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43화 (243/530)

< 여흥 민씨 >

"어지신 황상을 섬기게 되어 참으로 영광이었나이다. 문조(=효명세자) 대제께서도 양부로서 황상이 이룩하신 바를 지켜보시며 크게 기뻐하고 있겠지요. 하나 이 늙은이는 이제 노쇠하여 국사를 논함에 있어 걸림돌에 지나지 않게 되었으니, 이만 초야로 물러나 후학을 양성하고자 하나이다."

정월의 책봉 의식이 끝나고, 이형이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박규수는 그가 예고했던 대로 총리대신직은 물론이오, 그가 지니고 있던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몸이 노쇠하여 더 이상 나라를 위하여 일할 수 없다는 흔하디흔한 명분이었다. 이형은 군말 없이 이를 수용하였고, 박규수는 이형이 내린 1000평의 논도 마다하고서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형이 앞서 토지제도를 혁파하여 농사를 지을 농사꾼만이 농지를 가질 수 있도록 개혁하였는데, 박규수 자신은 농사꾼도 아닌데 이를 받는다면 곧 황제가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는 꼴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형은 박규수의 지적을 받아들여 대신 그를 수원후에 봉했다. 실제로 수원을 봉토로 내렸다기보다는, 박규수가 수원으로 내려가 후학을 육성하려 하니 그에서 딴 작위를 내린 것이다.

이마저도 사양하려 하던 박규수였으나, 작위라도 내리지 않으면 포상에 인색하다는 품평이 나돌 거라는 이형의 억지에 끝내는 받아들였다. 그로서 박규수는 정계에서 물러났다. 비록 10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하나, 한 시대가 저문 격이었다.

"이제 정말로 젊은 얼굴들을 전면에 내세울 때인가."

박규수마저 떠나고 난 다음, 이형은 처소에 홀로 남아 그리 한숨을 내쉬었다. 개화파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김가진, 김옥균, 김홍집, 어윤중 모두 20줄을 넘지 못하는 인물들이었다. 서재필, 홍영식, 서광범, 민영익 등은 한술 더 떠서 20도 채우지 못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아직 태어나지도 못했거나 이제 갓 10살도 안 된 인재들은 널리고 널렸다.

요컨대 인재들이 부족했다. 김병학, 김병국 형제가 있다고 하나 이들은 안동 김씨 출신인지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들이고, 이형의 친모 민씨 부인과 혈연관계인 민씨 세력들도 있으나 이들은 안동 김씨만큼이나 악독하면서도 가진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인물들이었다. 정말로 몸과 마음을 다해 나라를 위해 일해줄 인물들이 턱없이 부족하던 것이다.

"보자. 박규수가 나간 이상 그나마 지금 총리로 내세울 만한 게 김윤식 정도인가. 갓 마흔을 채웠으니 이것도 꽤 빠른 편이긴 한데, 그래도 군소리는 적겠지. 하지만 이놈도 개화파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친일파로 전향한 친청파란 말이야. 그래도 매국은 안 하긴 했는데, 끄으응···."

이형은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달리 대안이 생각나지 않던 까닭이다. 안 그래도 개화파 인사들의 초고속 출세라고 말이 많은 판국에 나이 마흔도 안된 시퍼런 젊은이들을 총리로 내세우는 건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이형 본인도 그리 나라를 운영하면서 능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험은 없이 혈기만 왕성한 인물을 총리로 내세울 수는 없었다.

그럼 현 상황에서 박규수마저 은퇴한 이상 총리로 내세울 수 있는 건 김윤식 정도였다. 문제는 그가 개화파이기는 하나 총리대신 자리를 맡을 정도로 유능한 면모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점이었다. 박규수가 떠난 빈자리를 채워주기에는 미흡한 것이다.

"뭐 별수 있나. 어윤중도 그렇고 김홍집도 그렇고 김옥균도 그렇고 슬슬 수면 위로 끌어올려 보실까. 박규수도 떠나고, 혼자서 박규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졌으니 이제 여럿이서 박규수 한 명을 대신할 수밖에."

이형은 그리 결론을 내리고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이튿날 눈이 뜨는 대로 전봉준을 시켜 국회를 열거라 통보했다. 이형의 부름에 한걸음에 달려온 의원들 앞에서, 이형은 말문을 열었다.

"박 총리가 노환을 이유로 공직에서 물러났다는 건 모두 전해 들었을 거라 생각하오. 그러나 변하는 건 없소. 우리 한국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개화를 위하여 나아갈 것이며, 서역의 진기한 기물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장차 백 년 후에도 한국이 아시아의 호랑이로 우뚝 서 있을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나갈 것이오. 정상에 선 자는 언제나 도전받기 마련이니, 앞으로도 우리 한국은 부지런히 달려나가야 할 것이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하여, 새로운 총리를 임명하기에 앞서 내 그대들에게 한 가지 부탁하려 하오. 짐이 아직 젊고 배움이 짧아, 장차 박 총리가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분명 많을 것이고 때로는 길을 잘못 들 수도 있소. 그럴 때 의지할 곳이 어찌 달리 있겠소. 백성들이 선출한 대표들인 그대들이 짐을 말려주어야 할 것이오. 앞으로 내 잘 부탁드리리다."

""황송 무지로소이다.""

형식적인 대답이었다.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형이 그 나름대로 진심을 담아 호소하였음에도 이를 귀 기울여 듣는 이들이 극히 드물었다. 여전히 일단 숫자만 채운 의원들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그나마 몇몇은 이형의 말 속에 숨은 진심을 알고서 눈빛을 빛냈으나, 대부분은 여전히 이형에 책잡히거나 하지 않으려고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동안은 그래도 이형과 박규수 두 사람이 알아서 몇 마디 수군덕수군덕하면서 모든 국사를 결정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태도가 몸에 배었다고 포장해 줄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경우가 달랐다. 상식적으로, 박규수가 물러나면서 이인자 자리가 텅 비었다면 당연히 그걸 탐하면서 눈을 빛내야 정상이 아니던가. 그런데 의욕을 빛내기보다 보신에만 관심이 있다는 건, 근본적으로 향상 욕구가 부족하다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이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들이 의욕을 가지고서 움직이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할지를 궁리하기 위함이었다. 대답은 금세 나왔다.

'말로 이미 달달 볶았는데도 변하는 게 없는 걸 보면 이놈들은 당장 불덩이가 발등에 떨어져야 움직일 거북이 놈들이야. 이대로 계속 두어봐야 바닥에 찰싹 붙어서 녹봉이나 받아먹으며 세금을 축내기만 하겠지. 그럴 바에야, 이 기회에 싹 갈아치우는 게 낫겠어.'

"그런 의미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번 국회를 해산하고 올해 12월 중에 조기 총선을 열고자 하오. 이제는 지방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왔소. 그동안 한양 백성들만 투표할 수 있었으나, 어디 한양만 우리 대한이겠소. 장차 백성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담기 위해서라도, 우리도 불란서를 본떠 선거구를 재편하여 제대로 된 선거를 치러야 할 때가 왔소."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장차 새로이 치르게 될 조기 총선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기존 정당에 속하지 않은 후보라도 얼마든지 출마할 수 있도록 할 것이오. 신분의 고저에 상관하지 않고서 오로지 그가 백성들의 신임을 받는지만 판별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갓을 비롯하여 신분을 나타낼만한 기물들은 몸에 두를 수 없도록 하겠소. 이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시오?"

""···.""

이번만큼은 대답이 없었다. 그동안은 그저 이형이 말하는 대로 맞장구를 치고 있을 따름이었으나,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건 누가 봐도 그들이 불리한 정책이던 까닭이다. 그간 선거가 사실상 치러지었던 곳이 한양뿐이다 보니, 의원들 대부분도 한양의 명사거나 이름난 명문가의 자손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런 이들이 아니면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던 것이다.

당연히 세도가 시절의 잔당들이 은근슬쩍 가면만 바꾸고서 끼어드는 경우도 많았고, 뜻을 품고서 정계에 투신하고자 하는 개화 인사들은 막상 가문과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의원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선거구를 나눠 지방에서까지 국회의원들이 선출된다면 당연히 한양의 명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신분을 직접 드러낼 수 있는 것 등을 사용할 수 없게 한다는 건 결국 가문을 내세워 당선되어 정계에 진출하는 걸 규제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었다. 어느 쪽도 지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대다수의 의원에게는 불리한 일들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차마 대항할 수 없었다. 이미 그런 기질이 몸에 익어버린 까닭이다.

'여기까지 조였는데도 이 악물고 아득바득 안된다며 나서는 놈이 하나도 없나. 쯧, 이건 진짜로 글렀어. 이런 놈들을 계속 둬봐야 하느냐는 일은 안 하고 아첨밖에 안 할 테지. 하여간 우라질 놈들. 이 기회에 한 번 솎아둘까.'

이형은 그 모습에 내심 혀를 찼다. 저들이 적극적으로 대드는 대신 침묵해준 덕분에 이형이 일을 진행하는 데에서는 편했으나, 이들을 계속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섰다. 이형은 태연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물론 당분간은 호적상으로 적어도 5,000명 이상의 백성이 모여 사는 작은 도시들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오. 그보다 작은 크기의 고을들의 경우에는 아직 서역의 기물을 다 접하지도 못한 백성들도 많을 테니 말이오. 앞으로도 개화를 진행하는 데에서도 이들 도시를 중점적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이형이 덧붙인 다음에야 의원들의 얼굴은 그나마 밝아졌다. 아직 5000명 이상의 백성이 모여 사는 도시라고 해봐야 몇 되지도 않으니, 그나마 지방에서 올라올 의원들의 숫자가 줄어들 거라 여기고서 지레 기뻐한 것이다. 이형으로서는 내심 그 모습에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크게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번에 한 번 거른 다음 기회가 날 때마다 거르고 거르다 보면, 정말로 실력과 열정이 있건 아니면 줄타기 능력이라도 특출나건 뭐라도 특출난 거 하나쯤은 있는 인재들로 모두 교체될 테니 말이다. 저들과 이마를 맞대고 국사를 논할 생각을 접고 나니, 이형은 비로소 기분이 좀 풀리는 듯했다.

"그리고 임시 총리에는 누가 좋겠소?"

"민승호 의원이 적임이라 생각되옵니다."

"실로 그렇습니다. 민승호 의원은 경전에 밝으시며 불란서의 상인들을 가까이하여 서역의 사정에도 밝으시니, 능히 총리를 맡으실 수 있을 겁니다."

'민승호? 아, 그렇지. 이하응이 대만으로 갔을 테니 폭탄테러도 피했겠군. 흠, 그놈이 프랑스와 친하게 지내고 있었나.'

이형은 내심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그가 본 역사에서는 민자영의 양 오빠로서 민씨 척족의 수장이던 까닭이다. 비록 이형이 민자영과 혼인하지 않아 본 역사와 같은 위세를 떨치지는 못하고 있겠으나, 그런데도 여전히 민승호는 이형의 외숙부뻘 되는 몸이었다. 정치 일선에 나오지는 않더라도, 그 나름대로 위세를 떨치고 있을 건 분명했다.

그나마 프랑스의 상인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걸 보면 시류를 읽는 눈이 없는 건 아니겠으나, 그건 동시에 은근슬쩍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되었다. 딱히 일선 정치에 나선 것도 아니고 뚜렷한 공적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되려 왜 이런 자리에 민승호가 언급되는가 고개를 갸웃할 지경이었다.

'아무튼, 이 이야기를 일부러 꺼낸 거 보면 이놈들 중에 민 씨에게 이것저것 받아먹은 놈들이 수두룩하다는 건데···. 흠, 이거 발밑부터 살필 때였나. 이런 자리에서 민승호 놈이 언급될 정도면 이놈들도 안동 김씨 못지않게 이것저것 챙겨둔 모양이구먼. 괜히 전면에 나서지 못하게 여기서는 단호하게 끊어 둬야겠어.'

"아니오. 짐이 생각하기에는 유홍기 의원이 제격이라 생각되오. 그리 결정되었으니 모두 그런 줄 알고 있으시오."

""여부가 있겠나이까.""

이형의 단호한 언사에 의원들은 고개를 꾸벅 숙여 예를 표했다. 반대는 없었다. 유홍기는 박규수와 그 나름대로 친분이 있는 개화파이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인사이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유홍기를 정식 총리로 임명한 것도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총선이 있기 전까지 총리직을 대행할 임시 총리로 명시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그날의 국회 소집은 그 뒤 범아시아 조약기구 가맹국들과의 공동 훈련에 필요한 절차와 동원병력, 예산 등을 논한 뒤 마무리되었다. 기실 논했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것이었다. 이미 각 제후국에서 대강의 계획을 정리하여 범아시아 연합군 사령부에 올리고, 다시 이를 국회에 올려 최종승인을 받는 절차이던 까닭이다.

그나마 여기에서는 그럭저럭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던 덕분에, 이형은 내심 불안해하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요즘 한양에서 이름을 날리는 놈들이 누가 있더냐?"

처소로 돌아가는 길, 이형은 그의 뒤를 따르는 전봉준에게 은근슬쩍 물었다. 요즈음 명동 성당에 다닌다는 핑계로 궁 바깥을 들락거리는 경우가 많던 전봉준이다 보니, 이런 사정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알고 있을 거라 믿고서 물음을 던진 것이다.

그리고 전봉준은 그에 부합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종로에서는 계속하여 김가진 의원과 조선애국당 패거리들이 세를 불리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오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거두어 밥도 먹여주고 신식교육도 해주니, 장차 저 아이들을 자라난다면 꼭 더욱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상행을 논한다면, 요즈음에 송상이 만주의 야인들과 작당하여 가축의 살코기나 가죽 따위를 대거 한양에 들여오고 있사옵니다.

이에 대응하여 서울 토박이들이 인천을 통하여 불란서의 기물과 설탕 따위를 들여오고 있사온데, 그 뒤에 한양의 이름난 명가들이 즐비하다는 소문이 있사옵니다."

"흐음, 요즈음 한양에서 불란서식 제빵집이 유행한다더니 짐승의 살코기에 맞서보려는 수작이었던 모양이로구나. 그래, 그 이름난 명가 중에 여흥 민씨도 있으렷다?"

"소신도 소문을 듣고서 아는 것뿐인지라 잘은 모르오나···예, 그런 줄 알고 있사옵니다. 여흥부대부인 민씨께서 천주학에 몸을 담으시며 불란서의 선교사들과 깊은 연을 맺고 있는 덕택에, 한양의 이름난 상인들이 불란서와 물건을 거래하고자 할 때 여흥 민씨의 이름을 꼭 빌려야 일이 풀린다 들었사옵니다."

"허, 참."

이형은 코웃음을 쳤다. 짐작이 사실상 현실이 된 탓이다. 하기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흥부대부인 민씨는 이형의 친모인 동시에 천주교도이다. 프랑스와 거래하고자 한다면 상인들이 가장 먼저 찾을 배후는 본가인 여흥 민씨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이형 또한 친모는 함부로 할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반대로 프랑스 상인들로서도 여흥 민씨와 거래하는 편이 편리하다. 우선 천주교도이니 파리 외방전교회와 연줄이 닿아있으며, 그럼 여차하면 파리 외방전교회의 선교사가 통역을 대신에 해주거나 보증을 서주거나 할 수도 있다. 이형이 이제 와서 천주교를 내치거나 친모를 내치거나 하지 않는 한, 여흥 민씨에 힘이 실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럼 그냥 잠자코 상행에 종사하며 돈이나 소소하게 벌면서 만족할 것이지, 전면에 나서려 들었다 이건가. 하여간 욕심도 많은 것들 같으니라고."

그리 이형은 투덜거리며 뒤돌아섰다. 안동 김씨에 이어서 여흥 민씨까지 서서히 전면에 나서려고 하니, 그저 귀찮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 무렵, 이형에게 나쁜 소식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마침내 포항 제철소가 완공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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