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석 >
그러나 한편으로 이형은 눈치챘다.
'총탄과 화약 이야기가 빠졌군.'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기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쓰이기를 바라는 선물이라면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건 도검이나 총기 이전에 당장에 쓸 총탄과 화약 쪽이 우선되어야 할 텐데도. 처음부터 전쟁에서 쓰라고 준 선물이 아니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럼 무엇이 목적일까. 우선 일차적인 이유는 틀림없이 황제인 이형에게 충심을 보여 이형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안심하게 하는 것. 그렇다면 이차적인 이유는?
'칼 장사를 해볼 작정인가.'
이형은 피식 웃었다.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왜란 이전부터 왜도는 조선의 군관들에게 그 나름대로 이름을 떨치던 기물이었고, 임진왜란 이후로는 아예 본격적으로 왜도를 도입하여 왜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과를 만들자는 논의가 나왔으나 무산된 바 있다. 화기의 발달로 인해 상대적으로 검의 쓰임새가 줄어든 까닭이다.
그리고 왜란 이후 환도 또한 왜도의 영향을 짙게 받아 그 효용성에서는 대단한 차이가 없어지면서 왜도는 사치품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는 에도 막부의 통치 아래 기나긴 평화기로 신분을 과시할 장식품으로써 왜도가 각광 받기도 했으니 따지고 보면 그냥 평화의 시대로 인한 쓰임새의 변경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렇다. 결국 왜도란 사치품이다. 단지, 프랑스에서 들어온 사브레보다는 전통적인 환도나 왜도를 선호할 시위군의 군관들이 환장할 사치품일 뿐이다. 아무래도 권총보다는 칼이 눈에도 잘 띄고, 빛을 받아 날이 번쩍이면 위협적이기도 하니까.
'조만간 공장에서 환도가 찍혀 나오기 시작하면 어지간히 이름 있는 장인의 물건이 아니고서야 금세 사그라들 테지만, 뭐. 그때까지는 눈감아 주도록 할까.'
이형의 선택은 모른 척 눈감는 것이었다. 아편처럼 함부로 팔아치우면 나라가 뿌리에서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물건이라면 모를까, 칼 장사 정도야 일부러 문제 삼는 것도 우습다. 예전처럼 칼을 팔아서 내전이나 쿠데타를 유도할 수 있는 시대인 것도 아니고 말이다. 진지하게 내전이나 쿠데타를 우려해야 한다면 칼보다는 총을 걱정하는 게 맞다.
기껏해야 가끔 군관들이 장인이 만들었다는 왜도를 차고서 으스대는 정도일까. 그 정도야 얼마든지 눈감아 줄 수 있었다. 누가 지니고 다니느냐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지 그게 한양의 귀부인들이 프랑스에서 들여온 귀걸이 따위의 장신구를 차고서 으스대는 것과 다를 게 뭘까.
물론 마냥 칼을 수입해서 쓰는 것도 안 될 말이었지만 말이다. 이형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참으로 장하도다. 변경의 왕이 북적에 맞서고자 따로 명하지 않았음에도 상국을 돕고자 하였으니 왜국의 충심함이 참으로 눈물겹도다. 여봐라, 도검 500자루와 맞바꾸어 각궁을 포상으로 내리고자 하는데, 나라에 몇 자루나 남아있느뇨?"
"그것이, 근래에는 병사들이 더 이상 활을 사용하지 않아, 제법 여유가 있는 줄 알고 있사오나···. 같은 연유로 관리에 미흡하여 포상으로 내리기에는 부족한 하품뿐이오. 상품은 극히 드문 줄 아뢰옵니다."
유창근의 대답에 이형은 작게 혀를 찼다. 예상 범주의 대답이었지만, 직접 귀로 듣자니 그리 달갑지는 않은 이야기였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략물자이었던 물건이었고, 옛날에는 오군영에서 썼을 물건들도 분명 있을 텐데 말이다.
결국 세도정치 시절 그만큼 전략물자를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이야기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래도 총기는 새로 서역에서 수입하거나 서역의 열강들이 세운 무기공장들에서 생산되면서 대거 교체되었으나 활은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다 보니 세도정치 시절에 만들고 관리한 그대로 방치되고 있던 것이다.
이형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럼 새로 만들면 그만이 아니던가. 이 나라가 양이의 화기를 쓰게 된 지가 이제 겨우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각궁을 만들 장인이 하나 없겠는가. 이는 상국의 위신을 살리기 위함이기도 하니, 마땅히 주의를 기울여 상품만을 모아 왜국에 하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게."
"하명하신 대로 따르겠나이다."
이형의 지시에 유창근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이형은 그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뭐··· 이걸로 일본에도 조선궁이 유행하겠지. 이건 사치품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회 비품이니까 꾸준히 팔리게 될 테고.'
일본에서 칼 장사라면, 한국은 활 장사라는 것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활 장사는 단옷날 무술대회에 써먹을 경기물자를 유행시키는 게 목적이라는 거였지만 말이다. 어차피 무술대회 자체가 한국에서 주관하여 종목을 선정하는 것인 만큼, 궁도 대회는 철저히 각궁 사용자들에게 유리하도록 판이 깔렸던 것이다.
결국 무술대회가 점차 정착하고 유행하여 승리와 명예를 원하는 선수들이 늘어날수록 아시아 전역에서 각궁 사용자들이 늘어날 테고, 그럼 그 판에서 선두를 질주할 건 조선궁을 전통적으로 제작해온 조선의 장인들이다. 이형은 그에 앞서 일본에서 우선 조선궁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구상을 품고 있던 것이다.
마침 중원을 평정하여 이전과 달리 물소 뿔을 수입하는 데에 애로사항이 꽃필 일도 없으니만큼 조선궁의 시장장악은 더욱 간단하리라. 물론 그 이전에 지금 이상으로 단옷날 무술대회가 흥행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일단 자질구레한 건 전쟁 이후로 미뤄둘까. 당장은 이 거대한 강역을 유지하는 것만도 벅차고'
"그래서, 노서아는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던가. 당장에라도 들이칠 것 같나, 아니면 미적거리고 있나?"
이형은 흘끗 시선을 돌려 국정원 원장 하성일을 추궁했다. 재전이 임박하고 있음이 누가 봐도 명확한 오늘날, 국정원장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정보였다. 하지만 하성일은 섣불리 답하지 못하고서 우물쭈물했다. 일전에 초의 거동이 심상치 않다고 간언을 올렸을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결국 이형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바탕 호통을 치려는 낌새를 보이고 나서야, 하성일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나이다."
"허, 지금 내 앞에서 네놈의 무능함을 뭘 그리 자랑스럽게 늘어놓고 있느냐?"
이형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잘 모르겠다. 그게 지금 명색이 첩보를 담당하는 인물의 입에서 나올 말이던가. 이형의 귀에는 당장 죽여달라는 말로밖에는 들리지 않는 처참한 대답이었다.
그에 하성일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소서. 황상께서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도록 설명해드리겠나이다."
"그래, 좋다. 한 번은 기회를 주마. 하나 두 번째는 없을 것이야."
"물론입니다. 하여, 오늘날 시비련에 대하여 설명을 드리자면―."
하성일은 숨을 깊게 들이쉰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황당무계한 것이었다.
"···노국의 황제가 시비련에 보내었던 원병이 무력화되었나이다."
"무력화되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설명하게."
"원병을 이끌던 노국의 장수가 급작스레 행방불명 되었나이다. 소문으로는 곰이 물어갔다고도 하고, 시비련의 추위에 낙오되었다고 하는데 무엇 하나 증거는 없이 낭설이 돌 뿐이라 어느 쪽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단지, 이번 일을 계기로 노국의 황제가 보내었던 원병이 모두 시비련 총독-그러니 노국 태자의 손안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만은 파악했나이다."
회의장에 침묵이 흘렀다. 현 러시아 차르와 황태자의 불화설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였다. 시베리아가 얼마나 척박하고 황량한 곳인지는 지난 전쟁 이후로 시베리아에 발을 디디게 된 한국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당연히 그런 벽지에 제아무리 총독이라지만 황태자를 파견한다는 게 보통 일일 리는 없다. 어지간히 태자가 밉보였거나, 아니면 러시아 황실이 장차 시베리아를 새로운 통치기반으로 삼고자 하거나.
한데 시베리아에 대대적인 투자가 있을 거라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 걸 보면 이는 명백히 전자다. 태자가 무언가 된통 차르에게 밉보였고, 그 결과 태자는 시베리아에 유배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베리아에 분란이 생겨 차르가 원병을 보냈다. 그럼 이 원병을 지휘할 장군은 당연히 한국과 싸우는 것도 물론 임무겠지만 태자를 감시하는 것이 더욱 주요한 임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태자를 감시할 장군이 사라졌다. 원인은 불명이라고 한다. 물론, 시베리아라고 하는 동토가 매년 크고 작게 사람들이 이유도 모르는 채로 사라지는 사건들이 잦은 곳이라지만.
"허, 참."
단지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이건 너무 공교롭지 않은가.
"대단한 우연이 다 있군."
이형은 히죽 웃었다. 흡사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얼굴이었다. 이형으로서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마 차르가 보낸 원병은 기껏해야 2만가량일 터. 방위선을 사수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방위선에 구멍을 낼 작정인 러시아에게는 한국이 러시아의 공격 방향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가정하에 그 정도만으로 충분하다.
반대로 시베리아군은 지난 전쟁에서의 피해를 거의 회복하지 못했을 테니, 기껏해야 5천이 넘지 않았을 터. 만일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제아무리 태자라지만 2만 남짓한 전력을 끌고 온 장군의 눈치를 보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장군은 죽어버렸고, 2만의 원병은 시베리아 총독인 태자의 손안에 들어갔다. 합하면 2만 5천. 결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노려볼만한 전력은 아니지만, 적어도 차르가 태자를 강제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끌고 갈 수는 없을 전력이 모였다.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한 가지.
"공을 세워서 금의환향할 것인가, 기반을 다질 것인가."
이형은 턱을 가볍게 손가락 끝으로 두드렸다. 전자라면 아마 당장에라도 공격해올 것이다. 후자라면 반대로 이번 충돌을 가볍게 마무리 짓고 싶어 할 것이다. 어느 쪽인 건 확실한 건 태자 알렉산드르 대공이 상당히 대담한 도박을 시도했다는 것. 사실상 차르와 정면에서 대적하겠다고 선언한 수준의 사건이다.
그리고 후자는 아무래도 어렵다. 시베리아는 착실하게 기반을 닦을 수 있을 만한 입지가 못 된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조차 해결되지 못하는 시베리아로 기반을 닦으려면 어지간한 뒷배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래, 어지간한 뒷배가 없다면.
"이거 우리 태자 전하를 위해서 상석을 마련해 드려야겠구만."
이형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내각회의에 모인 고관대작들은 그에 따라 웃지 못했다.
그저 눈앞의 황제가 이번에는 또 어떤 계략을 꾸몄을지 기대하며, 고개를 숙였을 뿐.
* * *
한편 그 무렵 바이칼호.
"푸엣취! 에라이 제기랄! 이놈의 얼어 죽을 동토는 봄이라는 계절이 없는 건가!"
원세개는 코를 훌쩍거리며 있는 힘껏 정면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물론 그렇게 투덜거려봐야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혹독한 동토의 눈바람에 제 메아리 소리조차 파묻혀 버렸을 따름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울창한 숲과 얼어붙은 하천을 경계로 늘어선 나무 울타리만이 그가 볼 수 있는 전부였고 약이라도 올리듯 더욱 소리를 키워가는 매서운 눈바람만이 그가 들을 수 있는 전부였다.
데운 술을 가져오겠다며 슬슬 도망친 선임 놈은 또 어디로 갔는지 벌써 1각 가까이 보이지도 않았다. 보나 마나 내뺀 것임이 분명했다. 근무도 때려치우고서 내빼다니 군기는 국 끓여 먹었고 짬밥은 똥구멍으로 처먹었냐고 욕이라도 늘어놓고 싶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기분도 이해가 가는 게 원세개였다. 그가 생각해도 이따위 날씨를 뚫고서 쳐들어올 적군이 있다면 그놈들은 사람 새끼가 아니었다.
저 눈바람을 뚫고서 나타난다면 차라리 곰이나 호랑이 따위가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들짐승들 따위 잡아봐야 출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미쳤지. 왜 이런 벽지를 제 발로 자처했을까. 그냥 한양에 남았더라면 출세는 못하더라도 하다못해 배는 부르고 등이라도 따스웠을 텐데."
원세개는 있는 힘껏 목청을 높여 투덜거렸다. 어차피 들을 귀도 없으니 목소리를 낮출 필요도 없었다. 있는 힘껏 배때기에 힘을 집어넣고서 소리 질러봐야 살이 에이는 칼바람에 묻힐 판국이었다. 그러니 원세개는 누가 들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서 있는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무엇을 숨길까. 이 무렵 원세개는 뒤늦게 섣불리 시비련 같은 변경을 자처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 그가 생각한 변경에서의 삶은 시도 때도 없이 오랑캐들이 넘어와 전투가 벌어지는 격전 지구였지, 이런 매일 같이 살이 에이는 칼바람을 맞아가며 모래주머니에 기대어 나무 울타리를 지키면서 허송세월 보내는 곳이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출세와는 거리가 한참은 멀던 것이다.
그제야 뒤늦게 선뜻 원세개가 시비련으로 갈 수 있도록 허락해준 제 상관을 원망해보아도, 이미 엎어진 일이었고 그조차도 자업자득. 이제 와 자존심 때문에 다시 한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빌어볼 생각도 못 하던 원세개는 차라리 노국 오랑캐들이라도 지금 당장에 쳐들어오기를 빌고 또 빌 뿐이었다.
"오오, 한양에서 왔는가. 그거 놀랍군그래. 한양에서 근무하였다면 그보다 황상께 총애를 얻기 좋은 곳이 또 없을 텐데. 한양을 포기하고서 이런 벽지를 자처하다니 요즈음 보기 드물게 패기 넘치는 젊은이구만."
"그건 또 무슨 개―."
불현듯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세개는 곧장 눈살을 찌푸리며 뒤돌아서서 제 심정도 알지 못하면서 멋대로 헛소리를 지껄인 의문의 인물에게 표독스러운 독설을 퍼부으려 했다. 물론, 하지는 못했다.
눈앞에 별이 보였으니까.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원세개는 그 즉시 몸의 근육 마디마디가 굳어가는 걸 느끼며 경례를 올렸다.
"추, 충성!"
"충성. 그나저나 요즘에는 혼자서 초소를 지키게 바뀌었던가? 흐음, 이거 이상하군그래. 돌아가는 대로 나도 모르는 새에 근무규정이 바뀌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장군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 내용은 결코 웃으면서 할만한 게 아니었다. 그가 돌아가는 대로 부대 전체에 비상이 걸릴 게 뻔히 보였다. 원세개의 낯도 절로 거무죽죽하게 죽어갔다.
이대로 혀를 깨물고 죽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 지나가다가도, 그 전에 우선 이 사달을 낸 선임 놈 배때기에 칼이라도 쑤셔 넣고서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장군은 원세개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한양에서 왔다고 했지. 정말로 대단하구만. 요즘 입으로는 애국애국 떠들어도 실제로 실천하는 의기 있는 젊은이들은 보기 드문데 말이야. 하물며 이런 벽지를 자청하다니, 참으로 놀라워!"
"···."
원세개는 필사적으로 눈알을 데굴데굴 굴려댔다. 이렇게 침묵을 지키는 게 실례이고 무례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대관절 뭐라고 답해야 좋을까. 이 장군은 왜 처음 보는 자신에게 이렇게도 살갑게 대해주는 걸까. 도대체 지금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길래.
정처 없이 두리번 두리번거리던 원세개의 시야 끝으로, 장군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이 들어왔다.
「한성근」.
"어떤가. 이번 기회에, 나라를 위해 크게 애국 한 번 해볼 생각 없나?"
세 발은 늦게 코트에 가려진 원수 휘장이 눈에 들어온 원세개는, 그대로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고만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