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91화 (291/530)

< 두 사람의 원수 >

원세개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서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나? 어떻게 하면 좋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수많은 궁리가 떠올랐다가 이내 사그라졌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기실, 이 무렵 원세개는 제가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조차 선뜻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까딱 잘못하면 죽거나 팔이나 다리 중 한 짝은 불구가 될 이 위험한 임무를 피해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위험과 고난을 헤쳐 나오면 얻게 될 출세에 목이 마르기도 하였다.

제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고 있으니 당연히 선뜻 대답이 나올 리가 없다. 그러나 대답하여야만 했다. 눈앞의 상대는 황제를 제외하자면 이 나라의 군부에서 가장 높은 인물이었으니까. 만족스러운 대답을 내놓지 못하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한편으로는 천외천의 곁에 빌붙을 수 없다면 하다못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곁에 빌붙어 보려는 알량한 탐욕이 원세개를 조금씩 정신적으로 내몰고 있었다.

그때 한성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일 무사히 시비련에서 돌아온다면···."

쫑긋, 하고 절로 귀가 열렸다. 무슨 말이 나올까. 어떤 당근을 내밀까.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무수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런 원세개를 귀엽게 바라보던 한성근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를 사관학교에 추천해주마."

'에이···.'

그러나 그 제안은 원세개에게 있어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도통 공부에는 취미가 없던 원세개였다. 일전에 김옥균과 만나 한성에 가 사관학교에 들어가라고 이야기를 들었을 적에도, 도저히 공부에는 마음이 가지를 않아 생도로서가 아닌 위병으로서 군문에 들어선 원세개였다. 문재는 없었으되, 무재만큼은 타고난 원세개였기에 그런 편법으로도 황궁을 지키는 위병에 뽑힐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 눈앞의 원수는 그에게 다시 공부의 길을 권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사관학교를 나오게 된다면 정식으로 장교로서 복무할 수 있게 되겠으나, 가능하다면 원세개는 학교를 건너뛰고서 곧장 장교로 임명받기를 바랬다. 눈앞의 원수가 조금 힘을 써준다면 그 정도야 일도 아니리라고 여긴 것이다.

그런 원세개에게, 한성근은 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리고 만일 무사히 모든 과정을 마친다면, 곧장 내 곁으로 발령을 받을 수 있도록 안배해주리라 약속하마."

그제야 원세개의 눈이 번뜩 뜨였다. 물론 첫 번째로 무사히 시베리아에서 돌아온다, 두 번째로 무사히 사관학교를 졸업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었다고 하나 마침내 눈앞의 원수가 원세개가 그토록 바라던 것을 안겨다 주겠다 약속한 것이다. 그럼 이야기가 또 달랐다.

스스로 공부하기를 싫어할 뿐 머리는 총명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원세개였다. 이제부터라도 공부를 시작한다면 그까짓 학교를 졸업하는 게 무슨 대수냐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러자 머릿속이 맑게 갰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진 것이다. 다만 그게 꼭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자신감과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원세개는 당당하게 물었다.

"각하, 질문이 있습니다!"

"음, 그래. 말해보게. 험한 길이 될 테니, 그야 호기심이 동할 만도 하지."

"만일 제가 2년 안에 모든 과정을 끝마치고서 조기 졸업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호오."

한성근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는, 아니 무례한 질문이었다. 무엇보다 병사가 당장 임무보다 공을 세웠을 시의 포상에만 관심이 있다는 건 그리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패기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한성근의 감상은 이 중 마지막에 해당했다.

'그래, 무릇 무인이라면 이런 맛이 있어야지.'

한성근은 흐뭇하게 껄껄거리며 웃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나 여전히 무인의 본질은 공을 탐하고 그 이름을 천하에 떨치고자 하는 공명심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한성근이었다. 무릇 남아가 검을 뽑았다면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겠는가. 안동 김씨의 종놈도, 그놈이 번역했다는 전쟁론이라는 서책도 영 마음에 들지 않던 차였다.

결국 그게 천하를 호령해야 할 자랑스러운 대한의 군관들을 좁디좁은 방 안에 처박아 놓고서 주판이나 두들길 줄 알지 검 하나 휘두를 줄 모르는 먹물쟁이 소굴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와 무엇이 다르던가. 무릇 무인이라면, 이런 패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마음을 담아, 한성근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내 비서실장에게 따로 이야기를 해두어 원수 비서실에 들어올 수 있게 해주겠다."

'물론, 그게 그리 쉬울 리가 없겠지만.'

한성근은 뒷말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말해봐야 소용없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무과를 보던 시절처럼 기예를 단련하던 시절이 낫지, 요즈음에는 옛 동양의 전쟁사로도 부족하여 서역의 전쟁사에 전공에 따라 수학이니 행정학 같은 신식학문과 이듬해부터는 전쟁론까지 공통으로 가르치겠다고 나서고 있지 않던가.

그 많은 과정을 정말로 2년 안에 끝내고 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인재라면 굳이 이번 시비련 정탐이 없어도 얼마든지 비서실에 들일 생각이었다. 물론, 그 경우에는 원수에게 추천을 받았다는 딱지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원세개는 그런 한성근의 속내는 조금도 알지 못한 채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큰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한성근은 답하지 않고 한참을 껄껄거리며 웃어댔다.

* * *

한성근이 그를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비서실장과 만난 건 원세개와 헤어진 뒤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각하, 옥체를 생각하여 주소서! 위병도 없이 이런 최전선에서 홀로 다니시다니요. 전하께서는 이 북녘땅에 없어서는 안 되시는 분이십니다!"

"음, 미안하구먼. 하지만 그런대로 소득은 있었네. 내 그리 출세에 목매는 놈은 옥균이 이후로 처음 봤어. 참 근래 보기 드문 젊은이였다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휴우. 아무튼, 무사하셨으니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조심해주십시오. 이 시비련 땅에서는 아직도 산군이나 곰들이 나온단 말입니다."

한숨을 있는 대로 푹푹 내쉬는 비서실장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한성근은 그 이후에도 한참을 웃어댔다. 기분이 좋았다. 젊은이들에게 향상심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었다. 장차 그가 일선에서 물러난 다음에는 그와 같은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게 될 테니 말이다.

한성근은 싱글벙글 웃으며 흡족하게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실속이 있는 줄은 몰라도, 허풍 떠는 재주로만 보면 천하제일이었지. 물론, 한창때의 폐하에 비하면 두수는 아래지만.'

다른 건 몰라도 패기 하나는 장군감이었다며, 한성근은 관저로 돌아온 다음에도 한동안 껄껄거리며 웃었다.

물론 군기교육대에 전방의 경계 상태가 상당히 부실하더라고 넌지시 한마디 던져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

그리고 이 무렵 프랑스령 아프리카, 항구 도시 두알라.

"오늘 아침 신문에서 봤는데, 루스키 놈들이 한국과 한판 하려고 군사를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래, 그렇다더군."

딱딱한 흑색 나무 의자에 걸터앉아, 루이는 조제프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서 신문을 펄럭거렸다. 머리는 잘 정돈하지도 않아 더벅머리에 다리를 꼬고서 허리를 있는 대로 뒤로 젖히며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를 프랑스 제국 아프리카 침공군의 필두라 한눈에 알아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하물며 관저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시장 거리 한복판에서 나무로 대충 깎은 잔에 커피를 마시고 있다면 더더욱 더.

그나마 잘 정돈된 제복과 말끔하게 정리된 수염이 아주 자기관리를 병폐하고 있지는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기실 이조차 조제프가 정리해준 것이었지만 말이다.

이미 그런 상관의 모습에 익숙해진 듯, 조제프는 덤덤하게 덧붙였다.

"신경 쓰이지는 않으십니까?"

"음, 그렇군. 일부러 딱딱해서 땅이 잘 파지지도 않을 시베리아를 무덤으로 정한 루스키 놈들의 어리석음에 우리 건배하세나."

루이는 사뭇 자신만만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서 나온 조선은 패기 넘치는 어린 국왕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에 불타는 청년 장교들, 그리고 충용무쌍한 젊은 병사들이 지키는 나라였으니까 말이다. 그는 자신이 가르쳤던 조선군을 믿었고, 또 지금은 황제가 된 소년왕을 믿었다.

루이는 그제야 신문을 고이 접어 무릎 위에 올린 다음, 시장에서 헐값에 사들인 거친 나무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그에 조제프는 웃으며 자신 또한 나무잔을 들어 올려 답했다.

"건배."

짠, 하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뭉툭하게 툭 하는 소리가 났을 뿐이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구할 수 있는 윤기가 흐르는 도자기 잔이 아니었으니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제프는 그제야 비로소 그가 벽지에, 아프리카에 와있다는 실감이 났다.

시선을 돌려 시장 거리를 빙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는 건 온통 거뭇거뭇한 피부의 원주민들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어떻게든 조제프와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으려 애를 쓰며 멀리 떨어지려 했다. 그 탓에 안 그래도 좁은 시장 거리에 인파가 한쪽으로 모여 더욱 비좁아졌음에도, 그들은 감히 조제프와 루이에게 가까이 다가올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침략자다. 프랑스의 언론인들과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그들을 포장하려 애쓰고 있으나, 그런다고 현지의 주민에게 프랑스군이 살갑게 다가올 리가 없다. 짐짓 무서운 얼굴을 한 채, 주민들은 구경도 못 해본 최신식 병기들과 제복을 차려입고서 시도 때도 없이 거리를 활보하며 치안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그들의 이웃사촌을 가죽 채찍으로 흠씬 두들겨 패는 침략자.

"참 마음에 안 드는 일이야."

그런 조제프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루이는 낮게 중얼거렸다. 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담고서는, 루이는 말을 이었다.

"만일 이 꼴을 나폴레옹 대제께서 보신다면―."

"우리 후손들이 일 잘하고 있다고 흡족해하시겠지요."

"···부정할 수는 없지만, 자네는 말을 조금 더 가려 하는 편이 좋아."

루이가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서 노려다 보자, 조제프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루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 직장이었다. 그만큼 출세는 가깝고, 권세도 이미 손에 들어왔지만, 이보다 나은 전장은 없었을까. 돌이켜 생각하면 파리를 지키던 그때야말로 영광의 시절이었노라 루이는 마음속 깊이 생각했다.

이 무렵 프랑스의 아프리카 정복은 순탄 그 자체였다. 글자 그대로 말이다. 원주민들은 프랑스군이 등장하기만 해도 겁에 질려 항복하거나 가끔 항전을 시도하다가 압도적인 병기의 차에 압살당했고, 그럼 그걸로 끝이었다. 마침 대공황으로 일자리를 잃었던 빈민들은 하나둘 아프리카로 향하는 몸을 실었고, 그렇게 험난한 항해를 마치고서 아프리카에 도착하면 본국에서 하류 인생이던 그들은 지배계층이 되었다.

전투는 싱겁고, 불만이 쌓였던 하층민들은 아프리카로 이주하면서 본국에는 제국에 충성을 바치는 충성스러운 시민만이 남고, 아프리카에서 약탈해온 약탈품들은 당장 재정난에 시달리던 국고를 가득 채웠다. 위로부터의 시선으로 생각하면 이보다 기쁜 일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내 아버지는 물라토요, 조부는 깜둥이였으며, 증조부는 원숭이였소.』"

"예? 그건 또 무슨―."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저자 알렉상드르 뒤마가 적은 구절이라네. 우리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문학가 말이야."

루이는 잔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잔을 내려놓은 팔로 턱을 괴며 말했다.

"아마 작중인물의 입을 빌려서 하고 싶었지만 끝내 제 입으로는 못했던 말을 한 거겠지. 우린 장차 수십 수백만 명의 뒤마를 만들게 될 거야. 참으로 자랑스러운 이야기가 아닌가. 프랑스 문학계의 미래는 창창하군. 위대한 프랑스 만세. 혁명 만세. 자유, 평등, 박애 만세. 와아, 짝짝짝."

"하하하···."

조제프는 답하는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뭐라고 답해봐야 좋을 게 없는 말이었다. 하물며 제국에 있어서 혁명 운운은 귀문이다. 혁명을 뿌리로 삼은 제국이었으되, 그를 위해 국민공회를 부정하였던 제국이었기에.

지난번 베를린에서 크게 말실수를 한 이래로 함부로 문제가 될 발언은 하지 않기로 한 조제프였다. 하여, 조제프는 답하는 대신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아 참, 그 기사도 읽으셨습니까?"

"무엇을?"

"나시르···라고 했던가? 아무튼, 페르시아의 황제가 섬나라 불독 놈들에게 반기를 들었답니다."

그건 미처 읽지 못한 이야기였다. 사실, 이 무렵 프랑스의 관심 지대는 아프리카였지 중동이 아니었던 만큼 워낙에 작게 기사가 나 미처 루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루이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호오, 구체적으로는?"

"영국에 내줬던 이권들을 모두 회수해서 그 돈으로 내년부터 한국을 본떠 의회를 세우고 철저한 부국강병책을 추진하겠답니다. 불독들이 움직일 수 없을 때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다는 거겠지요."

그건 또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어떠한 미혹도 없이 있는 그대로 축하해줄 수 있는 즐거운 소식이기도 했다. 자고로 프랑스인에게 영국이 엿을 먹었다는 소식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으니까. 거기에 페르시아는 어차피 러시아와 영국이 맞부딪히는 곳이지 프랑스에는 상대적으로 관심 바깥에 있는 곳이었다.

루이는 잠시 생각했다. 이미 한국이라는 성공사례도 있다. 만일 페르시아도 성공한다면 어떨까. 물론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열강으로 성장하는 건 어림도 없겠지만, 하다못해 지역 강국 수준으로라도 성장한다면? 이를 프랑스가 지원한다면? 단번에 영국령 인도의 목에 칼을 겨누고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는 효과를 노려봄 직하다.

하지만 그의 입은 그런 희망찬 구상과는 정반대의 대답을 입 밖으로 내놓고 있었다.

"아까운 인물이야. 조만간 죽겠군."

"뭐, 그렇겠지요."

조제프 또한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오늘날의 세계는 분명 페르시아를 비롯하여 열강의 침탈에 신음하던 이들에게 둘도 없는 기회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열강이 완전히 고삐를 놓은 것도 아니다. 단지 조금 느슨하게 쥐고 있을 뿐이다.

도박은 좋다. 지금이 아니면 도박을 걸어볼 기회조차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해야 했다. 영국을 등진다면 러시아와 손을 잡기라도 해야 했을 것 아닌가. 러시아가 보는 앞에서 의회 운운이라니. 이건 뭐 러시아와 영국 양쪽 모두에게 중지를 치켜든 격이다.

분명 나라를 위한 결단이었던 건 확실하지만, 페르시아의 샤한샤는 조금 더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를 가져야 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프리카에도 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가 있었지."

루이는 덤덤하게 말했다. 조제프는 한순간에 루이가 말하는 곳을 알아차렸다.

"에티오피아입니까?"

"그래, 아마 또 우리의 파스타 친구들이 애를 먹지 않겠나. 가서 좀 도와주고 오게. 괜히 지지부진하다가 불독 놈들이 기운을 차리면 곤란해."

루이의 말에 조제프는 눈이 번뜩 뜨였다. 이제는 원수가 된 루이에 이어 덩달아 아직 서른도 안 된 젊은 나이에 대령으로 쾌속 진급한 조제프였다. 정식으로 부대를 지휘해본 경험도 없이, 그저 쾌속 진급하는 상관을 계속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하는 사이에 어느새 본래대로라면 슬슬 퇴역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곳까지 올라와 버린 것이다.

그래서 조제프에게 그러한 현실에 어떠한 불만도 없는가, 하면.

"명 받들겠습니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그래도 명색이 이제 대령인데, 언제까지 상관 시다바리나 해야 한단 말인가.

조제프는 자꾸만 말아 올라가려 하는 입꼬리를 기를 쓰고 누그러뜨리며, 있는 힘껏 정자세로 군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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