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60화 (260/530)

< 별이 빛나는 나라 >

'이건 또 정곡이군.'

이형은 인상을 찌푸리며 연신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어윤중이 지적한 대로였다. 아시아 대륙이 경제적으로 깊이 연결된다고 한들 전쟁이 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아시아 대륙이 경제적으로 깊이 연결되면 연결될수록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 났을 때 아시아 대륙 전체가 가난해질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원래부터 병기라는 건 파괴를 위한 물건이며, 당연히 그 병기를 이용하여 치르는 전쟁이라는 건 파괴만을 낳을 뿐이다. 전쟁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자국과는 무관한 바다 건너 먼 나라들끼리의 전쟁이거나 아니면 전쟁 중 파괴된 재화보다 전쟁으로 빼앗은 재화가 많을 때 정도. 그리고 지금의 한국은 이미 그 단계는 지나쳤다.

이미 중원과 아시아 대륙을 끌어안게 되었는데 또 어느 나라와 전쟁을 치러서 새롭게 재화를 충당한단 말인가. 이제 한국은 수중에 있는 걸 지켜야 하는 입장이지, 어느 나라로 함부로 쳐들어가 빼앗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 한국이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아시아 대륙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어윤중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한국이 그걸 알고 있다고 한들 다른 나라들 또한 그 사실을 알아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구려."

"그것은···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보기에 지금의 대한은 터무니없는 재화를 손에 거머쥔 것처럼 보일 테니, 만일 이를 제후들이 탐내기 시작한다면 필히 큰 사달이 나겠지요."

이형의 지적에 어윤중은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저 고개를 떨구었을 뿐이다. 재무부에서 일하던 어윤중 자신이 누구보다도 지금 한국에 얼마나 많은 물산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지를 잘 알고 있던 까닭이다. 물론 그 많은 물산 대부분은 한국의 것이 아니다. 그 대부분은 중원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다시 부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흘러가 태평양을 건너는 재화들이다.

결국 한국에 머무는 것도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도 아닌 궁극적으로는 미국으로 향하는 물산들인 것이다. 한국에서 오늘날 직접 가져다 쓰고 있는 재화 대부분은 강남에서 과잉생산된 쌀들을 쌀값 안정과 인구증산에 사용하는 것과 산동반도의 금광을 개발하여 채굴한 원석을 들여와 가공하여 다시 국제시장에 내다 파는 정도다.

그렇지만 국외에서 보면 어떨까. 사정이야 어떻건 간에, 지금 한국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산이 중국을 통하여 들어오고 있다. 미국 또한 이를 돕기 위하여 항구 개발에 1000만 달러의 차관을 빌려준 이래로 얼마 전 또다시 2000만 달러의 차관을 추가 도입하여 본격적인 항구 개발을 돕고 있고, 날로 중원에서 한국에 들어오는 물류가 늘어나며 신규 철도 노선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도 대공황이 무색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만일 아주 대륙의 군왕들 모두가 현명하다면, 하다못해 우리 대한에서 설명하면 귀 기울여 듣는 정도의 지혜만 갖추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겠으나···. 어렵겠지요."

결국 어윤중은 결단코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의견을 굽히는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입장에서야 돈이 들어오는 대로 흘러나가고 있으니 실제로 운용하는 물산이 아무리 거대해도 이를 실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 국외에서 본다면 한국의 산업화는 순탄대로이며 이미 한국은 돈방석 위에 앉은 듯 보인다.

제아무리 운용하는 물산이 많아도 결국 모두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지의 열강들에게 흘러갈 뿐이라 항변해도 소용없다. 옛 청나라가 제아무리 많은 물산을 열강들에게 빼앗겨도 청나라가 가난한 나라이던가. 천명을 거머쥔 시점에서 한국은 제아무리 여유자금이 적더라도 실제로 운용하는 물산과 재화의 규모로는 이미 열강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했다.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한국이 독점하다시피 한 부의 흐름은 주변 나라들의 질투와 경외를 살 것이고 그건 그 부의 흐름에 이끌린 무수한 하루살이들과 강도 떼들을 불러올 것이다. 전쟁이 나면 모두가 가난해지는 결말밖에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단언할 수는 없다고 어윤중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좋소. 그렇다면 경들이 모두 이해한 듯하니 다음 순서로 넘어가 봅시다. 우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치고, 그럼 전쟁을 막을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겠소? 혹은,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소? 다들 좋을 대로 의견을 제시하여 보시오."

이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서 물었다. 그럼 현실적으로 이를 막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좋겠냐는 물음이었다. 여기서는 어윤중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재무에 관련하여 실제로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이런 재앙이 닥칠 것이다-하고 경고할 수는 있어도, 그럼 그 재앙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건 아직 그의 식견으로는 무리가 많았다.

이에 옆에서 주저하던 김홍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소신이 알기로 우리 대한은 영길리와도 친교를 맺고 있으며, 불란서와는 동맹을 맺어 명실상부한 우방으로 자리 잡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만일 두 나라의 대결이 아주 대륙의 분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면, 우리 대한이 두 나라가 친교를 맺거나 하다못해 전쟁을 피하도록 안배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가능하다면 그것이 최선이겠으나···."

이형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과연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되물음이었다. 두 나라의 역사적 경쟁 구도와 국민감정이야 따로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한국은 이 시대 세계의 중심인 유럽과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일단 거리상의 문제 때문에라도 유럽의 외교가에 끼어들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함이 크고, 정보도 늦게 들어오니 예상치 못한 이변에 대한 대응도 늦어진다.

당연히 가능할 턱이 없다. 그러나 김홍집은 포기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미리견을 이용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미리견은 우리 대한과도 가깝고 영길리와 불란서 두 나라와도 가까우니, 그들이 두 나라를 중재하도록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미리견을 이용한다라?"

"아니면 미리견을 더구나 우리 아주 대륙에 깊이 끌어들여 장차 두 나라가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아주 대륙에서는 미리견의 힘으로 평화가 이어지도록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이미 미리견은 우리 대한과 경제적으로 깊이 연관을 맺고 있으며, 우리 대한이 무사히 산업화를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장차 아주 대륙의 이익이 곧 미리견의 이익이라 생각하게 된다면, 후일 아주 대륙이 혼란에 빠진다고 해도 미리견은 필히 아주 대륙을 도울 것입니다."

'미국, 미국이라. 끌어들일 수 있다면야 분명 그게 최선이겠지만···.'

이형으로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실현된다면 최상의 전개겠지만, 이형이 기억하는 미국은 양차 세계대전에서 군사적 공격을 당한 다음에야 세계대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지난 세계대전에서도 결국 미국이 한 건 승전국에 이름을 올려두고 간호 인력과 구호물자를 지원하며 후방지원을 담당하는 정도였으며, 아마 다음 세계대전에서도 설령 그들이 참전한다고 해도 그 비슷한 수준일 거라고 이형은 추측했다.

그러자 김홍집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이형에게 다시금 진언을 올렸다.

"미리견은 국민이 곧 나라의 주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리견의 국민들은 모두가 구주와 비주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후예입니다. 장차 아주 대륙과 미주 대륙이 더욱더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면, 우리 아주인들이 미리견의 국민이 되지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장차 미주와의 관계가 더욱더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미리견에 거하는 아주 대륙의 황인들 또한 많이 늘어나게 될 테니, 이들이 장차 더욱 늘어난다면 미리견 또한 아주의 위기를 외면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요컨대 미리견 이주를 더욱 늘리자는 이야기인가? 그건―."

"실로 그러합니다. 지금 우리 아주와 가장 많이 교역하고 있는 나라는 영길리도 불란서도 아닌 미리견입니다. 지난 10년간 우리 대한이 미리견의 사업가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왔으며, 미리견 또한 카네기 경과 같은 성공사례에 고무되어 대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덕분입니다. 미리견에 있어서 아주 대륙은 이미 둘도 없을 사업장입니다.

소신이 불란서의 신문을 읽자니 지난날 영길리에서 시작된 대공황 이래로 미리견 정부에서 위축된 경제의 돌파구를 우리 대한과의 교역에서 찾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이용한다면 태평양에 접한 해안가만이라도 아주 대륙의 황인으로 능히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미리견이 진정으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나라라면, 그들의 국민이 된 아주 대륙의 황인들이 말하는 바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김홍집의 말에 어윤중까지 동조하여 눈을 빛냈다. 그들은 꽤 진심으로 신대륙을 황인들로 가득 채우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미국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이 무렵 황인 노동자들에 대해 대우를 알고 있는 이형으로서는 다소 떨떠름한 의견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말도 아니란 말이지···.'

이형은 눈을 가늘게 뜨며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아주 이치에 어긋나는 말은 아니었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를 표방하는 자유민주공화국이며, 여전히 인종차별 문제에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이를 고치려 노력을 아끼지 않는 나라였다. 21세기에도 미국 내 아시아인 비율은 6%를 채 넘기지 못하는 까닭에 그들의 사회적 지위도 그리 대단하지 못하지만, 백인을 넘기지는 못하더라도 하다못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히스패닉들 수준의 비율만 되었더라도 그 지위는 결코 낮을 수 없다.

안 그래도 김가진이 이미 중원에서의 인구조절과 신대륙에서의 자원 수입을 위해 미국 이민을 활성화하자 제의한 바 있고, 이미 이형은 이을 합법적인 이주와 취업 알선으로 고쳐서 도입했다. 김홍집과 어윤중의 생각은 한국 정부의 아시아주의 선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것에 가깝지만, 아무튼 이형이 이미 이런 선례를 보였기에 선전 문구를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거기에, 미국의 흑인 인권은 분명 남북전쟁 이후로 한 번 기회를 얻었었지. 하이럼 리블스 같은 최초의 흑인 출신 연방 상원의원이 남북전쟁이 끝나고서 거의 곧장 당선되었고, 그 이후로도 재차 블랜치 브루스가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연방 상원의원이 되었다. 그게 망가지기 시작한 건 러더퍼드 B. 헤이스가 대선을 망치고 억지로 당선되고 반발하는 남부 주들에게 군정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남부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게 되었기 때문이었으니까···.

다 필요 없고, 지금이 1876년이니까 올해 말에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헤이스가 정정당당하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거나 아니면 아예 압승을 해버려서 미국 남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입을 영영 다물게 만들 수 있으면 미국의 흑인들, 겸사겸사 미국의 황인들까지 한 세기는 빠르게 정치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어.'

이형으로서는 눈이 번뜩 뜨이는 듯했다. 해답이 보인 것이다. 헤이스는 이 무렵 트러스트와 결탁하여 부패에 찌들고 있었던 미국 정계에서 유별날 정도로 도덕주의자로서 명망 높은 인물이었고, 그만큼 정치적으로 고립된 인물이기도 했다. 공화당에서 부패에 찌들었다는 손가락질을 피하고자 후보로 발탁하지 않았다면 평생 대통령과는 인연이 없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헤이스는 진실로 도덕주의자다. 재임 기간에 헤이스는 미국 대륙횡단철도 공사에 동원되었다가 토사구팽당한 황인들을 도우려 애썼고, 노예제 폐지를 재확인하였으며 그의 영부인은 흑인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발로 뛰었다. 단지 선거에서 부정하게 이겼다는 딱지를 재임 기간에 영영 떼지 못하고서 의회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허무하게 끌어내려 왔을 뿐이다.

'역사는 이미 뒤틀렸다. 아마 크든 작든 내 탓이겠지. 그럼 내가 주도적으로 역사를 뒤바꾸어 187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공화당이 압승하고 남부 백인 우월주의자 놈들이 흑인들의 정치 진출을 막는 데 실패한다면··· 중국인 이주 제한도 불가능해질 테고, 미국 내 황인들의 숫자는 법으로 막힐 일 없이 계속 상승선을 그릴 수밖에 없겠지, 또한 머지않아 안정적으로 미국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될 테고.

할 수 있어. 좌우지간 어떻게든 헤이스가 대통령 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고 더 나아가 재선까지 성공할 수 있게 돕는다면 지금 어윤중과 김홍집이 말한 미래계획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하지만 어떻게?'

""송구하옵니다. 주제넘게도 실언을 입에 담고 말았나이다. 죽여주소서!""

이형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걸 자신들이 실언을 담은 탓이라 여긴 김홍집과 어윤중은 바닥에 이마를 받으며 소리쳤다. 갑자기 이형이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으니 그들로서는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목소리에 이형은 가까스로 현실로 돌아왔다. 뒤늦게 자신이 너무 생각에 몰두하고 있다는 걸 자각한 이형은 멋쩍게 헛기침을 해댔다. 스스로 이렇게 끝없이 생각에 잠기는 성격을 고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영 뜻대로 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잘 알았소. 내 한 번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리다. 오늘은 이만 시간이 늦었으니 다들 이만 퇴청하여도 좋소. 당연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믿지만, 이번 일이 함부로 새어나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황상.""

이형이 노하지 않은 걸 확인하고 난 다음에야, 두 사람은 나지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 재차 이형에게 엎드려 절을 올린 다음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고 나니, 짐짓 모른 체하고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김윤식과 이형만이 남았다.

김윤식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과연 저 두 사람 모두 구라파에 유학을 다녀온 덕인지 식견이 대단합니다. 소신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저리 태연하게 입에 담고 있으니, 그저 소신이 이 자리를 맡기에 얼마나 부족한지를 재차 실감할 따름입니다."

"너무 위축되지는 마시오. 경에게는 저 두 사람에게는 없는 연륜이 있고 권위가 있잖소. 위에 서는 자가 이 세상 누구보다 현명한 자일 필요는 없으니, 그저 앞으로도 저들과 같은 뜻 있고 패기 있는 청년들의 말에 항상 귀 기울여 주시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황상."

'이미 김옥균을 시켜서 우리에게 태평양 진출 의사가 없다는 건 재확인 시켰다. 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지금 대한이 미국에 줄 수 있는 거라고는 친선선언 말고는 딱히 없어.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라질, 어쩌지?'

김윤식은 이형에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 와중에도 이형은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마땅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미국에 줄 수 있을 만한 건 이미 모두 줬고, 지금까지 한국이 미국에 준 건 간접적으로는 공화당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직접적인 상승에 도움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마땅히 쓸 수 있는 게 없다면 몸으로 때우는 게 또 이형의 특기겠으나, 이번만큼은 몸으로 때울 수도 없었다. 이형이 미국 시민권이 있어서 대통령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잠깐, 몸으로 때워?'

"그거다!"

이형은 제 무릎을 찰싹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 놀라 김윤식이 뒤로 벌러덩 넘어졌지만, 이형에게는 이미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돈으로 때울 수 없다면,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그래, 몸으로 때우면 된다.

"어렵게 생각할 거 있나? 정 부족한 거 같으면 내가 직접 미국에 방문해서 의회에서 친선연설도 해주고 공화당 선거운동도 도와주고 하면 되는 거지!"

글자 그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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