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40화 (240/530)

< 한불동맹 >

"호오, 그대구려. 신년잔치 이후로는 처음이던가?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반갑기 그지없소. 하오나, 내 오늘 의회에 그대를 부른 기억은 없소만?"

이형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분명 프랑스가 여기까지 움직였다면 영국도 어떤 식으로건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건 예측 가능했으나, 이건 다소 무례한 행동이었다. 일개 공사가 사전에 초대받지도 않고서 엄연한 독립국의 의회표결 도중에 난입하여 참조연설을 요구하다니, 도저히 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만히 넘어가기는 어려운 외교적 결례였다.

"실은, 제가 참조연설을 부탁드렸습니다. 제가 대신 설명하는 것보다 공사님께서 직접 설명하시는 게 더 좋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때, 좌중에서 한사람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피로를 온몸으로 보이며 그림자가 눈 밑까지 드리워져 있던 김가진이었다. 그래도 황비홍과의 만남 이후로 그럭저럭 몸을 단련해서인지 이전보다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선 의회가 시작되기 전에 적어도 짐이나 여기 박 총리에게는 알렸어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송구합니다. 소신이 아직 의회의 법도에 대하여 모두 익히지 못하여 그랬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이형의 추궁에 김가진은 별다른 변명 없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책임을 시인했다. 변명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이형이 아직 5개년 경제개발계획안의 완성을 보기도 전에 자신을 내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어느 쪽이건 이형으로서는 내심 괘씸하면서도 기특한 일이었다.

일단 이형은 이미 마음속으로 뜻을 굳힌 상황이지만, 프랑스가 동맹을 제시했다고 하나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어떠한 반대의견도 없이 프랑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프랑스는 한국 국내에 자신들의 뜻에 반대할 어떠한 세력도 없으리라 여기게 될 터였다. 그럼 지금이야 이것저것 퍼주더라도, 나중에 가면 감 내놔라, 배 내놔라하며 설칠 위험도 컸다.

그런 와중에 김가진이 어떤 식으로건 간에 한국 국내에도 프랑스에 무조건 동의하는 세력도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면, 프랑스도 그 나름대로 위기감을 가지고서 한국을 대하게 될 터였다. 이 기회에 한국의 국론에 간섭할 기회를 얻은 영국이 훼방을 넣으면서 협상 내용이 달라질지도 모르는 거고 말이다.

'물론 그건 그거고 나에게 말도 없이 이놈을 불러들인 것은 괘씸하지만-.'

이형은 김가진과 토마스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토마스와 달리, 김가진은 담담히 고개를 숙이고서 이형의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어느 쪽이 주도적으로 움직였는지는 분명해 보였다. 아마 김가진이 토마스에게 은밀히 사람을 보내 이 일에 끌어들였을 터이다. 그럼 김가진은 이번 동맹에 불만을 품고 있던가,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것이 김가진 자신의 판단일까, 아니면 안동 김씨의 간섭일까. 이형으로서는 확신이 서지를 않았다. 우선 김가진도 그 나름대로 뜻이 있으며 근성이 있음을 보여주긴 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 그의 기반이 안동 김씨에 종속되어있음 또한 사실이다. 그럼 김가진이 영국에 이로운 행동을 했다는 건 안동 김씨가 이형이 모르게 영국과 손을 잡으려 한다는 암시가 될 수도 있었다.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고민할 바에야 지금에라도 안동 김씨를 쳐내고 역사의 뒤편에 묻어버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아직 때가 아니었다. 이형은 검지로 탁자를 두들기며, 언짢은 기색을 냈다.

"그럼, 참조연설을 시작해도 괜찮겠습니까?"

머뭇거리면서도, 토마스는 또박또박 선명한 어조로 이형에 물었다. 주변에 의원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조선말이었다. 토마스는 절실한 모습이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프랑스와 한국이 급속도로 친밀해진다면, 토마스로서는 한국에서 그 입지가 급히 수그러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결코 토마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난 강남 대기근 이래로, 유림이 바라보는 영국이란 나라는 곧 해적들의 소굴이나 다름없던 까닭이다. 이형이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몇몇 의원들은 역정을 내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결코, 아니 되오! 위병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당장 이 작자를 끌어내시오! 이는 순리가 아닐 지며, 의회의 법도가 아니외다!"

"황상! 어서 용단을 내려주소서! 영길리는 그 간악하고 악독함이 도적과 다를 바 없어, 결코 상종해서는 아니 되옵니다! 옛말에 주변에 모이는 자들의 됨됨이를 보면 곧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어찌 나라에서도 다르겠습니까? 군자가 되고자 한다면 마땅히 군자의 나라를 곁에 두어야 할 것이며, 도적의 나라를 멀리해야만 할 것입니다! 어서 용단을 내려주소서!"

"실로 그렇습니다! 우리 한국이 불란서와 천하의 법도를 논하고 있는데, 영길리가 훼방을 놓아서야 하겠습니까? 이는 나라 간에 예의가 아닐 것이며, 하물며 군자의 법도는 더더욱 아닐 것입니다!"

의원들은 막힘없이 토마스의 조국 영국을 마구 힐난했다. 처음에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있던 토마스도 말을 듣는 동안 점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다. 이번 참조연설이 여러모로 절차상으로 불리한 건 사실이고 내정간섭이라 성토 받을 여지가 컸던 만큼 어지간한 발언은 그냥저냥 웃어넘길 생각이었으나, 말의 수위가 그가 상상한 그 이상이었다.

아예 대놓고 도적이라 부르지를 않나, 군자가 못 된다고 하지를 않나. 사실상 해적이라 성토하는 꼴이었다. 외교적 무례를 논한다면 발언의 수위만 놓고 봐도 지금 영국이 내정간섭을 시도하는 것과 맞먹을 지경이다. 아닌 말로, 과부 여왕 운운이 나오지 않은 것이 최후의 이성이고 참을성이라고 불러줘도 되리라.

이형은 내심 즐기는 기분으로 이를 가만히 경청하고 있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의원들의 성토를 정지시켰다. 그리고서, 빤히 토마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 좋을 대로 말해보시오. 다만, 참조연설이 끝나고 나면 예정했던 대로 곧장 표결을 시작하리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으나, 시간은 15분 드리리다. 그 이상 넘어가면 연설이 어디까지 이어졌건 간에 도중에 끊도록 하겠소."

"···감사합니다, 폐하.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형의 말에, 토마스는 애써 일그러지려 하는 얼굴을 숨기고서 꾸벅하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아무튼, 그에게 있어서는, 어떤 수모와 모욕을 겪게 되더라도 우선 참조연설을 얻을 기회를 손에 넣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이형이 한참을 조용히 토마스가 성토당하는 걸 구경만 하고 있었던 건 열불이 뻗쳤으나, 지금은 그걸 논할 때가 아니었다.

좌중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토마스가 연설기회를 얻게 된 사실 그 자체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림과 관료들의 반영국 성향을 대강 알고 있던 이형 또한, 과연 여기까지였는가 싶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좌중이 탄식하건 말건 상관하지 않은 채, 토마스는 연단에 올랐다.

그러고서, 찬찬히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는 프랑스를 군자의 나라라 생각하는 듯하나, 실상 그들이야말로 강도의 나라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좌중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영국이 신뢰가 있는가, 프랑스가 신뢰가 있는가를 고려하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첫마디가 프랑스를 비방하는 것이다 보니, 다들 언제나처럼 영국이 프랑스를 비방한다고 생각했지 제대로 된 설명이나 설득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토마스를 불러왔던 김가진조차 토마스의 첫마디를 듣고서 곤혹스러운 얼굴을 했을 지경이었다. 이런 뻔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과연 자신이 이런 수고를 들일 필요가 있었던 건지 의문을 품은 것이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서 토마스는 말을 이어갔다.

"이번 세기 초반, 그러니까 70여 년 전, 프랑스는 유럽 대륙의 모든 나라와 전쟁을 벌였습니다. 글자 그대로, 모든 나라와 말입니다. 강한 나라, 약한 나라, 어느 곳 하나 예외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대에 프랑스가 지배하고 있었던 몇몇 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프랑스와 맞서 싸웠습니다. 프랑스가 유럽 대륙을 지배하려 했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패망하였고, 유럽의 여러 나라는 프랑스가 두 번 다시 날뛸 수 없도록 함께 그들에 맞서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러한 정세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에 우리 영국을 싫어하는 나라는 많습니다. 그러나 영국을 진정으로 증오한다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건 프랑스뿐일 겁니다. 하지만 유럽에 프랑스를 증오하는 나라는 이루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만큼 그들이 포악하였으며, 오만한 까닭입니다."

"합종연횡인가."

좌중에서 누군가 중얼거린 말에, 의원들 틈바구니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반응은 크게 셋이었다. 여전히 토마스가 하는 말에 이렇다 할 신뢰를 보이지 않으며 의심을 향하는 이들, 그리고 토마스가 하는 말을 듣고서 프랑스는 역시 유럽의 대국이었다며 수긍하는 이들, 그리고 프랑스에 적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불안해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건 간에, 의원들은 한 가지만은 확신하게 되었다. 유럽을 수천 년간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져 온 난세라고 판단한다면, 프랑스는 제나라였다. 합종군에 승리했다면 진나라였겠으나, 합종군에 패했으니 제나라였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의원들에게 반대로 유럽에 진나라에 해당할 나라도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했다.

유럽의 모든 나라를 힘으로써 패망시키고 기나긴 전란을 끝내고 유럽을 통일할 진나라와 같은 강국 말이다. 그러나 토마스가 그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으니, 의원들에게 이러한 의문은 단지 의문으로 남게 되었다.

"프랑스에는 적이 많습니다. 그들이 국경을 접하고 있는 모든 나라가 곧 그들의 경쟁자이고 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차 한국이 프랑스와 동맹을 맺게 된다면, 한국은 프랑스의 무수한 적들과 적대하게 될 겁니다. 그건 결코 한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해서도 옳지 않습니다. 또한-."

"그만, 거기까지. 시간 지났소. 귀중한 시간을 내주어 고맙소. 그러나, 그만하면 되었소. 이만 표결을 시작하겠소. 표결은 철저하게 익명으로 진행될 것이고, 표결 결과에는 짐 또한 기꺼이 따르도록 하리다. 그러니 모두 안심하시고 표결에 임하여 주시오."

토마스의 말을 도중에 끊고서, 이형은 표결을 시작했다. 그가 사전에 알린 대로 15분이 이미 지난 까닭이다. 아직 더 이야기할 것이 남아있었던 토마스는 이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이형의 진행에 수긍했고, 표결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표결 결과는 이미 예견했던 대로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토마스의 참조연설을 진지하게 들은 의원들이 그만큼 적었다는 증거였다. 그나마 본래라면 찬성과 반대가 못해도 9:1 이상이었을 것이, 3:1 정도로 수그러든 것이 소기의 성과라면 성과였다.

결과가 나오자 토마스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고, 김가진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환호했고,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를 돌아보며, 이형은 선언했다.

"좋소. 이것이 경들의 뜻이라면, 내 기꺼이 따르리다. 우리 한국은 앞으로도 우리의 동맹 불란서와 함께 나란히 걸어갈 것이오!"

"""대한제국 만세! 불란서 제국 만세! 황상 폐하 만만세-!"""

이형은 그 뒤 박규수와 논의하여 정식으로 조약문을 작성한 다음, 예고했던 대로 보름 뒤 벨로네 대사를 찾아가 의결 결과를 통보하고 정식 조약문을 제시하였다.

벨로네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이에 서명하였고, 양국의 동맹조약은 서명 당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한불동맹이 체결되는 순간이었다.

***

이형은 그 뒤 김가진을 처소로 불러 물었다.

"그래, 내 너에게 보름의 시간을 주었지. 뭐라 변명거리는 생각해 뒀나?"

"변명거리라고 하기에도 소소한 것입니다만··· 예, 그렇습니다. 황상께서 만족해주실지 자신은 없으나, 몇 가지 생각해둔 바는 있습니다."

"호오,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지껄여 보아라. 어째서 짐에게조차 비밀로 한 채로 영길리의 공사를 불러왔느냐?"

이형의 태도는 전에 없이 삐딱했다. 김가진이 일전에 보여준 행동은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내정간섭의 여지를 자초한 격인 까닭이다. 만일 그때 토마스가 수행원을 대동하여 온 것이 아니라 영국 해군육전대원들을 끌고 왔으면 어쩔 뻔했던가. 사전협의도 없이 의회표결 중 들이닥친 토마스의 행동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대등한 국가를 상대로 취할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김가진은 자못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합종연횡입니다."

"흐음?"

김가진의 말에, 이형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이내 웃으며 말했다.

"호오, 그래 그때 그건 역시 너였느냐. 그래, 합종군을 이겨내지 못한 불란서와 손을 잡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이거로구나."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황상, 그 영길리의 공사가 말한 대로 불란서는 합종군을 이겨내지 못하였습니다. 불란서는 제나라와 같습니다. 춘추시대에는 강성하였으며, 한때 패자로서 천하를 주름잡았으나, 사방에 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 유럽 제일일지 모르나, 유럽의 모든 나라를 압도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사방에 적을 둔 불란서의 말로는 제나라와 같을 것입니다."

제나라의 말로. 합종군에 패망한 이래로 이전과 같은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그런데도 합종군에 패망하기 이전 그들이 이룩했던 영광에 사로잡혀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서 파멸하는 결말이었다. 농업에는 더 없이 유리해도 알자스-로렌을 제외하면 공업에 적합한 부지가 드문 프랑스의 실정까지 꿰뚫고서 내놓은 평인지도 몰랐다.

이형은 한동안 말없이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아주 완벽히 틀리지도 않은 평가였던 까닭이다. 프랑스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 그건 확실했다. 다만 그렇다고 김가진의 평가가 아주 옳다고 하기도 그랬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하나 여전히 프랑스는 세계 제2위의 열강인 까닭이다.

이형은 조용히 입을 열어 물었다.

"너는 불란서가 제나라와 같다 하였지. 그래, 그럼 네가 생각하기에 시황제 자영이 나올 것은 어디더냐. 영길리인가?"

"아니요. 영길리는 빗대기에 부적절합니다. 영길리는 옛 고사에서 선례를 찾을 것이 아니라, 오롯이 영길리로서 이해하고자 해야 할 겁니다."

"그럼 노서아인가 보군."

"아니요. 노서아는 고작 해봐야 초나라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일 구주 대륙에 진나라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마땅히 덕의지(德意志:도이치)가 될 겁니다."

"덕국이라."

예상 범주 내의 대답이었다. 김가진이 독일의 선교사들을 통해 개화문물을 접했음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 프랑스와의 결탁을 내심 불쾌해 여기는 것도 당연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가상적국 관계이니, 친독파를 자처하는 김가진에게는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수록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이형은 말했다.

"그럼 덕국과 손을 잡자는 것이더냐?"

"아닙니다. 단지, 불란서와 너무 깊은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였나이다. 번번이 합종군을 만들어서야 저들이 언제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겠습니까?"

김가진의 대답에, 이형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의회라면 몰라도 그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일부러 한국과 동맹을 맺으려 할 정도라면, 프랑스의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다는 이야기도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형은 말했다.

"그럼 네가 보험 하나는 만들어두거라. 장차 덕국과의 관계를 너와 네가 부리는 사람들에게 일임하마. 학술 교류 정도라면 불란서도 그리 상관하지는 않을 게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김가진은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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