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넓은, 너무나도 드넓은 >
한양에서 실록의 공개 여부를 두고 황제와 유림의 대결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 총리대신 김윤식은 이형의 명을 받아 범아시아 조약기구에 속한 제후들에게 원병을 파견할 것을 요구했다.
그 요구에서 기나긴 미사여구를 빼고서 내용만 간추려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간악한 북적 노서아의 재침공이 임박하였으니 아주의 제후들은 맹약에 따라 아주를 수호할 합종군에 참여할 것.』"
요구된 원병은 모두 합하여 10만. 장차 러시아와의 기나긴 국경선을 늘어놓고자 한다면 그조차도 최소한도만 요구한 것에 가깝다. 물론, 그것이 결코 적은 병력이라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적어도 이형으로서는 최대한 각국의 사정을 배려해준 셈이었다.
하나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원병 요청에 응한 것이 청, 제, 진, 일본 네 나라뿐이라."
이형은 옥좌에 앉아 턱을 괴고서 눈살을 찌푸렸다. 임시로 총리대신을 맡았다가 김윤식이 총리대신에 취임한 이래 외무부 장관을 제수받았던 유홍기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서 절절매고 있었다. 전임 총리대신이라는 인물조차 그러고 있는데 다른 장관들이라고 편할까. 오래간만에 소집된 어전 내각회의는 우중충하기 그지없었다. 우중충한 소식들뿐이었으니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청이야 사실상 대한제국의 속주나 다름없고, 따로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몽골은 어차피 국경을 마주 댄 처지니 따로 합종군을 모으려 할 필요도 없다. 일본은 실질적으로 왕이나 다름없는 요시노부가 한국에 호의적으로 보이려 애쓰고 있고, 제는 대한제국의 핵심이권 지대이며 왕이 된 이경하는 시위군의 소장. 진 또한 이형의 형제인 이재선이 왕으로 있으며 국경에 접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당연히 모여야 할 이들만 모인 격이다.
이형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제 턱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각각 변명이 있을 터인데. 어디 읊어보시오. 그리고 장관이라는 사람이 그리 기죽어 있으면 보기 흉하니까 이만 일어서고."
"예, 옛!"
이형의 말에 유홍기는 벌벌 떨면서도 허리를 뻣뻣하게 세웠다. 그 뒤에 나온 변명들은 가지각색이었다.
우선 대한제국령 코친차이나-는 어차피 한국에서 통치할 여력이 안 되어 프랑스에서 그대로 위임통치 중이었으니 변명 또한 형식적이었다. 거리가 너무 멀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원군을 보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변명이었다. 이형 또한 그리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 만큼 신경을 쓰지 않고서 넘어갔다.
월나라를 비롯하여 인도차이나 반도와 국경을 마주 대고 있던 나라들, 그리고 대만 또한 마찬가지의 변명. 너무 거리가 멀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물자를 보내어 후방을 지원하는 거로 상국의 황은에 보답하고자 한다는 응답이었다. 이 또한 이형이 예상했던 범주였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서 넘어갔다. 문제는 그다음.
"초와 위는 어찌하여 원병을 보내지 않는다고 하던가."
이형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누가 봐도 노기가 솟아오르고 있음이 눈에 훤한 모습이었다. 유홍기는 서둘러 답했다.
"그, 초왕이 답하기를, 황상의 부름에 응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북방과는-."
"거리가 있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낼 수 없다고 하던가."
대답은 없었다. 곧 긍정의 의미였다. 이형은 눈을 가늘게 떴다. 사리에 어긋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설명대로, 초가 차지하고 있는 강남은 러시아와의 국경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물론 대운하를 통한다면 능히 북방까지 원병을 보낼 수도 있겠으나, 억지로 쥐어짜면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어지간한 수고를 들일 작정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 대륙종단철도가 완성된 것도 아니니, 이해하지 못할 변명은 아니다. 후방지원에 전념하겠다며 나서고, 곧장 원화 100만 원 분을 선뜻 군비로 내준 것을 보면 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문제가 있다면 단 한 가지.
"오늘날 천하에서 초가 제일 의뭉스럽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이형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다른 곳도 아닌 초라는 게 문제였다. 처음부터 이형이 두고두고 의심하기 위하여 만든 나라였던 만큼 원병에 응하지 않았다는 딱지는 결코 쉽게 떨어질 수도 없었다. 물론 이형이라고 초에 원병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당장 지방의 군벌들을 경계하느라 여념이 없는 초왕 이인천에게 원병을 요구하는 건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다.
단지 처신이 잘못되었다. 차라리 이형에게 먼저 원병을 보내겠다고 먼저 나섰다면 이형도 기분 좋게 그럴 필요 없다고 후방지원에 전념해달라며 교시하였겠으나, 처음부터 후방지원에 나서겠다고 해버리면 영 모양새가 그렇다. 꼭 북방에서의 의미 없는 전쟁에 제 살을 깎아 먹고는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혹, 무언가 단서가 될만한 움직임은 없었는가."
"소신이 현지 요원들에게 따로 연락을 넣어 확인해보았으나, 의뭉스러운 움직임은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다만?"
이형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디 말해보라는 것이었다. 처음 이형에게 이야기를 꺼냈던 국정원 원장 하성일이 말을 마무리 지었다. 한때 이하응을 보위하는 천하장안의 일원이었으나, 지금은 선을 갈아타 이형의 개가 된 인물이었다.
"···듣기로, 요 몇 달 사이 초왕 이인천이 처소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노라고 들었나이다. 연세를 생각하여도 머지않아 명이 다하거나, 이미 다했으나 차마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쯧, 그게 문제였군."
이형은 작게 혀를 찼다. 결국 그놈의 수명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죽기 직전이거나, 이미 죽었으나 발표하지 못하고서 뜸을 들이고 있다. 어느 쪽이건 초나라가 선뜻 움직이지 못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아직 세워진 지 10년도 안 된 신생 왕국이다. 북방에서 러시아와 한판 대번 붙어보는 사이에 왕위를 찬탈해보려 군벌들이 움직일 개연성이야 차고도 넘친다.
거기에 왕위를 이어받을 세자는 아직 어리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본 역사에서는 신미양요 때 활약하였던 어재연 중장을 보내두었으나 그의 지휘 아래에 있는 시위군은 3만 명 남짓. 강남의 군벌들이 제각각 따로 움직인다면 그걸로도 충분하겠으나, 그들이 합종군을 이루어 우선 대한제국부터 강남에서 내쫓고자 든다면 시간 벌이가 고작 일터.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기 전에 미리 상국에 알려두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이제 와 책망해봐야 소용없다.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그간 미국이 어떻고 유럽이 어떻고 하느라 정작 중원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소홀히 하고 있던 건 명백한 이형의 실책이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요는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뿐.
"하면, 위는 어떠한가. 위 또한 거리가 멀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불가하다고 하던가?"
"그것이, 이번에 대륙종단철도를 놓느라 밭을 망친 백성들이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도저히 원군을 보낼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나이다. 현지의 호족들이 협력하여 가까스로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으나, 호족들이 함부로 곳간을 열려 하지 않아 밭을 망친 백성들에게 충분하게 보상을 해주지 못하여 아직도 백성들의 불만이 적지 않노라고~."
"허, 참."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또 이것대로 성가신 이야기였다. 초가 왕이 쓰러져서 혼란스럽다면, 위는 백성들이 근대화에 반발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아니, 어쩌면 한국 주도의 근대화에 저항하고 있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결국 그들에게 있어서 한국은 타인이고, 외국일 뿐이니까 말이다. 자기들에게 이익이 될 리가 없는 외국에 강요당하는 근대화를 좋아할 바보는 이 세상에 없다.
어느 쪽이건 언젠가는 시작될 일이었다. 처음부터 아무리 만주와 몽골과 손을 잡았다고 하나 조선 혼자서 거뜬히 유지할 수 있는 강역은 아니었다. 그저 언제나 그래 왔듯이, 이런 위기쯤은 대수롭지도 않노라고 쳐부수며 대한의 강성함을 보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지금 만일 우리 대한에서 지난 대전에서와같이 재차 대군을 일으킨다면 지금의 제국이 몇 달이나 버틸 수 있겠는가?"
이형은 흘끗 재무부 장관 어윤중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자리에 모여든 장관 중 유일하게 아직 마흔도 안된 젊은이였다. 김홍집이 태자의 교육계를 맡게 된 대신 장관으로서 임명받는 게 뒤로 미뤄졌지만, 어윤중은 이형에게 당장 급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인물이며 유림 사이에서 선망받던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왔다는 이점이 있다 보니 유럽 유학을 다녀온 인재 중 가장 먼저 장관직을 달 수 있던 것이다.
어윤중은 면목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이미 조선과 만주에서는 세를 물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물리었고, 이번에 새로 중원에 유통되는 주류와 담배 같은 사치품에 세를 물리어 당장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고 있사오나··· 경제개발계획과 병행하여 진행한다면 3달을 간신히 버틸 듯합니다."
"3달이라. 병사를 모으고 무기를 쥐여주고 병사를 움직이고 어쩌고 치면···. 쯧, 실제로 싸울 수 있는 건 1주에서 보름이 채 안 되겠군."
"송구하옵니다."
어윤중은 얼굴을 붉혔다.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형은 따로 그를 추궁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난 대전에서 한국이 날뛸 수 있었던 것은 첫째로 금 모으기 운동이라는 범국민적 운동이 있었고, 둘째로 미국에서 한국의 국채가 투기상품이 되어버리면서 거의 무한정에 가까운 외부공급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정상적인 재정 상황에서 50만이나 되는 대군을 단지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벅찬데 그걸 또 전쟁에 투입하려고 하면 그야 허리가 끊어져 버리는 게 당연하다. 이형은 손을 휘저으며 어윤중에게 마음에 두지 말라는 의사를 보였다.
이형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투덜거렸다.
"이거야 원, 영향권이 너무 넓다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야."
내각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절반은 공감이었고, 또 절반은 그 원흉이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나무람이었으리라. 물론 결코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불경한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이형은 잠시 생각하다 국방부 장관 유창근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우선 당장 급한 초부터 해결해보도록 하지. 지금 당장 초로 돌릴 수 있을 만한 여력이 되는 전력이 얼마나 있나? 가능하다면 신생 사단이나 연대일수록 좋네. 잠깐 자리를 비워둔다고 해봐야 대단한 여파도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1달 전 봉천에서 새로이 편성된 제12 용기병 연대가 있습니다. 다만, 연대의 8할 이상이 만주인으로 구성되어있는지라···."
"상관없네. 검을 거꾸로 쥐지 않는다면야 조선인이건 만주인이건 내 알 바 아니니까. 하지만 용기병 연대 하나로는 아무래도 걱정스럽군. 보병 중에서 초나라에 돌릴 여유가 되는 이들은 없나?"
"태백에 주둔 중이던 제1 산악사단을 쓰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제 슬슬 태백산맥의 범들도 씨가 말랐다고 하니, 인제 그만 조선 8도의 산악연대들을 전선으로 돌려도 좋을 듯합니다."
"아니, 산악연대는 그대로 두게. 본국을 지킬 전력까지 빼돌리기 시작해서야 끝이 없네. 그리고 범이 사라졌으니 이제 곧 도적 떼나 화전민 따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텐데, 태백을 비워두는 건 옳지 않다고 보네."
"송구하옵니다, 황상, 소신이 우둔하여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였나이다."
유창근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형은 답하지 않고서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초에 제후들을 끌어들일 수도 없고, 차라리 한양에서 조금 덜어내는 게 낫겠군. 제1 근위사단을 초로 돌리도록 하지. 혹 초에서 대응할 수 없는 소란이 난다면 남경에서 일어날 테니, 근위사단이야말로 임무에 알맞아. 제도방위사령부에는 내가 따로 연락을 넣어두겠네."
"하, 하오나!"
"소란 떨 거 없지 않나. 한양에는 국가헌병대 산하의 제1 경비단도 있으니 말일세. 그리고 이제 와서 한양에서 반정이 일어나기에는 이 나라는 이미 너무 멀리 왔어. 차라리 외적의 침공을 걱정하는 게 더 건설적이겠지."
이형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여차하면 자신이 홀로 한양에 남아있는 꼴이 되더라도 나라가 뒤집힐 일은 없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그걸 자만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형에게는 실제로 그만한 권위와 힘이 있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한들 정말로 한양을 텅 비워두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이형이 뜻을 굳히니, 유창근도 그저 우물쭈물하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형의 뜻을 꺾을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이형은 가만히 생각하다, 다시 외무부 장관 유홍기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래서, 이번에 북적과 맞서고자 나선 충용무쌍한 합종군은 얼마나 모였던가."
"일본국에서 1만2천, 청에서 3만1천, 제에서 1만8천, 진에서 9천으로 모두 합하여 7만입니다."
이형이 제시한 10만에서 3만이 모자란 전력이었다. 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러시아와의 기나긴 국경선을 생각하면 보태봐야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려웠다. 10만의 대군조차 최소치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일본이 1만이 조금 넘는 거야 애초에 해군이나 키우라고 육군을 반 죽여 놨으니 내가 의도한 거고, 러시아와 접하고 있는 것도 아닌 제가 2만 가까이 보냈다면 성의는 확실하게 보인 셈이지. 하지만 청에서 3만 남짓, 진에서 1만 이하라···.'
기대치 이하의 성과였다. 그렇다고 마냥 책망하기도 어려웠지만 말이다. 당장 위나라에서도 외세에 의하여 강요된 근대화로 소란이 빚어지는 와중에 아예 국경을 접하고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청은 말할 것도 없고, 진은 옛 태평천국 잔당들이 아직도 간간이 남아있으니만큼 본국을 함부로 비워둘 수가 없다.
그걸 참작해도 그리 만족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형은 입맛을 다셨다. 7만의 합종군. 이미 국경선에 배치되어있는 한국군을 합친다고 해봐야 20만이 채 되지 않는 전력. 물론 이 정도만 배치하여도 러시아가 방위선을 뚫고 동시베리아를 재병탄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에게 지난 두 차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건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님을 보이기에는 역시 부족하다.
'차라리 내가 나설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번에는 그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군. 한성근이 내가 기대한 만큼이라도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리고―."
"음?"
이형이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니, 유홍기가 한마디 덧붙였다. 이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돌아보니, 유홍기가 몇 안 되는 호재를 설명하였다.
"일본국에서 지난 무진전쟁 때 역도들에게서 거두었던 도검 500자루와 총기 2,000자루를 바쳐왔나이다. 노서아 북적들과 맞서는데 필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오."
이형은 히죽 웃었다. 그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물론 이미 최지용 보총이 보급되기 시작하고 수십만 대군을 유지해야 하는 대한제국에 있어서는 그리 대단한 도움도 아니었으나, 중요한 건 따로 요구한 것도 아님에도 자발적으로 바쳐왔다는 것. 지금의 사무라이 정권에게 있어서 도검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생각해보았을 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일개 낭인 나부랭이가 쓸 만한 하품이 아니라, 조슈 사츠마 같은 유력번의 가신들이 쓰던 도검이라···.'
"거 쓸만하겠군."
이형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으로서의 의미에서가 아니라, 군관들에게 포상으로 내려주거나 박물관에 전시해둘 의미에서였지만 말이다.
이미 유창근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사인검도 받았으면서 욕심도 많은 놈이라고, 이형은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