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당 땡중 >
그리고 이 세례식에는 이하응 나름의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
'이 나이에 내가 서역의 학문을 배워 이 미리견 땅에서 과거라도 치르겠는가. 그도 아니면 주제에 동방의 현인으로 미리견인들에게 유학이라도 가르치겠는가. 어느 쪽이고 무익한 일이다. 내가 이제 와 양이들의 말을 배우는 것만으로 벅찰진대, 이 나이에 공부에 목매달아봐야 무슨 성과를 얻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디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선비가 흔하기나 하던가? 힘이 있어야 존경이 따르는 것이지, 세가 없으며 재화도 없으면 고작 해봐야 글이나 읽는 서생이라 비웃음당하기에 십상이다. 세가 일천함에도 정말로 그 자신이 지혜롭고 올곧아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서생은 조선 땅을 통틀어도 열 명이 간신히 될까 할 것이다.
지금 이 몸이 종친이기에 백성들이 따르나, 개똥이 녀석이 이 늙은이를 업신여긴다면 금세 사라지고 말 힘이다. 이 늙은 몸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 미리견의 명사로서 살고자 한다면, 그간 생각지도 않았던 특단의 방법이 필요하다.'
이하응은 자신이 그리 특출나게 똑똑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그리 특출나게 강인한 몸뚱어리를 가지고서 태어난 것 또한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렇다고 참된 유자로서 한평생 서책이나 파면서 살아온 것도 아니었으며, 대단한 재화나 몸종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요컨대, 빈털터리였던 셈이다.
내세울 것은 종친이라는 것뿐이요, 황제의 아버지라는 것뿐이나. 그조차 아주 대륙에서나 먹힐 위세지 색목인들이 보는 앞에서 내가 바로 대한의 종친이요-하고 해봐야 그들의 공경을 얻기는 어렵다는 걸 이하응은 알고 있었다.
그건 이하응이 그리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그가 권력욕을 버렸다고 하지만, 감투 쓰기 좋아하는 성정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기왕 미리견에 자리 잡는다면 조금이라도 더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싶었고, 그 나름의 권세를 휘두르며 미리견의 명사로서 이름을 날리고 싶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중들은 단지 옷을 똑바로 입고 석가의 말에 따라 사는 시늉만 하며 가끔 민가를 찾아가 크고 작은 행사를 대신 치러주는 것만으로 공경받는다. 그들의 뒤에는 사찰이 있는 까닭이다. 크고, 웅장하며, 백성들이 불공을 올리러 자주 오고 다니는 명망 있는 사찰일수록 선비들에게는 눈엣가시지만 백성들에게는 둘도 없는 마음의 기둥인 것이다.'
결론은 이러했다. 남의 땅에서 사병을 길러 윽박지를 수는 없다. 선비들의 지지를 끌어와 젠체할 수도 없고, 미리견에서 이국의 종친에게 함부로 제법 힘도 있고 지위도 있는 관직을 제수해주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장사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장사를 시작할만한 자금도 없다. 그런데도 백성들의 마음은 얻고 싶고, 그 나름대로 위세도 부리고 싶다.
그럼 방법은 한 가지, 종교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평소의 그라면 생각하지도 않았을 방법이지만, 어차피 이제 와 아주 땅으로 돌아갈 생각도 없어진 이하응이었다. 그리고 이하응은 확신했다. 조선이 유자의 나라라고 자부해봐야 착실한 유자는 한 손에 꼽듯이, 미리견이 천주학의 나라라고 한들 참된 사제는 개중에서 한 줌에 지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요는 그 절대다수가 되면 그만이다. 구태여 그 한 줌이 되어 타에 모범이 될 궁리를 할 바에야, 착실한 체 시늉만 내는 것이 단연 손쉬웠다. 그런다고 영향력이 주는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니 결단은 빨랐고, 계산도 확실했다. 모든 계산이 끝난 이하응은 마지막으로 제 생각을 재확인했다.
'권세도, 재화도, 배움도 없는 이 늙은 몸이 이 낯선 땅에서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 미리견의 명사가 되고자 한다면, 단언컨대 천주당 땡중 놀음이 제일이다.'
그걸로 끝이었다. 이하응은 세례를 받으러 가면서 필사적으로 살폈다. 과연 자신이 세례를 받고자 하는 이 천주당이 그가 기대한 만큼이나 이름이 있고, 규모도 있으며, 백성들이 자주 오고 다녀 백성들과 마음을 나누기에도 손쉬운지 말이다. 아주 대륙에 돌아가기를 포기하였기로서니, 그의 야망이 식어 말라비틀어진 것도 아니었다.
되려 이 무렵 이하응은 누구보다도 야망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방향성은 조금 달랐다. 자신이 황제가 되기 위하여, 정점이 되기 위하여 품은 야심이 아니었다. 되려 조금이라도 백성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마음에서 우러나온 섬김을 받고자 하는 야심이었다. 이 무렵 이하응의 가슴은 마치 젊은 청년과도 같은 뜨거운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이하응은 생각했다. 만일 이하응이 세례의 의미를 알았더라면, 다시 태어났다는 감상이 아주 틀린 그것만도 아니라는 걸 알았으리라. 그러나 그런 건 이하응에게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는 세례가 마무리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필사적으로 그가 세례를 받은 천주당의 위세를 살폈다. 이 천주당의 위세가 자신의 야심에 걸맞은지를 말이다.
"전하, 이 천주당의 주지가 입교의 의식을 마무리 짓기에 앞서 옥음을 듣기를 청하였나이다. 어찌하시겠나이까."
"으음···."
그런 중 역관이 이하응을 사념에서 깨웠다. 그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어느새 세례식은 막바지에 치닫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 천주당의 주지-그러니까 교회의 목사를 바라보니, 그는 애써 인자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기대에 부푼 시선으로 이하응을 바라보고 있었다. 덕분에 이하응은 한눈에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었다. 하고 많은 천주당 중 자신의 천주당을 찾아온 이유를 말해달라는 것이다.
그리하면 장차 포교할 적에 이하응의 사례를 들먹이며 자신의 천주당이 다른 천주당과 비교하여 얼마나 신실 깊고 참된지를 설명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니면 단지 천주를 찬미하는 말을 해도 좋다. 그럼 그것대로 이는 기적이라며 자신의 천주당을 미리견의 성지로 선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 욕망이 흘러넘치는 듯한 모습에 이하응은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제 생각이 옳았음을 깨달은 것이다. 조선에 참된 유자가 한 줌에 지나지 않았듯이, 미리견의 천주당이라고 한들 그건 매한가지였다.
"그리하면 한 가지만 여쭈어볼까. 네가 또 수고하여야겠구나. 네가 참 수고가 많다."
"아닙니다. 하명하시옵소서. 어찌 옥음을 전하리까?"
"이 나라 미리견이 진정으로 천주교도들의 나라가 맞느냐고 묻거라."
그렇다면 이하응의 대답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 이 나라 미리견이 진정으로 천주학이 위세를 부리는 나라가 맞느냐는 것. 옛 삼한 시대 이래로 오래도록 조선 땅에서 불교가 백성들의 곁에 머물며 민심을 사로잡았듯이, 미리견에서는 천주학이 불교의 자리를 대신에 하고 있느냐는 것.
그리하여 자신이 천주학에 입교하게 되면, 조선의 불자들이 그러하듯이 자신 또한 이 미리견의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미리견의 명사로서 자리 잡을 수 있겠느냐는 것.
"전하께서 이 미합중국이 진정으로 참된 기독교인들의 나라가 맞느냐고 여쭈셨습니다."
"예, 전하. 물론 그러합니다. 미합중국은 신실 깊은 기독교인들을 위한, 기독교인들에 의한, 기독교인들의 나라입니다."
그럼 대답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역관은 천주교도를 기독교인(Christian)이라고 번역했다. 역관이 아직 배움이 깊지 못하여 그의 어휘가 그리 다양하지 못했던 까닭도 있었으나, 그 이상으로 이 무렵 대한제국에서는 프랑스의 영향으로 그저 기독교라고 하면 막연하게 천주교를 연상하였을 뿐 개신교 종파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몰랐던 까닭도 컸다.
그러니 천주교를 가톨릭이라 따로 분류하는 대신에 뭉뚱그려서 기독교라고 번역해 버린 것이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오역이었으나, 되려 이하응과 목사에게 있어서는 그들이 바란 그대로의 번역이었다.
목사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수긍하였고, 이하응은 이에 환희했다. 이하응은 힐끗 시선을 돌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올려다보고서는, 마치 불자들이 석가의 상을 향하여 절을 올리듯이 정갈하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이 늙은이가 눈이 어두워 이리도 노쇠하고 영락한 다음에야 참된 천주의 가르침을 접하게 되었나이다. 제 여생을 이 천주당에서 불공을 닦으며 속죄하는 데에 쓰고자 하니, 천주께서는 이 늙은이를 어여삐 여기어 주소서."
"아, 아니! 프린스 흥선이시여,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전하께서 이리도 늙고 영락한 다음에야 참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접하게 되어 후회가 막심하시다며 여생을 교회에 속하여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지상에 구현하고자 하니 부디 언제 어느 때라도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여 주시기를 기도드리고 계십니다."
"오, 할렐루야! 전하, 당신이야말로 동방의 성자이십니다! 당신이 가시는 그 길에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하기를 저 또한 기꺼이 기도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역관의 오역은 계속되었다. 아니, 이쯤 되면 오역이라기보다는 초월 번역이라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몰랐다. 이하응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경악하여 어리둥절해 하던 목사는, 이내 역관의 번역에 마음속 깊이 감동하여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댔다. 이하응의 고백은 흡사 성서나 중세 기독교 문학에서나 나오던 장절한 신앙고백이었다.
"하, 할렐루야! 사실이었다! 사실이었어! 프린스 흥선은 이교의 땅에서 일평생 참된 기독교 신앙을 숨겨왔던 동방의 성인이요, 잠재적 순교자였다!"
"오, 주여! 제 죄를 사하여 주소서! 제가 눈이 어두워 당신의 사도를 의심하는 죄를 범하고 말았나이다!"
"기적이다! 이건 기적이야! 동방의 성인이 이교도 황인종들을 개종시키고자 이 신대륙에 임하시었다! 할렐루야! 주여, 비로소 이 모든 것이 당신의 고매한 뜻이었음을 알겠나이다!"
이 전무후무할 현장을 취재하기 위하여 찾아온 미국 각지의 기자들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들의 눈앞에서 펼쳐진 이 장절한 신앙고백을 기적이라 확신했다. 기적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교의 땅에서 평생을 신앙을 숨겨온 고귀한 왕족이 마침내 자유의 땅에 발을 디디고 난 다음에야 자신의 숨겨왔던 신앙을 고백한 것이다. 이교의 땅에서 수십 년간 변하지 않고 올곧은 신앙을 유지하는 게 어디 녹록한 일이던가?
이하응을 향한 악질적이고 다분히 인종주의적인 기사를 써내려던 친 민주당 내지 친 남부 성향의 신문사에서 파견된 기자들조차, 지난 수십 년간 이교의 땅에서 자신의 신앙을 숨겨온 이 신실 깊은 동방의 성인(?)의 신앙고백에 감격하여 제 취재 수첩을 찢어버리고서는 아예 새로운 논조로 처음부터 다시 기사를 써 내려갈 지경이었다. 그들 모두가 이하응의 진실한 신앙고백에 감격했고, 손을 떨며 할렐루야를 외쳐댔다.
이 순간 이하응은 살아서 성자의 반열에 올랐다. 기자들로서는 오늘의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하여 내일 신문에 올리면 좋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수십 년간 이교의 땅에서 신앙을 숨겨온 동방의 왕족이 교회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난생처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것이다. 대단한 서술을 덧붙일 것도 없이 이날의 일을 있는 그대로 신문에 적어 올리기만 해도 초기 기독교 전설이 19세기에 부활하는 격이었다.
'오호, 기대 이상이로구나. 과연 미리견은 천주학의 나라였음이라. 흐흐흐, 어떠냐. 개똥이 놈아, 네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이제 이 몸을 다시 붙잡아 뒤주에 가둘 수는 없을 게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미처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이하응만이 홀로 회심의 미소를 떠올렸을 따름이다. 물론, 고개는 여전히 그의 머리맡에 십자가를 향하고 있는 채로 말이다.
그가 뒤늦게 자신이 한 일의 여파를 실감하게 되는 건 한참 후였다.
***
이튿날 이하응의 신앙고백은 미국 내 모든 일간지의 제1면을 장식했다.
"『새크라멘토에서 기적이 일어나다! 56년간 숨겨왔던 참된 신앙을 마침내 난생처음 교회에 임하여 털어놓다! 새크라멘토 시민들을 눈물짓게 한 프린스 흥선의 장절한 신앙고백! 』"
"『프레스터 존의 전설은 실존하였다? 계속되는 신자 발견! 전근대 아시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아시아 원시 기독교 문명의 실존 가능성에 관하여!』"
"『하얀 양도, 검은 양도, 노란 양도, 모두가 목자 예수 그리스도의 울타리 속에! 할렐루야! 참된 기독교 신앙의 영광 아래 마침내 하나 된 미합중국!』"
사실, 그조차도 다소 표현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제1면을 장식하는 수준을 넘어서, 민간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놨으니 말이다. 19세기에 서로마 말기 중세 초기 기독교 전설이 구현된 격이었으니 그야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호외요, 호외! 새크라멘토에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황인종 1000명의 동시 개종! 새크라멘토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오, 주여! 맙소사, 한국의 이 씨 황가는 아시아 기독교 신앙의 수호자였던 건가? 주여, 당신께서 품으신 큰 뜻을 이제야 비로소 알겠나이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진짜로 숨겨왔던 신자였을 줄이야! 프린스 흥선은 주의 계시를 받은 성인임이 틀림없어!"
그렇지만 그걸 고려해도 이 무렵 미국 시민사회의 반응은 단지 열광하는 수준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황인종의 처우 문제가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기에 날마다 이하응의 행보가 대서특필 되는 것도 컸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무렵이 대공황 와중이었다는 점이었다.
끔찍한 경제 침체 와중 등장한 신의 기적은 절망과 빈곤에 조금씩 찌들어가던 미국 사회에 희망에 부풀어 오르도록 만들어주었다. 신이 미국과 함께한다. 신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그런 기대와 흥분을 품게 만든 것이다.
"자네, 혹시 이 사진을 조금만 고칠 수 있겠나? 그러니까, 구체적으로는 이 구름 사이에 십자가 모양으로 틈을 만들어 빛이 새어 들어오게 할 수 있었겠냐는 말일세."
"예, 예? 그거 조작 아닙니까? 들키기라도 하면 그날로···!"
"에헤이, 이 사람이. 알만한 사람이 왜 그러나. 들키지 않으면 그만인 일이지! 그리고 만일 성공한다면 우리 새크라멘토 시는 서부 제일의 성지가 되는 거야.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셈 치고 감쪽같이 부탁하네."
여기에 자신들의 고향인 새크라멘토 시의 부흥을 위하여 이하응을 이용하고자 하는 몇몇 지역신문들의 술수가 더해지니 파급력은 더욱 향상돼만 갔다. 이하응이 세례를 받던 날 하늘에서 십자 모양의 빛이 구름 사이로 내려와 교회를 비추는 조작 사진이 등장하자, 특종에 혈안이 된 여타 신문들까지 덩달아 그 사진을 가져다가 특종이라면서 신문에 실어버린 것이다.
일이 여기까지 커지니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날 메마른 사막에서 깨끗한 샘물이 솟아올랐다는 등, 꽃이 필 철도 아닌데 들판 가득히 들꽃이 피었다는 등 하여튼 온갖 기적과 신화가 마구 양산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미국에서 마구 신화와 기적이 양산되어 대서양에 건너게 되면, 뒤늦게 이를 접한 유럽에서는 이를 검증할 방법도 없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 적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또 유럽에서도 똑같이 적었으니 신문에 실린 내용이 옳다고 믿어버리고, 다시 또 낭설이 양산되어 유럽에 전해지니 유럽까지 덩달아 발칵 뒤집혔다. 신문이 온통 동방의 성인 프린스 흥선을 다루는 특종 기사들로 뒤덮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형에게도 덩달아 새로운 칭호를 달아주었다.
"『신께서 원하신다! Deus vult! 동방의 십자군 황제, 아시아를 정복하다!』"
졸지에 이형은 신앙의 수호자 조선 왕가의 일원으로서 신에게 직접 계시를 받아 아시아를 정복한 십자군 황제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후일 이를 접한 이형의 반응은 이러했다.
"···이 피만 이어진 아비가 날 어따가 취직시키는 겨?"
지당한 불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