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정 >
그리고 사태가 여기까지 커지고 나면 당연히 움직이는 사람이 있었다.
"유림의 반발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황후는 근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겨우 화해하는 듯하였던 유림과 또다시 척을 지는 걸 꺼리는 눈치였다. 태자의 생모로서 당연한 걱정이었다. 아직 태자가 어리다고 하지만, 이형이 유림과 척을 지면 질수록 뒷날 그걸 감당해야 할 건 후일 제위에 오를 태자라는 건 자명한 이치다.
물론 유림과 척을 진다고 해봐야 이형의 생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그만한 권위를 갖추었고, 무력을 갖추었다. 그러니 이형의 생전에 유림의 외침은 그저 공허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천하를 통일한 아비 아래에서 태어나, 그에 버금가는 업적을 어떻게 해도 세울 수 없는 태자는 어쩌면 좋은가. 황후는 그걸 지적하고 있던 것이다.
"듣고 있소."
하지만 황후의 걱정을 들은 이형은 덤덤하게 답했다. 그런 걱정일랑 추호도 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이에 황후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천지가 개벽한 이래로 한 나라의 사서가 천하 만민에게 널리 읽히게 되던 건 언제나 그 나라가 망하여 사라진 다음이었습니다. 아직 대한은 강성하며 젊사오나, 한 나라의 사료를 일찍이 공개함은 필히 흉조요, 길조가 될 수는 없나이다. 뜻을 물려주시옵소서."
"흉조라···."
이형은 뭐라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흉조와 길조. 비과학적이고, 오컬트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의 이형 자체가 그와 같은 오컬트의 산물이 아니던가. 적어도 환생이나 빙의 같은 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황후는 이를 이형이 동요하고 있다고 여겨 한발 더 나아가 물었다.
"성동격서의 책략이라면 이미 충분히 통하지 않았습니까. 듣기로, 이미 왜국과 청국, 제국 등지에서 명을 받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노국에 맞선 합종군을 계획하신 것이라면, 이제 그만 폐하와 대한국을 위하는 충용스러운 선비들의 뜻에 귀를 기울이시는 것이 종묘와 사직을 위하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 종묘와 사직을 위한 일이요."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드물게도, 황후는 입술을 깨물고서 이형에게 표독스럽게 캐물었다. 실록을 비롯한 사초를 민간에 공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작게는 사초를 기록하는 사관들이 위축될 것이고, 크게는 왕조와 제국의 전통성이 흠이 가는 수가 있다. 뭇 제국들이 막 들어선 다음 가장 먼저 왕조의 뜻에 반하는 사초와 서책들을 태우고 선비들을 죽이던 것 또한 왕조의 기틀을 닦기 위함이지 않았던가.
황후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기실 황후뿐 아니라 이 무렵 소식을 듣고서 뒷목을 붙잡고 넘어가던 이하응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나라의 사서가 나라가 망한 다음에나 작성되거나 공개되는 건 그 나라가 망해 마땅한 나라였음을 역설하기 위해서다. 나라가 망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역사가 영광 대신 비탄으로 찌들었다는 이야기니 그 기록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그 왕조는 병들고 부패하였으며 나약하다는 낙인을 받는다.
그런데 지금 대한이 나라가 망할 징조를 보이던가. 아니다. 황제인 이형이 왕조의 전통성에 구태여 흠을 낼 필요가 있는가 하면 마찬가지로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지금 공개하는가.
이형은 황후에게 자리에 앉도록 한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대정신-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군. 아무튼 부인도 알다시피 오늘날 천하를 지배하는 건 두 가지요. 국민과 민족. 지금이야 짐이 젊으니 온 나라가 짐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나, 장차 짐이 나이가 들고 정력이 쇠하면 쇠할수록 백성들은 더욱 많은 것을 배울 것이고, 더욱 많은 것을 나라에 기대하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이 나라를 스스로 이끌어나가고 싶어 하겠지!"
사람이 적당히 배가 부르고 식견이 넓어지고 아는 게 많아지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게 정치니까. 하고 이형은 덧붙였다.
그에 황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폐하께서 큰 뜻을 품으셨음을 비로소 알겠나이다. 하오나, 그것이 어찌 종묘와 사직을 위한 길이란 말입니까?"
"음, 이야기가 다소 길어지겠으나··· 부인도 알다시피 짐은 그러한 미래를 예견하고서 미리 이 나라의 헌법에 이 나라는 국민들의 나라라 명시해 두었소. 이 또한 서역에서도 늦으면 늦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언젠가는 이루어질 시대적 흐름이니 대단할 것도 없는 이야기요. 곧 이 나라는 국민의 나라가 될 것이며, 국민들은 이 나라를 그들의 뜻대로 풀어나가겠지."
그러나, 하고 이형은 덧붙였다.
그러고서 한쪽 팔을 괴며 입을 열었다.
"그럼 그 국민들의 나라에서 우리 같은 소위 고귀한 피들은 어떻게 해야 좋겠소?"
"···."
황후는 답하지 않았다. 이형의 설명을 따라갈 수 없었던 까닭이다. 우선 국민의 나라라는 게 무엇인지 감도 잡히지를 않았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그냥 왕조 교체와는 또 다른 것인지. 무엇 하나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상관하지 않은 채로 이형은 설명을 이어갔다.
"나야 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나 후대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왕권은 쇠락할 것이오. 100년이 걸릴지 200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즈음 되면 왕은 단순한 허수아비에 여차하면 없어져도 그만인 구닥다리 퇴물이 되어버리겠지. 국민이 신임하는 총리가 왕권의 빈자리를 대신할 것이고."
"폐하, 그건-."
"듣기 꺼려지는 이야기라고 하나, 어쩌겠소. 시대가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을. 어쩌면 100년이나 200년 후에는 이씨 황가 자체가 없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못난 놈이 제위에 올라 민심을 잃어 왕정을 폐하기로 한다면 필히 그렇게 될 것이오. 하오나 짐도 그것만은 싫소. 짐이 만들고 다시 세운 것이나 다름없는 나라요. 아무리 내 백성들이 예뻐도 그 때문에 내 자손들이 죽거나 내쫓겨 해외를 전전하는 생활은 결단코 싫소."
툭.
뒤편에서 또 한 번 만년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이형은 반응하지 않았다. 우선 당장 눈앞에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벌벌 떨고 있는 황후를 신경 쓰는 것만으로 족했다.
이형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째서 실록을 공개하느냐고 하였소? 우리 황실이 구름 위에 신선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요. 백성들 앞에서 벌거벗고서 추한 부분 아름다운 부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지. 지금이야 모두가 구름 위에 신선을 추앙하고 있으나, 머리에 먹물이 들기 시작하면 구름 위에 신선을 고깝게 여기고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들 먹물쟁이들이야 천지에 널렸소. 짐은 신선이 될 생각도 없으며, 내 후손들을 신선으로 만들 생각도 없소.
그래서 우선은 태자부터가 한양의 평범한 어린 소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소. 환상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고, 환상에서 깨어나고 나면 사람은 배신감에 사로잡혀 한때는 달콤한 꿈을 꾸게 해주었던 것을 원망하기 마련이니까. 차라리 언젠가 깨질 환상이라면 지금, 아직 짐이 건재하여 그 여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마무리 짓는 게 옳소.
장차 황실이 시대에 적응하여 살아남고자 한다면 마땅히 보통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오. 나라의 구심이자 큰 어른, 그 정도면 족한 거지. 이 나라의 백성들이 그러하듯이, 황실 또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이 되는 것이오."
거기까지 말한 다음, 이형은 짝짝하게 손뼉을 두 번 쳤다. 목이 마르니 물을 가져오라는 신호였다. 잠시 멍하니 이형을 바라보던 궁녀는 이내 화들짝 놀라서는 도망치듯 달려나갔다. 귀신이라도 본 듯한 몰골이었다. 이형은 그 꼴을 보며 뒤늦게 고민했다. 확실히, 입 밖으로 함부로 내기에는 과격한 미래 계획이었다.
'어차피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봐야, 궁 밖으로 퍼져나가기도 어려운 폭언이라는 것쯤은 짐작하고 있으니 지껄이고 있는 거지만.'
황제가 전주 이씨 황조의 미래를 비관하는 내용을 늘어놓고 있는데 제정신이라면 목이 달아날까 봐 두려워서라도 함부로 퍼뜨리지는 못할 터였다. 그 증거로, 제법 강단도 있었고 제 시아비조차 태자를 위하여 죽이려 들었던 황후도 오늘만큼은 이형이 또 무슨 말을 할지가 두려워 차마 입도 뻥끗하지 못한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사관이라고 하여 다를까. 흘끗 돌아본 사관은 지금이라도 사관으로서의 직무고 뭐고 때려치우고서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얼굴과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모처럼의 양장도 땀으로 흠뻑 젖어, 아마 이틀은 못 입게 될 듯싶었다.
이 모든 폭언을 입에서 토해낸 이형 혼자서 태연하게 옆에서 건네주는 차를 받아 마실 따름이었다.
"계속하자면, 보아하니 부인은 일부러 만주인으로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던데 구태여 그럴 필요는 없소. 짐은 만주가 반도와는 또 다른, 특유의 정체성을 계속하여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소. 다소는 섞일 필요가 있겠으나, 그렇다고 만주가 아주 사라져버린다면 그 또한 낭패될 것이오."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만주가 조선에 녹아들어 사라져버린다면, 일부러 만주와 조선의 피를 섞어 두 땅을 하나로 만들 황실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잖소. 한 100년, 200년쯤 지나고 나면 황제가 할 일이야 우둑하니 옥좌에 앉아서 나라의 구심점 노릇하며 웃어른 대우받는 게 고작일 텐데 말이요. 황실이 사라져도 온전히 하나로 남아있을 나라라면 그 나라의 국민들이 황실을 계속하여 섬길 이유가 대관절 뭐요?
물론 이 세 나라 중 조선이 가장 사람도 많고 부강하니 조선을 중심으로 뭉치게 되는 것까지야 어쩔 수 없겠으나, 그렇다고 조선이 만주와 몽골을 덧씌우고 지워 없애서야 곤란하오. 이 나라 조선도 이제 동군연합이라는 걸 배워볼 때가 된 게지."
이형은 그리 말하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로서는 이것이 타협점이었다. 대한제국을 연합왕국으로 남김으로써 황실을 언제까지고 나라의 구심점으로 남겨두되 황실 또한 국민의 일부일 뿐임을 보이는 것. 그것이 언제까지고 그의 자손들이 제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안배하면서도 대한제국의 근대화에 지장이 가지 않는 방법이었다.
물론 그 밑에는 우생학에 대한 경계도 분명히 있었다. 문화와 역사만이 우생학에 대항할 방법이라면, 지금 대한에서 가장 유구한 역사와 화려한 문화를 지닌 곳은 다름 아닌 전주 이씨 황실이고 궁궐문화다. 가장 좋은 무기를 손에 쥐고 있는데 휘두르지 않을 이유는 없던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지금의 대한제국 같은 전제제국에서는 둘도 없을 문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황후는 이미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기 직전이었고, 이형의 주위를 맴돌던 궁인들은 필사적으로 맹인인 양 귀머거리인 양 행세했다. 그들을 흘끗 돌아보던 이형은 손가락 끝으로 사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올리게."
무엇을, 이라는 부연설명은 없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는지야 뻔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사관은 한참을 펜을 놀리지 못하고서 망설이다가, 이형이 또 한 번 꾸짖은 다음에야 비로소 눈을 질끈 감고서 펜을 움직일 수 있었다.
* * *
이날 이후로 조정은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소문이 퍼진 것은 아니었다. 이날 자리에 대동하였거나 혹여나 어떤 발언이 터져 나왔는지 엿들은 이들 중 감히 혀를 함부로 놀릴 수 있을 만큼 강단이 있는 이들은 없었다. 발설하는 것 자체가 불경하고, 이에 대하여 평하려는 시도조차 황제에 대한 모독이다. 그럼 유일한 선택지는 침묵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무거운 침묵은 삽시간에 조정의 관료들을 집어삼켰다. 이날의 내막을 알지 못하는 관료들조차, 반쯤 기절한 황후와 필사적으로 귀머거리 행세를 하는 궁인들을 보고서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걸 단번에 읽어낸 것이다. 선비들의 시위와 실록 공개라는 대사건 앞에서 동요하던 조정의 여론은, 이날 하루 만에 가라앉고 말았다.
이러자 되려 당혹스러운 것은 한양에 모여든 선비들이었다.
"어째 조정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심상치가 않소. 어쩌면, 황상께서 크게 노하셨는지도···."
"그, 그렇지만 그게 어떻단 말이오? 지금 한양에 모여든 선비가 기천이요. 황상께서도 사초를 공개함이 얼마나 중한 일인지 아신다면, 설마···."
조정에서 흘러나오던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한순간에 끊기고 조정의 관료들이 진짜로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마냥 죽을상을 하고서 다니니,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다. 이 소란이 실록을 공개하느냐 마느냐에 관한 논란인 건 맞았으되 이형은 딱히 화를 낸 건 아니었으나, 내막을 알지 못하는 선비들로서는 또 한 번의 사화가 예고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그리 머지않아 이탈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목숨은 아까운 법이었고, 이건 선비들이라고 한들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하나둘씩 이탈하기 시작하니, 자연히 그 위세도 초라해졌다. 처음에는 천여 명의 선비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으나, 불과 보름이 안 되어 남은 건 고작 해봐야 스물한 명이 끝이었다.
처음부터 이 소란을 얼마나 추악한 조상들을 두었길래 저러느냐고 비웃던 한양의 백성들이 이를 보고서 유림을 더욱 우습게 여겼음은 물론이었다.
"뭇 현인들이 서책을 읽고자 함은 지성으로 장려해서 견문을 넓히기 위하여 노력하기 위함이며, 이로 말미암아 떳떳한 의리를 배양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오늘날 황상께서 사서를 널리 백성들에게 읽히도록 장려하심은 작게는 어린 백성들을 깨우치게 하기 위함이요, 크게는 대한국의 천년대계를 위함일진대 어찌 반발할 수 있겠습니까. 하오나 실록이 어찌 평범한 사서와 같겠습니까.
본디 실록을 기록함은 위로는 고황제께서 국본을 바로 세우기 위함이시오, 아래로는 뭇 선비들로 하여금 이 나라가 사사로이 사초를 왜곡하여 후세에 눈을 속이지 않음을 보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장차 실록을 완역하여 어린 백성들에게 읽히게 한다면 사사로운 사초에 희로애락 하여 장차 사관들이 노여움을 살까 두려워 그 뜻을 꺾지는 않을까 두렵습니다.
폐하, 실록은 지난 반 천년 조선조의 척수요, 국본이나이다. 부디 엎드려 청컨대, 소신의 충언을 듣지 않으시겠다면 차라리 이 도끼로서 목을 베어주소서!"
"""통촉하여주시옵소서!"""
하지만 그걸로 끝날 리는 없었다. 최익현을 필두로 한 마지막까지 남은 선비 스물한 명은 몇 날 며칠이 지나도록 궁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였다. 어디 죽여볼 테면 죽여보라는 듯이, 도끼까지 하나씩 챙겨 들고 와서 말이다. 선비들이 하나둘씩 낙향하는 거로 끝날 듯하였던 시위는 이에 따라 계속하여 길어졌다.
처음에는 시위하러 나온 유림을 비웃던 한양의 백성들도 이 무렵에 와서는 조금씩 평가가 달라졌다. 그래도 선비 중 의기가 있고 뜻 있는 이들 또한 있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나라 대한에 이와 같은 의기 있는 선비들이 남아있다니 실로 경사로다. 좋다. 내 경들의 충언을 받들어, 장차 언문으로 완역할 시에는 이를 기록한 사관의 성명을 명시하지 아니할 것이며 선황제 정조 대제 이전에 작성된 실록만을 공개할 것임을 약속하노라."
"""황제 폐하 만세! 대한제국 만세!"""
그제야 이형이 한발 물러났다. 사관의 신변을 보호함에 더하여 이미 당사자들이 죽고 없는 정조 대제 이전 사료들만 공개할 것이고, 또 더하여 15년의 제한시간을 둔 것도 없애 버리고서는 제가 죽기 전까지만 끝내 놓으라 명하였다. 그리고 그 뒤에서야 비로소 이 소란은 끝이 났다.
물론 유림에게 최선은 실록을 아예 공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으나, 그래도 저 폭군에게 이 정도의 양보를 얻어낸 것만으로 다행이라며 타협에 따르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이 무렵, 합종군은 이미 만주를 지나 전선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