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54화 (254/530)

< 삼각동맹 >

원래 러시아 제국은 오스만 튀르크와의 전쟁을 서두를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그들의 사정이 궁핍했기 때문이다.

"100만이 넘는 러시아의 청년들이 헛되이 죽어갔다. 국고는 비었고, 물자는 바닥났으며, 백성들은 더 이상의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 지금은 마땅히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아니겠느냐?"

당장에 차르 알렉산드르 2세부터가 더 이상의 전쟁에 회의적이었다. 그가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시피, 당장 러시아는 이 이상 전쟁을 수행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극동 영토를 팔아치우는 대신 받아온 900만 달러는 숨돌리기조차 되지 못했다. 러시아는 지쳐있었고, 더 이상의 전쟁은 러시아를 파탄으로 이끌어갈 공산이 컸다.

관료들 또한 이러한 차르의 견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지치고 병들어 있었다. 지금은 지난 전쟁에서 가까스로 얻어낸 발칸반도에서의 영향력을 굳혀야 할 시간이지, 새로운 전쟁을 시작할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황태자와 군부의 생각은 달랐다.

"아닙니다, 아바마마.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습니다. 저 간악한 영국은 지난 대공황 이래로 숨을 죽이고 있고, 프랑스는 아프리카에 정신이 팔려 동쪽을 바라볼 여력이 없습니다. 독일은 아직 명목상 우리의 우방이니 훼방을 놓을 수는 있어도 직접 우리 러시아를 적대할 수는 없고, 무엇보다 전쟁에 지친 건 지난 대공황 이후 파산을 선언한 튀르크인들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이야말로 적기입니다, 아바마마. 정 못 미더우시다면 1개 보병사단과 1개 기병연대 1개 포병대대를 빌려주십시오. 반드시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차르는 선뜻 황태자의 설득을 거부하지 못했다. 황태자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공황 이후 튀르크군은 장교들에게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판국이었고, 유럽의 열강들은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바빴다. 러시아라고 사정이 좋은 건 아니었으나, 그건 사실 주변국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모질게 거절하던 차르도, 황태자가 장성들의 지지를 얻어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자 조금씩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그도 영토에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현실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을 뿐. 차르는 점차 그가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달콤한 말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으, 음··· 아니, 그럴 수는 없다. 러시아의 황태자가 그래서야 체면이 서겠느냐? 너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내 우크라이나 군단을 내주겠다. 단, 너무 욕심을 내지는 말거라. 흑해만 확보할 수 있더라도 우리 러시아에 있어서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바마마!"

자식을 이겨내는 부모는 없다고 했던가. 황태자는 장성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기어이 차르를 설득하여 승낙을 받아냈다. 곧 전쟁이 선포되었고, 러시아군의 남진이 개시되었다. 이 전쟁에서 명목상 사령관은 황태자 알렉산드르 대공이었으나, 실제로 지휘권을 거머쥐었던 것은 체르나예프 중장이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황태자가 몸소 지휘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았던 까닭이다.

그리고 지휘를 맡게 된 체르나예프 중장이 선택한 전략은 간단하면서도 단순 무식했다.

"명심해라! 초전박살이다! 시간이야말로 제국의 적임을 명심해라! 모두 목숨을 아끼지 마라. 오로지 돌격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오늘로써 갈망의 도시를 되찾는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러시아와 함께 계시노라!"

"""러시아 제국 만세! 알렉산드르 대공 전하 만세! 신이시여, 러시아를 보우하소서! 우라! Ура―!"""

개전과 동시에 러시아군은 한 덩어리가 되어 튀르크군을 향하여 돌격했다. 대단한 전술 전략이나 전쟁 준비는 없었다. 애초에 거기까지 철저하게 준비하여 시작된 전쟁도 아니었다. 러시아군에 필요한 건 튀르크군을 압도할 기세였고, 속력이었으며, 의표를 찌르는 기습선전포고였다.

전선에 나선 러시아 정교회의 사제들은 이번 전쟁이 갈망의 도시를 되찾기 위한 성전임을 수차례 강조하며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고, 체르나예프 중장 또한 몸소 전선에서 기병대를 이끌며 사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러시아군 군악대의 북소리가 전장을 두들겼고, 시끄러운 나팔소리가 전장을 뒤덮었다. 지독한 보드카가 병사들에게 지금 되었고, 그 안에는 미약한 흥분제 성분이 섞여 있었다.

"끼에엑! 끼요오옷! 끼야아악!"

"으, 으악! 저, 저리 가! 이 미친 슬라브 놈들아! 나한테 다가오지 마아아아아!"

"러시아 만세! 만세! 만세―!"

다분히 단순무식한 전술 전략이었으나, 효과는 확실했다. 튀르크 정부의 파산 이래로 월급이 수개월째 밀린 오스만 튀르크의 병사들은 원숭이 같은 괴성을 내지르고 만세를 외치며 달려드는 러시아군과 전장에서 마주한 것만으로 사기가 꺾여 패주했다. 국경방위대는 이렇다 할 전투 한 번 제대로 치러보지도 못하고 무너졌고, 러시아군은 거칠 것 없이 진격에 진격을 거듭했다.

러시아군은 사기가 꺾여 뿔뿔이 흩어지는 튀르크군을 포로로 잡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눈에는 콘스탄티노플 수복이라는 최종목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한 덩어리가 되어 이스탄불을 향해 돌진했고, 튀르크군은 그에 맞서지도 못하고 번번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러한 러시아군의 승승장구는 프랑스의 확장 행보에 신경이 곤두서있던 유럽의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러시아? 그놈들이 지금 도대체 왜! 어떻게! 지난 전쟁 중에 그 난리를 겪고서도 일을 벌이겠다며 나설 수가 있는 거냐!"

"듣기로는 전시특별세를 추가로 징수했다고 합니다. 러시아 놈들, 이번에야말로 지중해로 나올 작정입니다!"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다고! 하필이면 이 틈을 노리다니! 하필이면 바게트 놈들이 훼방을 놓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가장 먼저 영국 정계에서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하필이면 프랑스의 확장 행보를 견제해야 할 시기에 러시아가 사달을 낸 것이다. 당장 대공황의 여파로 휘청이는 영국에 있어서 러시아의 폭주는 프랑스와 러시아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함을 의미했다. 열강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이라 할지라도 러시아와 프랑스 둘 모두를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영국에 있어서는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전쟁은 영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었고, 러시아의 지중해 진출 시도는 영국의 현재를 위협하고 있었다.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팔아치우는 건 제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반대로 현재를 위하여 미래를 팔아치우는 것 또한 근시안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영국 정계는 둘로 쪼개졌다. 대영제국의 전통적 통치기관이었던 귀족원은 러시아의 견제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자본가들이 주류가 된 평민원은 아프리카의 무궁무진한 자원들을 프랑스에 헌납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같은 자유당, 보수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고, 이럴 때 양측을 중재해줘야 할 여왕은 지난 전쟁에서의 실패 이후로 더욱 위축되어 정치를 외면하고 있었다.

"허, 신께서 우리 프랑스를 도우시는군. 하필이면 지금 러시아가 튀르크를 정벌하려 들 줄이야. 이거 놀라워. 러시아 놈들에게 그만한 여력이 남아있을 줄은 미처 몰랐는데 말이지."

"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폐하? 오스만 튀르크에서는 러시아에 침공에 맞서 프랑스 제국의 원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오나, 아프리카를 정벌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맞서기란 제국으로서도 도저히···."

"그거라면 당연히 알고 있네. 하지만 잘 생각해보게. 전쟁이 끝난 지 이제 고작 1년이 지났어. 러시아인들에게 갈망의 도시를 손에 거머쥘 여력이 있기나 하겠나? 처음부터 진지하게 맞설 필요가 없는 일이네. 선단을 준비하게나. 아프리카를 정벌에 동원할 예정이던 군수물자를 일부 대주면 그럭저럭 용돈 벌이 정도는 되겠군."

한편 그에 반하여 프랑스는 느긋했다. 상대적으로 후방지원에 치우쳐 있던 영국에 비하여 바르샤바 깊숙이까지 진군하며 러시아군과 직접 총을 겨누어본 프랑스군으로서는 러시아군이 고작 1년간의 휴식으로 금방 회복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러시아의 성지탈환 가능성에 대하여서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여 오스만 튀르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아프리카 정벌 시에 필요한 자금을 벌 궁리를 했다. 프랑스는 오스만 튀르크에게 결코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는 군수물자를 대주었고, 상투적인 어조로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프랑스는 오스만 튀르크의 손을 들어줬으나,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그들을 위하지도 않았다.

당장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했던 건 아프리카 정벌이었지 러시아의 지중해 진출 저지가 아니었던 까닭이다.

"『그라나다 함락의 재현인가? 모로코 술탄국이 프랑스-스페인 양국의 공동 보호 제의를 수용하다! 천년의 레콘키스타가 마침내 기독교 세계의 승리로 종결되다! 카사블랑카 시가지를 행군하는 위풍당당한 프랑스-스페인 연합군!』"

"『영광스러운 프랑스 아프리카 원정군 사령관 루이 베르그송 원수와 악수를 주고받는 아마데오 1세 스페인 국왕! 「프랑스와 스페인은 전통적인 우방국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루이 원수의 감격스러운 친선 연설에 뭇 마드리드의 스페인 시민들이 삼색기를 휘두르며 응답하다!』"

"『마드리드 시가지를 가득 메운 우리 영광스러운 프랑스 제국의 삼색기! 명예로운 동맹이여, 영원하여라!』"

한편, 이 무렵 프랑스는 아프리카 식민확장정책의 일환으로서 스페인과의 우호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었다. 공화주의자들의 쿠데타 시도가 프랑스군에 의하여 진압된 이래로 스페인 왕국은 친 프랑스 노선을 고집하고 있었고, 프랑스 또한 스페인의 친 프랑스 기조에 호응하여 스페인과의 우호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하여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프랑스가 아프리카에서 식민영토를 확장하는 동안 스페인과 대립하게 되면 아프리카 통치에 지장을 겪게 되기 때문이었다. 나폴레옹 4세는 젊고 야심만만한 인물이었을지언정 멍청한 황제는 아니었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주변국들을 적으로 돌리면 혁명전쟁 시절의 비극이 반복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젊은 황제는 다른 무엇보다도 믿을 수 있는 동맹을 원하고 있었다.

한국과의 동맹을 체결한 것 또한 그 정책의 일환이었고, 이는 스페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폴레옹 4세는 루이를 보내어 모로코에서의 지배적 이권을 스페인에 양도하는 대신 군사통행권과 장차 아프리카 식민전쟁에서의 전면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스페인의 아마도에 1세는 이러한 프랑스의 관대한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비로소 프랑스 아프리카 원정군은 안정된 후방을 얻을 수 있었다.

"양국의 명예로운 동맹, 영원한 친선관계를 위하여 국제사회의 위풍당당한 주권국가였던 모로코가 사라졌군. 물론 이번 동맹으로 후일 싸워야 할 적이 하나 줄었으니 프랑스의 군인으로서는 환영해야겠지만, 이게 과연 정말 명예로운지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어."

막상 당사자인 루이의 소감은 이러했지만 말이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발언은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프랑스 제국과 함께 이 힘든 시기를 걸어 나갈 것이다.」 이탈리아 국왕 에마누엘레 2세의 감동을 주는 국회 연설! 프랑스-이탈리아 양국의 동맹이 재확인되다! 베르사유궁에서 손을 마주 잡은 위대한 우리 프랑스 제국의 나폴레옹 4세 폐하와 이탈리아 국왕 에마누엘레 2세!』"

"『대공황이여, 사라져라!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삼국의 관세동맹이 체결되다! 마침내 하나가 된 지중해 세계! 영광스러운 우리 프랑스 제국이 주도하는 명예로운 유럽의 신질서!』"

"『철마여, 하나 된 지중해 세계를 위하여 달려라! 파리-마드리드-로마 삼각 철도연장계획안이 마침내 통과되다! 런던 배금주의자들의 대공황에 맞서는 굳건한 지중해의 세 기둥!』"

이러한 나폴레옹 4세의 동맹 확장은 이탈리아에도 적용되었다. 대공황 와중 영국이 자국의 타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이탈리아의 국채를 악용한 이래로 이탈리아의 대영 감정은 글자 그대로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고, 이런 와중 독일에 맞서기 위한 프랑스의 동맹 제안과 대공황에 맞선 경제협력은 이탈리아에 있어서 대단히 반가우면서도 관대한 제안이었다.

프랑스는 합스부르크의 독일이 재차 이탈리아를 침공할 시 즉각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고, 이탈리아는 그 대신 아프리카 식민전쟁에서 프랑스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며 원정군을 후방에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여기에 더하여 나폴레옹 4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비밀대사들을 은밀히 파리에 초대하여 후일 아프리카를 3개국이 나눌 것을 제안했으나, 이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유럽의 호사가들에게 기껏 해봐야 5년이나 가면 다행이라고 여겨지던 삼국동맹은 나폴레옹 4세의 독주 아래 점차 견고한 하나의 축으로서 완성되어갔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행보는 독일에서 있어서는 위협적인 행보가 아닐 수가 없었다. 나폴레옹 4세가 이탈리아와의 군사협력을 확대해 군비증강을 적극적으로 돕겠다 나서면서, 제국의 심장 오스트리아가 압력을 받게 된 것이다.

"프랑스의 확장 행보를 더 이상 가만히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저들은 지금 우리 제국을 파멸시키기 위하여 날로 그 힘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저대로 둔다면 그리 머지않아 프랑스는 지난 전쟁에서의 타격을 모두 회복하고 제국을 침공하려 들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프랑스와 전쟁을 하겠다는 거요? 정신 차리시오! 그래, 프랑스를 적대한다고 치면. 그다음은? 지중해에나 정신이 팔린 러시아가 어디 우리 제국을 도우려 하겠소! 그리고 아직도 제국 북방의 도시들은 지난 통일 전쟁의 피해를 모두 회복하지 못했소. 그대들은 지금 괜한 모험론으로 제국을 자멸의 위기로 몰고 가려 하고 있소!"

"그렇다면 지금 프랑스를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저대로 두었다가는 때에 늦습니다. 프랑스가 지금의 체제를 굳히기 전에 저들을 베어내지 못한다면, 제국에게 남은 미래는 기껏해야 장대에 매달릴 것인가 땅속에 파묻힐 것인가를 고르는 정도겠지요!"

"말이 지나치오! 그건 제국을 과소평가한 발언이오!"

영국과의 타협으로 가까스로 가라앉았던 독일 내의 확장여론이 고개를 들게 된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프랑스가 날로 힘을 키워가는데 제국은 내부정리에 바빠 그걸 가만 보고만 있다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목소리도 절대 만만치 않았다. 우선 카이저가 더 이상의 확장을 바라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진 것이다. 프랑스의 확장에 불안해하면서도, 카이저의 권위에 못내 수긍하는 제후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카이저의 설득만으로는 도저히 이러한 여론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당장 프랑스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끌어들여 세력을 확장하고 러시아가 바로 옆에서 튀르크를 갈아 마시는 걸 보고만 있어야겠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결국, 버티고 버티던 카이저도 이제는 제후들의 요구에 응답해야만 했다.

"좋소, 그렇다면 누가 자원하겠소? 그리고 무엇을 하면 좋겠소? 짐의 귀는 열려있으니, 어디 모두 좋을 대로 의견을 말해보시오."

""···.""

하지만 막상 카이저가 프랑크푸르트에 제후들을 모아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니 대답하는 목소리가 없었다. 중앙집권을 벼르는 카이저는 괜히 제국의 병사들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고, 카이저의 절대권력에 반발하던 제후들은 괜한 전쟁으로 영지의 사병들을 축내봐야 카이저만 좋은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 새로운 동맹을 찾거나 기존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마땅치가 않았다. 마땅한 구석이 없었다. 결국, 침묵만이 계속되었고, 카이저가 만족스럽게 자신이 옳았음을 재확인하려는 찰나.

"제국은 장차 영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프로이센 왕국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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