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질 >
하지만 어리둥절해 하는 것도 잠시. 가만히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긴 벨로네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를 도출해냈다.
"아, 과연. 이거 실례를 끼쳤습니다. 제가 눈치가 없었군요. 그러니까, 파나마 운하를 말씀하시는 것 맞습니까? 한국과 우리 프랑스, 그리고 미국이 함께 파나마 운하를 뚫어보자, 라는 말씀이 시로군요."
"바로 그거요. 그리 수치스러워할 필요는 없소. 원인을 따져 묻는다면 갑작스레 이런 이야기를 꺼낸 짐에게 있을 테니까. 그러나 짐이 생각하기에, 그까짓 대운하보다는 이편이 양국, 아니 삼국의 국익을 위하는 길이라고 사료되오."
이형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익숙해질 때가 되었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벨로네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시야가 어디까지 뻗어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이쯤 되면 어떻게 봐도 단지 시야가 넓은 비유럽계 군주 수준이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유럽에서 나고 자란 열강의 왕족이나 외교관 후보생에 가까운 시야의 넓이다. 적어도 지구본을 취미 삼아 뒤적거리는 수준은 확실하게 넘었다.
하지만 동시에 비유럽계 군주로서의 한계 또한 명확했다. 벨로네는 빙긋이 웃으며 그 부분을 지적했다.
"확실히 그렇겠군요. 만일 파나마 운하가 개통된다면 대서양과 태평양의 바닷길이 연결되면서 양국의 교류도 한층 더 원활해질 것이며 해운 또한 크게 활성화될 것입니다. 그러나-유감스럽게도. 이 자리에서 가볍게 이야기를 꺼내도 좋을 사안은 아닐 듯하군요.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는지요."
우회적인 거절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프랑스로서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를 반드시 끌어들일 이렇다 할 장점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야 영국의 눈치가 보이고, 한국은 애초에 미국이나 프랑스 둘 중 어느 한 나라를 끌어들이지 않으면 파나마 운하에 개입할 수조차 없지만-프랑스는 다르다.
이미 수에즈 운하를 건설한 바 있고, 또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운하 공사에 대한 자신감부터가 남다르다. 프랑스가 이제 와 영국의 눈치를 봐야 할 이유도 없고, 구태여 미국의 투자를 받아야 할 정도로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프리카 정복 전쟁이 다소 재정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나, 그것도 시작 단계이기에 그럴 뿐 장차 본격적인 아프리카 분할통치가 시작되고 나면 금세 메꿀 수 있다.
그러니 벨로네는 선을 그었다. 제아무리 한국이 프랑스의 동맹국이라고 하나, 파나마 운하를 넘보는 건 어림도 없다고 암묵적으로 말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형은 기죽는 기색도 없이 계속하여 말을 이어나갔다.
"그거 유감스럽구려. 하지만 실례를 무릎 쓰고서 한 가지만 여쭈어보겠소."
"물론 기꺼이 경청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그곳은 적도 근방이잖소. 날씨도 무덥고, 습기로 푹푹 찔 테지. 필히 학질(瘧疾:말라리아)이 유행할 텐데, 그에 대해서는 어쩔 생각이요?"
"···."
벨로네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형이 파나마 운하 건설 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 이야기되고 있던 말라리아를 찔러온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가 분분하기는 했다. 근대 의학의 힘이 더해진다면 그까짓 말라리아 따위 공사에 대단한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낙관론을 펼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말라리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공사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 신중론을 펼치는 이들도 있었다.
벨로네의 경우에는 기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아직 프랑스 내부에서 파나마 운하를 뚫어보자고 확실하게 의견이 모여진 것도 아닐뿐더러, 그의 주 활동영역은 아시아 방면이었지 신대륙이 아니었다. 자연히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벨로네는 망설였다. 계속하여 이 주제넘은 파나마 운하 운운을 들어줘야 할까? 아니면 이쯤에서 괜한 기대를 품지 않도록 끊어낼까.
"글쎄요. 우선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아직 우리 프랑스의 나폴레옹 4세 폐하께서도, 의회에서도 파나마 공사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되고 있지 않습니다만. 만일 우리 프랑스에서 운하 공사를 주도하게 된다면··· 유감스럽게도, 아마 이번에도 현지 인부들의 피와 땀으로 해결을 보게 되겠지요. 수에즈에서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큰 대업에 따르는 불가피한 희생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가능한 한 적은 피를 보는 편이 바람직하니, 하늘에 계신 오직 한 분뿐이신 주께서 축복하시어 본국의 병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늘날의 근대 의학이 말라리아를 극복해낼 수 있기를 바래야겠지요. 저로서는 그저 가능한 한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도하고 있을 뿐입니다."
잠시 망설이던 벨로네의 대답은 다분히 원론적이었다. 프랑스가 아직 파나마 운하에 대단한 관심이 없다는 점을 직접 드러내는 한편으로 말라리아에 대해서는 근대 병리학이 극복해내기를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현시점에서는 대책이 없음을 제시하고 결국 현지 인부들의 희생이 강요될 것임을 분명히 언급했다.
요컨대 아직은 파나마 운하 공사를 운운하는 것부터가 너무 시기상조일뿐더러, 어마어마한 희생이 예상되는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끼어들어서도 안 된다고 답변한 셈이었다. 이형에게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 마무리 짓자고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형은 도리어 의미심장하게 미소짓고서는 과장되게 한탄하는 어조로 말했다.
"호오, 그거 유감스럽구려. 서역의 근대 의학으로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니, 내 가슴이 다 찢어지는 듯하오. 아아, 이 일을 내 도대체 어찌하면 좋을꼬? 내 어린 백성들을 볼 낯이 없구나!"
"아니, 한국에도 말라리···학질이 유행하는 곳이 있습니까?"
벨로네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눈을 가만히 껌뻑거렸다. 그럴 리가 없다. 적어도 그가 지금까지 봐온 바로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계절의 차이가 뚜렷한 나라다. 겨울에는 얼어 죽을 듯이 춥고, 여름에는 쪄 죽을 듯이 덥다. 적어도 벨로네가 생각하기로 말라리아가 유행할만한 기후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자 이형은 한탄하며 말했다.
"그야 우리 대한이라고 모기가 없는 것도 아닌데 어찌 학질이 없겠소. 더더욱이 우리 대한이 이제는 천하의 주인이 되었거늘, 내 천하의 백성들을 위하여 이렇다 해준 것이 없으니 그저 가슴을 치며 통탄할 노릇이오."
"모, 모기 말씀입니까?"
"그렇소. ···설마 모르고 있던 거요? 학질은 그 우라질 놈의 모기 놈들이 옮기는 질병이라오. 에잉, 이놈의 모기 놈들은 도움이 되는 구석이 없으니. 그야말로 천하를 좀먹는 도적이라 부를법하오. 쯧!"
이형은 진저리가 난다는 듯이 언급했다. 그 모습에 벨로네로서는 뒤통수를 망치로 한 방 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말라리아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그간 갑론을박만 이어지던 와중에 전혀 의외의 구석에서 이에 대처할 힌트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벨로네는 의심했다.
'모기, 모기라···? 말라리아는 늪의 나쁜 공기가 옮기는 질병이 아니었던 건가? 아니, 분명 늪에는 모기가 들끓는다. 그렇지만 어떻게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긴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거지? 단순한 미신이나 민간요법은 아닐까? 하나, 황제가 이렇게 직접 언급할 정도라면···.'
"쯧, 뭐 좋소. 이 일은 없었던 거로 합시다. 기분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또 찾아와주시오. 아, 하지만 그전에 한 가지. 이번 기회에 온 천하의 모기를 가능한 한 줄여보려고 하니, 혹 서역에 모기를 죽이는 데에 특출난 효능이 있는 약이 있거든 말해주시오. 내 아낌없이 투자하리다."
"물론 그렇게 하겠습니다. 관저에 돌아가는 대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폐하께서 백성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지극하시니, 그저 한국과 아시아 모두의 복이 아닐까 싶군요."
'허, 이번 기회에 모기를 박멸하겠다라. 진짜로 모기가 말라리아를 옮긴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무언가 근거가 있는 건가? 가만. 그러고 보면 아시아는 우리 유럽과는 달리 훨씬 긴 시간 동안 말라리아에 시달려 왔다. 민간요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그 오랜 시간 시달려 왔다면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민간요법이 만들어졌겠지. 혹은, 내성이 어느 정도 몸에 쌓였거나.
그렇다면···.'
이형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관저로 돌아가는 길 내내 벨로네는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우선 파나마 운하 공사에 대해서는 아직 프랑스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수에즈 운하를 뚫는 데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기술자이자 외교관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페르디낭드 정도나 자신이 죽기 전에는 파나마 운하 공사를 마무리 짓고 싶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뿐, 프랑스로서도 파나마 운하 공사는 언젠가는 반드시 자국이 주도하여야만 하는 공사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는 단지 원자재 수급처일 뿐, 근본적으로 사람이 부족해 시장이 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결국 장차 프랑스의 주요한 국외시장은 인근 유럽국가들과 아시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상, 아시아 국가와의 접근성이 개선되는 건 곧 프랑스의 국익으로 이어진다.
문제가 되는 점은 이 경우 덤으로 이득을 보게 될 미국이다. 프랑스와 미국은 본디 독립전쟁에서 프랑스가 미국의 손을 들어준 이래 대단히 친밀한 전통적 우방이었으나, 나폴레옹 3세가 멕시코를 식민지화하고자 멕시코 내전에 개입하여 미국의 먼로 독트린을 위협한 이래로 사이가 크게 틀어졌다. 프랑스의 접근에 미국이 반발하거나, 파나마 운하로 힘을 얻은 미국이 프랑스에 이를 드러내지는 않을지 우려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아시아인들은 적어도 우리 유럽인들보다는 말라리아에서는 해박하게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시아인들 전부는 아니라도 한국의 황제가 해박하게 알고 있을 개연성은 충분해. 그간 모를 수밖에 없는 정보들에 당연하다는 듯이 접근해 있던 한국의 황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그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황제는 말라리아에 대하여 깊이 알고 있으며, 우리가 말라리아에 대하여 잘 모른다는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이 경우 일부러 내가 듣는 앞에서 말라리아 이야기를 꺼내어 그 정보를 나불거렸다는 건··· 그만큼 이번 운하 공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굳건함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황제가 진심으로 운하 공사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우리 프랑스에 매달릴 필요도 없지. 마침 이번에 한국에서 미국에 흥선왕을 대동한 사절단을 보냈다고 들었다. 설마, 이번 방미 사절단의 진정한 목적은···!'
그렇기에 벨로네는 마지막 결론에 도달했을 때 절로 소름이 돋는 듯했다. 한국의 황제가 미국을 부추겨 파나마 운하 공사를 진행하고자 이번 사절단을 보냈다는 결론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지난 몇 년간의 행보가 소름 끼칠 정도로 짜 맞혀졌다.
중국인들을 신대륙에 대거 수출한 것? 파나마 운하 공사에 참견할 개연성을 만들어두기 위하여 장차 중국인들의 인력 수출을 국가산업화 하겠다는 암시를 깔아둔 것이다. 미국과의 친선 도모와 경제협력? 미국이 혹할 수밖에 없는 파나마 운하 제안을 위한 밑밥일 뿐이다. 러시아와 다소 과할 정도로 적대하고 있는 이유? 시베리아를 방패 삼아 자신의 진짜 속셈은 동쪽에 있음을 숨기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
이 경우 프랑스와의 동맹과는 별개로 영국에게서 대대적인 산업화 지원을 받은 이유 또한 설명된다. 여차하면 프랑스를 대신하여 영국을 끌어들여서라도 운하를 뚫고자 하는 것이다. 거기까지 운하에 목매달아야 하는 이유? 그것도 간단하다. 황제가 제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았던가.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봅시다.'
"하느님 맙소사."
관저에 돌아온 벨로네는 나지막이 내뱉었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간 이탈리아, 미국 등의 신흥 열강들이 어떻게 지금까지의 세력 구도를 뒤흔들어 놓을까만 생각해왔지, 자신이 지금 부임한 아시아는 고작 해봐야 변두리 내지는 준 식민지 국가들이 모여있는 유럽의 지갑 정도로 생각해왔다. 한국 정도가 러시아에 맞선 일선 방패 즈음으로 격상되었을 따름이다.
그런데 만일 오늘 그의 추측이 옳다면, 한국의 황제는 그런 취급에 만족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되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지금의 판세를 송두리째 뒤집으려 하고 있다. 섬뜩한 일이었다. 이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한 지 10년이 조금 넘은 변방의 신흥 지역 열강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암약하며 지금까지의 세력 판도를 뒤집어 버리려고 한다.
놀라운 일이었다. 다소 불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쁘기도 했다.
"지배하라, 브리타니아여! 바다를 지배하라!"
벨로네는 영국의 해군가를 흥얼거렸다. 언제 들어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가사였다. 하지만 현실이기도 했다. 불쾌하기 그지없으나, 작금의 시대에서 바다를 지배하고 있는 건 영국이다.
그러나.
"어제까지의 바다를···."
벨로네는 덧붙였다. 웃음이 나왔다. 적이면 이보다 두려울 일이 없겠으나,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황제는 프랑스의 아군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는 프랑스의 친구로서 남기 위해 최선의 성의를 다해왔으며, 그의 조국을 아시아의 프랑스로 만들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와 프랑스가 먼저 한국을 배신하지 않는 한, 한국의 황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프랑스에 의리를 다해올 것이다.
벨로네는 고민했다. 이 이야기를 본국에 은밀히 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불쾌해할까, 아니면 기뻐할까. 아마도 외교가의 반응은 반반 즈음일 것이다. 선제 나폴레옹 3세는 프랑스의 영광을 추구하면서도 영국 주도의 질서에 크게 거스르지 않으려 애썼다. 나폴레옹 대제가 패배한 이유를 영국과 적대한 점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알기로 지금의 황제는 야심만만한 인물이었다. 적어도 벨로네가 알기로, 나폴레옹 4세는 언제까지고 이인자에 만족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같은 짐 덩어리들을 끌어안으면서까지 혁명전쟁 시기의 세력권을 재현하려는 자세부터가, 옛 나폴레옹 대제 시절의 영광과 힘을 갈망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유럽, 북미, 아시아를 대표하는 3대 열강의 대륙동맹이라"
벨로네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의 지위는 특명전권대사. 당연히, 그의 말이라면 황제의 귀에까지 직접 닿는다. 특명전권대사의 충언이라면 반드시 황제 또한 귀 기울여 들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가 듣기로 황제는 그 어느 때보다 동맹을 갈망하고 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짐 덩어리조차 우선 동맹이라며 부둥켜안고 이것저것 떠먹이고자 하는 와중에, 그들보다 크게 못 할 이유가 없는 지역 열강이 하나 더 합류한다면 기뻐한다면 기뻐했지 거부할 이유는 없다.
문제가 되는 건 과연 황제가 파나마 운하에서 양보할 것인가. 프랑스 홀로 독점하여도 충분할 운하를 불필요하게 어중이떠중이들에게 양보하는 건 아니냐며 불평하지는 않을 것인가, 하는 점.
"걸어볼 만하겠어."
벨로네의 결론은 간단했다. 그럼 그것대로 황제의 그릇을, 성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되니 나쁘지 않다고. 황제는 젊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여 너무나 어리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그의 통치는 길 것이다. 적어도 벨로네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황제가 프랑스를 다스리리라.
그리하여 이하응이 동방 성자 전설을 써 내려가며 미국과 유럽을 발칵 뒤집는 동안, 베르사유궁에는 은밀히 밀서 한 장이 전해졌다.
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밀서를 접한 소년 황제의 한마디만이 전해졌다.
"그대의 생각이 옳다. 그대로 일을 진행하도록 하라."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