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77화 (277/530)

< 오해 >

그리하여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파나마 운하 공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씀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김옥균은 담담하게 말했다. 애써 동요를 숨긴 채로 말이다. 이 무렵 김옥균은 피로에 절어 있었다. 이유야 말할 것도 없이 파나마 운하 계획에 대하여 조사해 놓으라는 황제의 밀명 때문이었다. 파나마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른 채로 거기에 운하를 놓고자 하니 이에 대하여 조사하라는 밀명이 떨어졌을 때는 그저 눈앞이 깜깜하기만 했다.

덕분에 김옥균은 요 몇 달간 그간 밀린 분량까지 포함하여 영어공부를 벼락치기 해야 했다. 그것도 단순 회화가 아니라 실제 운하 공사에 관련된 어렵고 전문적인 단어들을 중심으로 말이다. 그리고 파나마 운하 계획에 대하여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김옥균의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거 아무리 봐도 우리 한국에서 감당할 수 있는 공사가 아닌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륙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운하를 뚫는 공사야 중국의 통일 왕조들에 의하여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지만, 파나마 운하는 차원이 다르다. 글자 그대로 배가 산에 올라갈 수 있도록 산 한복판에 뱃길을 뚫어야 하는 것이다.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야 흔히 들어왔지만, 진짜로 배가 산을 지나갈 수 있게 만드는 공사라니 김옥균으로서는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가 지금껏 기억하는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를 않는 공사였다. 일단 배가 산을 지나갈 수 있게 만들 기술부터가 없고, 기술이 있다고 해도 과연 그 공사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하다못해 운하를 뚫어야 하는 구간이라도 짧으면 모를까 산맥의 결을 무시하고 일자로 뚫어버린다고 쳐도 그 길이만 약 80km 이상.

거리로만 따지자면 한양에서 천안까지를 일직선으로 연결하는 초대형 운하를 파는 격이다. 당연히 조선 왕조 500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공사 규모였다. 그간 별 탈 없이 이형을 따라온 김옥균도 어느 순간 이건 따로 충언을 올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망설이게 될 지경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황상께서 분명 따로 깊이 생각하신 바가 있으신 거겠지. 이제 와서 황상께 충언을 올려봐야 족히 한 달은 훌쩍 넘길 텐데 뒤늦게 만류해봐야 무슨 소용이냐. 그냥 내 일이나 해야지.'

"무릇 공사란 고된 노동과 때로는 적지 않은 피를 일으키기 마련이지요. 그와 같은 고된 노동과 희생은 부유하고 여유가 있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함부로 손을 대기에 꺼려지는 일이지만, 당장 내일 하루를 먹고 살 궁리조차 힘겨운 이들에게는 당장 생존을 위하여 절실한 일자리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시장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흐음, 그러니까 귀국에서는 파나마 운하 공사에 필요한 인력을 대고 싶다는 말씀입니까?"

"예. 우리 영광스러운 대한의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말씀하시기를 공사 구간 중 위험하거나 힘든 구간에 동원될 공사 인부들을 기꺼이 댈 의향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들 모두는 현장 기술자들의 지휘 아래에 놓이게 되리라 약속합니다. 다만, 그 대신 공사 인부들에게 합당한 대우와 시기에 맞춘 임금 지급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공사 인부들에 대한 발언은 이형이 따로 지시한 바가 아닌 김옥균이 스스로 생각해내어 덧붙인 말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딱히 월권도 아니었다. 어차피 직접 한국이 이번 공사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파나마 운하 개통과 공사 참여를 통한 외화벌이, 그리고 향후 파나마 운하 이용 시의 특혜 몇 가지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차피 지금 공사가 시작되어봐야 못해도 수년 이상은 걸릴 게 확실한 이상, 당장에 국익과 직결된 외화벌이라는 측면에서 김옥균의 요구는 지극히 합당하고 타당했다.

"···그야 물론입니다. 기브 앤 테이크. 무언가 일을 하면 그에 따른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 자유 경제의 기본 원리지요. 우리 합중국은 자유 경제의 수호와 개선, 확대를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 염려하실 필요 없이, 그들은 합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막상 그 요청을 들은 미 국무부에 있어서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내심 대륙횡단철도를 뚫을 적에 쿨리들을 노예나 다름없이 부려먹었듯이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대우를 한다는 전제로 공사비용을 계산하고 있던 그들로서는 다소 떨떠름한 이야기였다. 단가가 확 뛴 것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소득 격차에 따른 임금 격차가 있으니 그리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었음에도 그랬다. 아무 곳에서나 납치해와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부리던 쿨리들과 어느 정도는 제값을 주고 부려야 하는 파견 노동자들은 근본적으로 다른 까닭이다.

'그렇지만 현지 콜롬비아에서 댈 수 있는 공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할 게 뻔하고, 우리 합중국 시민들을 있는 대로 끌어오자니 인건비가 배 이상은 뛰어 버린다. 그럼 공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재정에 커다란 부담이 될 거고 혹여나 공사 중에 죽는 인부가 늘어나면 여론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아프리카로부터 흑인 노예들을 데려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소의 임금 인상을 각오하고서 또 한 번 아시아에서 노동자들을 끌어오는 수밖에 없나.'

그러나 그렇다고 미 국무부로서는 김옥균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없었다. 대안이 없는 까닭이었다. 결국 미 국무부는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도 애써 유혹을 뿌리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파나마 운하 공사 자체가 난공사가 예상되는 만큼 어쩌면 공사 도중에 너무도 많이 죽어서 공사가 지체되는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공사 인부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도 했다.

그렇게 우선 각자의 계산이 정리되고 나자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우선은 콜롬비아 정부의 인가가 있어야 할 겁니다. 어쨌건 간에 파나마 일대는 콜롬비아의 영토니까요. 물론 콜롬비아에서는 그간 계속하여 파나마 운하를 원해왔으니 그리 어려운 절차는 아니겠습니다만, 공사에 앞서 조율 기간으로만 넉넉히 5년은 소요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5년···? 으음, 제법 오래 걸리는군요. 아마 저는 첫 삽을 푸는 것조차 보지 못하고서 떠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걱정 마십시오. 미스터 김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첫 삽을 뜨는 걸 구경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진행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이 공사가 성사된다면 콜롬비아 정부는 글자 그대로 돈방석 위에 앉게 될 테니 그들도 결코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 합중국에 요구할 수 있는 것, 얻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얻어내고자 하겠지요.

기나긴 협상이 될 것 같습니다. 저쪽도 몸이 달아있으니 실패할 일은 없겠습니다만, 수주권을 최종적으로 따내는 데까지의 여정이 제법 피로하겠군요."

"꼭 저를 위해서만은 아니겠습니다만,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우선 수주를 따내기만 하면 더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예에, 뭐···. 아마 영국에서 꽤 시끄럽게 굴 겁니다. 저쪽에서도 지금 사정이 제법 궁하다 보니 소리를 지르는 정도로 그치기는 하겠습니다만, 역시 성가시겠지요. 그리고 말라리아- 한국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아무튼, 이 말라리아가 공사 인부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면 그건 또 만만치 않은 위협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두 가지 정도만 제외하면 공사 그 자체는 그리 대단할 것 없습니다. 그저··· 돈이 좀 많이 들고, 일손이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난공사일 뿐이지요.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합중국에서는 공사가 완료되고서 늦어도 10년 안에 모든 공사비용을 회수할 수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공사에 관하여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김옥균은 내심 진땀을 흘렸다. 한국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한 대공사를 조금 성가시다- 정도의 어조로 말하고 있으니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는 미 국무부의 허세였다. 당장 파나마 운하에 몸이 달아오른 건 콜롬비아만이 아니던 것이다.

이 무렵 미국은 혼자 힘만으로는 적지 않은 국력 소모가 예상되는 난공사에 전혀 생각지도 않은 구석에서 자신들도 공사에 참여하겠다며 나선 한국을 어떻게든 잡고 싶어 했다. 특히 공사 중 적지 않은 희생이 예상되는 와중에 선뜻 인력을 대겠다며 나선 것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인력이야 유럽에서도 구할 수 있었으나, 값싸고 많은 인력은 아시아가 아니라면 구할 수 없던 까닭이다.

그러니 미 국무부로서는 파나마 운하가 얼마 고되고 힘든 공사인 줄 모르고 달려든(?) 이 불나방이 공사의 실상을 알게 되어 도중에 도망치는 걸 무엇보다도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미 국무부는 최대한 공사전망에 대하여 호의적으로, 낙관적으로만 설명하였고 그럴 때마다 파나마 운하 공사에 대하여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온 김옥균은 기겁했다.

'도대체 이 터무니없는 국력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미리견은 실로 대국이고, 강국이다. 어찌하여 이와 같은 강대국이 아직도 세계를 주도하는 열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아직 시간문제일 뿐일 터. 장차 미리견은 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열강 중 열강이 되리라!'

'제발 도망가지만 말아라. 기술이야 유럽에서 사 올 수 있고, 자본이야 우리도 얼마든지 댈 수 있지만 값싸고 충분한 인력은 너희가 협조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단 말이다. 제발 그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로 협력해다오···!'

그러니 서로의 인식도 극과 극이 될 수밖에 없었다. 김옥균이야 막연하게 공부를 하고 왔다 보니 미 국무부에서 계속하여 낙관론을 펼칠 때마다 그것이 전문가의 소견인 줄 알고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반대로 미 국무부에서는 한국이 아무것도 모르고서 날아든 불나방이라 여기다 보니 말을 이어갈 때마다 사실이 반이오, 또 허풍이 반이 되었다.

당연히 이렇다 보니 김옥균이 인식하는 미국의 국력은 날로 상향조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김옥균의 인식 속에서 미리견은 80km 길이의 운하 정도야 가뿐하게 뚫을 수 있는 초강대국이 되고야 말았다. 김옥균의 향후 행보가 결정되고 만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자세한 내용은 우선 콜롬비아에서 수주권을 얻고 난 다음이 되겠군요."

"예. 대통령 당선인께서도 그리 전망하고 계십니다. 빠르다면 1번째 임기 말, 오래 걸린다면 아마 2번째 임기 초가 되겠지요. 자세한 합의는 조금 여유를 잡고 진행해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협상이 진전되고 난 다음 다시 이야기해보도록 합시다. 오늘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저 또한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귀국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그날의 만남은 돌이킬 수 없는 오해와 함께 끝이 났다. 김옥균으로서는 방미 기간 중 카네기가 사고뭉치가 될 공산이 큰 이하응을 서부에 똑 떼어놓고서 본인의 입지와 명성을 이용해 제멋대로 날뛰느라 소외되고 있다는 감상을 품던 차에 중요한 책임을 맡게 되어 참으로 뿌듯했던 하루였다.

그러나 관저로 돌아오는 길, 김옥균은 의아함을 품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황상께서는 머지않아 바빠질 것이라시면서 마치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에 모든 공사가 시작되기라도 할 것처럼 이야기하셨는데···.'

가능성은 두 가지. 김옥균이 머지않아 정식으로 공사로 임명을 받아 미국에서 수년간 머물게 될 예정이던가, 이형이 수주권 협상이 조기에 마무리 지어질 것으로 예측했던가.

김옥균은 후자라 판단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정식으로 공사로 임명받을 만큼 뚜렷한 활약을 보인 적이 없으니 정식 공사로 임명받기는 어려울 테고, 그저 이형이 직접 미국에 온 것이 아니다 보니 잘못 판단했다 여긴 것이다.

그러나 달랐다.

"예? 그러니까 수주권 문제가 벌써 해결되었다는 말씀입니까?"

"예, 일이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게, 이쪽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리라 여겼고 콜롬비아 측에서도 그리 생각하고서 협상에 임하던 차였습니다만···. 전혀 엉뚱하게도 프랑스가 공동 수주를 제의해오는 바람에 일이 술술 풀리게 되었습니다. 아마 지금 추세로는 헤이스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초 중에는 첫 삽이 떠질 듯합니다."

"그거 잘된 일이로군요! 하늘에서도 이번 공사를 돕고 계신 모양입니다!"

김옥균은 뜻하지 않은 소식에 크게 기뻐 방방 뛰었다. 이때만 해도 김옥균은 몰랐다. 그것이 한국에 있어서는 호재였을지 몰라도, 그 자신에게 있어서는 전혀 기쁜 소식이 아니었다는 걸 말이다.

아직 한국에 치명적일 정도로 외교관과 외무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부족한 까닭에 김옥균이 직접 공사 중 동원될 파견 노동자들의 명부를 관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건 불과 얼마 뒤의 일이었다.

* * *

한편, 김옥균이 뒤늦게 자신에게 떠넘겨진 이 막중한 책임과 업무를 깨닫고 절규하며 천천히 그 천문학적인 양에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을 무렵.

"그래, 수고가 많았소. 내 슬쩍 듣자 하니 10여 년 만에 귀향이거늘, 고향의 친우들과 간만에 교우를 주고받을 새도 없이 매일 같이 기자들을 상대하느라 사적인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더구려. 참으로 고생이 많았소."

"아닙니다. 본디 제 고향은 소격란(蘇格蘭:스코틀랜드)입니다. 미리견이라고 해봐야 철이 들고 난 다음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한번 고쳐보고자 건너간 일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무슨 연유로 제게 아쉬움이 남겠습니까? 이제 이 한국 땅이 제 일터요, 제2의 고향이거늘.

황상께서 소인에 맡기신 책임이 엄하고 중함을 익히 아는바, 조금의 피로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와아아! 대한제국 만세! 미합중국 만세! 한미 친선 만만세!"""

이형은 축하 인파들과 함께 인천항에서 기나긴 방미 여정을 끝마치고 귀국한 카네기와 그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간 수개월에 걸쳐 친미선전을 계속해온 덕분인지, 조정에서 따로 동원한 것도 아님에도 인천항에는 구름 같이 인파가 몰려들어 있었다.

사실 이는 이 무렵 만주인이건 조선인이건 가리지 않고서 한국인이라면 공통으로 유럽 바깥의 정세를 막연한 선악 대결로 간주하고 있던 것이 가장 컸다. 요컨대 한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서방 예의지국의 칭호를 달아줘도 아깝지 않을 현명하고 도덕적인 나라들이고, 한국과 사이가 틀어진 나라들은 포악하고 야만적인 오랑캐라고 여기던 것이다.

그간의 교류와 선전이 효과를 거두어, 미국은 서방 예의지국 중에서도 프랑스와 더불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라였다. 그 덕에 날로 공맹의 도가 빛을 잃어감을 두려워하는 유림은 물론이고 그저 막연하게 정부 정책이니 따르는 백성들도 이번 방미 여정으로 미국인들에게 막연하게 좋은 인상이나마 얻었기를 기대하고 있던 것이다.

"허허허!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기 그지없구려. 하지만 그전에 한 가지만 물읍시다."

"경청하겠나이다. 말씀하시옵소서."

"도대체 흥선왕께서 언제부터 그리도 열성적이신 천주학도가 되신 거요?"

그리고 그러한 백성들의 기대는 현실로 이루어졌다. 물론, 조정에서 결코 백성들에게 밝힐 수 없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 때문에 이형은 주변의 관료들과 인파를 의식하여 가능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결과적으로 이하응의 기대에서 벗어난 행동 덕분에 큰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나, 그 덕에 이형으로서는 어떻게 통제할 수도 없는 위험요소도 늘었다. 당장 이형으로서는 이하응이 무슨 생각으로 미국에 남았는지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하다 하다 미국에서 힘을 길러 무언가 일을 꾀해 보려는 건가. 하지만 교통이 편리한 시대도 아니고, 미국에서 일을 꾸며봐야 한계가 있다는 걸 모를 리도 없을 텐데···.'

따라서 이형은 내심 경계를 품었다. 이번 일로 이하응이 또 무슨 사고를 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근거한 경계였다.

이에 카네기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답했다.

"흥선왕께서는 날 때부터 신실 깊은 신자라고 들었습니다만, 아니었습니까?"

무엇을 숨길까.

막상 그토록 이하응만 화두에 오르는 걸 진저리를 내던 카네기조차, 내심 이하응이 본래부터 신실 깊은 신자였다는 사실에는 한 점의 의심도 품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뭐요?"

이형은 그저 영문을 모르고서 눈을 가만히 껌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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