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58화 (258/530)

< 수탉과 암사자 >

다만 러시아 공사를 내쫓던 이형의 속내까지 편하지는 못했다.

'분명 신문에서 러시아 놈들이 기어이 튀르크를 잡아 족쳐서 재정 부족을 해갈했다고 했었지. 그럼 일단 중장기적으로는 회복세에 접어들겠지만, 전쟁을 1년 주기로 치르고서 내실이 멀쩡할 리가 없어. 아마 러시아 놈들도 우리가 미쳤다고 그 돈에 땅을 팔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을 테고··· 어차피 명분 쌓기인가.

좋게좋게 돈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을 한국이 모질게 거절해서 괜히 전쟁기류를 일으켰다고 지껄일 작정이겠지, 뭘. 하여간 저놈들도 어중간하게 머리가 돌아가서는.'

이형은 자리를 떠나는 공사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작게 혀를 찼다. 조금 조용해질까 싶었더니 또 서쪽 국경선이 불타오르려 하고 있었다. 물론 당장에 직접적인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한국이 러시아를 치기에도 너무 멀었고, 반대로 러시아가 한국을 치기에도 너무 멀었다. 장차 양국이 본격적인 전쟁을 치르려면 우선 먼저 시베리아에 철도부터 놓아야 할 터였다.

아마 러시아가 원하는 건 적절한 수준의 긴장감이었을 거라고 이형은 추측했다. 그래야 시베리아의 백성들이 한국이 침공해올지 모른다며 불안에 떨고 러시아 정부는 그들을 끌어안으며 시베리아에서의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걸 알기에, 이형은 일부러 오만방자하게 굴었고 사실상 면전에 대고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할 게 없는 도발을 퍼부었다.

그럼 러시아로서도 사정이 꼬인다. 가벼운 긴장감을 만들려 했더니 덤벼볼 테면 덤벼보라고 안면에 먹칠한 격이다. 가볍게 넘어가면 러시아의 위신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테고, 그렇다고 격하게 반응했다가는 시베리아의 안정이라는 목표도 물 건너가고 더불어 가까스로 해갈한 재정적 빈곤도 다시금 나락으로 치닫는다. 이 경우 러시아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곧 다가올 겨울에 시베리아 횡단하는 건 미친 짓이고, 이듬해 봄 즈음에 예니세이강 근처에서 한판 붙자고 달려들겠구먼. 어차피 많아 봐야 연대급일 테고 초소 몇 개 부수거나 정착촌 망가뜨리는 정도가 목표겠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해둬서 나쁠 건 없겠지. 한성근에게 조만간 러시아 놈들이 밀고 올 테니 미리 준비해두라고 서신이라도 하나 써둘까."

이형의 예상은 국경지대에서의 무력충돌 사태였다. 그보다 작게 끝나기에는 이형이 자존심을 벅벅 긁어놨고, 그 이상 확전되기에는 러시아도 한국도 피차 여력이 없다. 러시아가 갑작스럽게 미쳐서 이제 와 유럽을 비워두고서 아시아에 모든 국력을 쏟아붓는다면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그건 이형이 생각하기에도 말도 안 되는 국가전략이었다.

그러나 인생사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인지라, 이형은 한성근에게 이듬해 봄에 국경지대에서 무력충돌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서신을 보낸 것과는 별개로 벨로네 대사를 호출했다. 만에 하나 러시아가 폭주하더라도 프랑스는 한국을 지원하겠다는 확언을 받아내기 위함이었다.

호출을 받아 궁에 들어선 벨로네 대사는 대강 짐작이 가는 얼굴로, 그러나 짐짓 모르는체하면서 이형에게 물었다.

"지난달에 한국 청년들의 우리 프랑스 그랑제콜 유학 건으로 만나 뵙고서 한 달여만인가요?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폐하. 변함없이 건강하신 듯하여 참으로 다행이로군요. 이런 걸 일일이 여쭙는 것도 실례답지만, 오늘 낮에 보니 궁에서 걸어 나오던 러시아인들을 보니 제법 성이 많이 난 듯하던데. 혹시 짚이는 구석이 있으십니까?"

"있고말고. 지난 전쟁에서 할양한 영토들을 돈으로 다시 사들이고 싶다길래 국서를 갈가리 찢어서 얼굴을 향해 불어주었소. 대사께서 보시기에도 성이 많이 났던 듯싶다고 하시는 걸 보니, 아무래도 괜한 수고를 들인 것 같지는 않아서 실로 만족스럽구려."

"···과연, 폐하다우십니다."

이형의 대답에 벨로네 대사는 어처구니가 없지만 우습기 그지없다는 낯짝이 되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형이 보는 앞에서 웃음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서 버티는 게 이형의 눈에도 뻔히 보일 지경이었으나, 이 사이로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오는 건 어떻게 숨길 길이 없었다. 도대체 어느 정신 나간 군주가 그 러시아의 국서를 갈가리 찢어 공사에 낯짝에 불어버린단 말인가.

그야말로 극동, 그것도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인열전이었다. 그 뒤로도 대사는 한참을 끅끅거릴 뿐 차마 입을 열지도 못했다. 알고 지낸 지 벌써 10년이 넘었으나, 알면 알수록 놀랍기 그지없는 황제였다.

"아무래도 목이 마르신듯한데. 차나 한잔하시겠소?"

"···폐하의 호의를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보다 못한 이형이 궁인들을 시켜 녹차를 대접한 다음에야 벨로네 대사는 가까스로 숨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웃음을 참느라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진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면서, 벨로네 대사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저를 호출하신 것은 프한동맹을 재확인받기 위함이시겠군요."

"그렇소, 알고 지내던 시간이 길어지니 이야기가 빨라져서 좋구려. 그 말대로요. 아마 러시아도 미치지 않고서야 지금 이 시기에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겠으나, 그것도 때에 따라 다르지 않겠소.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정말로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말이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 이제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고대인들의 격언입니다만, 오늘날까지 전해져 온다면 분명 새겨들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야 물론입니다. 우리 프랑스 제국은 앞으로도 양국의 명예로운 동맹을 지켜나갈 것이며, 공동의 적 러시아에 맞서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벨로네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그건 그만큼 프랑스의 개입 의사가 굳건함을 보이는 의사표명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되려 너무나도 신속한 대답에 어느 정도는 말을 빙빙 돌리거나 때에 따라서 지원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며 해석의 여지를 남겨둘 줄 알았던 이형이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대사 개인의 허언···일리가 없지. 이런 자리에서 함부로 허언이나 지껄이는 놈이라면 애초에 대사로 임명받을 자격이 없다. 하지만 지금 프랑스는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이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까지 우리는 반드시 개입할 거라고 말할 정도라면···.'

"그렇게 말해주니 그저 든든하기 그지없구려. 현 불란서의 황제 폐하께서는 실로 신의를 중시하는 분이신 모양이오. 장차 이 혼란스러운 시대를 끝내고 세계를 평화의 세기로 이끌 인물이 나온다면, 바로 불란서의 황제가 아니실까 하오."

이형은 환히 웃으며 듣기 좋아지라는 미사여구를 가득 붙여 나폴레옹 4세에 대한 칭찬을 건넸다. 물론 단지 듣기 좋아지라고 하는 말만은 아니었다. 세계를 이끈다는 표현을 은근히 집어넣으면서 혹 프랑스에 지금 영국이 그러하듯이 세계통치의 의사가 있는 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러자 밸로네 대사의 입꼬리도 늘어졌다. 러시아에는 그토록 안하무인이던 황제가 그의 조국 프랑스에 한해서는 매번 마주칠 때마다 칭찬을 늘어놓으니 그로서는 절로 어깨가 으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눈앞의 황제가 아무에게나 이런 칭찬을 늘어놓는 입이 가벼운 인물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던 까닭이다.

벨로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잔뜩 흥이 오른 얼굴로 답했다.

"하하하! 폐하께서도 그리 말씀해주신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프랑스의 나폴레옹 4세 폐하께서는 이 유럽에서 제일 젊고 야심만만하신 군주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요즘 우리 프랑스 외교가에서는 폐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언제 어느 때에라도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을 구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폐하께서 이렇게 러시아와 당당히 맞서시며 우리 프랑스와의 신의를 지켜주시니, 우리 프랑스로서는 그저 든든할 따름이지요. 이건 제 개인의 사견입니다만, 장차 한국은 반드시 아시아의 프랑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두 프랑스가 오랜 혼란기를 마무리 짓고 세계를 이끌어가는 것이지요!"

"허허허, 말만으로도 고맙구려. 과찬이시오. 아직 갈 길이 멀거늘, 괜히 벌써 설레발을 치는 것 같아 쑥스럽구려. 껄껄껄!"

'우라질. 이거 진짜구먼. 이게 이놈 혼자만의 생각인지 프랑스 외교가의 생각인지 아니면 프랑스 전체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세계통치의 야심이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을 얻고 있는 건 확실해. 당장이야 프랑스에 확실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을 테니 좋지만, 이놈들이 진짜로 영국과 대결하기 시작하면···.'

이형은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떨었다. 낭패였다. 본격적으로 프랑스와 영국의 사이가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그럼 이제 프랑스와 영국, 곁다리로 미국이 힘을 실어주던 범아시아 조약기구도 흔들린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늦어도 10~20년 안에 영국이 뒤를 봐주는 일본과 프랑스가 뒤를 봐주는 한국의 사이가 찢어지면서 정면충돌하게 될 것이다.

그뿐일까. 영국과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아시아 대륙에서 충돌하면 이제 영국이 인도를 무대 위로 올리려 들거나 아니면 영국과 일본이 장차 남중국 일대에서 촉발될 위험이 큰 한족 민족주의 운동 또는 공화주의 운동을 지원할 우려가 생긴다. 이게 단순한 우려라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이미 세계는 세계대전을 맛보았다.

한 번 시작된 세계대전을 두 번이라고 못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그 세계대전은 단지 유럽에서의 패권경쟁을 넘어선 영국과 프랑스의 세계패권을 둔 전쟁이 되리라. 이 전쟁에서 미소 지을 수 있는 나라는 영국이 이기건 프랑스가 이기건 전화에 휩쓸릴 위험이 없는 미국 하나뿐이다. 지난 세계대전에서처럼 아시아가 비교적 짧게 전쟁을 마무리 짓고서 시간만 보내던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이미 동맹 체결하면서 코친차이나까지 받아버린 이상 한국에는 선택지 자체가 없어. 무조건 프랑스 진영이다. 망할.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쯤은 차라리 러시아 놈들에게 숙여줄 걸 그랬군. 영일러와 동시에 전쟁을 치르면 그때는 진짜로 패망이다. 우라질, 지금이라도 너무 막대한 것 같다고 사과할까?'

"무언가 걱정거리가 있으십니까? 안색이 창백하십니다."

"하, 하하!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좋소. 어제 오래간만에 부부간의 친목을 다지느라··· 엣헴!"

"아, 이거 실례했군요. 공연히 파고들지 않아도 될 문제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즐거운 결혼생활이 되고 계신 듯하니 참으로 축하드립니다, 폐하."

벨로네 대사는 환히 웃으며 이형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그에 맞추어 이형도 과장되게 헛기침을 하며 입을 맞추었으나, 그 속은 결코 편하지 못했다.

* * *

벨로네 대사와의 만남이 마무리된 다음, 이형은 곧장 김윤식을 처소로 불러들였다.

"일이 꼬였소."

"무언가 변고라도 있었습니까?"

"당장은 아니요. 하지만 이대로 가면 확실하게 변고가 나겠지. 장차 아주 대륙을 두고서 일본국과 다퉈야 할지도 모르게 되었소."

"일본국? 아니 황상, 그들에게 도대체 무슨 힘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현 일본국의 대군이 우리 한국에 신의를 다하고 있음은 도성의 백성들 또한 익히 잘 알고 있는 바입니다. 황상께서 우려하시는 바는 알겠으나, 지나친 우려가 아닐는지요. 괜한 심려가 옥체를 해치지는 않을까 두렵습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소. 문제는, 불란서가 장차 영길리와 대결하려 힘을 모으고 있다는 거요."

이형의 우려에 그런 일이 있겠느냐며 되려 이형을 걱정하던 김윤식은 그제야 낯이 변했다. 이형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장차 영국과 프랑스가 정면충돌하게 된다면 그때는 한국과 일본의 생각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진다. 두 나라가 부딪힌다면 한국과 일본도 덩달아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그 충돌이 진정으로 전쟁이 될지 아니면 단순한 외교적 분쟁이 될지도 영국과 프랑스가 정하는 것이지,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다.

그런 시대였다. 그렇게 마냥 끌려가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힘을 기르는 걸 도와주는 게 영국과 프랑스인 이상, 적어도 당장은 두 나라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윤식은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 이형에게 물었다.

"···만일 그것이 진정으로 사실이라면 돌이킬 수 없겠지요. 그저 양이들의 다툼 때문에 풍신수길이 죽은 이래로 지난 200여 년간 대조선국과 우호를 다져온 덕천 대군가와 검을 맞대게 되었으니 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앞으로 우리 한국에 이를 대비할 시간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짧으면 10년일 테고, 길면 20년일 거요. 그보다 짧지는 않을 테고, 그보다 길지도 않을 테지. 그보다 짧기에는 아직 비주(=아프리카)가 있고, 그보다 길기에는 당장 저 두 나라와 그 두 나라를 추종하는 여러 나라가 비주를 두고서 아귀다툼을 벌일 테니··· 비주가 그 이상 구라파의 침략을 버티지는 못할 거요."

이형의 대답에 김윤식은 신음을 흘렸다. 결국 앞으로 남은 시간도 유럽인들이 얼마나 빠르게 아프리카 분할을 해치우느냐에 달렸지 양국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건 분한 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적어도 아프리카의 지도에 조금이라도 백지가 남아있는 동안은 아시아는 평화로울 거라는 이야기도 되었으니 말이다.

그럼 한국에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그저 이를 악물고서 해군을 양성하고 해군을 지탱할 공업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수밖에 없다. 장차 전쟁이 일어나 일본, 영국 함대와 충돌 한다고 한들 최소한 서해, 그조차 지킬 수 없다면 하다못해 발해만 만큼이라도 지켜낼 수 있는 수준의 해군전력이 필요했다. 힘들여 손에 쥔 중원을 헛되이 토해내지 않으려면 적어도 그 정도는 충족시킬 수 있어야 했다.

김윤식은 나지막이 탄식하고서는 이형에게 물었다.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지금 소신뿐이라고 생각해도 괜찮겠습니까."

"적어도 짐의 입으로 직접 이 예상을 전한 건 경뿐이오."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전하면 좋겠습니까. 그도 아니라면, 소신은 그저 아무것도 듣지 못하였고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던 것으로 하오리까."

김윤식은 차분하게 되물었다. 이형은 그에 단숨에 대답하지 못하고서 생각에 잠겼다. 어느 쪽도 일장일단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김윤식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도 전한다면 미리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이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가 외교적 문제가 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김윤식만 알게 한다면 함부로 새어나가지도 않겠으나 제아무리 총리대신이라도 김윤식 혼자서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이형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김홍집과 어윤중, 그 두 사람을 불러오시오. 다른 이들은 몰라도 그 둘에게만큼은 반드시 알게 해야만 하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곧장 대령하도록 하겠나이다."

꾸벅하고 한차례 고개를 숙이고서, 김윤식은 걸음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조용히 물러났다.

홀로 남은 이형은 그제야 천장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토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