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24화 (224/530)

< 동아줄 >

똑똑.

"들어오게."

다급한 노크 소리였다. 지금 방안에 모여있는 것이 과연 제국 전시 비상 내각의 핵심인원들이라는 걸 알고서 저리 무례하게 노크를 하는가 싶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디즈레일리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던 기분을 억지로 참고서 가능한 차분하게 답하였다. 상황이 엉망이 된다고 덩달아 노호성을 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을 박차고 헐레벌떡 들어온 전령은 한눈에 봐도 반쯤 정신이 나간 듯 보였다.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것이 아편굴에서 무언가 위험한 공기라도 들이켰나 싶기도 하였다. 도대체 어째서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통과될 수 있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할 무렵, 전령은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각하,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한국?"

그건 또 전혀 엉뚱한 나라였다. 사실, 디즈레일리로서는 바로 직전까지 기억 속에서 반쯤 잊혀 있던 변방에 처박힌 나라이기도 했다. 당장 유럽의 정세가 눈 돌아갈 듯이 핑핑 뒤집히고 있다 보니 극동 같은 변경의 지역 패권국에 신경을 기울일 새가 없었다.

요즈음 영국과 한국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얼마 전 한국의 박규수라는 대사가 황제에게 떠맡았던 모든 소임을 마치고서 유럽을 떠나게 되었을 무렵 런던에 초대하여 조촐하게나마 만나 사무적인 언사를 주고받았던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도 검은 월요일이 한창이다 보니 제대로 접대도 못 하고서 그냥 돌려보내야만 했다.

생각해보면 그 또한 영국의 치욕 중 하나였다. 그래도 명색이 영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나라를 상대로 무엇하나 과시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요즈음 연승을 거두며 한창 콧대가 뻣뻣해졌을 한국의 기를 한 번쯤 밟아둘 좋은 기회를 놓친 격이었으니, 디즈레일리로서는 그저 입맛이 썼다.

"네, 그렇습니다. 한국입니다. 한국에서 국채 매입과 차관을 제의했습니다."

그리고 전령이 입에 담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이야기였다. 고작 저 말을 하려고 그리 숨 가쁘게 달려왔던 것인지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비단 그뿐이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전시 비상 내각의 요인 중 누구 하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준 사람이 없었다. 그들 대부분은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몇몇은 어처구니가 없었던 듯 코웃음을 쳤다.

비록 지금 대영제국이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고, 또 돈이 궁한 것 또한 사실이라지만. 하다 하다 극동 같은 변경의 지역 패권국에 돈을 꿀 처지는 아니었다. 그것도 극히 얼마 되지도 않을 푼돈을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제안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지경이었다.

"···지금 그 말을 하려고 우리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려 한 건가?"

"아, 아뇨! 잠시만 들어주십시오!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각하, 잠시만-!"

"자네, 아무래도 머리를 좀 식힐 필요가 있겠군. 공훈에 목마른 것은 알겠네만, 이번 일은 좀 지나쳤네. 끌고 나가게나. 시원한 냉수라도 한 사발 마신다면 정신이 들겠지."

그러니 결국 디즈레일리의 입에서 나온 것은 이런 것이었다. 그나마 성질을 내지 않은 것만으로 범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그의 신사성과 인내심을 과시했다고 평할 수 있으리라. 이미 그의 지시를 예감했던 듯, 방을 지키던 위병들은 디즈레일리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이 어리숙한 전령을 양옆에서 포박하였다.

순간 자신이 왜 끌려나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듯 멍청한 얼굴을 하던 전령은, 뒤늦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어딜 어떻게 봐도 신사들의 회의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천박한 모습에, 비상 내각에 모여든 요인들은 누구나 눈살을 찌푸렸다. 디즈레일리라고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바로 전에 그가 치워버린 전령에 대해서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의제들을 논하려 했다.

"자, 그럼 불청객도 치워버렸으니. 다시 회의를 시작하세나. 그래, 우리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지?"

"이번 벨기에 사태에 대처하여 네덜란드와 공조하여야 한다는 부분까지 논의한 참이었습니다."

"그래, 그랬었지. 거 참, 나폴레옹 전쟁 이래로 유럽 대륙에서 오렌지와 공동작전은 오랜만이로군. 그러나 이미 벨기에는 멸망하였고, 불행하게도 지금 그 땅에 있는 것은 혁명정부조차 아닌 무정부이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근시일 내에 육군을 움직일 수는 없을 테니, 대신 하다못해 네덜란드의 사태수습 주도에 대한 지지 의사라도 공동표명을-."

"860만 달러입니다!"

그때였다. 바로 전에 위병들의 손에 끌려나갔던 어리숙한 전령이, 도대체 어떻게 그를 저지하는 위병들을 뿌리쳤는지는 몰라도 다시 방 안에 뛰어 들어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이다. 처음에는 위병들의 일 처리를 탓하려 했던 디즈레일리와 요인들은 한순간 멈춰 섰다.

"860만 달러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금 860만 달러 상당의 차관을 약속했습니다!"

860만 달러. 평소의 영국이라면 푼돈이라고 업신여겼을 액수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 돈이 급한 처지.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 860만 달러라면 그야말로 나라를 구할 액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기대를 버렸다.

"860만 달러라. 그래, 지금 환율이 얼마였지? 혹, 오늘 뉴욕 증시를 확인한 사람 있나?"

"그건 의미가 없지요. 피차 휴짓조각이 된 것은 마찬가지이니 말입니다. 현재 금 1 트로이 온스당 46달러가량입니다. 우리 런던 중앙은행이 1 트로이 온스당 4.25 파운드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럭저럭 비교가 가능하겠지요."

"많이도 추락했군. 양키들이 내전이 한창일 때도 고작 해봐야 42달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1할이 더 높은 건가. 허, 저쪽도 만만치 않은걸."

내각의 요인들은 씁쓸하게 웃었다. 저런 변경의 나라까지 저만한 차관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 달러화의 가치가 폭락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사실 가치가 폭락한 것으로는 파운드화 쪽이 더했다. 당장 런던 중앙은행에서 금값 시세를 동결시켜놨으니까 1 트로이 온스당 4.25 파운드라는 가치가 표면적으로나마 유지되는 것이지, 실제 금 거래 시장에서 1온스당 4.25 파운드로 거래하자고 하면 욕지거리 밖에는 듣지 않을 터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파운드화에 이제 그만한 가치가 없다. 1트로이 온스당 4.25 파운드로 거래하는 순간 금을 가지고 있는 쪽이 못해도 수십 배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1 트로이 온스당 46달러라는 미국 연방은행의 금값 시세도 과연 그것이 달러화의 실제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가-하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정부에서 정해둔 마지노선일 뿐이다.

그러니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제 금값은 천정부지로 날뛰고 있다. 화폐의 가치는 날로 추락하는 반면에 금을 찾는 수요는 날로 폭등하고 있는 까닭이다. 사실상 휴짓조각이 되어버린 화폐 대신 금이 그 자리를 대신에 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그, 그것이···검은 월요일 이전 기준으로 860만 달러 상당의 가치를 지닌 금괴, 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전령으로부터 다음 말이 내뱉어진 순간, 그들 모두는 한순간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금? 지금 금괴라고 하였나? 그렇게 무심코 소리 지르고 싶을 지경이었다.

860만 달러 상당의 차관이나 국채. 기실 그건 현시점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달러의 가치가 바닥을 치고 있으며, 국채나 차관 같은 신용화폐 따위는 당장에 금융시장 자체가 붕괴한 이상 그 가치나 효용성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시장에 대한 신용이 증발한 대공황 와중, 국채나 주식 같은 신용화폐 따위 그저 보기 좋으라고 종이에 좋을 대로 장식해둔 휴짓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금. 금은 다르다. 금 같은 현물자산은 차원이 다르다. 그렇기에 한참을 멍하니 전령을 바라보던 그들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서 마구 소리치기 시작했다.

"···지금 뭐라고 했나? 금? 금괴라고 했나? 그러니까, 황동 따위나 도금 따위가 아니라 순금인 것이 확실한가?"

"아니, 그보다도.···! 순도는? 순도는 어떻게 되지? 14K? 18K? 24K? 설마, 백금이라고는 말하지 말아 주게. 이 자리에서 오줌을 지릴지도 모르니까!"

"그, 아뇨. 저기···. 검은 월요일 이전을 기준으로 300만 달러 상당은 24K로, 나머지는 14K 상당의 순도로 제조된 금괴가 확실하다는 토마스 공사의 보증이 붙었습니다."

"이건 기적이야! 맙소사! 금괴라고? 금? 금이란 말인가? 휴짓조각 따위가 아니라 금이라고! 빌어먹을! 오, 실례. 하지만 지금만큼은 외쳐야겠어! 하느님 맙소사! 염병할, 금이라니! 제기랄, 금! 금이라고 염병할! 금괴라니, 미치겠구먼! 이게 꿈이 아니라면 죽어도 좋아!"

더는 말이 필요 없었다. 누군가는 턱을 다물지 못하다가 기어이 턱이 빠져버렸고, 누군가는 몇 번이고 탁상을 양 주먹으로 쾅쾅 내려치며 소리죽여 환호성을 내질렀다. 누군가는 성호를 그어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하였고, 누군가는 품 안에 묵주를 만지작거리며 기도문을 외웠다.

기적. 기적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하늘에 있는 그들의 하나뿐인 주가 기어이 그들을 버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모두가 신을 찾으며 감사 인사를 올리는 가운데, 디즈레일리라고 제정신이지는 못했다. 그는 귀신이라도 바라보듯 멍하니 전령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마, 맙소사! 수에즈 운하 사용 일정을 빠르게 확인해 줄 수 있나? 지금 당장 로이드에 부탁하여 우리가 징발할 수 있는 쾌속선들 전부를 수배해보게! 기선이건 범선이건 상관없어! 극동함대의 해군 함정들 전부를 화물선 호위로 돌려야 하네!"

"지, 진정하십시오. 각하. 아직 저들이 국채와 차관을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지조차 듣지 못하였잖습니까? 자세한 판단은 그 뒤에 하여도-."

"지금 내가 그대라면 침착할 수 있을 것 같나! 아니, 그대가 나라면 말일세! 이런 하느님 맙소사! 금이라고? 하필이면 지금 금괴라고! 맙소사, 주여! 감사합니다! 당신이 그곳에 계심을 오늘에야 비로소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쯤 미쳐버린 광인 같은 외침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랬다. 그들 모두가 흥분을 가라앉힐 도리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이런 기적 같은 시기에 일어나는지. 그저 웃음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신의 기적이고, 은총이라는 표현 이외에는 달리 생각나지를 않았다.

가까스로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이성이 돌아온 이후로도, 흥분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다. 그들은 궁지에 몰린 쥐를 추궁하는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전령을 노려다 보며 캐물었다.

"그래, 그래. 이제 조금 들어볼 기분이 나는군. 그래, 저들이 뭐라고 했지? 뭐라고 했나? 무엇을 요구했지? 지금이라면 인도를 빼자면 뭐든지 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 그게···."

"망할, 그만 좀 벌벌 떨고 빨리 말하지 못하겠나? 정 떨려서 말하지 못하겠다면 그 빌어먹을 종이 쪼가리를 우리에게 넘겨주던가 말일세. 자네는 지금 우리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건가!"

"아, 아닙니다! 말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십시오!"

"그럼 어서 빨리 말하게.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난 지금 그 한국의 황제가 보는 앞에서 불독 흉내를 내라고 해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오른 다리를 들고 소변을 누는 흉내를 내 볼 작정이라네!"

"나는 제국과 여왕 폐하를 위하여 치마를 두르고서 가부키를 춰보라고 해도 출 수 있네! ···그런데 가부키가 한국의 전통무용 맞나?"

때아닌 충성경쟁이었다. 어느 정도는 농담삼아서 이야기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그 대가가 그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수용할 마음의 각오가 되어있던 그들이었다. 이 무렵 전시 비상 내각은 글자 그대로 인도를 제외한 모든 조건에 동의할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만큼 그들은 다급했다. 당장 런던 코앞에 벨기에가 쑥대밭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출병을 망설여야 하던 그들이었다. 수도권 방위조차 뜻대로 할 수 없는 처지까지 몰리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이번 거래를 성사시켜야만 했다. 인도를 제외한 극동의 자산 전부를 요구해도 수용할 각오가 되어있다.

그러니 다음 순간 전령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전혀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황제는···장차 한국의 공업화에 있어서 제국이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지원 전부를 요구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및 기술 고문단 파견, 핵심 산업기술의 전수, 숙련공 파견 및 한국 장인들의 기술 연수, 학회 참여 허용 및 교수 초빙···글자 그대로 모든 것입니다."

'우리 제국의 기술과 인적 자원을 요구하는 거군. 영토나 전함 같은 것보다 그쪽이 더 급하다는 건가?'

디즈레일리가 처음으로 떠올린 생각은 현명하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지금 한국에 더욱 급한 것은 새로운 영토나 전투함 같은 것이 아니라 기술이나 산업화 노하우쪽이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에 맞서 싸워 영토를 크게 넓혔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이 당장에 좋은 일인가-하면 디즈레일리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영토가 크다면 뭣 하는가. 사람이 살 수 없으니 통제도 안 되는데. 쓸만한 자원이 나온다고 해봐야 그걸 제대로 사용할 산업적 역량이나 채굴할 기술적 역량이 안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되려 영토는 넓은데 인구밀도는 극단적으로 낮으니 영토 통제가 어려워져서 마적단 따위가 준동하면서 치안이 악화하고 유지비용이 더 들 가능성이 크다.

그런 가운데 영국으로부터 기술이나 노하우를 받아가면 당장은 지나치게 커다랗기만 한 영토를 지키느라 고생하겠지만 10년, 20년 후에는 그럭저럭 통제 아래에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결정 자체는 현명하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렇지만.

"미치겠군."

"예?"

"저 한국황제라는 자의 머리 뒤로 헤일로가 보이는 것 같네. 후광이 눈부셔서 차마 쳐다볼 수가 없군그래."

디즈레일리가 멍하니 중얼거리는 가운데, 비상 내각회의의 요인들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동의하였다. 상황을 이해 못 한 전령 혼자서 어리바리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것이 한국에 있어서 가장 적절한 사용처라는 것과는 별개로, 지금 이 제안은 당장에 궁지에 몰린 영국에게 있어서 관대하다 못해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 그 자체였다. 전능한 신의 끝 모를 아가페가 느껴질 지경이었다. 만일 한국이 이를 악질적으로 사용하려면 얼마든지 영국을 골탕 먹일 수 있는 상황에서, 요구하는 것이 산업화를 도와달라 정도라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실제로 몇몇 감수성 넘치는 요인들은 이미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디즈레일리는 손수건으로 눈 밑을 훔치며 말했다.

"의회를 소집하게. 나는 이 길로 여왕 폐하를 만나러 가야겠어. 출병일세. 인제야 겨우 벨기에를 조금 뜻대로 처리할 수 있겠어."

"한국의 차관 제의는 논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논할 의미가 있나? 지금 이 자리에 이 관대한 제의에 반대하는 자들이 있다면 손을 들어보게. 그럼 나도 한번 생각을 고쳐보지."

손을 드는 사람은 누구 하나 없었다.

그날, 대영제국은 한국 측에서 제공할 금괴를 담보로 수천만 파운드 상당의 전시예산을 급히 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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