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 >
물론 그것이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시베리아의 험난함은 한때 그 동토를 개척해왔던 러시아가 가장 잘 알고 있었고, 시베리아의 거대한 동토와 머나먼 거리가 천연의 방벽이 되어버린 이상 한국과의 전면전은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러시아-튀르크 전쟁이 반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하나, 그것이 러시아에 있어서 오로지 이익만 있었던 순탄한 전쟁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기종전을 목표로 하여 기세로 밀어붙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희생이 늘었고, 진격 과정에서도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손실이 전쟁 중 계속되었다.
제대로 된 전쟁계획을 수립하여 시작한 것도 아니었으니 콘스탄티니예 수도권 요새지대에 맞설 방법이 그저 짧은 전쟁 준비 기간 중 가까스로 준비한 미약한 화력과 육탄공세밖에는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러시아는 재정적으로는 오스만 튀르크를 착취하며 간신히 숨을 돌릴 수 있었으나, 이에 반해 러시아군은 세계대전이 끝나고 불과 1년 만에 2만 명 가까이 되는 정예병들이 전쟁 중 죽거나 다치면서 당분간 원정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수준의 타격을 입어야 했다.
"좋아, 마침내 아바마마께서도 이 몸을 신임해 주셨소. 이제 서방의 국경이 비로소 안정되었으니, 조선인들이 멋대로 빼앗아간 우리 러시아의 정당한 영토를 되찾아야 할 차례일 것이오!"
되려 원정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자신의 계획대로 오스만 튀르크를 1년도 안 되어 무릎 꿇리는 데에 성공하며 크게 고무되어 있었던 러시아의 젊은 황태자 알렉산드르 대공이었다. 그는 젊은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모든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으며, 자신의 군사적 재능이 역사를 다시 쓰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확신했다.
이 무렵 알렉산드르 대공은 자신이 제위에 오르기 이전, 아직 그의 아버지가 정정한 동안 서로는 또 한차례의 전쟁으로 오스만 튀르크를 확실하게 굴복시켜 지중해로 향하는 길목을 열고 동으로는 한국과 재대결해 지난날 어쩔 수 없이 잠시 한국에 맡겨두었던 모든 영토를 되찾아 태평양으로 향하는 길목을 열어젖힌다는 야심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이 제위에 올랐을 무렵에는 이미 지중해와 태평양에 진출한 상태로 유라시아 대륙을 호령하는 원대한 러시아 제국을 세계 위에 우뚝 서게 만든다는 구상을 품고 있던 것이다. 러시아의 문관들과 노장들은 그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계획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를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아예 멀리했으나, 이러한 원대한 야망은 러시아의 젊은 청년 장교들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고정하시옵소서, 전하. 아직은 때가 아니옵니다. 시베리아는 멀고 험난하며, 병사들은 잇따른 전쟁으로 지쳐있사옵니다. 그리고 한국의 황제가 영국의 고문들을 환대하며 서역과 대등한 열강이 되고자 온 국력을 쏟아붓고 있으니, 오스만 튀르크와 같이 간단히 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으음, 그래. 경은 아시아에서 한차례 직접 조선군과 검을 맞대어 봤었지. 경이 생각하기에 조선인들의 군세를 우리 유럽과 비교한다면 어떤 나라와 비등하다고 생각하시오?"
"덴마크나 네덜란드와 비교될 법하겠지요. 물론 육군만은 말입니다. 해군은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아직 수준 이하라고 알고 있습니다. 시베리아를 간신히 건너 가까스로 한국군을 맞이해야 할 개척단에게는 벅찬 상대가 될 것입니다."
"끄으응···. 또 영국인들인가. 하여간 그들은 우리 러시아가 나아가려고만 하면 번번이 앞길을 막는구려."
'두고 보아라. 언젠가 러시아와 독일 연합군이 런던을 불태워줄 테니! 놈들을 뿌리치고 우리 러시아는 장차 유라시아를 호령하는 열강 중 열강이 되리라!'
이렇게 야심만만한 젊은 황태자를 간신히 설득한 건 러시아-튀르크 전쟁에서 세운 공을 인정받아 대장으로 진급한 미하일 체르나예프였다. 그는 러시아-튀르크 전쟁에서 황태자를 대신해 병사들을 지휘한 이후로 황태자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었고, 그런 미하일의 설득은 당장에 동방 원정을 벼르고 있던 황태자의 야망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물론 미하일의 충언에서 황태자가 새겨들었던 부분은 고작 해봐야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부분뿐이었다. 자신이 주도한 러시아-튀르크 전쟁에서 쾌승을 거둔 경험은 황태자에게 정복 군주를 꿈꾸도록 만들었다. 신장만 해도 190cm를 넘기는 타고난 강골과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체계적인 군사교육은 자신보다 못한 처지에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 나폴레옹, 알렉산드로스와 같은 정복 군주들의 사례를 보며 더욱 고무되도록 만들었다.
또한, 하필이면 동시대에 아시아 땅에서 그들과 비견될만한 정복 군주가 나타난 것도 타고난 그의 호승심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제국의 적이 저리도 위세를 떨치고 있으니, 장차 제국의 차르가 될 자신은 그보다 대단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불어넣었다.
'영국 놈들이 문제가 아닌 것을··· 이 어린놈이 식견이 짧군. 고작 해봐야 10년하고 조금 더 되는 짧은 시간 만에 육군만이라도 우리 유럽과 비견될만한 강군을 보유하게 된 걸 주목해야 하는 건데. 빌어먹을, 말년에 티무르의 도시에서 칸 행세를 하며 살 수 있겠다 싶었더니 이래서야 죽는 날까지 전장에서 뛰어야 할 판이야.'
덕분에 야심 넘치는 황태자를 곁에서 모시는 미하일로서는 그저 죽을 맛이었다. 물론 미하일이라고 해서 야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되려 누구보다도 야망에 불타오르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 그는 중앙아시아에 강한 미련이 있었고, 장차 이 젊은 황태자가 차르가 되면 중앙아시아의 총독이 되어 자신의 왕국이나 다를 바 없이 중앙아시아를 쥐락펴락한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미하일로서는 한국과의 전쟁을 꿈꾸는 황태자가 껄끄러울 수밖에는 없었다. 장차 그가 중앙아시아의 총독이 되어 그 땅을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우선 한국과의 국경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막상 장차 차르가 되어야 할 황태자가 한국과의 전쟁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던 것이다. 그럼 미하일은 한국과의 전쟁에 몰두하느라 중앙아시아를 통치하기는커녕 중앙에 이리저리 휘둘려 전쟁 속에서 살 수밖에는 없었다.
'절름발이 티무르에게 이 사실을 알려줘야 하나? 아니, 아니지.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아직 저 어린놈에게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했어. 지금 또 괜한 일을 벌였다가는 이번에야말로 시베리아에서 땔감이나 베게 될 거다. 젠장, 뭐 하나 뜻대로 풀리는 게 없구먼. 그 절름발이 티무르가 알아서 대처해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그렇지만 미하일로서는 달리 대안이 없었다. 안 그래도 상부에 명령도 받지 않고서 멋대로 타슈켄트를 정벌하거나 한국의 황제와 교섭하거나 하면서 군부 내에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미하일이었다. 그런 미하일을 그나마 이쁘게 봐주는 건 눈앞의 야심만만한 황태자밖에는 없었다. 그러니 그로서는 한숨을 달고 살면서도 잠자코 황태자 세력을 따라다닐 수밖에는 없었다.
그저 하루빨리 차르가 죽고 황태자가 새로운 차르가 되어 총독으로 임명받기를 바랄 뿐이었다.
"요즈음 대신들이 네가 또다시 새로운 전쟁을 획책하고 있다고 말하더구나. 그것이 정녕 사실이더냐?"
"아닙니다, 아바마마. 단언컨대 그 일은 사실이 아닙니다. 지금은 러시아를 쉬게 하며 다음 전쟁을 준비할 때가 아닙니까. 공연히 새로운 전쟁으로 병사들을 지치게 하는 것만은 능사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 알고 있다면 되었다. 지금은 그저 내실을 다질 때이니라. 하나, 너의 친우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구나."
"그게 다 젊은 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젊은이들이 야심을 품어야 나라에 활기가 돌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요. 안심하십시오, 아바마마. 그들은 제 말을 하늘과 같이 따르고 있으니 러시아의 국익에 반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으음."
'이 아이가 사태가 얼마나 진중한지 모르고 있구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불온분자들이 이 아이의 야심에 경도되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거늘. 이를 어찌한다.'
하지만 평온을 바라던 미하일의 바람과는 달리 승전은 황태자를 추종하는 세력이 더욱 불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박규수가 평가했듯이 제왕의 상을 타고난 황태자는 그저 말없이 우뚝 서 있는 것만으로 뭇 러시아의 귀족 청년들에게 경탄과 동경을 끌어냈다. 황태자의 곁에는 언제나 러시아의 청년들이 뒤따랐고, 그들과의 교우는 황태자의 야심을 점차 구체화 시키고 그를 추종하는 자들을 더욱 불어나게 했다.
문제가 있었다면 이러한 젊은 러시아 청년 중 상당수가 민족주의에 경도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민족주의에 경도된 이들 중 상당수는 자유주의 또한 추종하고 있거나 사회주의도 같이 추종하고 있었다. 강한 러시아와 위대한 정복 군주를 꿈꾸던 황태자의 야망은 러시아 청년 사교계의 급진파 사상가들을 끌어들이는 피뢰침이 되었다.
이렇게 날로 황태자를 추종하는 세력이 늘어나자 이 일은 그리 머지않아 차르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황태자는 차르의 추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황태자의 자신만만한 모습은 되려 차르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안 그래도 지금의 황태자를 이미 죽은 장남의 대신 정도로 여기던 차르에게 황태자의 폭주는 전혀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 네가 그리도 제국을 생각하고 있었던 줄은 미처 몰랐구나. 너도 이제는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실무에 종사하며 제왕으로서의 통치법을 배워야 할 때였지. 마침 지금 시베리아의 총독직이 공석이 되었으니, 시베리아의 개척을 도우며 많은 것을 배우도록 해라."
"네! ···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너를 따르는 아이 중 시베리아까지 너를 뒤쫓으려 하는 충신들을 곁에 붙여줄 테니. 또한, 미하일 대장이 동방에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많으니, 그들이 너의 양팔이 되어줄 거다."
차르의 결단은 신속했다. 차르는 귀찮은 청년 세력을 몰고 다니는 황태자에게 실무경험을 핑계로 시베리아에 유배를 보내기로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겨두면 뭉쳐 다니면서 괜히 문제만 일으킬 테고 비교적 가까운 우크라이나나 캅카스로 보내면 지난 전쟁에서 황태자의 지휘를 따르던 병력이 쫓아다닐 테니, 아예 기반에서 멀찍이 떨어진 시베리아로 보내버리기로 한 것이다.
마침 무라비요프 백작이 실각한 이래로 러시아의 대시베리아 영향력이 격감한 것도 차르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 원인 중 하나였다. 시베리아의 민심을 추스를 겸 제법 권위가 있고 권세도 있는 인물을 시베리아로 보내야 할 참에, 황태자가 헛바람이 들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돌풍을 불러오려고 하니 황태자의 헛바람도 빼둘 겸 시베리아도 추스를 겸 하여 잠시간 시베리아로 떼어두기로 한 것이다.
"···맡겨주십시오. 이 한 몸 바쳐 제국의 최전선을 지키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래, 장하구나. 과연 우리 로마노프 가문의 남자다운 풍모다. 허허허!"
그리고 아무리 헛바람이 들었기로서니, 차르가 자신을 사실상 유배 보내려 한다는 걸 황태자가 모를 리도 없었다.
황태자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차르의 추방령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차르에게 면박을 받았기로서니 황태자가 위축되는 일은 없었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나는 정당한 기독교 신앙과 이 나라 러시아를 위하여 최선을 다했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궁핍한 재정을 해결했으며, 장차 나와 함께 러시아 제국을 이끌 젊은 인재들과 교우를 다지며 통치의 기반을 닦았을 뿐이다. 아바마마께서는 도대체 무슨 연유로 나를 벌하려 하신단 말인가?'
황태자는 의문을 품었다. 그 의문은 그리 머지않아 울분이 되었다. 안 그래도 황태자를 죽은 장남의 대신으로만 여기며 황태자가 사랑하던 약혼자와의 약혼마저 파기하고 새로운 정략결혼을 받아들이게 했던 아버지였다. 장차 차르로서의 격식을 지키도록 강요하면서도 자신은 무수한 내연녀들과 연분을 뿌리던 아버지였다.
그 모든 억압과 강요를 장차 차르가 되는 데 필요한 준비과정으로 받아들였던 황태자는 이제 그의 아버지를 증오하게 되었다. 황태자는 울분에 가득 차 그의 친우들에게 자신의 활활 타오르는 속내를 털어놓았고, 황태자의 울분에 마음속 깊이 공감한 이 젊은 귀족들은 그와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시베리아까지 함께 따르겠다며 나섰다.
시베리아는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러시아 제국의 화약고가 되어가고 있었다.
* * *
한편, 그 무렵 한성.
"저번에 친교의 의미로 매각하였던 영토들을 4000만 루블에 재매입하고 싶다?"
이형은 언제나처럼 삐딱한 자세로 러시아 제국에서 보내온 국서를 받아 읽고 있었다. 아니, 사실 삐딱한 자세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함이 많았다. 팔 한쪽을 괴고, 한 손으로는 귀를 후비며, 다리를 꼬고, 그 와중에 한쪽 다리는 또 떨면서, 눈을 반쯤 감고서 빤히 러시아 공사의 낯짝을 노려다 보고 있었다.
이쯤 되면 외교적 결례를 운운할 단계는 진즉에 지나친지 오래였다. 외교적 결례 이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범절조차 실격이었다. 그렇지만 이형은 제아무리 주변에서 눈치를 주어도 신경 쓰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조차 그나마 개선된 모습이었다. 적어도 각료들 앞에서는 그럭저럭 위엄을 차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렇습니다."
이그나티예프 공사는 꾹 참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간신히 한마디 내뱉었다. 괜히 지적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으리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던 까닭이다. 대영제국은 무굴제국의 황관을 빌린 것이니 영국의 여왕도 대초원의 카간이라느니 뭐라느니 같은 발언을 태연하게 자국 의원들과 국외의 정치 고문들 앞에서 해대던 황제였다.
이제 와 예의범절이니 상식이니 논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 황제를 상대하려면 우선 그런 사소한 문제점은 눈감고 넘어가 주는 넓은 아량이 필요했다.
"그거 이상한 말이로구려. 우리 대한과 그대들 노서아가 언제 친교를 맹세한 적이 있었소? 그 영토는 우리 대한이 전쟁에서 이겨 병합한 영토일 터이오만."
이형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사실 이형으로서는 우습기도 했다. 사정이 궁하던 시절에 얼른 전쟁을 마무리 짓고 도망치려고 팔아치웠던 벽지가 이제 와 아쉬워서 돈으로 다시 살려고 한다는 발상도 그랬지만, 눈앞의 공사가 억지로 분을 참는 기색이 역력한 게 뻔히 보이다 보니 괜히 더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이형은 일부러 콕 집어 지적했다. 동시베리아는 러시아가 친교의 의미로 매각한 게 아니라 전쟁에서 패하여 빼앗긴 거라고 말이다.
이그나티예프 공사는 입술을 깨물면서 말을 이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 러시아 제국은 귀국과의 전쟁을 바라고 있지 않습니다. 굳이 우리 러시아 제국의 위신을 건드리는 건 귀국의 안위에도-."
"허, 이제는 협박이라. 그거 좋지."
찌익-.
이형은 손안에 쥐고 있던 러시아 제국의 국서를 그 자리에서 손으로 잘게 찢었다. 잘게 찢고서, 오른손에 모아, 후-하고 불어 그 종잇조각들이 날아가 흩날리게 했다.
그리고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서 경악하는 공사를 바라보며, 이형은 웃었다.
"좋을 대로 해보시오. 우린 피 흘려 빼앗은 영토를 돌려줄 생각이라고는 추호도 없으니 말이오. 다만 한가지, 이제 우리 대한은 불란서의 동맹국이라는 것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구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이를 악물고서, 일부러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뒤돌아서는 게 공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