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월 >
한편, 감격에 겨워하고 있는 한성근과 반대로 이형의 심정은 복잡했다.
'그래, 이날이 왔다. 이제 정말로 중원을 아홉으로 나눠 관리해야 하는 날이. 그렇지만 뭐··· 잘 될 턱이 없지.'
이형은 한성근을 내려다보다가, 흘끗 시선을 돌려 그가 제후로 봉한 아홉 왕을 바라보았다. 하나하나 그가 고른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을 신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되려 신뢰하고자 한다면 눈앞의 한성근이 더욱 믿을 만했다. 지금껏 변함없이 이형에 충성을 바쳐왔으며, 또한 중원을 평정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천하를 평정하는 동안 한성근의 지휘 아래에 놓여있던 10만의 병사들을 일부러 사열시키며 위세를 자랑하게 한 건 제후들이 보는 앞에서 본국인 한국의 힘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성근의 존재를 상기시켜두기 위함이기도 했다. 만에 하나라도 변심하면, 이들이 곧장 달려갈 것이라는 압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형이 그들을 전혀 신용하지 않는 것 또한 아니었다. 몇몇은 자리를 채우기 위하여 고른 이들이었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제(齊)왕에 이경하. 조대비의 인척이고 육군 소장. 기반이나 위세로 따지자면 이번에 왕이 된 이들 중 제일이지. 다른 나라들 모두를 잃게 되더라도 산둥반도와 제나라만큼은 결사 사수해야 하는 만큼 일부러 골랐다. 다음으로 초(楚)왕 이인천. 본 역사에서도 1876년에 죽었으니 본인은 아마 머지않아 죽겠으나 대한민국 초대 국무총리 겸 국방장관 이범석의 할아버지이고 대한민국 이름 넉 자를 만들어낸 대한민국 임시정부 교통 총장 신석우의 장인어른이다.
제나라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곳이라면 초나라는 앞으로 중국에서 일어날 모든 분란의 소지가 모인 곳이야. 손문도 초나라에서 활동할 테고, 하여간 영토나 인구 등 기본적인 체급부터가 다른 제후국과 차원이 다르니 끝없이 문제가 되겠지. 그러면 적어도 왕만큼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배신하지 않도록 골라야 해.'
그 외에도 흥선대원군의 서자인 이재선을 진(秦)왕에 봉하기도 하였다. 대외적인 명분은 아직 태평천국의 잔당이 미미하게 남아있는 진나라 땅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건 그래도 피가 이어진 형제뿐이라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유폐에 가까웠다. 이하응과 서로 연락할 수 없도록 일부러 벽지 중의 벽지를 고른 것이다.
그 벽지가 본래 춘추전국시대에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 땅이라는 게 아이러니할 따름이지만 말이다. 지난 수천 년간 지속하여온 기후변화의 결과물이었다. 1800년 전에는 천하의 중심이라 칭송받던 관중 땅이 이제는 온통 소금기만 가득한 벽지가 되어버렸으니, 처량할 따름이었다.
그 외에 춘생문 사건 때 고종을 보필하였던 이재순을 광동의 월(越)왕으로 봉하였고, 본디 고종의 재위 시절 참판을 지낸 이승응을 위(魏)왕에 봉한 등 이형은 그 나름대로 본 역사에서 한국을 위하여 움직였거나 최소한 왕을 위하여 헌신한 흔적이 있는 종친들을 골라 빈자리를 하나하나 채워 넣었다.
'뭐 흔히 알려진 방계 왕족이랍시고 나온 놈들이 온통 친일파에 귀족작위 받고서 호가호위하다가 간 놈들뿐이라서 기억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내느라 혼났지.'
이형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힘들고 고된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온통 종친들이 친일파 투성이라서라는 이유 때문이었으니, 그 또한 통탄할 노릇이었다. 이형으로서는 그나마 고르고 고른 이들조차 훗날에라도 검을 거꾸로 쥐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필요한 작업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중원을 나누거나 하는 작업은 시작조차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장차 김홍집의 주도로 교육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나면 우선 가장 먼저 종친들과 그 자손들에게 민족의식을 주입하는 걸 무엇보다 우선해야만 한다는 판단이 이형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은 실로 경사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소. 마침내 천하의 평정이 마무리되었으며, 우리 대한의 이름 아래 온 천하가 무릎 꿇었음이 분명해졌소. 이날이 있기까지의 공로를 논한다면, 군공에 있어서는 그대가 곧장 짐의 뒤를 따를 것이오."
이형은 다시 천천히 한성근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는 과장이 섞였으되, 진심이기도 하였다. 군공을 따진다면 당연히 이형이 으뜸이겠으나, 그다음은 한성근의 자리였다. 그간 죽어라 이형을 뒤쫓은 보답이었다. 한성근은 제자리에 엎드려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전율이 일었다.
마침내 저 황제의 입에서 손수 군공을 논한다면 자신이 단연 으뜸이라는 확답이 나온 것이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과찬이십니다! 어찌 소신의 하잘것없는 군공이 황상게서 이룩하신 바에 발끝에라도 미쳤겠나이까? 오늘의 모든 위업은 황상께서 홀로 이룩하신 바와 같으니, 청컨대 거두어주소서!"
"아니오, 그럴 수는 없소. 오늘날 그대가 큰 공을 세웠음은 만백성이 알고 있으며 천지신명께서도 알고 계실진대, 내 어찌 경이 공이 하잘것없노라 감히 말할 수 있겠소? 그러니 내가 말하리다."
그리 말하고서, 이형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와 함께, 제단의 위에서 이형을 시중들던 궁인 몇 사람이 옥으로 봉인되고 옥새로 각인된 임명장과 옥과 금으로 장식된 지휘봉을 조심스레 비단으로 감싸 한성근의 앞까지 가져왔다.
그리고 이내 궁인들이 그것을 한성근에게 건넴과 동시에, 이형은 소리쳤다.
"오늘 이날이 오기까지 경이 이룩한 헌신과 희생을 높이 사, 내 중원 방면군사령관 한성근 중장을 대장으로 높이며 할빈의 후작이자 서백리의 부왕으로 임명하노라. 장차 대장 한성근은 서백리의 부왕으로서 변경 백성들의 안전을 수호하여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며, 제국과 황실을 위해 변하지 않는 헌신과 충성을 맹세하겠는가?"
"물론입니다, 황상! 황상의 총애를 얻어 분에 넘치는 부귀영화를 얻었으니, 황상께 신임을 받아 중용된 이래로 제 신명은 오로지 충성을 다하기 위하여 존재 해왔나이다. 어찌 이 마음, 이 뜻이 변할 수 있겠나이까!"
한성근은 머리를 조아리며 크게 외쳤다. 이렇다 할 비유나 고사의 인용도 없는, 그저 투박한 무인의 충성 맹세였다. 그리고 그것이 이형의 마음에 들었다. 이형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좋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짐이 신임을 거둘 일을 없을 것이니라. 서백리 부왕 한성근은 자리에서 일어나 칙서를 받아라!"
"대한제국 만세! 황제 폐하 만만세!"
그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삼창을 한 한성근은, 임명장과 지휘봉을 받고서 재차 이형을 향하여 세 차례 절을 올렸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이형은 흡족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앞서 수많은 번 왕들에게 충성을 맹세 받을 때도 반신반의하며 고깝게 내려다보던 이형도, 한성근의 충성을 다짐받으니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그럼 그것으로 중요한 절차는 모두 끝난 것이었다. 이형은 이어서 제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데운 술잔을 내렸다. 데운 술을 내림으로써 대초원의 카간으로서 그들을 자신의 형제와 같이 대하겠다 선언하는 절차였다. 가장 먼저 술잔을 건네받은 것은 청왕 혁흔이었다.
"표정이 그리 좋지 않구려, 장인어른. 오늘처럼 경사스러운 날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소?"
"···감히 무례를 무릅쓰고서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폐하께서는 진정으로 제 속내를 전혀 읽지를 못하시는 건지요?"
"속내라? 글쎄,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려. 무슨 일 있소?"
이형은 어리둥절해 하며 되물었다. 그 모습을 공친왕-아니, 이제는 청왕이 된 혁흔은 어처구니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체념하였다. 자신의 손으로 어떻게 해보기에 이형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버렸음을 실감한 까닭이다.
이제 정식으로 청의 왕이 된 공친왕 혁흔은 복잡한 얼굴이었다. 이제 섭정에서 벗어나 정식으로 왕이 되었으나, 그 대가로 그의 조국은 천자국이 아닌 일개 제후국으로 격하되었으며 영토도 크게 줄어들었다. 나라가 망한 것이나 다름없던 셈이다.
하지만 그 덕에 그는 왕이 되었다. 애신각라 황실의 종친이던 혁흔이 영지를 지니고서 왕 노릇을 하려면 반정을 꾀하여 제 피붙이들을 상대로 골육상쟁을 벌여야 했음을 생각하면, 그저 딸을 시집보낸 대가로 북경을 거저 가지게 된 혁흔 개인으로서는 남는 장사였던 셈이다.
"황상께서는 장차 어디까지를 영토로 삼고자 하십니까."
나지막이, 혁흔은 물었다. 이형이 중원을 통째로 집어삼킬 공산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하는 말이었다. 모두 집어삼키지 않을 거라면, 적어도 어디까지는 확실하게 영토로 삼고자 하냐는 물음이었던 셈이다.
"청국과 제(齊)국이오."
이형은 담담히 답했다. 못해도 북경을 위시한 화북평야와 산둥반도 유역은 확실하게 병합해두고 싶다는 뜻이었다. 혁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대한제국이 장차 직접 통치하면서 유지할 수 있는 한계점은 화북평야와 산둥반도 유역 정도이던 까닭이다.
물론 그것도 당장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대한제국이 그들이 지금까지 얻은 영토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게 된 다음, 산업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인구가 크게 늘어 열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덩치를 키운 다음, 그 뒤에야 맡겨둔 영토를 찾으러 오리라. 혁흔은 한숨을 내쉰 다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황상께서 천하의 백성들을 품으신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하오나 황상, 한가지 청이 있나이다. 제 마지막 청이라 생각하시어 주소서."
"말해보시오. 경청하리다."
"···만주의 제 족속들을 지켜주소서. 만주가 천하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면, 적어도 새로이 천하의 주인이 된 조선의 바로 뒤를 따를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이만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된다고 한들, 제 족속들은 지난 200여 년간 중원을 통치해왔나이다. 황상께서 제 족속들을 융숭히 대접하신다면, 필히 장차 황상께서 천하를 통치하심에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체념과 간절함이 섞인 요청이었다. 그간 이형에 대립각을 세우고, 불만을 표하던 것을 멈추고서 인제 그만 이형이 구축한 천하의 부속품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겠다는 항복선언이기도 했다. 그편이 만주족과 애신각라 황조를 위하는 길이라는 걸 마침내 마음속 깊이 수긍해버리고 만 까닭이다.
제아무리 그가 노력하고 청의 체질을 개선한다고 해도, 한족과 만주족이라는 두 이질적인 집단이 반쯤 억지로 공존하는 지금의 청은 그저 가느다란 명을 계속 이어가는 이상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천명도 역할도 모두 대한에 넘어갔음을 수긍하고서 몸을 맡기는 편이 낫다고 마침내 결론 내리게 되고 만 것이다.
"기꺼이 그렇게 허리다."
이형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받아들인다고 한들 나쁠 것도 없는 요청인 까닭이다. 어차피 장차 만주를 통치하고자 한다면, 만주족을 억지로 밀어내거나 아니면 만주족들을 제국의 일원으로 끌어들이거나 둘 중 하나는 되어야 했다. 그리고 만주족을 만주에서 밀어내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그러니 이형은 만주의 칸을 자칭했고, 그들의 왕이 되고자 했다.
혁흔의 요청은 다시 한번 이형이 조선의 왕이자 만주의 칸이기도 하다는 걸 보장받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혁흔은 그제야 희미하게 웃으며 허리를 굽혀 이형에 예를 표했다.
"그럼 황태자 전하께서 찾으러 오실 그날까지 북경의 옥좌를 맡아두고 있겠나이다."
"음, 부탁하리다. 아마 내 생전에는 힘들 테니 말이오."
그리 담소를 주고받고서, 이형과 혁흔은 데운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그 뒤로도 이형은 제후들에게 데운 술을 내리고서 그들과 짧은 담소를 나눈 다음 데운 술을 들이켜기를 몇 차례고 반복했다. 모두 이형으로서는 기억에 따로 남지도 않는 소소한 잡담들이었다. 그나마 대만왕 이희와 이하응은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짧게 확인한 정도가 이형이 따로 기억에 남긴 내용이었다.
다만, 그런데도 이형은 그들 모두에게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해두었다.
"훌륭한 목민관이 되라고는 말하지 않으리다. 그러나 그대들의 나라에서 가장 특색 있는 것이 무엇인가는 알아두시오. 축제라면 축제, 음식이라면 음식, 말이라면 말, 옷이라면 옷, 무엇이든지 상관없소. 좌우지간 그대들이 오늘 북경에서 보았던 양식과 조금이라도 다른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지원하여 그러한 특색이 더욱 살아날 수 있도록 해주시오."
"""지시하신 대로 하겠나이다."""
각 지역의 특색과 문화를 되살리라는 주문이었다. 이러한 지역색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장차 중원이 여럿으로 나누어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아예 다른 나라로 쪼개지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지역색이 강해질수록 후일에라도 다시 하나가 되더라도 지역색이 너무 강해 국론을 하나로 합치는 데에 방해가 될 테니 성공하건 실패하건 크게 손해가 될 것도 없는 정책이었다.
이형은 그렇게 종일 제후들을 상대하며 정월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면 남은 절차는 하나뿐이었다. 오밤중, 이형은 지난 10년간 그를 곁에서 보좌해왔던 박규수를 처소로 불렀다.
"이제 그만 사임하고자 한다는 뜻은 변하지 않으셨소?"
"예. 이제 대한의 천하가 반석에 올랐음을 제 두 눈으로 보게 되었으니,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듯합니다. 부디 황상께서는 이 늙은이가 초야로 물러날 수 있도록 허하여주소서."
박규수는 꾸벅 이형에 절을 올리며 말했다. 그를 바라보는 이형의 심기는 복잡하기만 했다. 박규수는 천하가 반석에 올랐다고 했으나,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걸 이형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던 까닭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박규수를 붙잡고 늘어지기도 곤란했다. 박규수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까닭이다.
본 역사의 수명이 유지된다면 2년이 고작이었고, 지난 10년간 고된 업무에 시달려왔음을 생각하면 박규수에게 남겨진 시간은 그보다 짧았으면 짧았지 그보다 길 수는 없었다. 당장 허계는 제 수명을 넘어가면서까지 이형을 위해 헌신하다 미처 쉬지도 못하고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숨을 거두지 않았던가.
박규수까지 허계처럼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세상을 떠나는 꼴을 보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형은 한숨을 내쉬며 골머리를 싸매었다.
"오늘 군공에 있어서는 한성근이가 으뜸이라고 했었지. 그러나, 문무를 통틀어서 그 공을 따진다면 단연 그대가 으뜸일 것이오. 그대는 내 장자방이었고, 소하였고, 관중이었소. 그런 경이 이만 물러난다고 하니 내 팔 하나가 뜯어지는 듯하구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고,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라 하였습니다. 이만 관직에서 물러나 후학을 기르며 여생을 보내고자 하니, 허하여 주소서."
"그리 거듭하여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소. ···이만 물러나셔도 좋소이다. 긴 시간 경이 함께해주어 참으로 다행이었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리 말하며, 박규수는 이형에 재차 절을 올리고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모습을 가만히 눈길로 뒤쫓으며, 이형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시원하기보다도, 막막함이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