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94화 (294/530)

< 탭댄스 >

이 무렵 알렉산드르 대공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거부할 리가 없다.'

그건 근거 있는 확신이었다. 페르시아의 왕중왕-나시르 앗딘 샤는 결코 멍청한 인물이 아니다. 가로되, 카자르 왕조 페르시아의 전성기를 이룩한 현군. 가로되, 잘못된 시대와 잘못된 나라에서 태어난 적합한 인물. 그에게 죄가 있다면, 그의 나라는 유럽과 너무나 가까이 있었기에 제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느릿하게 가라앉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 세상이 바뀌었다. 아주 잠시, 길어야 10년 남짓한 시간이겠지만- 유럽의 열강들이 숨을 고르고 있다. 페르시아의 현군에게 있어서 두 번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였다. 유럽의 열강에서 개입을 받지 않으면서, 페르시아가 한때의 영광을 되찾을 마지막 기회.

그러나.

"제가 알기로 리턴 백작이 보낸 특별 사절단이 얼마 전 테헤란을 방문하였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 그랬었지."

"어찌 되었습니까?"

알렉산드르 대공은 넌지시 물었다. 리턴 백작은 현 영국령 인도의 부왕 겸 총독. 다시 말해서, 영국의 항의를 받았을 텐데 어찌 처리했느냐는 되물음이다. 대번에 현군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동시에 허리를 굽혀 알렉산드르 대공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던 페르시아의 각료들도 덩달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당연한 이야기다. 악몽이었을 테니까. 알렉산드르 대공은 제 짐작이 옳았음을 깨닫고서 웃었다.

현군의 한계는 시야가 좁았다는 것이다. 외세가 그의 나라에 끼치는 악영향도, 해악도 알고 있었으되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보다 정확히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당장 국권을 지키기도 급급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렇기에 현군은 미처 알지 못했다. 신문을 통하여 영국이 크게 쇠약해졌다는 것을 접하고, 또 영국의 감시가 느슨해진 걸 눈치채고서 영국이 약해졌음은 알았으나 그렇다고 제가 어찌 손을 써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돌려보냈소."

한참을 침묵하던 현군은 짤막하게 그 한마디만 하고서 옥좌에 몸을 파묻었다. 그 한마디만으로 알렉산드르 대공은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훤히 알 수 있었다. 현군의 배신에 격노하여 위협적인 언사를 퍼부었을 것이다. 전쟁조차 불사하겠다는 암시를 주었을 수도 있고, 현군이 결코 옥좌에 앉아 편히 죽을 수는 없으리라는 암시를 주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영국은 결코 페르시아를 봐줄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다. 영국은 지금 전에 없이 약해졌다. 그 탓에 최대한 대외활동을 자중하면서 힘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그건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야말로 영국은 전에 없이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유럽 주류 외교가에서 발언력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겠으나, 한주먹감도 안될 어중이떠중이들이 영국을 우습게 보고서 날뛰도록 봐줄 수는 없다.

세상이 영국을 얕보기 시작하면 그때야말로 룰 브리타니아는 영영 끝나는 거니까.

"과연, 그거 수고스러우셨겠습니다."

알렉산드르 대공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페르시아는 말하자면 본보기에 걸린 것이다. 세상이 영국을 얕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본보기. 감히 대영제국을 우습게 본 배신자에게 내려지는 응당한 형벌. 대영제국이 아직 건재함을 세상에 과시하기 위한 희생양이다.

유럽의 열강들은 아프리카를 나눠 가지는데 바쁘다. 미국은 애초에 여기에 끼어들 만한 입지가 못되고, 러시아는 한국과 싸우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오스만 튀르크야 언제나 그래왔듯이 전장 제공이 최대의 기여일 테고, 발칸반도의 상실과 러시아와의 전쟁을 연달아 치른 이래로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아랍계의 독립 여론을 찍어누르는데도 벅차다.

그러니 방해가 될 건 어디에도 없다. 남은 건 그저 있는 힘껏 팔에 힘을 주고서 주제넘게도 영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한 페르시아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는 것뿐.

'그렇게 생각하였겠지.'

알렉산드르 대공은 웃었다. 웃음이 멈추려 하지를 않았다. 지금쯤 페르시아와의 전쟁 준비를 착착 진행해 나가고 있을 런던의 배불뚝이들이 한국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야 할 러시아군이 별안간 페르시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면 어떤 얼굴을 할까.

차마 웃지는 못하리라. 아마 이번 사태를 러시아에서 처음부터 왕중왕을 꾀어서 일어난 거로 해석할지도 모른다. 물론 누명이다. 러시아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고, 독자적으로 움직인 태자와 시베리아 총독부조차 불과 2달 전에 간신히 눈치챈 일이다.

알렉산드르 대공을 쫓아온 미하일에게 있어서 사마르칸트가 제 안방이나 다름없었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를 눈치챘던 것뿐이다.

"귀국에 참견받고 싶지는 않소."

현군은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그야 그렇다. 그에게 있어서- 아니 페르시아에 있어서 러시아는 결코 달가운 손님들이 아니다. 아제르바이잔, 부하라, 사마르칸트, 메르프 등 한때 페르시아에 충성을 바쳤거나 아니면 페르시아가 소유하고 있던 무수한 영토를 빼앗긴 페르시아다.

영국이 이런저런 교묘한 수로 페르시아를 분열시켜 저들끼리 다투는 틈에 페르시아의 재보를 훔쳐 가는 사기꾼이라면, 러시아는 칼을 들고 찾아와 가진 걸 모두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강도였다. 페르시아에 있어서 러시아란 영국보다 아슬아슬하게 더 낫거나, 거기서 거기인 침략자다.

그렇기에 현군 또한 차라리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를 끌어들이고자 노력했을지언정 러시아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사자를 피해 불곰을 집안에 들이는 격이었으니까.

"참견받아야 하잖소."

더 이상 존대는 필요 없었다. 알렉산드르 대공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물었다.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가를 보이기 위함이다. 현군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의 눈가에 서리는 건 분노라기보다는 체념이다. 그도 알고 있다. 이미 러시아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어떻게든 이탈리아처럼 비교적 페르시아와 악연도 적고, 그럭저럭 힘도 갖춘 듯 보이는 열강들에게 도와달라 손을 벌렸으나, 외면당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페르시아는 이미 30년도 더 전에 러시아와 영국의 손에 떨어졌다. 근소하게 영국이 우세하였기에, 그리고 러시아가 인도양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으려면 페르시아가 필요했기에, 본래 강대한 나라였기에 아주 나라가 망하지는 않았던 것뿐이다.

러시아와 영국, 둘 중 하나와 대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두 나라와 동시에 대결하여야지만 손을 댈 수 있는 땅. 도대체 어느 정신 나간 나라가 그런 땅에 관여하려 할까. 처음부터 당연한 이야기였다.

페르시아만이 몰랐거나, 애써 외면하였을 뿐이다.

"지금 짐을 겁박하려는 거요?"

"그럴 생각이었다면 지금쯤 영국의 공사와 함께 이 자리에 있었을 테지. 무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듯하니 분명히 말해 드리리다. 과인은 지금 기회를 주고자 하고 있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바마마께서 과연 오늘날 귀국이 보여준 행보를 달가워하실 것 같소?"

알렉산드르 대공은 더 이상 일부러 숨기려 하지도 않고서 뒷짐을 지고서 가슴을 활짝 펴며 말했다. 참으로 위협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장장 190이 넘는 근육질의 거한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왕중왕을 지켜야 할 위병들조차 기세에서 밀려 뒷걸음질 칠 지경이었다.

현군이라고 다를까. 애써 태연한 척해도,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알렉산드르 대공은 콧수염을 당기며 미소짓고서는 말했다.

"과인에게는 1만의 기병이 있소. 본래라면 지금쯤 극동에 있어야 할 귀중한 정병들이지. 잘 생각해보시오. 귀국에도 결코 나쁜 제안은 아닐 테니까."

거기까지만 말하고서, 알렉산드르 대공은 그대로 뒤돌아서서는 성큼성큼 자리를 나섰다. 무엇을 생각해보라는 것인가, 는 구태여 따로 말할 이유도 의리도 없다. 알렉산드르 대공이 한마디만 해도 저 1만의 기병이 페르시아를 보호하는 대신 침공할 수도 있다. 물론 고작 1만의 기병에게 페르시아가 점령당하지는 않겠으나, 그저 부수고 태우기에는 차고 넘치는 전력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자리를 나서는 오만한 황태자의 뒷모습을 노려다 보던 현군은, 입술을 깨물고서 소리쳤다.

"잠깐!"

그와 동시에, 알렉산드르 대공은 걸음을 멈췄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는 뒤돌아서지 않았다. 어디 말해보라는 듯이, 들어주겠다는 듯이, 가만히 제자리에 우둑하니 서 있을 뿐.

"···잠시 시간을 주시오. 나흘 안에 대답을 드리리다. 그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사흘이오."

빙글 뒤돌아서며, 알렉산드르 대공은 말했다. 그 우쭐한 얼굴에, 현군의 얼굴은 대번에 일그러졌다.

"사흘 안에 답하지 못하면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없었던 거로 하리다. 하지만 이것만 알아두시오. 지금쯤 영국인들은 이미 테헤란에 과인이 와있음을 전해 들었을 거요."

그렇게 엄포를 놓고서는, 알렉산드르 대공은 다시 뒤돌아섰다. 그가 자리를 나서고, 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뒤편으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페르시아의 국운이 달린 회의가 시작된 것이다. 아니, 어쩌면 회의가 아니라 그냥 성토장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저들 또한 지금쯤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눈치채고 있을 테니, 그저 자신들의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는 목소리만 메아리칠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건 알렉산드르 대공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웃음이 나왔다. 어깨가 절로 으쓱거렸다. 비로소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이걸로 모든 게 바뀔 것이다."

알렉산드르 대공은 자긍심에 부풀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옳았다.

단지, 그가 원하던 것 그 이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 * *

한양, 창덕궁.

"푸하하핫!"

이형은 반쯤 실성한 것처럼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바닥을 뒹굴뒹굴하며, 땅을 손으로 두들기며, 줄줄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저질렀어! 기어이 저질렀어! 미친 새끼! 진짜 미친 새끼! 원군을 빼돌렸다길래 설마 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페르시아에 꼬라박을 줄은··· 푸핫, 푸흐흣! 꺼억꺽!!"

마구 폭소를 터뜨리는 그의 수중에는 신문이 들려있었다. 상하이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영자 신문이었다. 실컷 웃으며 바닥을 나뒹구는 통에 잔뜩 구겨지고 조금 찢어져 물론 신문의 기능은 잃은 지 오래였다.

그런데도 이형은 여봐란듯이 이미 종이 쪼가리가 되어버린 신문을 펄럭거리며 소리쳤다.

"이거 읽어보게! 거 헤드라인 한 번 거창하구먼! 『심장을 찔리다!』 뭐, 확실히 그 말 대로기는 하다만! 아쉽구나, 아쉬워. 이걸 아침 신문으로 받아보는 영국 놈들 상판을 봐줘야 했는데! 이거 진짜 내가 런던에 없었던 게 천추의 한이야. 푸흐흣!"

"···어흠."

더 이상 사관이 보는 앞에서 오두방정을 떠는 걸 봐줄 수 없었던 한성근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 공을 치하할 겸 합종군을 처음으로 운영하면서 경험한 크고 작은 고난들을 들을 겸 하여 오래간만에 한양에 오라길래 들뜬 마음으로 개선식을 치르고서 황제를 다시 만났더니, 정작 황제는 그에게는 관심도 없이 웃으며 바닥을 나뒹굴고 있던 것이다.

썩 기분이 좋은 턱이 없었다. 당연하게도 말이다.

"어험. ···음, 확실히 이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모습이었던 것 같군."

그제야 이형은 멋쩍게 헛기침을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입가가 씰룩거리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황태자의 과감하기 짝이 없는 행보는 국제정세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었다. 한국에게는 반가운 방향으로 말이다.

가장 낭패를 본 것은 당연하게도 영국이었다. 페르시아를 본보기 삼고자 했던 영국은 난데없이 나타난 러시아군 앞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대로 페르시아를 놔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페르시아와 전쟁을 하자니 덩달아서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될 판국이다. 평소라면 어디 한번 붙어보자며 달려들었겠지만, 그러기에는 경제가 성치 못하다. 이도 못 하고, 저도 못 하고, 그저 갈팡질팡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낭패를 본 거로는 러시아도 피차 마찬가지다. 본래라면 진즉에 신이 나서 기세등등하게 떠들어댈 러시아가 조용하다. 그건 곧 이건 그들에게도 뜻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거다. 기껏해야 한국과 투덕거리고 끝나리라 여기고 있었더니, 난데없이 태자가 영국에 싸움을 걸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차르는 태자를 호적에서 파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있을 게 분명했다.

"잘 빠져나왔구먼. 정말 잘도 눈치챘어. 진즉에 빠져나와서 망정이지, 계속 질질 끌었다가는 우리도 덩달아 광대 꼴이 날 뻔했어. 이걸로 속내야 어떻건 겉으로는 노서아 놈들을 또 한 번 묵사발을 내줬으니 초나라고 위나라고 당분간은 꿈쩍도 못 하겠지."

"송구하옵니다. 그저 폐하께서 그 자리에 계셨더라면 어찌하셨을지 생각하여 그대로 흉내 내었을 뿐이니, 원숭이와 다를 바 없는 잔재주였나이다."

"세상 어느 원숭이가 시비련에 있어야 할 놈들이 파사국까지 갔을 줄 알아챈단 말인가? 조금 더 자부심을 품어도 좋네. 경은 이번에 짐의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었어."

이형의 칭찬 세례에 한성근은 겸허히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나 이형은 고개를 저었다. 단지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칭찬이었기에 그러했다.

무엇보다 한성근이 러시아의 의도대로 질질 끌다가 허무하게 물러나는 대신 허장성세임을 눈치채고서 과감하게 공세를 가하면서 그간 불안하던 중원의 정세가 단번에 가라앉았다. 두 번까지는 우연일 수 있으나 세 번째부터는 필연인 법. 이제 대한이 건재한 이상 군벌들이 함부로 번왕들의 자리를 넘볼 수는 없으리라. 한 번의 승리로 두 개의 전선을 안정시킨 셈이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그리고 중원과 시베리아가 동시에 안정되면서 한국은 러시아가 영국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여유롭게 후방에서 세상이 어찌 돌아갈지를 관망할 여유가 생겼다. 정말로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일지, 아니면 러시아나 영국 둘 중 하나가 겁에 질려 먼저 물러날지 말이다. 어느 쪽이건 시들려고 했던 그레이트 게임의 불씨를 다시 활활 태우는 격이니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다른 건 몰라도 그 태자 놈, 제 이름 하나는 세상에 확실하게 알렸군. 정말이지 대단한 놈이야. 저놈이 던진 돌 하나에 세상이 얼어붙었어. 이거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진진해서 미치겠구먼."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뭘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하나."

한성근은 전후처리를 물었다. 이형은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그 가벼운 언동에 한성근은 이형이 제 말을 달리 알아들었다고 생각하고서 다시 입을 열고자 했다. 그러나 이형은 히죽 웃으며 덧붙였다.

"저 태자 놈의 등을 떠밀어줘야지. 그래야 훨훨 날지 않겠나? 좋구먼. 다들 제 할 일 하기 바쁜 와중에 작두 위에서 탭댄스 추는 미친놈이 튀어나오니 아주 좋아. 미끄러지지 말고 오래오래 춤추면 좋겠군."

왜일까.

황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는 불경한 생각이 한성근의 턱 밑까지 올라왔다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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