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22화 (222/530)

< 별 >

"그렇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군요."

"문제?"

"그 캄차카 매입 말입니다."

토마스는 떨떠름하게 입을 열었다. 이 860만 달러의 금괴가 있다면 당장 위기를 넘기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당장 영국이 지출해야 할 금액이 있다. 박규수가 생각해냈고, 소식을 듣는 즉시 이형이 승인하였으며, 일본과 영국 또한 각각 이미 동의하였던 북방 영토 문제였다.

그 북방영토를 매입하는데 필요한 액수가 마침 딱 900만 달러. 지금 이형과 카네기가 준비한 액수가 860만 달러 상당의 금괴이니, 실질적으로 영국은 860만 달러 상당의 차관이나 국채를 받는다고 한들 곧장 일본에 넘기는 형태로 날려버리게 된다.

하지만 이형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그래, 이게 860만 달러 상당의 금괴였었지. 검은 월요일 전까지는 말이오. 그러나 지금 이 금괴가 정말로 고작 860만 달러라고 생각하시오? 이미 환율이 크게 달라져 버렸는데, 3개월 전에 환율을 기준으로 값을 치른다면 그건 그것대로 날강도지. 그대가 생각하기에 지금 이 금괴가 가질 실질적인 가치가 3개월 전과 같다고 생각하시오?"

"그건···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못해도 3, 4배. 최대 5, 6배 이상이겠지. 일시적인 환율변동만 계산한다면 10배도 나올 테고 말이오. 그럼 정말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만 작용한다고 가정하였을 때에는 장장 9,000만 달러 상당의 금괴가 되는 셈이군. 900만 달러?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거요? 9,000만 달러 상당의 국채라. 상상만으로도 가슴 뛰지 않소?"

이형의 대답에 토마스는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안색은 시퍼렇게 질려있었다. 9천만 달러라. 이 액수의 출처를 듣게 된다면 누구나 공상과학소설이라고 생각하리라. 그러나 현실이 그러했다. 달러화의 가치는 바닥에 처박힌 반면 금값은 나날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까닭이다. 대서양 경제권이 파탄하며 파운드화도 시궁창에 처박힌 지금, 달러라고 멀쩡할 리도 없던 것이다.

물론, 이는 금융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금값 폭등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에 가깝다. 말하자면 대공황을 틈탄 거품 낀 액수인 셈이다. 그러나 설령 거품이라고 해도, 그 거품이 가라앉으려면 과연 얼마나 되는 세월이 필요할까. 적어도 향후 수년간은 이 거품 낀 액수가 정가나 다름없이 거래되리라.

'틀렸다. 이 괴팍한 황제가 거기까지 파악하고 있다면, 이제 뭐라 변명을 늘어놓아도 소용없다. 아무리 그 가치를 낮게 잡아도 저 금괴가 본국에 도달할 즈음이면 1천만 파운드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겠지. 그게 통째로 차관과 국채로서 투입된다면···제국의 경제는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되겠지만 이 빚을 모두 갚기 전까지는 저 괴팍한 황제에게 고개를 들고 살아갈 수 없겠구나.'

토마스는 비로소 고개를 떨궜다. 캄차카 매입을 걸고 늘어지며 이번 거래가 대영제국에 가질 가치를 어떻게든 폄하시키려 해봤지만, 그 최후의 시도마저 무의미한 발악으로 끝났다. 이번 거래는 대영제국에 있어서 한국에 가장 절실한 순간 가장 커다란 도움을 받은 빚으로써 오래도록 남게 되리라.

그 결과로서 토마스 자신은 파탄 직전에 빠진 경제를 구한 구국의 영웅으로서 화하겠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마냥 좋았지만, 이제 점점 현실이 되어가니 토마스로서는 울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기만 했다. 아니, 처량한가? 이 차관을 대가로서 무엇을 내놓는다고 그리도 처량하단 말인가?

'···가만.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지? 우린 금괴를 얻었고, 저들은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 하게 되는 거래가 아닌가. 분명 이렇게 내주기에는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의 만남이 그리도 우리 제국에게 있어서 끔찍하고, 굴욕적인 조약인가? 아니지, 그건 아니다.''

토마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분명 제국은 이번 일로 한국에 큰 빚을 지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이 그 대가로 뭐 대단한 영토를 요구하거나 장차 영국이 나아갈 방향에 억지로 수정을 가하려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고작 해봐야 경제적 협력이다. 되려, 지금 당장 처지를 생각하면 관대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조치다.

기술전수와 산업화 지원? 그게 뭐 어떻다는 건가. 영국 공업력의 정수를 지원받아 설령 한국이 공업 대국이 된다고 한들, 그것이 꼭 영국의 국익과 어긋나는 것일까? 한국이 영국의 우방으로 남는 한, 이는 후세에 길이길이 회자할 미담이 될 텐데 말이다.

'이건 천운이다. 제국에게 있어서건, 나에게 있어서건! 나는 영웅이 되리라. 시티 오브 런던의 영웅이 될 거야! 이걸 말미암아 후일에라도 수상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 괴팍한 황제가 앞으로도 날 돕는다면···!'

토마스는 생각을 고치기로 했다. 그리고 그대로 생각이 굳어졌다. 황금을 처음 보게 된 순간부터 어른거리던 탐욕은 이미 그의 뇌리 깊숙이 자리 잡아 꿈쩍도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외교관으로서의 사명 의식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지 오래, 마지막으로 그의 양심을 지탱하는 건 제국에 해가 되는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최후의 애국심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그가 생각하기로, 당장 이 조약이 제국의 국익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니 최후의 망설임도 사라져 버렸다. 토마스는 억지로 표정을 가다듬고서, 자못 신사적이고 예의 바른 자세로 이형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관저에 돌아가는 즉시 본국에 이 기쁜 소식을 전하도록 하지요. 분명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다시 한번, 오늘 폐하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얼씨구?'

이형은 토마스의 태도가 한순간 격변했음을 눈치챘다. 그의 본성을 눈치채고, 또 그의 본성을 노출한 이래로 반쯤 내팽개쳤던 신사로서의 가면을 다시 꺼내 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형에게 본심을 숨기려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형은 한눈에 그가 자신에게 아부를 떨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웃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지금껏 바라왔던 일인 까닭이다. 이형은 토마스와 꼭 같은 가면을 뒤집어쓴 채로 답했다.

"나 또한 그러했소. 오늘 귀국과 이처럼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오늘 그대를 초대하여 이 만남을 주선할 수 있었던 것에 하늘에 감사하는 바이며, 그대를 만나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었소."

"···실로 그렇습니다."

토마스는 못 볼 꼴을 봤다는 듯이 미간을 가늘게 떨면서 답했다. 탐욕에 사로잡혀 어지간한 동요는 모두 가면 속에 숨길 작정이었음에도, 그가 난생처음 본 이 괴상망측한 광경에는 차마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이형은 그런 토마스의 동요를 눈치채지 못한체하며, 그에게 오른손을 건넸다. 미간을 가늘게 떨면서도, 토마스는 애써 표정을 추스르며 이형의 손등에 입을 맞추어 예를 표했다.

그리고 토마스가 예측했다시피, 영국은 이형의 제안을 듣게 된 그 즉시 이형이 제시한 모든 조건을 수용했다.

***

한편, 그 무렵 베르사유 궁전.

"부르셨다고 하여 대령하였습니다, 폐하."

루이는 초췌한 얼굴로 한쪽 무릎을 굽혀 그의 어린 황제에게 예를 표했다. 바르샤바에서 파리까지, 장장 1개월간에 걸칠 기나긴 패주에서 간신히 돌아온 그의 모습은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멋쟁이 프랑스 군인'의 이미지와는 부합하지 않았다. 수염은 덥수룩했고, 제복은 진흙과 때로 더럽혀졌을뿐더러 피로한 기색이 만면에 가득했다.

패잔병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같은 시각 유럽 반대편에서는 러시아의 장군들이 반쯤 폐허가 된 바르샤바에서 함께 술잔을 나누며 승리를 축하하고 신성로마제국의 장군들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서품을 받는 동안, 그는 그의 병사들과 함께 사실상 몸만을 이끌고서 본국에 돌아와야만 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나폴레옹 4세는 그의 행색이 추레함을 탓하지 않았다. 이제는 만으로 18살이 된 나이. 아직도 다소 어린 감이 있으나, 서서히 철이 들고 국정을 이끌어가는 법을 배울 시기였다. 루이가 몇 년 전 베르사유에서 알현하였던 사춘기 소년은, 어느새 나이를 먹고 원숙한 청년이 되어 프랑스의 황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귀국을 환영하오, 장군. 오시는 길에 저 간악한 작자들에게 습격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으셨소?"

"천만 다행히도, 없었습니다. 모두 성모께서 보살피심이겠지요. 아직 주님께서 우리 프랑스를 저버리지는 않으신 모양입니다."

"그래, 그래야겠지. 마땅히 그래야만 하겠지."

루이의 대답에 나폴레옹 4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평정을 가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잘은 안 되고 있었다. 미간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귀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것을 이룬 차였다. 부왕의 복수도, 프랑스의 대륙 패권도, 모두 이 손안에 들어와 잡히는 듯하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마치 꿈이었던 양 허무하게 흩어져 무너지고 말았다. 그 결과, 지난 수년간의 전쟁은 프랑스에 있어서 글자 그대로 단순한 국력 낭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고 말았다.

나폴레옹 4세는 입술을 악물었다. 양 주먹을 굳세게 움켜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어도 분이 풀리지를 않았다. 그런 주군의 모습을 말없이 올려다보며, 루이 또한 입술을 깨물었다. 입안에 피맛이 감돌았다. 패배를 상기시켜주는, 강렬한 혈향이었다.

"···아무래도 개선식은 뒤로 미뤄야 하겠구려. 짐은 지금으로서도 상관없겠으나, 그런 몰골로 파리의 시민들 앞에 설 수는 없으니 말이오."

"예, 예? 개선식, 말씀입니까?"

그렇기에 한참을 침묵하던 나폴레옹 4세가 대뜸 개선식 이야기를 꺼냈을 때, 루이는 당황할 수밖에는 없었다. 개선식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프랑스는 전쟁에서 졌다. 그리고 루이는 패배한 전쟁을 지휘한 총사령관이었다. 전쟁에서 패배한 장군이 무슨 개선식을 한단 말인가?

"그렇소, 개선식이오. 이틀의 시간을 줄 테니, 그때까지 병사들에게 깨끗이 몸을 씻고 광을 내두라 하시오. 새로운 피복이라면 준비할 수 있는 대로 제공하겠소. 낡아빠진 총기들도 모두 새것으로 교체하시오. 그것이 안 된다면 하다못해 광이 날 때까지 닦아두라 하시오.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몰골을 보여줄 수는 없소. 절대로 말이오."

"하, 하오나 폐하···."

그러나 나폴레옹 4세의 의지는 굳건해 보였다. 그건 루이에게는 사뭇 낯선 모습이었다. 그가 베르사유를 떠나기 전 보았던 황제는 아버지를 잃고서 격노에 사로잡힌 사춘기 소년에 불과했다. 이런 이벤트를 스스로 생각해내고, 준비할 인물이 아니었다.

망설이는 루이에게 나폴레옹 4세는 냉철한 어조로 쏘아붙였다.

"우린, 우리 프랑스는 패하지 않았소."

"!"

"결단코 말이오. 그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지. 그대가 전투에서 패해서 프랑스로 돌아왔소? 그대가 인솔하던 병사들을 모두 잃고서, 혈혈단신으로 거렁뱅이나 다름없는 몰골로 귀국하였소?"

"그것은···아닙니다."

"그렇소. 우린 패하지 않았소. 단지 전략적인 차원에서 이 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취하였을 뿐이지. 패하지 않았으니, 우린 이긴 거요. 그렇다고 대답하시오, 장군."

강렬한 명령조였다. 그러나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것은 억지에 가까웠다. 이번 전쟁은 프랑스의 패배다. 전투에서 패하지 않았다고 해봐야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사정이 여의치 않아 싸움을 포기해야만 했다면, 그건 곧 패배다. 루이 또한 그가 패배했다는 것을 부정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폴레옹 4세는 승리했다는 대답 이외에 어떠한 대답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라리며 루이를 똑바로 노려다 보았다. 루이는 이에 위축되어 고개를 떨궜다. 시선에 압도된 것이 아니었다. 황제라는 지위에, 보나파르트 가문의 권위에 압도된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차마 승리라고 직설적으로 답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대답한 것은 루이가 요 1달간 겪어온 것이 승리라고 포장할 수는 없다는 마지막 양심의 발로였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나폴레옹 4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서, 선선히 말문을 열었다.

"그렇소, 승리요. 우리 시민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승리뿐이오. 제국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하오. 다행히도, 우리는 버킹엄의 과부가 먹을 과자 하나 넉넉히 준비하지 못하는 섬 놈들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지. 그럼 우리 프랑스의 다음 승리를 위하여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오, 장군?"

"우선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는지요···?"

"그렇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지중해 건너에서 얼마든지 값싼 노동력을 취할 수 있소. 반대로 제국 내의 암적 존재들을 손쉽게 지중해 건너로 유배시킬 수도 있지. 장차 우리 제국이 다시 일어서는 데에 아프리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오. 그러나-."

나폴레옹 4세는 잠시 말을 멈추고서, 루이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루이가 그 집요한 시선에 의아함을 느낄 무렵,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는 분명 한국의 황제를 만나보았지. 그는 어떤 인물이었소?"

"다소 괴팍하지만 언제나 솔선수범하고, 만사에 정력적이신 분이었습니다."

그것이 루이가 나폴레옹 4세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최대한의 평가였다. 그러나 그조차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듯, 나폴레옹 4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짐이 듣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오. 내 말은, 그자가 얼마나 야심만만하고 탐욕스러운 자인지를 듣고 싶다는 것이오."

"···한국의 황제가 제국의 이익에 반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까?"

설마 하는 심정으로, 루이는 되물었다. 그러나 나폴레옹 4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조차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니 루이로서도 답답하기만 했다. 도대체 무슨 대답을 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던 것이다.

그제야 나폴레옹 4세는 뒷짐을 지며 말하였다.

"그자의 제국이 인도차이나까지 그 힘이 미치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 거라 보시오?"

"지금 이 추세로는 10년도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정확한 추산은 아니었다. 루이도 한국을 떠난 지 제법 긴 시간이 지난 만큼, 이제는 그도 우선 겉으로 보이는 한국의 모습만 보고서 평가할 수밖에는 없다. 그래도 그간의 경험이 있으니 완전히 헛된 추정은 아닐 테지만 말이다.

나폴레옹 4세는 역시나,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루이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그대는 본디 극동 총독부에서 일하였었지. 지난 십수년 간, 우리 제국이 인도차이나를 경영하면서 수익이 컸소, 적자가 컸소?"

"···적자가 더 컸지요."

"그럼 결론 났구려. 팔아치워 버립시다. 통치해봐야 수익도 안 나오는 식민지 따위 차라리 팔아버리고 그 돈과 자원으로 아프리카를 침략하는 것이 배는 경제적이겠소. 당분간 섬 놈들이나 저지대나 아프리카에는 손댈 엄두도 못 낼 테니, 지금부터 정복을 준비하면 우리가 10년은 더 앞서갈 수 있을 테지.

장차 제국은 극동 통치를 신뢰할 수 있는 우리의 우방에 맡기고서 아프리카를 발아래에 둘 것이오. 유럽에서는 우리 프랑스가, 극동에서는 한국이 저 가증스러운 러시아-오스트리아 놈들을 얼음 뿐인 동토에 가둬버리는 것이오."

그리고, 하고 나폴레옹 4세는 덧붙였다. 루이는 불길한 예감에 몸을 떨었다.

나폴레옹 4세는 루이를 빤히 쳐다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이틀 후 있을 개선식은 그대의 원수 진급식이기도 하오. 장차 아프리카를 정복하는 데에 있어서도 이번 전쟁에서 보여준 그 우수한 군재를 여념 없이 발휘하여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리다."

'맙소사.'

루이는 눈앞이 한순간 흐려지는 아찔한 현기증에 몸을 휘청거렸다.

별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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