고개를 떨궜다. 이제는 정말로 영국은 미국에까지 전투병력을 파병해달라 요청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지급할 수 있는 모든 걸 지급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의 조국이 영국의 요청에 응하건 응하지 않건 간에, 궁극적으로 그의 조국은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불쾌한 이야기였다. 누군가의 불행이 그의 조국에게 있어서는 행운이 된다는 이야기는 절대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의 양심과 국익은 어디까지나 별개의 일이었다. 헤이스는 씁쓸하게 현실을 인정하였다. 이번 회담이 끝나는 즉시 가장 먼저 영국의 로버트 대사를 만나러 가야만 하리라.
"···솔직하게 인정하리다. 그대들은 잘 싸워왔소. 지난 전쟁에서도 그러했고, 이번 전쟁에서도 그러했지."
한참을 침묵이 이어지던 회담장에서, 기어이 먼저 입을 연 것은 알렉산드르 대공 쪽이었다. 의아하게도, 첫마디는 칭찬이었다. 그러나 박규수는 칭찬에도 그리 고양되지 않았다.
'허세가 통하지 않으니 이제는 달래보려 하는 건가.'
"과찬이십니다, 전하."
"아니, 그렇지 않소. 내 인정하리다. 우리 러시아가 그대들을 너무 얕보았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서 그리 가벼이 싸움을 시작해서는 안 되었지. 모두 우리의 패착이오. 이보다 더 나은 길이 있었을지도 모르오. 이보다 평화로이 양국이 공존하는 길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길이 엇갈려 버렸소. 부정할 여지 없이 우리들의 잘못이오."
알렉산드르 대공은 조용하게 말을 이어갔다. 박규수는 동요하지 않고서 가만히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서론이 길었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방증이었다. 흘려들어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소위 위정자라는 양반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입바른 소리를 늘어놓을 때는 제게 유리한 논리를 늘어놓으려 밑밥을 깔 때 뿐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규수였다.
"이미 양국은 기나긴 전쟁에 지친 지 오래요. 그대 또한 인정하였다시피 귀국의 재정도, 우리 제국의 재정도 그리 여의치 않게 되었지. 양국의 청년들도 이제는 기나긴 전쟁에 지쳐 집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하고 있소. 우리는 이만 평화를 논해야 하오. 그렇지 않소?"
"그야 물론입니다, 전하."
"좋소. 그래서 말이오만."
'여기서부터가 진짜군.'
중요한 것은 이제서부터. 박규수는 심기일전하여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알렉산드르 대공의 언사에 집중하였다. 박규수의 태세가 달라졌음을 읽었는지, 알렉산드르 대공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동경 115도 선을 경계로 양국의 국경을 다시 그리는 것이 어떻겠소?"
"실례지만, 115도 선이 어디입니까?"
"음, 이거 실례. 거기 자네, 지도를 가져오게나."
"네, 전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알렉산드르 대공이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박규수와 헤이스 두 사람을 응접실까지 안내해준 러시아 장교가 다시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참으로 처량한 모습이라고 박규수는 생각했다. 그래도 소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장교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모습을 보니 가엽기까지 했다.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장교는 숨을 헐떡이느라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도 알렉산드르 대공에게 둘둘 말려있는 양피지 세계지도를 건넸다. 알렉산드르 대공이 그 높다란 키로 세계지도를 펼치니, 족히 190이 넘는 거구의 어깨높이에서 시작하여 바닥까지 닿을 정도로 거대한 세계지도였다.
"동경 115도면, 이 근방이오. 만주인들이 정한 만주와 몽골의 접경지점이지."
그리 말하며, 알렉산드르 대공은 손가락 끝으로 북국을 시작으로 남극까지 이어지는 기다란 선을 가리켰다. 그 즉시 박규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만주와 몽골의 접경지점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건, 결국 몽골의 북방 국경선 전부가 러시아의 영토가 되어버리지 않는가. 그건 몽골에서 이만 물러나겠다는 약정과는 동떨어진 제안이었다.
"그건 터무니없는 말씀입니다. 그 제안은 일찍이 노서아가 몽고를 이만 놓아주겠다고 약속한 것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불만인 모양이구려. 좋소, 그럼 그대가 그려보시오. 그대가 생각하기에는 어떻게 다시 선을 그으면 좋겠소?"
"여기. 귀국이 예니세이강이라 부르는 강을 경계로 한 경계입니다."
박규수는 성큼성큼 대공에게 다가가서는 북극해에서 몽골까지 이어지는 기다란 강맥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이번에 눈살을 찌푸린 것은 알렉산드르 대공 쪽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양국의 국경이 지나치게 서쪽으로 치우치게 된 것이다.
"이건 억지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소. 그대들은 진정 우리 러시아와 전쟁을 계속하고 싶은 거요?"
"억지라니요. 그거야말로 터무니없는 말씀입니다. 귀국 노서아는 구주의 전쟁에 바빠 동방에 돌릴 병졸들이 크게 부족하지 않습니까? 그에 반하여 우리 한국은 아직 족히 1만이 넘는 정병들을 시비련 땅에 출병시킬 수 있습니다. 노서아가 구주에서 승리할지 패배할지야 우리 한국의 알바가 아니 오나, 현 상황으로서 동방에서는 우리 한국의 승리가 아니겠습니까."
박규수의 말은 절반 정도는 허세였다. 한국이 분명 우세를 잡은 것은 확실하나, 그것이 결정적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에 예니세이강까지 병사를 출병시킬 여력이 있다고는 하기 어렵다. 캄차카까지야 해군의 도움을 받아 함락 시킬 수 있겠으나, 중앙아시아 정벌이 일부 몽골 부족들의 폭주로 흐지부지 끝난 이상 예니세이강까지 1만 가까이 되는 병사들의 보급선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자면 돌아오지 못할 각오로 밀어 넣으면 점령은 못 해도 불바다로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는 의미도 되었다. 꼭 1만 명이 아니라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소수의 병력이라도, 계속해서 부드러운 배를 간지럽혀진다면 곤란한 쪽은 당연히 러시아다.
이번에야말로 유럽을 발아래에 두겠다며 후방에서 침공군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는 지금, 그런 소소한 국경 충돌로 병력을 돌려야 한다면 막상 가장 중요한 유럽에서 공세 도중 힘이 달려 모든 게 엉망이 될지도 몰랐다.
"허, 돈도 내지 않겠다. 우리 제국의 동방 영토를 예니세이강까지 침식하겠다. 하나 같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뿐이구려. 정녕 그대들이 거기까지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승리를 거두었다고 생각하시오?"
하지만 그것과 알렉산드르 대공의 자존심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이번 베를린에서 한 회담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 제국의 황태자로서 첫 데뷔이기도 했다. 그런 중요한 무대에서 지난 10여 년 간 벼락출세한 한국 같은 극동의 변경국에게 한 수 물려줬다는 건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했다.
그에 박규수는 태연하게 답하였다.
"당연히 그와 같은 대단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요. 우리 한국의 승리는 소소한 것입니다."
"하! 주제 파악은 잘하고 있으니 다행이구려. 그래, 그런 주제에 감히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그러니 소소한 전공을 노리고서 소소하게 전쟁을 계속하여야 한다고 하여도 아무런 하자가 될 이유가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에 알렉산드르 대공은 답하지 못하였다. 그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시피, 설령 한국에 있어서는 소소한 다툼이라도 유럽에 모든 국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러시아에까지 소소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맛주름을 파르르 떨면서도, 알렉산드르 대공은 차마 뭐라 박규수에게 반박하지 못했다.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아직 연륜이 부족하였으니 천만다행이다. 허세를 부리는 법은 그럭저럭 배웠으나, 아직 감정을 능숙히 숨기는 법까지 익히지는 못했구나.'
박규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까지 오면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부터는 상대에게서 순순히 승낙의 대답이 나오도록 살살 구슬리는 것뿐이었다.
"캄차카 매입에 대하여 다시금 논하고 싶습니다만, 귀국으로서는 적절한 액수를 지불받기만 하면 문제없는 것입니까?"
"···그건 무슨 이야기요?"
"꼭 한국에서 지급하지 않아도 괜찮겠냐는 이야기입니다."
박규수의 말에, 알렉산드르 대공은 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는 얼굴을 했다. 그러나 박규수로서는 진지했다. 그는 이형이 그에게 말하였던 바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황상께서는 분명 우리 한국은 바다로 나오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그것이 영길리와의 약정이기도 하였지만, 그 이상으로 바다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까닭이다. 장차 캄차카를 사들인다고 하여도 이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수군이 필요할 터. 공연히 캄차카를 지킬 새로운 함대를 건조할 재정부담을 질 바에는···.'
차라리 다른 나라에 팔아버리는 게 낫다. 미국이 되었건, 일본이 되었건 말이다. 어쨌건 러시아의 손에서만 빼앗으면 되었다.
박규수의 설명에 그제야 그의 속내를 눈치챘는지, 알렉산드르 대공은 너털웃음을 터뜨리고서는 답했다.
"문제없소. 입찰자는 알아서 구하시오. 영국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소."
"좋습니다. 그럼 이걸로 합의한 것이로군요. 겨우 양국의 평화가 회복되었으니 다행입니다."
그리 말하며, 박규수는 알렉산드르 대공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알렉산드르 대공은 다시 얼굴을 구겼다. 박규수가 이를 말미암아 협상을 대충 뭉개버리고 기어이 예니세이강 경계를 관철할 작정이라는 걸 눈치챈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아바마마께 변명할 거리가 생겼다.'
그리 자기 위로하며, 알렉산드르 대공은 박규수의 손을 마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