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강도 >
"그래서, 결국 얼마에 사시겠소?"
천천히 손을 떼며, 알렉산드르 대공은 어딘가 짜증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박규수는 비로소 눈치챌 수 있었다.
'결국 돈인가. 당장에 쓸 수 있는 돈이 필요한 것이로구나. 그러나···.'
박규수는 흘긋 헤이스쪽을 돌아보았다. 그가 지금 생각하기에 만일 러시아가 캄차카를 팔아야 하고, 또 한국이 이를 매입할 수 없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결말은 미국이 대신 사들이는 것이었다. 실례로, 이미 미국은 앞서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한 바 있다.
헤이스는 뭐라 말로 답하는 대신, 그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미국이 매입할 가능성을 구태여 부정하지 않은 셈이었다. 아무튼 땅 좋아하는 것으로 명성을 떨치던 미국이었다. 물론 예고에 없는 일이니만큼 곧장 금고를 열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여지는 충분했다.
"좋습니다, 흥정해보지요. 우선, 화폐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루블입니까, 냥입니까, 달러입니까?"
"달러로 좋소. 파운드나 프랑이 최선이겠으나 그대들이 준비할 수 있을 턱이 없을 테고. 그렇다면 달러가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겠지."
알렉산드르 대공은 그리 말하며 흘긋 헤이스를 돌아보았다. 그 또한 한국과 협상하되 암묵적으로 실제로 매입할 상대는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점찍게 된 것이다. 박규수는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돈이 많은 나라이니만큼, 한국이 여유가 없는 지금 어떻게든 러시아에서 캄차카를 빼앗아야만 한다면 미국이 가장 확실하리라.
'그러니까, 적정한 금액이···.'
"앞선 알래스카 조약에서 우리 미합중국이 지급한 금액이 약 720만 달러였습니다."
박규수가 잠시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고 골머리를 싸매고 있자니, 옆에서 호응이 들어왔다. 이쯤 되면 헤이스도 사실상 미국이 캄차카를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규수로서는 되려 잘된 일이었다. 헤이스로부터 허락이 떨어졌으니, 이제 마음 편하게 일을 진행하면 그만이었다.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혹 두 영토의 대략적인 면적 차이가 어떻게 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래스카가 약 캄차카의 4배쯤 됩니다."
"그렇군요. 알래스카의 판매 비용이 720만 달러였지요. 그렇다면 면적만 따져서 그 4분의 1 가격인 180만 달러는 어떻겠습니까."
박규수는 그리 말한 다음 헤이스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그는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배를 부여잡고서 입을 틀어막고 꺽꺽거리고 있는 것이, 만일 지금 이 자리가 조금이라도 가벼운 자리였다면 제자리에 주저앉아 땅을 치면서 폭소를 터뜨렸을는지도 몰랐다. 그만큼 헤이스는 박규수가 그를 봐온 이래로 처음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당황하여 알렉산드르 대공을 돌아보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고 있었다. 손등에 힘줄이 잔뜩 서 있는 것이, 그가 얼마나 분노하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제야 박규수는 아차 싶었다. 아무래도 너무 낮은 가격을 부른 모양이었다.
"···트란스아무르는 우리 러시아 극동함대의 기항이고, 캄차카는 그 둘째가는 항구요. 알래스카와는 달리 모두 합하여 족히 만 명이 넘는 러시아인이 주거하고 있고 말이오. 그런 푼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소."
한참을 침묵하던 알렉산드르 대공은 목소리를 바르르 떨면서도 간신히 띄엄띄엄 말문을 열었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만일 러시아가 여러모로 극동에 국력을 투사하기 불리한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지도 몰랐다.
박규수는 양손을 저어 의도한 바가 아님을 보이며, 부드러운 어조로 다시금 물었다.
"그렇다면 대공 전하께서는 얼마를 생각해두고 계십니까?"
"많은 수록 좋지."
즉답이었다. 노골적이기까지 한 대답에 한 수 물려줄 생각이던 박규수조차 정색했을 지경이었다. 후일 돈을 지급해야 하는 입장인 미국 대사 헤이스의 경우에는 언제 그렇게 웃음을 참아댔냐는 듯이 이마에 주름을 잔뜩 잡고서 알렉산드르 대공을 노려다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번에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서, 알렉산드르 대공은 헛기침하고서는 다시 입을 열었다.
"못해도 900만 달러. 그 이하는 용납할 수 없소. 캄차카와 극동 영토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과인은 확신하오. 마음 같아서는 1000만 달러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라오."
"900만 달러라. 그건···."
처음부터 한국이 지급할 수 없는 금액이다. 박규수는 그 말을 삼켰다. 지금 같은 협상장에서 약점을 노출하는 건 그리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지금은 허세를 부리는 것이 옳다. 어차피 한국이 지급해야 하는 금액도 아니지 않던가.
사실, 엄밀하게는 지급할 수는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차관을 끌어오고 중원의 곳간을 쥐어짜면 어떻게든 마련할 수는 있다. 그래도 한 번에 지급하지는 못하고 할부를 써야겠지만 말이다. 박규수로서는 정말로 러시아가 캄차카를 팔 생각이 있기는 한 거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 한국의 기량을 과대평가한 것인가? 아니면 영토를 할양하는 대신 금전적 이득이라도 얻어와 억지로 위신을 높이려 하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처음부터 미국을 겨냥했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문득 박규수의 머릿속을 스쳤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참전하였던 것은 러시아가 태평양으로 나오려고 하니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 캄차카를 팔겠다 러시아가 나섰을때, 동석한 헤이스는 미국이 직접 사들이건 한국이 사들이건 간에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원호를 아끼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설령 한국이 직접 매입하는 결말로 가더라도, 미국은 기꺼이 차관을 대주리라.
그런 생각에 흘끗 헤이스를 돌아보니, 그는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급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지나치게 비싸다고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박규수는 헤이스의 뜻을 헤아리고서 고개를 가로저으며 알렉산드르 대공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건 날강도 같은 거래입니다."
"날강도라. 이보다 값싼 가격에 우리 러시아의 극동 영토를 뭉텅 잘라가려는 그쪽이 더한 날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소?"
"그 대부분은 힘으로 점령한 영토가 아닙니까. 캄차카 또한 힘으로 점령하려 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요. 계속해 보시겠습니까?"
"흥, 어디 좋을 대로 해보시오. 과인은 헐값에 제국의 소중한 영토를 팔아치울 생각은 없으니 말이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똑바로 노려다 보며 으르렁거렸다. 아무튼 전쟁을 끝내는 데에는 합의했다. 문제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영토 문제. 어쩌면 전쟁을 끝내는 것보다도 중요한 이야기였다. 하물며 러시아가 캄차카를 팔아치워 극동 영토를 포기한다면 사할린 등의 영토까지 덤으로 처리된다. 한국이 이미 연해주를 점령한 이상, 캄차카까지 팔아치운다면 자연히 러시아의 통제력 아래에서 이탈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니 결코 가벼이 넘어갈 수는 없었다. 이형이 가능하다면 캄차카를 빼앗아오라 했던 것이 절대 괜한 지시가 아니었다. 박규수는 몇 발 물러나는 한이 있더라도 이 거래를 성사시킬 사명감을 느꼈다.
"500만 달러는 어떠십니까."
"부족하오. 900만 달러."
"600만 달러입니다."
"900만 달러."
"700만 달러.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더 이상 뜻을 꺾지 않으시겠다면 이번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900만 달러. 이 이하는 용납할 수 없소. 몇번을 말해도 마찬가지요. 이보다 헐값에 제국의 귀중한 영토를 팔아치울 생각은 없소이다."
'고집불통이 따로 없군.'
박규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더니, 마지막 한고비를 넘지 못하고 애송이 대공의 생떼에 시달리고 있었다. 도움을 바라는 시선으로 헤이스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그것만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안 그래도 720만 달러로 알래스카를 매입한 것으로 왈가왈부가 끊이지를 않는데 캄차카 하나에 900만 달러라니, 그건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안 그래도 부패 스캔들이 끊이지를 않으면서 그리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공화당 정권이 900만 달러에 얼음덩어리 땅을 사들인다면, 그때야말로 헤이스가 출마해야 할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의 승리는 영영 물 건너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헤이스는 헤이스대로 필사적이던 것이다.
'900만 달러. 한국에 그만한 거금을 준비할 여력은 없다. 헤이스 대사도 저리 뜻을 꺾으려 하지 않는 걸 보니 그런 터무니없는 거금을 들여서까지 캄차카를 매입할 생각은 없는 듯 보인다. 그럼 도대체···응?'
문득, 박규수의 머릿속으로 한가지 발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잠시 그의 머릿속에 정보들을 취합하여 그것이 과연 가망이 있는 대안일지를 고민하였다. 그리고 고민한 끝에 그것이 현실성이 있음을 확신하고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900만 달러. 지급하겠습니다."
"바, 박 대사님?"
박규수의 대답에, 헤이스는 놀라 펄쩍 뛰며 소리쳤다. 그로서는 갑자기 박규수가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던 것이다. 한편 알렉산드르 대공은 비릿한 미소를 만면 가득히 띄웠다. 마침내 걸려들었다고 호기롭게 말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좋소, 900만 달러. 마침내 양국이 역사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구려.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오. 자, 다시 악수합시다."
"물론이지요. 저 또한 귀국과의 평화가 수복되었음에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주고받았다. 얼마나 몸이 달아있던 것인지, 그때 그 소령이 러시아어와 한국어로 각각 적힌 종전조약서를 그 자리에서 가져왔다. 두 사람은 조약서에 서명하였고, 다시금 악수를 주고받았다. 그것으로 두 나라의 적대행위는 끝이 났다.
"아니, 어째서 그 조건에 동의하실 수 있습니까? 제 조국은 그런 얼음 땅덩어리를 위하여 그만한 거금을 지급할 생각이 조금도 없단 말입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헤이스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박규수에게 따져 물었다. 그로서는 선의가 이렇게 돌아오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장 망설이던 박규수를 여기까지 데려오고, 또 무사히 헌병들의 봉쇄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은 헤이스가 아니던가. 그는 박규수에게 강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박규수는 태연하게 답하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사께서 본국에 해코지를 당하시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니, 그것이 도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그만한 거금을 마련해올 곳이 또 어디 있다고···!"
"한 곳 더 있지요. 물론, 그들이 스스로 마련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박규수의 뻔뻔스러운 대답에, 헤이스는 순간 말문이 턱 막히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고민했다. 혹 그가 놓친 곳이 있었는가 고민하던 헤이스는, 이내 눈을 크게 뜨고 아, 하고 감탄했다.
박규수는 헤이스에게 웃으며 설명했다.
"대공 전하께서 스스로 말씀하셨지요. 캄차카는 노서아 극동 함대의 둘째가는 항구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거래로 노서아는 태평양으로 나올 길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럼 가장 이익을 보게 될 나라가 마땅히 이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옳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확실히, 그 말씀대로입니다만···지나치게 무모하신 방책입니다. 만일 러시아가 영국에게 캄차카를 팔게 되었다는 걸 알면 과연 저들이 가만히 이를 매각하겠습니까? 영국 또한 그리 순순히 돈을 지급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영길리가 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돈을 빌려주는 것이지요. 노서아는 영길리에게 영토를 파는 것이 아니고요. 단지 이번 전쟁에 낀 적도 없는 중립국이되, 영국과 한없이 친밀한 국가에 팔아치우는 것뿐입니다."
거기까지 말하면 모를 수가 없었다. 헤이스는 어딘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일본이로군요. 대사께서 생각하신 바는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사려 하겠습니까? 900만 달러입니다. 제 조국에서도 부담을 가질 액수를 구태여 빚을 져가면서까지 그들이 사려 하겠습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지요. 어차피 영길리가 그들에게 빚을 져서라도 사들이라고 명령할 테니 말입니다."
그리 말하니 헤이스도 더 할 말이 없었다. 결국 한국은 동시베리아를 통치할 합당한 권리를 손에 넣었고, 일본은 캄차카를 얻는 대가로 한국 대신 900만 달러의 빚을 지게 되었다. 헤이스는 과연 이 숙소를 처음 들어설 적의 어리바리하던 인물과 여기 있는 인물이 과연 같은 인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규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한결 홀가분한 걸음걸이로 여전히 고성이 오가고 있는 베를린의 밤거리를 거닐었다.
***
"이걸로 겨우 본국에 돌아갈 수 있겠군."
박규수가 떠나고 난 후.
알렉산드르 대공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후련하다면 후련하였지만, 그보다는 일정이 너무 늦어진 것에 불평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스트리아와의 협상보다는 당연히 한국과의 협상쪽이 먼저 마무리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더니, 되려 역순이 되어버렸다. 그 덕에 비교적 느긋하게 협상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농락만 당한 것 같아 기분은 별로였으나, 그 또한 경험되리라고 알렉산드르 대공은 애써 자신한테 변명하였다. 어차피 이번에 베를린에 온 것부터가 황태자로서 경험을 쌓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막상 중요한 오스트리아와의 협상은 그가 아닌 전문 외교관들이 처리하게 되었으나, 한국과의 협상 또한 그리 생각한 것처럼 녹록하지는 않았다.
'한국이라···.'
기억할 가치는 있었다. 장차 서쪽에서 러시아를 막아서는 것이 영국과 프랑스,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 두 나라라면 동쪽에서 러시아를 막아서는 것은 저들이 되리라. 앞으로 서쪽이 바빠진 만큼, 저들은 시간과 여유를 얻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럼 필시 다음에 마주치게 될 때는 지금보다 배 이상은 강한 모습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의 치세는 어쩌면 한국과의 패권다툼으로 점철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그의 마음 한켠에 자리잡았다.
똑똑.
"들어와도 좋다."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선 것은 신사다운 모습은커녕 영락없는 유목민족의 행색을 하는 러시아인 장군이었다. 미하일 체르나예프 중장이었다. 지난 전쟁에서 직권남용으로 체포되려던 것을 한국의 황제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경험을 높이 평가하여 알렉산드르 대공이 수하로 들인 것이다.
미하일 장군은 물었다.
"협상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무사히 마무리되었소. 딱 그대가 과인에게 말했던 대로의 경계를 요구하더군.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돈을 끌어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돈만 받아오면 그만이지. 이걸로 시베리아 노역은 일단 없던 일로 해드리겠소."
알렉산드르 대공의 말에, 미하일은 크게 반색하였다. 황태자로부터 공과상쇄를 보증받았으니, 이제 그의 신분도 다소나마 자유로워질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물론 그리 될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아무리 공이 있다지만,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서 제멋대로 날뛰는 장군에게 그리 많은 재량권을 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알렉산드르 대공은 심심풀이 삼아 물었다.
"그리 머지않았소. 아마 저들에게서 돈을 받는 것 보다 영국, 프랑스 둘 중 하나가 우리와 합스부르크 사이의 밀약을 눈치채는 게 더 빠를 거요. 개전과 동시에 우린 발칸과 바르샤바를 칠 것이고, 독일인들은 모든 걸 쥐어짜서라도 저 공화주의 폭도들을 짓뭉개려 들겠지. 그대가 생각하기에 승산은 얼마나 된다고 보시오?"
"그리 낮지 않을 겁니다."
"호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오?"
눈을 가늘게 뜨고서, 알렉산드르 대공은 되물었다. 미하일은 답했다.
"독일의 공화주의 폭도들이 바로 전에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알렉산드르 대공은 이때 돌려줘야 할 적절한 말을 고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