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92화 (292/530)

< 남쪽 >

시베리아에서의 충돌을 가정하고, 한국에서 상정했던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 성급하게 공격해오거나, 아니면 시간을 들여 병사들을 장악하면서 기반을 굳히거나.

이 중 러시아-보다 정확히는 태자 알렉산드르 대공의 선택은 전자, 로 보였다.

"됐다. 후퇴한다. 종아리를 끊어놨으니 당분간 근방에서는 안 보이겠지. 깊이 들어가지 말고 물러난다."

"сука блять ! 저 여우 같은 새끼들이···! 난 됐으니까 저놈들이나 쫓아! 잡아 죽여! 결코, 몸 성히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

그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던 것은 강을 경계로 전선 각지에서 모피 사냥꾼들이 중심이 된 엽병 간의 총격전이 시작되기 시작하면서였다. 그건 곧 러시아군 또한 하나둘 전선에 도착하여 진지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무엇보다 확실한 전조였다.

이 첫 조우전은 대개 더욱 깊숙이까지 들어가 정탐하려는 합종군의 엽병들과 어떻게든 합종군의 엽병들이 더욱 깊숙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러시아군 엽병이라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이는 얼핏 묘한 구도였다. 막상 공격을 준비하는 건 러시아군인데도, 정작 정탐에 더욱 적극적인 건 합종군이요, 러시아군은 계속 틀어막기만 할 뿐이라니 말이다.

다만 글로 써두면 단순해 보여도, 그 이면에서는 무수한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었다.

"쏘지 마! 아군이다! 쏘지 말라고!"

탕-!

"야 이 개자식아! 아군이라니까! 조선말 안 들려? 내 뭐라고 하는지 모르냐?"

"···엉? 뭐야, 김 상병이네? 허, 난 또 곰이라도 나온 줄 알았더니···."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엽병 간 오사였다. 시베리아가 워낙에 맹수가 들끓다 보니 사람처럼 제법 덩치가 있는 표적을 발견하면 우선 경계하고 보는 게 생활상이 된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큰 것은 이 무렵 엽병들이 입고 다니는 옷들이 대개 비슷비슷한 곰 가죽 또는 사슴 가죽옷이라는 점이었다. 그것이 시베리아에서 가장 흔한 재료였으며, 또 그만큼 따뜻했으니까 말이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눈보라가 몰아치다 보니,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을 보지 않으면 그것이 러시아군인지 합종군인지 그도 아니면 짐승인지 분간이 가지를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건 대부분은 합종군이었다. 방어하는 입장인 러시아 엽병들은 매번 같은 장소를 맴돌다 보니 아군과 오사가 벌어질 우려도 적었지만, 합종군의 엽병들은 쳐들어가는 입장인지라 종종 길을 잃고서 서로 우발적으로 교차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악,! 내 팔! 저 개자식들이 내 팔을··· 아아악!"

"不要開槍!友情羅!我不是野獸!"

"助けて!足、私の足!総にヒット!緯糸!医師を呼んで!"

"십헐 뭐라는 거야! 알겠어. 알겠으니까 쏘지 않을 테니 일단 조선말로 해, 이 새끼들아! 조선말로!"

단일군이 아닌 합종군이라는 점도 문제가 되었다. 범아시아 조약기구군 통합사령부로부터 동시에 지휘를 받고 있는 처지라고 하지만, 같은 나라의 군대끼리도 이따금 실수로 총격이 오가는 와중에 합종군끼리 총격이 오가고 나면 단숨에 신뢰가 흔들렸다. 이 문제는 몽골인과 조선인 등 동토에 거하던 엽병들만을 쓰게 된 다음부터는 서서히 사그라졌지만, 그래도 아군 오사의 문제는 계속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다 보니, 되려 치고 들어가는 입장인 합종군의 엽병들이 더욱 방아쇠를 당기기를 꺼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그것이 러시아군의 우세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아군 오사가 문제가 될 정도라는 건,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어마어마한 숫자의 엽병들이 전선에 투입되고 있음을 의미했으니까 말이다.

질을 무시하고서 생각한다면, 이 무렵 합종군의 엽병은 가볍게 러시아가 동원한 엽병의 대여섯 배에 근접했다. 이러한 수적 우세는 아군 오사를 피하기 위하여 투입을 줄인 다음에는 크게 줄어 2, 3배가량으로 줄었으나 그런데도 여전히 수적으로 우세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Ёбанный! Ёб твою мать!Еблан, Еблан!"

"아바이, 고저 마우재 말 좀 할 줄 아오? 내래 마우재 놈들 서적 쓰는 건 댓번 봤어도 헤가 짧으 뭐라는지 도통 모르갔소."

"니미씹이라 카네."

"···이 마우재 놈이 무시개?"

이러다 보니 전체적인 희생은 합종군이 더 많아도, 전 전선에 걸쳐서 우세를 쥐는 건 합종군이었다. 특히 괜한 인원을 줄이고서 조선 모피 사냥꾼들을 대거 투입한 다음부터는 더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 무렵 조선 땅에서 호랑이나 곰 같은 맹수들이 씨가 마르면서 생계를 이어가려 북방으로 이주한 포수들인 경우가 상당수였기에 특히 그랬다.

진작에 박물관에 들어가야 했을 구닥다리 조총으로도 그 사나운 호랑이들을 척척 잡아내던 포수들에게 볼트 액션식 소총이 대뜸 쥐어지니 더 이상 꺼릴 게 없던 것이다. 포수들은 짐승이라도 사냥하는 양 적병이 시야에 들어오는 족족 기꺼이 방아쇠를 당겼다. 사실 그들에게는 짐승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상대는 머리는 노랗고 눈은 퍼런 오랑캐였다. 한양의 시민들이나 서역에 동경을 품은 윗선이라면 모를까, 여전히 변경에서 생활하던 포수들에게 색목인은 사람 말할 줄 아는 짐승 이상도 이하도 아니던 것이다. 물론 이는 러시아의 포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던지라, 양국의 포수들이 마주치면 서로가 서로를 짐승 즈음으로 여기고서 잡아 죽여댔다.

"지금 제정신인가! 하다 하다 사람 가죽을 벗겨서 침구에 장식해? 부대가 발칵 뒤집혔어. 내 그동안은 눈 감아 줬지만, 하다못해 안 보이게 치워뒀어야지!"

"하지만 이 마우재 놈이 어마이를 욕보였소!"

"그렇다고 그런 흉물을 가지고 오나! 군에 들어왔으면 병사로서의 자각을 가지게. 우리가 지금 전쟁을 하러 왔지 인간 사냥하러 온 줄 알아!"

이 때문에 간혹 정말 호랑이라도 사냥한 양 가죽을 벗겨 전리품으로 챙겨 부대로 귀환하는 등의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런 경우, 당연하게도 헌병대에 의하여 단속되었다. 표면상으로는 말이다. 자랑하려고 부대에 들고 온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대강 처리하고서 묻어버리는 경우에는, 들킬 일이 없으니 당연하게도 처벌도 없었다.

이런 잔학한 살해는 필연적으로 보복을 초래했고, 그럴 때마다 전선은 서로를 향한 증오로 가득 메워졌다.

그리고 이 증오가 정점에 달했을 무렵,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Съ нами Богъ(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시노라)! 아버지 러시아를 위하여! 만세! Ура! Ура―!"

"""Ура―!"""

퍼퍼펑-.

결전의 날은 다소 일렀다. 아직 시베리아의 눈이 모두 녹기도 전에, 러시아군은 지난 전쟁 이후로 국경으로 정해두었던 예니세이강을 넘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인 어슴푸레한 새벽. 접경지대에 모인 합종군의 병사들은 잠이 채 깨기도 전에 방어진지를 향해 달려가야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러시아군의 포격이 쏟아졌다. 그 뒤 마찬가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합종군의 포격도 러시아군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다만 그렇게 포격을 주고받아도 양군의 피해는 없다시피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러시아군이 동원한 포병전력이 대수로울 것 없었기 때문이었겠지만, 설령 포탄이 명중한다고 한들 그 바로 믿은 타격을 입어도 두꺼운 눈밭 탓에 충격이 대거 흡수되어 평지에서보다 그 충격이 극히 작았다.

무엇보다 나무가 너무나 많았다. 제대로 조준하고서 포탄을 발사해도, 날아가는 도중 어느 이름도 모를 고목에 부딪혀 멋대로 폭발해버리거나 아니면 나무에 포각이 가려 포격을 가할 수도 없었다.

"으, 으아아! 내 다리, 사람 살려!"

"눈이나 똑바로 떠, 이놈아! 네 다리 멀쩡하다. 너도 아직 안 죽었고! 그냥 쓰러졌을 뿐이야!"

그러니 이 포격이 일선의 병사들에게 준 가장 큰 효과는 심리적 동요였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나팔소리와 총소리, 대포 소리는 전선의 병사들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각지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고, 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이들이 왕왕 나왔다.

이전과 달랐던 것은 여러 차례 전쟁이 계속되며 이렇게 신병들이 제 자리에 주저앉아 전투를 포기해 버려도 옆에서 그런 신병을 이끌 고참 하사관들이 대거 축적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평화에 찌들기에는 그간의 전쟁이 너무나도 잦았고, 하사관들이 병사들을 관리하는 유럽식 군제가 온전히 정착한 다음이었다.

따라서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만세 소리와 비명, 총소리와 포격 소리에서도 합종군은 어떻게든 동요를 최소화한 채로 전선에 나섰다. 신과 차르에게 경배를 바치며 그들의 방위선을 향하여 무자비하게 돌격해올 러시아군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다만 실제로 벌어진 전투의 양상은 그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야 이 우라질 놈의 노서아 놈들아! 당장 이리로 오지 못해? 이놈들이 싸우는 것도 좀스러워서는, 계속 이럴 거면 고추 떼버려라. 이놈들아!"

"우우! 치졸하다! 치사하다! 나무 뒤에서 총이나 쏴대는 게 전쟁이냐! 싸울 마음이 있기는 한 거- 커컥!"

기대와는 달리, 러시아군은 돌격해오지 않았다. 그저 나무 뒤에 숨어서 가끔 방아쇠를 당기며 부주의하게도 함부로 목책 위로 머리를 드러낸 합종군 병사들을 사냥할 따름이었다. 처음에는 돌격에 앞서 일선 병사들의 사기를 꺾어두기 위함이라 여겨 착검을 지시한 장교들도, 그런 지루한 총격전만 한 시진이 지나도록 이어지니 무언가 이상함을 알고서 눈을 부라렸다.

당연히 합종군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러시아에서 소리만 요란스럽게 낼 뿐 섣불리 공격해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합종군은 그 즉시 병사들을 뒤로 물린 다음 엽병들을 위로 올렸다. 이래서야 그간 이미 크고 작게 이뤄지고 있던 엽병끼리의 전투와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결국, 그날 러시아군은 합종군 방어진지 가까이 다가와 종일 방아쇠를 당기다가, 해가 저물 기미가 보일 즈음이 되어 다시 물러났다.

타타탕-.

"이, 이 개새끼들이! 아주 그냥 밤을 새워서 지랄 염병을 해대네!"

"쉿! 조용히 하게. 괜히 소리를 내면 들킬··· 이크!"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로 러시아군은 새벽, 낮, 오후, 밤을 막론하고서 시도 때도 없이 방어진지 코앞까지 쳐들어왔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단지 돌격에 앞서 사기를 꺾어두는 게 목적이라 여겼던 장교들도 이쯤 와서는 생각을 고치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군은 진지하게 방어진지를 돌파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그저 합종군을 괴롭히기 위하여 공격과 후퇴를 반복하던 것이다. 처음에는 이따금 얼굴을 볼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기도 했으나, 이를 노리고 숨겨둔 기병 부대가 무방비한 엽병들을 유린한 이래로는 그마저도 사라져 흐릿한 인영도 보이지 않을 거리에서 깔짝거릴 따름이 되었다.

그렇다고 역으로 이쪽에서 엽병을 동원하여 공격하니, 러시아군은 그저 물러날 뿐 싸움에 응하려 하지를 않았다. 간혹 우연하게도 러시아군의 진지를 발견하여도, 곧장 불태우고서 물러난 다음 합종군의 엽병들이 물러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돌아와 또 새로운 진지를 세우곤 했다.

"비겁하다! 당장 이리로 와서 싸워라, 이 겁쟁이 놈들아!"

"진짜로 정신 사나워 죽겠네···. 저놈들, 싸울 마음이 있기는 한 거야?"

그러다 보니 합종군으로서는 울화통이 터졌다. 아직도 러시아 기병 부대의 행방은 묘하고, 적어도 기병 부대의 행방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섣불리 공세를 취할 수도 없는데 어느 한점을 노려서 그곳만 노리는 것도 아니고 예니세이강을 따라 전 전선에 걸쳐 깔짝거리기만 할 뿐 함부로 싸우려고 들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언제 러시아군이 공격해올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우던 합종군도, 이와 같은 양상이 보름을 넘어 한 달 내내 이어지니 진저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예 방어진지를 돌파하려 열정적으로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물러나려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추후 있을 큰 그림의 일부라 보기에는, 러시아군은 아주 진지나 마구 공격한 다음 충분히 괴롭혔다고 판단되었을 때 곧장 물러났다.

그저 합종군을 괴롭히려 하는 것 말고는 일정한 움직임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장소도 없으니, 상대하는 입장으로서는 피곤할 따름이었다.

"무인으로서 긍지도 없는 거냐!"

소리쳐봐야,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도 없었다. 상대는 조선말을 할 줄 몰랐으니까 말이다.

참으로 전장의 불명예였다.

도저히 유럽의 열강이 비유럽권 국가를 상대로 취할만한 전략은 아니었다.

* * *

그리고 이러한 전황은 당연하게도 한성근의 귀에 들어갔다.

"노국에 고평가를 받아 기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비겁하다고 욕지거리라도 해야 할는지, 참···."

눈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한성근은 빤히 지도를 노려다 보았다.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 위에는 지난 한 달 내내 러시아군이 공격하였던 방어 진지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대부분은 乙 자로 간단히 표시되어 있었으나, 일부는 甲이라 따로 표기되어있었다. 두 번 이상 공격을 받은 진지들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진지들을 갑과 을로 나누고 지도를 뚫어지게 노려다 보아도, 한성근은 이 일련의 공격에서 어떠한 연관성도 찾을 수 없었다. 특별히 공세를 자주 받은 전선도 없었고, 그렇다고 특별히 적게 받은 전선도 없었다. 러시아군은 안 그래도 부족한 전력을 최대한 분산시켜 전 전선에 걸쳐 산발적인 공세와 후퇴를 반복하고 있었다.

곤혹스러운 이야기였다. 하다못해 특정 진지들을 공격하여 약하게 한 다음 돌격, 내지는 성동격서를 노리는 전략을 상정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무성의할 정도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진지들을 일일이 하나하나 두들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최대한 멀리에서 신중을 기하는 덕분에 러시아군의 피해는 적겠으나, 그건 합종군도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싸울 마음이 있기는 한 건가?'

한성근으로서는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혹 최대한 무방비한 모습을 노출하여 이쪽에서 먼저 공격하는 걸 노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런 무성의한 병법이 대관절 합종군을 상대하는 데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목적이 뭘까. 도대체 목적이 있기는 한 걸까. 그걸 고민하고 있을 즈음에, 문이 열리며 전령이 다급하게 군례를 올리며 말했다.

"실례합니다. 각하, 기뻐해 주십시오. 마침내 노서아의 기병 부대의 행방을 밝혀낼 단서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오오, 그게 사실인가? 당장 이리 주게!"

한성근은 활짝 웃으며 전령이 손에 쥐고 있던 서신을 낚아챘다. 한가운데에 탄흔으로 구멍이 뚫린 서신은 꼬깃꼬깃 접혀 있었다. 일정하게 접히지도 못한 것이, 그 서신이 쓰였을 당시의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위로 큼지막하게 적혀진 袁이라는 한 글자가, 그 서신의 주인을 한눈에 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꼬깃꼬깃 접힌 서신을 정성껏 펼친 한성근의 눈에 들어온 것은, 너무나도 단순한 한 글자였다.

"『南』"

러시아의 기병 부대는, 남쪽에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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