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34화 (234/530)

< 우물파기 >

이형에게서 확답을 받은 황후는 가장 먼저 박규수를 불렀다. 그가 조정에서 가장 큰 어른인 동시에, 그녀와 이형 모두가 신임하는 측근이었던 까닭이다. 일을 꾸미고자 한다면, 박규수를 배제하고서는 이야기가 시작되지를 않았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황후는 대강의 사정을 설명한 다음,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가장 직설적이면서도 답하기 곤혹스러운 대답이었다. 박규수는 잠시 생각하다,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크게 세 가지가 있겠지요."

"괜찮으니 모두 말씀하여보세요."

"황가에서 직접 이 일을 공론화하거나, 유림의 입을 빌리거나, 아니면 모른 체하되 증거를 모으고 증언을 모아 후일 대만에서 일이 터졌을 적에 한 번에 터뜨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중 박규수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세 번째이리라는 것은 명백했다. 당장 앞에 두 가지의 안과는 다르게 세 번째의 안만 유독 설명이 자세한 것만 봐도 말이다. 사실,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안 모두 각각 위험부담이 그 나름대로 있었으니 말이다.

우선 황실에서 직접 이하응의 부정을 공론화시키는 건 황실 내부의 알력다툼을 온 천하에 보여주는 격이고, 유림에게 공격의 여지를 주는 건 황권이 약화할 위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이하응은 확실하게 부정될 것이고 그 기반도 거세되겠으나, 어느 쪽도 상당한 희생을 전제로 해야만 했다. 그러니 박규수로서는 신중히 처리하라고 충언할 수밖에 없었다.

"불가합니다. 세 번째 안은 논할 가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거늘. 어찌 이보다 더한 비극과 고난이 있은 다음에야 이를 논한단 말입니까. 설령 한 나라의 군주라도 백성들을 고되게 만드는 것은 불가할진대, 백성들의 고난을 보고도 모른 체하라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황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규수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곧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이하응을 지금 당장 어떻게든 무력화시키겠다는 의사표명과 같았다. 백성들의 고난 운운은 명분을 덧붙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백성들의 민심이란, 유교적 질서 아래에서 언제나 최적의 명분이 되기 마련이니까.

박규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황후가 서두르는 이유를 알고 있는 까닭이다. 아직 태자가 철이 들기 전에, 아직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가 어떠한지를 알지 못할 때 이 일을 마무리 짓고 싶은 것이다. 결국,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이는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서로 다투는 패륜이니까 말이다. 태자 몰래 일을 끝내고 싶었다.

박규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리한다면 마땅히 유림의 손을 빌려야겠지요."

황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실, 그 수밖에는 없었다. 황실에서 직접 무언가 손을 쓸 수는 없었다. 현 황실에 속한 인물 중 이하응보다 확실하게 위에 있다고 할만한 이가 드문 까닭이다. 전주 이씨 종가라는 큰 틀 아래에서, 이하응에게 거역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진 이는 마땅치가 않다. 당장 황제인 이형조차도, 이하응을 상대로는 강하게 나갈 수 없다. 제 아비를 적으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 유림의 손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황실의 권위 또한 다소나마 실추되겠으나, 황실이 직접 이하응을 힐난하는 것보다야 낫다. 어느 쪽이고 권위가 실추되는 결말뿐이라면, 피해가 적은 쪽을 택할 뿐이다.

"최익현, 그 사람이 움직인다면 괜할 의심을 살 걱정도 적겠지요."

황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익현이 과연 뜻대로 움직여줄지 확신이 없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최익현보다 적절한 인물이 없었다. 최익현은 현 조정에서 중임을 맡고 있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비주류라는 인상이 짙다. 황제의 총애를 받지 못하고 있음이 누가 봐도 명백한 탓이다. 그런 최익현이 앞장서서 움직여준다면, 황실이 뒤에 있음을 눈치채기란 어렵다.

박규수 또한 고개를 끄덕여 이에 승낙했다. 현 조정에서 최익현보다 이름난 유자도, 최익현보다 강직한 인물도 적다. 이러이러한 일들이 일어났다며 조금씩 암시하기만 해도, 최익현은 불같이 화를 내며 이하응을 규탄하는 데에 누구보다 앞장설 것이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대쪽같은 성정을 타고난 인물이니 말이다.

"면암, 그 사람이 움직여준다면 그것보다 든든한 일이 없겠지요. 그럼, 면암을 움직이는 것은 이 늙은이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실로 감사한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저대로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황실에서는 이 일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가장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그것도 안 될 말씀입니다, 마마. 무지는 분명 책임을 회피할 변명이 될 수 있으나, 이번 일에 한해서는 제 부모가 어찌 사는지조차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니 곧 불효가 됩니다. 옛 순임금이 제 계모가 저를 죽이려 했을 적 이를 알고서도 이를 탓하지 아니하였으며 효를 다했듯이, 황상께서는 마땅히 자식 된 도리로서 부모의 허물을 감싸야 할 것입니다."

"그 말인즉슨, 황상께 우물을 파라는 말씀입니까?"

황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 옛 순임금이 제 계모가 우물을 파라고 시켰을 적 그것이 자신을 생매장하기 위함임을 알고서도 따랐듯이, 이형까지 이하응이 저를 죽이려 하는 걸 알면서도 잠자코 따라야 하겠느냐는 되물음이었다.

박규수는 한숨을 내쉬면서 답했다.

"···숨구멍을 먼저 파야겠지요."

순임금이 우물을 파되 미리 숨구멍을 파둬 계모가 저를 생매장 했을 적에도 무사히 빠져나갔듯이, 이형 또한 우물을 파되 빠져나갈 구석 정도는 만들어놔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곧, 우물을 파는 것까지는 잠자코 따를 수밖에 없다는 대답 또한 됐다.

황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그것이 이치에 맞는 말 같지가 않았다. 적어도 그녀가 봐온 북경의 황족들은 그와 같은 이치에 따르지 않았다. 제 아비면 아비인 대로, 자식이면 자식인 대로 제게 해가 되는 순간 가차 없이 내치는 것이 북경의 암투였다.

그러나 그걸 구태여 입 밖으로 낼 필요는 없었다. 황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조선의 이치라면, 조선에 시집온 이상 따라야겠지요."

"송구하옵니다, 마마."

'그러나 고산국(=대만의 다른 명칭)은 조선의 법도가 닿지 않으니, 예외가 아니겠습니까.'

겉으로만 말이다.

"힘든 한해였소. 그러나, 내려가는 것이 있으면 또 오르는 것이 있는 법 아니겠소? 연말은 비록 여러모로 힘들고 고된 일들뿐이었으니, 이듬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리라 믿고 있으리다. 자, 모두 건배합시다!"

"""황제시여, 장수하소서! 건배-!"""

한번 방침이 정해지고 난 다음에는 모든 것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가장 먼저, 황후는 한양의 외국 외교관들을 궁에 초대하여 잔치를 열었다. 유럽의 사교회를 흉내 낸, 다가올 새해를 기념한 잔치였다.

이 초대에 응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서역의 공사들이야 이것이 사교회를 흉내 낸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만큼 여기에 나가지 않아봐야 자신들만 소외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제후국의 공사들은 한국의 권위에 위축된 까닭이다.

여기에 가장 반색한 사람은 이형이었다. 단옷날 축제 이후로 마음껏 술을 마실 기회가 마땅치 않던 차에, 황후가 그 기회를 만들어주니 그보다 기쁜 일이 없었다. 이형은 이날 건배사를 시작으로 누구보다 활발히 회장을 쏘다니며 있는 대로 즐겼고, 자연히 잔치에 참석한 이들의 시선은 이형에게 쏠리게 되었다.

"사람 하나만 구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 사람이라, 어떤 사람을 말씀하십니까?"

"이 나라와 고산국을 오가는 데에 있어서 수상할 것이 없을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형이 시선을 끄는 동안, 황후는 토마스 공사와 만났다. 구석에서, 그러나 두 사람이 무언가 대화를 나누었음은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황후에 당황하던 토마스는, 황후의 말에 대강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이미 이형을 만나 그에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설명해준 만큼, 황후가 이렇게 움직이는 이유도 알아채기 쉬웠다.

요컨대, 입소문을 퍼뜨릴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구태여 영국 공사를 찾아가야 했던 것은 오늘날 동아시아의 해역들이 영국의 통제 아래에 있으며, 그런 만큼 대만과 한국을 오가는 상선이 있다면 당연히 영국의 감시 아래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던 까닭이다.

토마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없지야 않겠지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따로 인명부를 찾아 드리겠습니다."

"감사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건 공사님께 지나친 수고를 들이게 하겠지요. 그리고, 고산국과 조선을 오가는 배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것만으로 족합니다. 그보다, 작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라, 그것이 무엇입니까?"

"여유가 있는 대로 소금 가마니를 한양까지 날라 주세요. 물론 대금은 지급하겠습니다. 선원은 전부 고산국의 백성으로 부탁드려요. 인천까지 나르는 건 신속하게 하되, 인천에서 짐을 옮길 때는 조용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고서, 황후는 떠나갔다. 토마스로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의아한 주문이었다. 한국에 소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웬 소금 가마니를 팔아달라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를 않던 것이다. 그러나 토마스는 또한 알고 있었다. 사교계에서 이뤄지는 무수한 음모들을 하나하나 파고드는 건 제 명줄을 짧게 할 따름이라는 걸 말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는 모양이지. 아마 황제의 아버지와 대립이 그 이유일 테고. 그럼 깊게 파고들지 않는 게 낫겠군. 적어도 우리 대영제국의 국익에 영향을 주는 선까지 일이 커지기 전까지는 말이야.'

마음속으로 대강 생각을 정리한 토마스는, 그날 잔치가 끝나는 대로 공사관으로 돌아가 상선을 수배했다. 한국에서 포모사 주식회사에 소금거래를 의뢰했으니, 이를 실어나를 상선을 찾아보라는 의뢰였다. 선원이 전부 대만인이어야한다는 조건이 발목을 잡기는 했으나, 소금 거래 자체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요즈음 대공황으로 일감도 수입도 마땅치 않던 차에 제법 큰 거래가 덜컥 들어왔으니 반색한 것이다. 포모사 주식회사는 거래가 들어오자 가능한 빨리 모든 준비를 끝마친 다음 상선을 출발시켰고, 서력이 넘어갈 무렵 인천항에 상선이 다다랐다.

황후는 이때 박규수를 만나 다시금 물었다.

"최 대감과는 이야기를 마치셨습니까?"

"그렇사옵니다. 하오나···. 어쩐지 움직임이 둔합니다. 그 사람이 일이 터졌는데도 이리 조용할 사람이 아닌데···."

박규수는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뻔했다.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서 알아서 사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 어쩌면 사리고 있다기보다는 자신의 강직함을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자존심이 상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어느 쪽이건 최익현이 이번에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황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역시 움직이게 해드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뒤에서 떠밀면, 싫어도 움직이실 수밖에는 없겠지요."

"하오나···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심려하지 마시길. 곧 움직이실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 말하며 황후는 옅게 미소를 띄웠다. 어딘가 섬찟한 미소라고, 박규수는 내심 생각했다.

"일해라, 이 굼벵이들아! 그렇게 놀고먹으려고 비싼 봉급 줘가며 너희들을 데려온 줄 알아?"

"바다에 떨어뜨리지 않게 신중히 날라라! 어제 눈이 오느라 많이 못 날랐으니, 오늘은 어제 못했던 분량만큼 일해야 한다!"

"아흐, 진짜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이러니까 술을 끊으려야 끊을 수가 있나! 우라질, 정박한 김에 실컷 마시기나 해야지···!"

소금을 날라온 상선은 며칠이고 인천항에 머물렀다. 그것이 실어나른 상품이 다름 아닌 소금인 까닭이다. 물기에 조금이라도 녹으면 그 가치가 단번에 낮아지는 화물이다 보니, 화물을 내릴 때도 신중히 처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에 젖어서 소금이 줄었다고 변명하게 되면 선금을 물어줘야 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정박하는 일수가 늘어날수록, 선원들이 인천항의 주점을 들락거리며 술을 마시는 날도 늘어났다. 이 무렵 인천에는 중국에서 건너왔거나 일본, 유럽 등지에서 건너온 외국인들이 세운 주점들이 많았던 까닭에, 선장의 허락 아래 인천항에 상륙한 선원들은 거리낌 없이 마시고 즐길 수 있었다.

"으흐흐! 취한다! 놀자! 놀자꾸나! 오늘은 세상만사 다 잊고 놀자!"

"휘리릭, 휘릭! 끼요오옷-! 아싸 좋다!"

"으흐흐! 이거 알아? 내가 말이야. 엉? 무법자다 이거야! 아 글쎄 내가 대만에서 이하응 그 양반이 행패를 부릴 적에-."

그렇게 술이 한잔이고 둘이고 들어가면 뱃사람 특유의 허풍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허풍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가장 만만한 것이 대만에서 요즈음 있었던 일 중 가장 최근이었고 충격도 컸던 이하응의 행패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도망자라느니, 깡패였다느니, 온갖 허세를 부리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게 된 것은 덤이었다.

당연히 이런 허세는 이들이 인천항에 머무는 동안 계속되었고, 자연히 이러한 무용담은 빠르게 인천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소문의 주인공이 그들에게도 더없이 익숙한 이하응이었던 만큼 더욱더 빠르게 퍼질 수밖에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소문은 자극적일수록 그 생명력이 강인한 법이었다.

그 뒤 황후는 한가지 공작을 추가했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음력으로는 아직이었으나, 양력 기준 신년을 기념하여 황실 자산으로 술을 대거 사들여 한양과 경기도 일대에 나눠준 것이었다.

"크으, 죽인다! 이게 바로 태평성대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마실 술이 있고, 먹을 안주가 있고, 이렇게 술잔을 나눌 벗이 있고! 그럼 그게 바로 태평성대 아니겠나, 으하하하!"

"아이고, 이 친구 보시게! 그거 완전히 눈이 풀렸군. 그려! 이래 가지고서 내일 또 일하러 갈 수나 있겠나?"

"으흐흐! 이 사람아, 이 천하장사를 그리 얕보면 쓰나! 그보다 그거 들었는가? 아니 글쎄 흥선왕 전하께서-."

황실에서 앞장서 술을 나눠주니, 자연히 술판이 줄기차게 벌어졌다. 마침 단옷날 축제도 추석도 모두 지난 지 오래라 술이 고프던 차에 황실에서 앞장서 술을 나눠주는데 그야 술이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술자리가 열리면, 오만가지 이야기가 나돌기 마련이었다. 마침 대만에서 들어온 싱싱한 소식은 한양의 백성들에게 둘도 없는 안줏거리가 되어주었다. 그 소문의 주인공이 그들에게 둘도 없이 친숙한 이하응이라는 것 또한 소문의 확산을 크게 도왔다.

소문은 급속도로 확산하였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애초 인천에서만 은밀히 돌던 소문은 한양의 백성들이 신년을 축하하는 동안 한양과 경기권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한양의 백성 중 이 소문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소문의 내용을 모르는 이는 누구 한 사람 없게 되었다.

"『(전략)···참으로 밝히기 어려운 것은 하늘의 이치이고 무너지기 쉬운 것은 인심입니다. 백성들의 위에 있는 사람들이 만일 지성으로 장려해서 견문을 넓히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는다면 떳떳한 의리를 배양할 수 없고 영원히 유지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오나 오늘날 누구보다 위에 선 사람이 부정한 축재에만 목을 매고 있으니, 이 어찌 통탄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밝으신 황상께서는 백성들의 한탄에 귀 기울여 주소서.』"

그리고 그제야, 최익현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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