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25화 (225/530)

< 분할 >

"재수 없는 섬나라 놈들에게 자신감이 돌아왔군요."

구 벨기에령 왈롱주.

이제는 루이가 원수가 되면서 덩달아 소령으로 진급한 조제프는 강 건너편을 망원경으로 살피다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했다. 강 건너편은 유니언잭을 펄럭이는 영국군으로 즐비했다. 숫자는 못 해도 1개 연대 이상. 그것도 시야에 들어오는 것만 해도 그러했다. 아마 못해도 2~3개 연대를 전진 배치했으리라.

프랑스가 이번 벨기에 사태에서 대응하기 위하여 동원한 2개 사단에 비하면 그 숫자에서는 크게 밀려도, 질적으로까지 밀린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루이는 지금쯤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을 그의 주군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발 늦은 모양이었다. 혹시 모를 전투에 대비하여 보병 위주에 포병까지 대동한 전력을 준비하는 동안, 영국의 해병연대가 먼저 고지를 차지해 버렸다.

뒤늦게 기병 위주로 병력을 재편하는 것이 나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논외였다. 괜히 귀중한 군마들을 대포 사료로 낭비하는 꼴이다. 만에 하나라도 무력충돌이 벌어졌다면, 그들은 단순한 척후병 역할 이상도 이하도 해줄 수 없었으리라.

"그래, 그런 모양이로군. 이거야 원 좋아하기도 그렇고 화를 내기고 그렇군그래. 저놈들이 우리의 아군이라는 게 왜 이렇게 낯간지럽고 어색하기만 한지 모르겠어."

"본국에서의 훈령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대로 저 섬나라 놈들을 짓뭉개고 왈롱 주를 확보하는 겁니까?"

"아니, 우선 협상을 타진해보라는군. 왈롱을 병합할 수 없다면 하다못해 종속국으로 삼아보라는 명령이야. 만일 섬나라 놈들이 그것까지 거부한다면 이제 적대할 수밖에 없겠지만-이변이 없는 한, 이번 건수는 섬나라 놈들에게 한 수 물려주게 생겼어."

루이는 담담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는 어깨에 원수 휘장을 차고 원수로서 요란 법석하게 장식된 원수봉까지 받아온 처지였지만, 그렇다고 그의 근본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전쟁을 꺼렸다. 이번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점은 프랑스의 국익에도 부합하고 있었다.

결국 지금 벨기에에서 양군이 충돌해봐야 좋아할 건 신성로마제국과 러시아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연히 공훈이나 호승심으로 영국을 압박할 저돌적인 지휘관보다는 먼저 고지를 빼앗겼으니 선선히 양보하겠다는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는 루이가 나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그러한 태도가 조제프에게 긍정적으로 보였는가-하면 전혀 아니었다. 그는 단번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지적했다.

"각하, 조금은 더 화를 내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이곳은 장차 폐하께서 각하의 영지로 삼아주시겠다고 말씀하신 땅이 아닙니까. 도대체 세상 어느 귀족이 제 영지를 빼앗길까 말까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데도 그리 느긋하단 말입니까."

"그리 말해도, 나는 결국 시계 밖에 만들 줄 모르던 시계공 집안에서 태어난 시계공 아들놈일 뿐이네. 그리 갑작스레 귀족의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말해도 간단하게 변할 수 있겠나. 그리고-마침 회신이 온 모양이군."

"각하! 다행입니다. 영국-네덜란드 연합군이 협상에 응하였습니다! 저들이 임시 협상 장소로 요 앞 마을회관을 지정하였습니다만···어떻게 회신하시겠습니까?"

"기꺼이 응하겠다고 말해주게. 자, 그럼 어디 얼마나 염치없는 요구를 해올지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도록 하지."

루이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조제프는 한층 더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미 사태는 그의 기분과는 별개로 빠르게 진전되어가고 있었다. 벌써 저 멀리 성킁성큼 걸어가는 원수의 뒷모습을 한참 눈으로 뒤쫓던 조제프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뒤를 쫓았다.

임시 협상장으로 사용되게 된 빌레 라 빌르의 마을 회관에서 루이가 마주친 것은 제복을 차려입은 해병대 지휘관이 아닌 말끔한 정장을 빼입은 영국인 외교관이었다. 함께 대동한 네덜란드 왕국의 대표 또한 마찬가지였다. 협상장에 나선 3개국 중 2개국이 문민을 내세운 가운데, 군관을 내세운 것은 프랑스 하나였다.

"이거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괜히 이쪽이 악당이 된 기분이군요."

조제프의 비아냥대로, 이에 따라 협상 구도는 외교관들을 내세워 대화하러 나온 양국과 협상이 엎어지는 대로 전쟁을 하려 원수를 데려온 프랑스라는 묘한 구도가 되었다. 다만 그것을 꼭 프랑스가 협상에서 열세에 놓였다고 하기도 뭣했다. 원수가 협상장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프랑스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압박을 주는 효과도 있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양국의 외교관은 전쟁영웅 원수가 몸소 협상장에 나온 것에 위축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오스트리아를 앞두고서 프랑스까지 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심리적 압박감도 한몫했다. 여기에 루이는 루이대로 전쟁을 피하고자 사리는 모습을 보이니, 협상은 순조롭게 진전되었다.

"룩셈부르크 주와 플랑드르주, 이상 2개 주는 네덜란드에 귀속되도록 합니다. 여기에 이의 있으십니까?"

"이의 없습니다. 나폴레옹 4세 폐하께서도 구 벨기에 왕국령이 신성로마제국에 귀속되어서는 안된다고만 말씀하셨지 네덜란드의 확장을 우려하신 바는 없었습니다. 같은 반독동맹의 일원으로서, 우리 프랑스는 저지대의 안정과 평화를 위하여 네덜란드 왕국의 룩셈부르크조, 플랑드르주 병탄을 지지하겠습니다."

"그거 다행이로군요. 그럼 왈롱 주에 대해서는···귀국의 의사는 어떻습니까?"

영국의 대표로 협상장에 참여한 로버트 후작이라는 자의 물음이었다. 영국답지 않은 위축된 모습이라고 루이는 내심 생각했다. 평소의 그들이라면 당장 물러나라고 윽박지르거나 우선 자신들의 입장을 강요한 다음 타협안을 들으려 했을 텐데 말이다.

루이는 담담하게 답했다.

"우리 프랑스 제국은 왈롱 주의 프랑스인들이 염원하는 대로, 그들이 우리 프랑스 제국의 일부가 되어야 함을 주창하는 바입니다."

"과연, 그렇군요."

기대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대답이었다. 로버트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죽상을 했다. 계획이 꼬였다. 애초에는 프랑스에서 누가 나오건 간에 일단 억지를 부려서라도 왈롱까지 네덜란드에 편입시켜 그들의 가장 확실한 우방 중 하나인 네덜란드 왕국의 덩치를 불러주거나 하다못해 왈롱을 영구중립국으로 떼어내려 했더니, 프랑스에서 작정했는지 육군 원수를 끌고 나왔다.

외교관 대신 육군 원수가 협상장에 나왔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여차하면 전쟁이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하다못해 그 육군 원수가 나잇살만 잔뜩 먹은 툇방 늙은이라면 또 모를까, 이제 고작 40줄이 넘은 나이에 원수 계급을 달아버린 불세출의 전쟁영웅이 상대다. 이건 정말로 프랑스가 작정하고 나왔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이거야 원, 글렀어. 강짜를 부렸다가는 까딱 잘못하면 전쟁이다. 당장 오스트리아와 대치해야 하는 지금 프랑스가 자랑하는 전쟁영웅을 욕보였다가는···아무리 좋게좋게 마무리되어도 두고두고 후환이 생긴다. 한 수 물려줘야 할 때인가.'

로버트는 그와 함께 협상장에 나온 네덜란드의 요한 백작을 흘끗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밀어붙이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무언의 신호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요한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선선히 고개를 끄떡였다. 수긍의 의사였다.

로버트는 그제야 과장된 미소를 만면 가득히 띄우며 루이를 향해 말했다.

"벨기에인들에게도 그들이 원하는 조국을 찾아갈 자유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 같은 위기야말로 영불란 3개국의 하나 된 의사와 굳건한 친분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우리 영국은 귀국 프랑스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겠습니다."

궤변이었다. 플랑드르와 왈롱은 그들이 바라는 조국을 찾아간 것이 맞으나, 룩셈부르크의 독일인들은 신성로마제국에 귀속되기를 원했다. 그것을 깡그리 무시하고서 열강의 편의대로 이미 멸망한 벨기에 왕국을 좋을 대로 분배한 것뿐이다.

"귀국의 배려에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 프랑스는 귀국이 보여준 신뢰와 헌신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 대답은 프랑스에 있어서는 더없이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던 것도 사실이었기에, 루이는 환히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한점의 거짓도 없는 환한 미소였다. 그 피로해 보이면서도 순박한 미소에, 로버트는 다소 떨떠름한 기분으로 악수를 받아들여야 했다.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 한 수 물려주게 만든 전쟁영웅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 여긴 까닭이다.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났군요. 저놈들, 영락없이 겁을 집어먹은 모습이었습니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리도 겁을 집어먹었는지, 원!"

협상을 마치고서 돌아 나오는 길, 조제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연히 비꼬는 말이었다. 그들이 이 저지대에 루이 베르그송 육군 원수라는 인물이 나타난 탓에 한 수 물려줄 수밖에 없었음을 한눈에 간파한 것이다.

"그 말대로야. 도대체 뭐 때문에 그리도 위축되어 있었던지, 원."

루이는 도통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로, 뭐 때문에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어조였다. 조제프는 한참을 할 말조차 잊은 채,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루이를 흘겨보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벨기에 왕국의 멸망이 공인 되었고, 네덜란드는 룩셈부르크와 플랑드르를, 프랑스는 왈롱을 챙겼다. 신성로마제국과 러시아는 비난을 아끼지 않았으나 군사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영국은 저지대 해안가 지대를 오랜 우방 네덜란드 왕국이 차지하게 됨으로써 런던의 방위를 도모할 수 있었고, 프랑스는 소소하게나마 영토를 확보하며 위신을 드높였다.

황금의 은총 아래, 서유럽은 또 한 번의 전쟁 위기를 무사히 회피하였다.

***

한편, 그 전쟁을 회피하게 해준 황금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었는가-하면.

"네놈들 안전 따위 알 바 아니다! 하여튼 간에 금괴를 지켜! 흠 하나 가서는 안 된다! 이 금괴에 우리 대영제국의 명운이 걸려있음을 상기하고 또한 상기해라!"

"확인해보고서 궤짝 하나라도 비는 순간 모두 사형일 줄 알도록! 내 손수 눈알을 부지깽이로 쑤셔서 죽여주겠다! 이게 그냥 하는 소리 같냐? 앙!"

"이, 이 멍청한 짐승 놈이! 이 병신 같은 망아지 놈아! 이게 어쩐 금인 줄 알고···! 하마터면 궤짝을 걷어차 버릴 뻔했잖아! 이 우라질 놈이!"

"개판이 따로 없군."

금괴를 실어 나르려 인천항에 몰려든 영국군 수병들의 모습을 둘러보며, 이형은 나지막이 내뱉었다. 진심이었고, 진실이었다. 이 무렵 인천항은 난장판이라는 한마디로도 부족한 판국이었다. 11톤이 조금 넘는 금괴들을 실어나르려고 전함만 3척이 동원되었고, 순양함이나 호위함들은 손으로 다 셀 수도 없었다. 덕택에 한산하던 인천항은 전례 없는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이마저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거나 도중에 합류, 교대할 예정인 함선들은 제외한 숫자였으니, 그야말로 영국 동방함대 전부가 동원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장 뭍에 올라 금괴를 서둘러 실어 나르는 영국군 수병들만 족히 1천 명이 넘었다. 만일 이들이 금괴를 실어나르려고 온 것이 아니라 한국을 침공하려고 온 것이었다면 족히 한양까지 불타오르고도 남았으리라.

"악몽 같은 풍경이군요."

"그야 그렇겠지. 보기 거북하다면 이만 들어가 보아도 좋소."

황후는 좋지 않은 추억이 떠올랐던 듯 눈살을 찌푸렸다. 북경이 영국군에 점령되었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이형 또한 그걸 알고 있었으니, 구태여 이를 탓하려 하지는 않았다.

거북함을 느낀 황후만큼은 아니더라도, 혹 영국이 한국을 침공하려 하는가 하여 두려움에 떨던 건 인천의 백성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미 사전에 공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수십 척의 군함들이 인천항을 가득 메우니 뒤늦게라도 피난 짐을 꾸리는 백성들도 부지기수였다.

호기심을 느끼고 항만까지 구경나왔던 백성들도, 거의 반쯤 눈이 돌아가 허겁지겁 금괴를 실어나르는 영국군 수병들의 모습을 본 이후로는 질겁하며 모두 집으로 숨어들어 가버렸다. 이제 인천항에 남아있는 것은 혹 영국군이 혼란을 틈타 인천항을 약탈하거나 하지는 않을지 경계하며 금괴 수송에 협력하는 대한제국 시위군 뿐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런 일들을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수병들도 금괴를 실어나르는 것에 바빠 약탈 같은 곳에 눈을 돌릴 새가 없던 까닭이다. 이형 또한 그러리라 짐작했기에, 그는 사뭇 사무적이고 나른한 시선으로 영국군의 금괴수송 작전을 지켜보았다.

"다시 한번 여왕 폐하를 대신하여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우리 영국이 귀국에 큰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토마스 공사는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과장되고 가식적인 미소를 만면 가득히 띄우며 고개를 숙였다. 거의 이마를 바닥에 박을 듯한 모습이었다. 이형이 요청하기만 한다면 실제로도 그런 광대 같은 모습을 보여줄지도 몰랐다. 이형은 한번 시험해볼까 고민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기껏 한국에 좋은 인상을 품게 했는데 이제 와서 그의 소소한 복수를 위하여 기분을 더럽히는 건 도저히 수지타산에 맞지를 않았다.

"너무 그렇게 말하지 마시오. 본디 이웃끼리 돕고 사는 법 아니겠소. 이 지구를 지구촌이라는 작은 마을이라 한다면 영국 또한 우리 한국의 이웃일진대, 어찌 돕지 않을 수 있겠소."

"과연 그 말씀대로입니다. 폐하께서는 실로 하늘에서 내리신 분이십니다. 어찌 이리도 드높은 식견과 성인과 같은 도덕성을 두루 겸비하셨는지. 그저 경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쯧,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서 지껄여라. 실없는 말을 지껄이기는.'

이형은 내심 어처구니가 없어 웃었다. 이 딸랑거리는 소리가 저 백 리 밖에서도 들릴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를 시험하려 하고 무시하던 인물과 동일 인물이라고 누가 알아챌 수 있을까. 적어도 이형으로서는 그리 자신이 없었다.

"허허, 과찬이시오. 그러나 심려되는구려. 우리 한국이 귀국 영길리를 돕느라 불란서가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을 두고서 불란서가 서운해하지는 않을지 말이오."

그러나 이형은 내색하지 않고서 은근슬쩍 말했다. 겉으로는 우려된다는 표현을 썼지만, 속내는 프랑스가 뭐라고 따져물을 수 없도록 영국이 알아서 프랑스에 따로 조처를 해두라는 뜻이었다. 영국은 돕고서 혈맹 프랑스는 돕지 않았다는 것을 두고서 프랑스가 따져 묻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을 테니 말이다.

토마스 공사라고 이를 몰랐을 리는 없었다. 다만 그는 끈질기게 추궁해올 프랑스를 상대하기 번거로웠던 까닭에 에둘러 답했다.

"심려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프랑스인들은 한국에 도움을 받기보다 자력갱생을 바랄 테니 말입니다. 그들의 드높은 자긍심은 결코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가 있지 않겠소? 불란서의 황제는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년이라고 들었소. 그가 다른 마음을 품으면 어찌하겠소?"

"···심려하지 마소서. 그때는 우리 영국이 귀국의 보증을 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거 어차피 그렇게 나올 거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나올 것이지.'

기어이 토마스에게서 확답을 얻어낸 이형은 작게 코웃음을 치며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저 지평선 너머에서 유니언잭의 호위를 받으며 태극기를 펄럭이는 유람선 한 척이 인천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유럽순방을 마치고서 돌아오는 박규수가 승선한 유람선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