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능황금 >
"국채 매입을···. 말씀입니까?"
"그렇소. 귀국 영국의 국채를 있는 대로 사들이고 싶소."
이형은 그 길로 영국의 토마스 공사를 호출했다. 이형의 호출에 선선히 응한 토마스 공사는 전에 없이 피로에 찌든 모습이었다. 이형은 그가 본국의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전해 듣고서 마음고생이 심한 까닭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옳으리라. 당장 영국이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용인하면서까지 본국의 경제 회복에 주력하는 것만 봐도 영국의 재정 사정이 급속히 악화하였음은 짐작 가능했다. 아니 그 이전에, 대공황의 폭심지였던 영국이 멀쩡할 리가 있겠는가.
이형의 제안에, 토마스는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냐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도 그리 대단한 피해는 아니라도 덩달아 피해를 입었을 터인데, 본래도 그리 대단한 경제 규모를 지니고 있지 않은 극동의 변경국이 무슨 대영제국의 국채를 인수하겠냐는 심정이리라. 이형은 헛기침하고서 입을 열었다.
"순망치한이라, 영길리가 쇠하면 우리 한국 또한 그리 좋지 않을 테니 이번 기회에 한번 은혜를 베풀어볼까 하오. 듣자 하니 노서아가 이번에 구라파에서 크게 이익을 보았다고 들었소. 그럼 노서아는 장차 더욱 강해질 테고, 언젠가 다시 극동으로 돌아와 우리 한국을 핍박하려 들 테지. 그걸 피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영길리를 도와야 하지 않겠소."
"말씀하신 바는 알겠습니다. 변함없이 식견이 넓으시군요. 네에, 분명 그 말대로겠지요. 선의에는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860만 달러요."
이형의 말에, 한순간 토마스는 말을 멈추었다.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 것이, 전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로서는 갑자기 무슨 맥락으로 700만 달러 상당의 거금이 언급되었는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설마하니, 한국에 그만한 돈이 있을 턱도 없을 텐데 말이다.
이형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860만 달러 상당의 국채를 매입하고 싶소. 그만한 금액의 국채가 없다면 차관이라도 상관없소. 어느 쪽이건 간에, 우리 한국은 귀국 영길리가 이번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을 아끼지 않을 심산이라오."
"···하아, 폐하. 제가 폐하를 곁에서 뵈며 알고 지내게 되었는지도 어언 수년째이지만. 이번은 다소 허세가 지나치시군요. 한국에서 어떻게 그런 거금을 갑작스럽게 준비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 제 조국이 겪고 있는 국난은 폐하께서 그리 가벼운 마음으로 장난을 칠만한 것이 못됩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우리 제국의 시민들이 굶주리고 있는지 채 파악도 되지 않고 있단 오늘 저를 호출하셔서는 이런 되지도 않는 허세로 저를 놀리시다니. 무례가 지나치십니다."
토마스는 진저리가 난다는 듯이 말했다. 굳이 숨길 생각도 없이, 잔뜩 화가 난 어조였다. 또박또박 한마디씩 씹어 뱉는 듯 토해내는 것이 만일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이 대한제국의 황제가 아니라 그보다 못한 나라의 국가원수나 외교관이 상대였다면 그보다 험한 말이나 손찌검이 나올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토마스를 빤히 응시했을 따름이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처음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서 이형을 노려다 보던 토마스의 얼굴색이 시시각각 변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노, 그다음은 의아함, 그다음은 다시 의심, 마지막에는 미약한 기대.
거기까지 이르고서야, 이형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영문으로 된 서류였다. 이형이 서류를 내민 즉시 손에서 빼앗아 들어 한참을 읽어나가던 토마스는, 그제야 눈을 부릅뜨며 경악했다.
"마, 맙소사! 어찌 이런···!"
서류는 궁내부와 내무부에서 작성한 지난 몇 년간의 황실 자산 변동내역서였다. 기실, 그 자체로서는 대단할 것 없었다. 이형이 딱히 축재에 열심인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워낙에 이리저리 나가는 돈이 많다 보니 그럭저럭 토마스가 눈여겨 볼만한 금액이 수중에 들어와도 금세 다시 바닥나기를 반복하였기 때문이었다.
토마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지난 전쟁위기가 고조 되어 무렵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대한제국 황실에서 꾸준히 금을 모아왔다는 것이었다. 국고에 들어가는 용도가 아니었다. 중앙은행에서 화폐가치를 책정할 때에 사용되는 용도는 당연히 아니었다. 그저 아무런 이유 없이, 별다른 명목 없이, 그저 황제의 명령이라는 이유로 착실하게 황금을 모아왔다.
그러다 금 모으기 운동을 기점으로 다량의 금이 모이고, 운산 금광 채굴 작업에 미국에서 들여온 증기기관이 도입되었을 무렵부터 액수가 차원이 달라졌다. 달마다 뒤에 붙는 공이 한둘씩 늘어나는 건 예삿일이었다. 그리 상세하게 520만 달러 상당의 금이 모이는 경과를 기계적으로 기록한 서류를 읽으니, 토마스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흡사, 이와 같은 위기가 있을 줄 알고 미리 대비해온 것 같지 않은가.
"우리 한국에서 모아온 것이 520만 달러, 또 아마 그대도 알고 있을 카네기를 끌어들여서 340만 달러를 더 끌어왔소. 합해서 860만 달러 즈음이 모였지. 이만하면 국채고서건 차관으로서건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하오만."
"허, 허허허!"
이형은 심드렁하게 말하였다. 과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실이 그렇다고 통보하는 듯한 어조였다. 토마스로서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헛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우선 이만한 금액의 비상자금을 모아온 것부터가 믿어지지를 않는다. 그동안 그가 봐왔던 황제의 성향은 악착같이 저축하기보다 돈이 들어오는 족족 펑펑 써버리는 쪽이었다. 당장 전쟁배상금을 받아 챙기는 자리에서 그 사용처를 정해버리지 않던가.
물론 그 덕분에 영국이 이익을 봐왔던 것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영국과 프랑스가 선뜻 이형에게 힘을 보태려 했던 것도, 그 척추 반사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자금사용에 있었다. 지원하면 지원하는 대로, 돈을 따낸다면 따내는 대로 영국과 프랑스의 국익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하리라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던 것이다.
그러니 토마스로서는 이형이 착실하게 이만한 자금을 모아온 것 자체가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 그야 그간 한국이 일시적으로 운영해온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금을 고려하면 이만한 액수의 금괴를 모으는 건 일도 아니겠으나, 도대체 어째서 무슨 목적으로 이만한 금괴를 모아왔단 말인가. 이 망나니 황제에게 미래를 대비하여 이만한 액수의 금괴를 저축하는 귀여운 구석이 있었단 말인가?
'아니, 그보다도···! 통이 큰 것도 정도가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은 무리한 전쟁으로 천문학적인 빚을 쌓아 올리지 않았던가. 한국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빚을 말이다! 만일 비상금을 모아뒀다고 해도, 이와 같은 위기를 당면하게 된다면 보통은 국내 빚 청산에 사용할 생각이 앞서지 않나? 그걸 꿋꿋이 참고서, 우리 영국이 경제 위기에 처하고 나니 그제야 꺼내서 쓸 생각을 했다고?'
경악스러운 참을성이고, 충격적인 사용처다. 비상금은 숨겨온 것 자체는 의아하기는 해도 있을 수 없다고까지는 아니다. 언제 어떤 재난이 닥쳐도 모르는 것이 바로 세상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제아무리 망나니 황제라도 상식이라는 것을 지닌 이상 비상금을 마련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정도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한국이 지난 전쟁에서 쌓아온 천문학적인 국채를 확인했다면, 상식적으로 보통 한국의 문제부터 해결하려 하는 것이 보통이 아닐까? 아직 충분히 궁지에 몰렸다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또 영국이 경제위기에 몰리자마자 국채를 매입하건 차관을 제공하건 영국을 돕겠다며 선뜻 나서던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부터 영국이 한국과 그런 친한 나라였단 말인가. 되려 진정으로 혈맹이라고 부를 법한 것은 프랑스 쪽일 터다. 그럼 이건 영국의 공백이 그만큼 커다랄 것으로 예측하였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영국이 경제위기에 처할 때를 대비하여 모아온 자금이기에 그렇다는 이야기 밖에는 되지 않는다. 어느 쪽이건 토마스로서는 아찔하기까지 한 가정이었다.
분명 태어나서 유럽에 가본 적도, 그렇다고 유럽에 관하여 많은 것을 교육받지도 못했을 황제가 영국의 역할을 어떻게 알고 있으며 하물며 영국이 경제위기에 처할 줄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아무래도 여전히 못 믿는 눈치로구려. 그렇다면 이거라면 믿어주시겠소?"
그리 말하며 이형은 고개를 까딱이며 그들의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던 궁인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들이 이형의 신호를 접수함과 동시에, 그들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방을 나서더니 이내 커다란 나무상자를 가져왔다. 그 내용물이 무엇일지, 토마스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의심하였고, 불신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이형이 나무상자를 단단히 잠그고 있던 자물쇠를 따고서 상자를 열어젖힌 순간, 눈으로 그 내용물을 확인한 토마스는 그제야 비로소 이형의 말이 진실임을 깨달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안에는 대한제국의 인장이 새겨진 금괴가 상자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1만 파운드 어치의 금괴요. 이걸로도 믿지 못한다면, 기꺼이 나머지 금괴들이 준비되어있는 창고로 데려가 줄 수도 있소만."
"마, 맙소사···!"
토마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의문점은 많았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러나 상자를 빼곡히 채운 금괴를 본 순간, 그런 생각들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역사적인 주가 대폭락으로 어떻게든 다시금 나날이 추락하고만 있는 금융시장을 살려보기 위하여 사력을 다하고 있는 영국 정부였다. 각국에 파견된 외교관이나 관료들에게 나라를 위하여 집 안의 금붙이 따위를 모아서 보내 달라는 처절한 공문까지 나도는 판국이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상황 속에서, 아무도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한국이 860만 달러 상당의 금괴를 제공하겠다?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은덩이라면 다소 그 가치가 떨어졌을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건 금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통용된다는 금이다. 은본위제의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그 가치가 배 이상 뛴 금이다. 금, 금, 금. 그것도 극히 높은 순도의 황금이다!
침이 절로 넘어갔다. 탐욕이 솟구치는 이상으로, 명예욕과 출세욕이 꿈틀거렸다. 이건 단순히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다. 토마스는 이 거래 한 번에 나라를 구한 구국의 영웅이 될 수도 있었다. 총리에게 악수를 받고 여왕을 만나 훈장을 받고 서품을 받는 장밋빛 미래가 눈앞에 어른어른했다.
"무, 무엇을 원하십니까?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선에서라면 무엇이라도 약속드리겠습니다! 말씀만 해주십시오. 말씀하시는 즉시 그것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도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손이 덜덜 떨렸다. 답지 않게 혀가 꼬여 말을 더듬고 있었다. 그러나 그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토마스는 동요하고 있었다. 860만 달러. 말이 좋아서 860만 달러다. 860만 달러 상당의 금괴다. 당장 금융시장이 붕괴하며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융자본이 증발한 상황 속에서, 860만 달러 상당의 금괴 같은 유동 자산이 투입된다면 급한 불은 당연히 꺼진다.
아니, 그뿐일까. 860만 달러 상당의 금괴가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만 접해도 금융시장의 혼란은 가라앉을 것이다. 어쩌면 다시금 반등하는 기적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 어떤 상황 속에서라도, 금의 가치는 불변이다. 금을 향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신용은 신을 향한 신앙과도 같다. 설령 당장 내일 나라가 망한다고 해도, 그 나라의 화폐는 가치를 잃겠지만 그 나라가 지니고 있던 금의 가치는 불변이다.
"글쎄, 어떨까···."
이형은 잠시 말을 끌었다. 그는 즐기고 있었다. 토마스가 급한 걸 눈치채고서, 그를 폭발 직전까지 살살 긁으며 가지고 놀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이내 그만두었다. 안 그래도 피차 서로 좋은 기억이 없던 토마스와 이형이었다. 당장 그가 공사로 부임한 이래 사무적인 거래만이 계속되지 않았던가. 당연히 두 사람은 서로 의심하였고, 감정 다툼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기에는 곤란하단 말이지.'
가장 큰 이유는 영국 내에 친한파가 없다는 것이다. 토마스도 그렇지만, 그가 영국의 고관들과 마주칠 일이 드물었을뿐더러 인간적인 교류는 더욱더 드물었다. 얼마 전에 찾아와 비교적 한국에 오랫동안 체류하였던 로버트 대사 같은 경우에는 아예 이형에게 질겁을 하고서 도망치듯이 떠나갔다. 아마 그가 본국에 돌아가서 이형에게 긍정적인 발언을 해주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러나 그것이 이형의 바램과 일치하는가-하면 그건 그렇지 않았다. 러시아와 적대한 순간부로, 영미권과는 마땅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형이 기억하는 본래의 역사에서도 최종승리자로서 지구의 패권을 거머쥐었음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니 이형은 이번 기회에 토마스를 친한파로 만들어두고 싶었다.
이형은 잠시 망설이다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홍콩의 매각-은 당연히 안될 것이라 믿소."
"그, 그것이···."
'···응? 뭐야? 저 낯짝을 보아하니 아주 불가능한 것만도 아닌가? 허, 참. 진짜 어지간히도 몰렸나 보네.'
우물쭈물하고 있는 토마스의 모습에, 이형은 내심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반쯤은 분위기를 풀어보려 한번 꺼내 본 이야기였는데, 저런 반응을 보여주니 한번 밀어붙여 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웠다. 적어도 지금의 홍콩은 들고 있어 봐야 가치가 없다. 지금의 홍콩은 고작 해봐야 영국의 투자로 반짝 증가하고 있는 신흥 항만도시에 지나지 않는다.
구태여 고른다면 홍콩을 살 바에야 차라리 프랑스에서 여순항을 사오는 편이 낫다. 아직 들고 있어 봐야 별다른 가치가 없을 홍콩에 비하면, 여순은 당장 한국이 장차 화북을 통치하는 데에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리라. 그러나 이형은 영토를 매입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한국이 확보한 영토만으로도 충분히 넓었을뿐더러, 관리하기에도 불편했던 까닭이다.
대신 이형은 말했다.
"장차 한국의 공업화와 경제성장에 있어서 전면적인 지원과 협력을 받고 싶소."
"···구체적으로는 어떤 식으로 말씀입니까?"
"전부 다요. 경제고문단 파견도 좋고, 학자나 숙련공들을 파견하여 산업기술을 전수하여 주어도 좋소. 그게 안되겠다면 장차 산업화 계획안이라도 검토해주던가. 하여튼 뭐라도 말이오. 글자 그대로 장차 공업화에 있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지원과 협력을 받고 싶소이다. 그렇지, 꼭 하나 꼽아보자면 특히 귀국의 기관차와 같은 우수한 차량을 제작할 기술을 꼭 한번 배워오고 싶소만."
이형은 입꼬리를 뒤틀며 말했다. 지금 한국에 있어서 가장 절실한 사항이기도 하였다. 아직 미국을 능가하는 산업 대국이자 기술 선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이었다. 그런 영국에게서 산업화의 노하우나 기술을 받아올 수 있다면, 그보다 남는 장사도 없었다. 영토야 힘으로 빼앗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건 힘으로 어떻게 빼앗아 올 수도 없다.
"···시도는 해보지요."
"그거 잘 되었군."
잠시 망설이던 토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국에 즉시 타전해보겠다는 이야기였다. 이형 또한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돈이 궁한 영국이 이를 거절하지는 않을 터였다. 서유럽 전역에 걸쳐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융자산이 증발하여 실물경제까지 덩달아 흔들리는 지금 그들이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대가는 인적자산과 기술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기술과 인적자산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한 자산이지.'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말이다.
참으로 만능의 황금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