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296화 (296/530)

< 차악 >

그리고 독일의 등장에 대한 두 나라의 반응은 자못 신경질적이었다.

"오스트리아? 그놈들이 도대체 왜?"

"하, 이제 와 중동에 연줄이라도 대보겠다는 건가? 우습군. 적어도 발칸은 정리한 다음에 이야기하라지!"

영국과 러시아는 거의 동시에 독일의 개입에 대하여 퉁명스러운 대꾸를 돌려주었다. 물론 그 속내야 뻔한 것이었다. 페르시아는 영국과 러시아, 두 나라가 나눠 가지고 있는 곳이니 독일이 괜히 끼어들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흔하디흔한 밥그릇 다툼이었다.

하지만 독일은 양국의 생각 이상으로 이 사안에 적극적이었다.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하겠소. 양국의 적대행위는 지난 정전조약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소! 우리 신성로마제국은 유럽의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오!"

단지 외교가에서 경고하는 거로는 꿈쩍도 하지 않자, 이번에는 카이저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직접 나섰다. 그건 즉 영국과 러시아 양국이 설령 독일의 경고를 무시하여 전쟁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사안만큼은 개입해야겠다 판단했다는 이야기였다.

독일이 이렇게 움직인 배경에는 다름 아닌 프랑스가 있었다. 이 무렵 프랑스의 위협적인 식민확장정책은 독일이 뒤로 미뤄두려고 했던 식민계획을 앞당겨야만 한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이 없는 틈에 아프리카를 모조리 먹어 치우겠다는 듯이 기세를 올리는 프랑스의 모습에서 이대로 가만히 내실을 다지다가는 뒤늦게 식민계획에 나서봐야 땅 한 조각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따라서 독일은 영국과 러시아의 전쟁에 제동을 걸었다. 우선 자신들이 승전국이며 현 유럽의 질서는 제국이 주도하고 있음을 보였고, 그것을 사수하고자 하는 의지 또한 확고함을 보였으며, 마지막으로 독일의 패권이 비단 유럽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걸 보였다.

"내 못난 자식 놈이 괜한 사고를 쳐준 덕분에 이대로 가다가는 또 한 번 대전을 치르게 생겼어. 어떻게 하면 좋겠나?"

"우선은··· 뒤로 물러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페르시아 주둔군은 철수시키는 것이 옳다고 사료됩니다. 영국인들 또한 당장 전쟁을 치르기에는 여러모로 흔들리고 있으니, 이쪽에서 먼저 물러난다면 함부로 싸움을 걸지는 않겠지요."

"그래, 그럴 수밖에 없겠군. 어휴, 이걸로 끝이 난다면 좋으련만···."

먼저 한 발짝 물러난 건 러시아였다. 다만 그것이 전면후퇴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러시아는 두 가지를 양보했다. 하나는 러시아가 페르시아에 파병한 1만의 주둔군과 황태자 알렉산드르 대공을 물리겠다는 것이었고, 하나는 페르시아의 주권을 침탈하거나 항구 조차를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것.

달리 말하면 철도 부설권, 광산 채굴권, 항구 조차보다는 못해도 항구 이용권 정도는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뜻이었다. 요컨대 페르시아를 명백한 러시아의 이권 지대로 남기되, 당장 영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요소들만 어떻게든 접어두겠다는 이야기였다. 당장 전쟁만은 어떻게든 피하면서 취할 수 있는 건 모두 취하겠다고 통보한 셈이다.

물론 이에 대한 영국의 반응은 더없이 떨떠름한 것이었다.

"루스키 놈들, 완전히 오만에 찌들어서는···."

"한 방 제대로 먹었군. 어쩌겠나. 이대로 가면 꼼짝없이 페르시아를 내줄 판국인데, 밀어붙일까?"

순순히 물러난 러시아와 달리 영국은 이 무렵까지도 전쟁 여론이 우세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에서 패하기는 했으되 한국에서 관대한 제안을 한 덕분에 위신에 피해가 적었고, 당장 페르시아에서 우세한 입지를 취하고 있었기에 순순히 양보할 수 있었지만, 영국은 지금 러시아에서 페르시아를 되찾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당연히 양보 따위는 선택지에 없었다. 영국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처음부터 독일의 중재를 받아들여 러시아의 페르시아 점거를 일시적으로라도 묵인하겠는가? 아니면 독일을 무시하고서 러시아와 일전을 각오하는가? 둘 뿐이었다. 여론은 후자를 원하나, 지난 전쟁에서의 피해와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도박수였다.

어느 쪽도 마음 내키는 제안이 없었다. 예기치 못한 구석에서 크게 한 방 먹고서 시작한 판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독일이 걸려. 프랑스를 견제하려면 이제 독일밖에는 없는데, 이번에 카이저가 몸소 나서지 않았나. 부아가 치미는 이야기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두세나."

영국의 선택은 전자였다. 일단 다소 위신이 깎이더라도, 독일과 완전히 척을 지는 것만은 피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프랑스가 공공연히 야심을 표출하는 상황에서 독일까지 척을 진다면 영국의 맹방 네덜란드가 위험했고, 만에 하나라도 네덜란드가 타국의 손에 넘어간다면 런던에서 네덜란드까지는 채 반나절이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와 모두 척을 진다는 선택만은 고를 수 없었던 영국은 독일의 중재를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페르시아는 명목상으로는 중립국이며, 러시아와 영국 어느 한쪽의 군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중립지대로 설정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의 손에 넘어갔다.

"『암스테르담 조약 체결! 이카로스가 되어버린 제국, 날개 없는 추락은 어디까지?』"

"『비탄의 날! 불곰이 오대양 위에 우뚝 서다!』"

"『새로운 태양의 부상인가? 남아시아의 화약고가 된 페르시아-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

"『체크메이트! 그레이트 브리튼의 심장, 인도가 위험하다!』"

이는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 있어서 크나큰 충격이었다. 물론 영국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을 리는 없고, 힘을 되찾는 대로 다시 페르시아에서 러시아를 축출하려 들겠지만-일시적으로나마 영국이 러시아에 무릎을 굽힌 것이다. 러시아가 잠시나마 대양으로 나올 틈이 생긴 것이다.

그럼 이제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러시아의 대양 진출이 일장춘몽으로 끝이 나는가, 아니면 이대로 러시아가 인도양에서의 지분을 사수하면서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만들 수 있는 해상강국으로 우뚝 서는가.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세계는 선택해야만 했다.

"저 루스키 불곰 놈들을 당장 얼음 덩어리로 다시 처박아! 지금 당장!"

가장 먼저 결정한 건 프랑스였다. 영국이 러시아에 잠시나마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은 프랑스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영국을 싫어하고 은근히 깔봐도 또 한편으로는 자신들과 비길 나라는 영국밖에 없다며 은근 으스대던 프랑스였다. 그런 프랑스에 영국이 독일과 러시아의 겁박에 물러나 페르시아를 내줬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인도양으로 나오는 건 결코 프랑스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프랑스가 바라는 전개는 영국이 러시아를 틀어막으려 페르시아에서 국력을 소모하는 것이었지, 러시아가 인도양으로 나와 러시아와 식민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었다. 프랑스로서는 영국을 골탕 먹이려고 그들의 고난을 방관하다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셈이었다.

나폴레옹 4세는 소식이 들어온 즉시 아프리카 정복군 일부를 차출하여 프랑스령 인도 주둔군을 확충하고 러시아의 인도양 진출을 막기 위한 신형함 건조 사업에 나섰다. 이는 영국을 향한 화해의 손짓이기도 했다. 우선 힘을 합쳐 러시아부터 막자는 입장을 분명히 보인 것이다.

"이거 조제프가 불쌍하게 되었군그래. 이래서야 원, 도움도 못 받고서 파스타 놈들이랑 구르게 생겼는데."

하지만 그건 곧 아프리카 개척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이야기였고, 실제로 이 무렵 루이는 당분간 정복을 멈추고 정복지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라는 명령을 받아야 했다.

루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그의 손이 닿는 선에서는 최대한 도와주겠지만, 에티오피아로 간 조제프가 쉬이 공을 쌓을 것 같지는 않았다. 지난 대전에서도 똑 부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그 이탈리아군이니 말이다. 어쩌면 단지 시간이 질질 끌리는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에티오피아 복속조차 실패하고 돌아올지도 모른다.

루이는 그의 부관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을 진심으로 동정했다.

"안 돼! 그것만은 안 돼! 저 루스키 불곰 놈들이 이 유럽을 지배하게 둘 수는 없어!"

뒤이어 움직인 건 프로이센 왕국이었다. 슬라브 야만족들과 맞서 싸우던 튜튼 기사단의 후예라 자부하던 그들로서는 러시아의 성장이 반가울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프로이센의 물주였다. 부국강병을 다시 한 번 이루기 위해서라도 그 어느 때보다 영국의 도움이 절실한 이때, 영국이 무너지면 어찌한단 말인가.

프리드리히 3세는 그 즉시 영국, 네덜란드 등과 관세동맹을 추진하며 파리 금융가의 투자를 유치하고자 발로 뛰었다. 당연히 이는 신성로마제국 내에서 이적행위로 간주되어 눈총을 샀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유럽을 좌지우지하는 패권국이 되는 것도, 영국이 몰락하는 것도, 어느 쪽도 프로이센으로서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 움직이지 않아 망하거나 당장 이적행위로 카이저의 진노를 사 망하거나 결국 언제 멸망하는가만 달라질 뿐이니, 프로이센으로서는 움직여야 했던 것이다.

"아니야. 그것만은 아니야! 꿈이라고 이걸 꿈이라고 말해주게! 이럴 수는 없어! 저 배불뚝이들이 망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과 네덜란드가 움직이건 그 직후였다. 보다 정확히는 네덜란드계 미국인 금융가들이 뉴욕을 움직였고, 모건이 미국 정부를 움직였다. 이유는 제각각 달랐다. 미국은 영국이 이대로 몰락할 경우 대서양 무역 지분을 빼앗아 오기도 전에 대서양 무역 자체가 공중분해 될까 두려워했고, 네덜란드는 영국이 몰락하는 순간 자국도 확실하게 멸망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건 따로 있었다.

"러시아, 러시아는 아니야! 유럽의 헌병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유럽을 지배하게 둘 수는 없어!"

"야만과 광신이 자유와 합리 위에 세워진 서유럽을 짓밟으려 한다! 모두 몸을 던져 막아라!"

바로 러시아가 자유와도, 민주와도, 공화와도 거리가 먼 전제제국이라는 것. 차라리 그것뿐이면 낫지, 거기에 더해서 러시아는 사실상의 신정일치 국가이고, 차르의 권위는 신성시되고 있다. 네덜란드나 미국처럼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들에 러시아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적어도 2세기 전으로 퇴보함을 의미했다.

이미 1848년 혁명 당시 독일 왕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십만 대군을 독일에 밀어 넣어 자유를 외치던 독일인들을 총칼로 짓뭉갠 전적이 있는 러시아다. 그런 러시아가 세상을 지배한다? 그럼 이제 자유를 외치는 네덜란드인들과 미국인들이 48년 당시 자유를 외치던 독일인들과 똑같은 길을 걸을 게 뻔하다.

그것만은 안 된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미래. 결말이 뻔해 정해진 것처럼 보이는 최악의 미래를 피하고자 민간과 정부가 하나 되어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인플레이션이고 나발이고, 일단 있는 대로 찍어내고, 있는 대로 꼬라박아! 닥치고 저 해적 놈들부터 살리고 본다! 저놈들 망하면 지금 망하나 나중에 망하나 어차피 우리도 끝장이야!"

투자 리스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 모든 경제적 위험성은 무시 되었다. 그간 영국이 휘청이던 걸 쌤통이라며 키득 이던 나라들이 막상 정말로 대영제국이 몰락할지도 모른다는 징조가 보이자마자 그들이 쓸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하여 영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나섰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영국은 싫다. 비열하고, 술수는 더럽고, 믿을 수 없고, 탐욕스럽고, 염치를 모른다. 비단 유럽인이 아니더라도, 영국을 아는 나라라면 어느 나라나 공유하고 있던 감상이다.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인망이 있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런던을 지켜라! 자유의 봉화가 이대로 사그라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막상 정말로 그 밉디미운 영국이 몰락할 기미를 보인 순간, 서구는 일제히 그 등을 밀어주고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제아무리 영국이 미워도, 러시아보다는 나았던 것이다.

* * *

그리고 소식을 들은 즉시 이형은 회맹을 개최하였다.

주제는,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그레이트 게임이었다.

"저놈들이 이렇게 뜻이 맞는 걸 보는 건 거의 100년 만이구만."

이형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참으로 진귀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왕이 골골거리건 말건 언제나처럼 편을 갈라 다투고 배신하기가 일상이던 나라들이 이제 와 정말로 왕이 붕어하려는 기미를 보이니 언제 그렇게 다퉜냐는 듯이 왕을 어떻게든 살리고자 악을 쓰고 있다.

그걸 과연 일말의 충심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형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절대로 아니었다. 왕이 이대로 쓰러지면 러시아라는 불한당이 그 자리를 차지할 판국이니, 저들까지 화를 당하기 전에 왕부터 살리려고 달려든 것이다.

결국 영국의 세계통치가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 내지는 차악 즈음은 된다고 서구 사회에 공감을 얻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지금 당장 돕는 건 돕는 거고, 이걸 빌미로 이것저것 수두룩하게 챙겨가겠지만.

"슬슬 우리 아주에서도 무언가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심스레 입을 연 건 대만왕 이희였다. 그는 이를 위기라고 봤다. 현 아주의 주적은 북적 러시아였으니까 말이다. 물론 영국이라고 러시아보다 딱히 낫기는커녕 지금껏 아시아에 끼친 해악으로는 영국이 월등히 앞섰지만, 영국과는 딱히 전쟁을 치를 만큼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되려 명목상으로건 실질적으로건 범아시아 조약기구의 뒤를 봐주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무언가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닐까. 이희는 그렇게 물었지만, 이형은 시큰둥하게 답했다.

"파사 땅에서 노국 놈들이 용을 쓰면 쓸수록 영길리도 노국도 이 아주 땅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질 텐데, 그럴 필요가 뭐가 있소. 우린 그저 가만히 떡이나 먹으면 그만이오."

한마디로 이이제이라는 이야기였다. 서구야 러시아보다는 영국이 낫다며 영국을 살리려고 안달이지만, 아시아에게 있어서 영국이 구태여 억지로 살려야 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면 고개가 절로 기운다. 아편전쟁 하나만으로 영국은 아시아에게 악독한 해적 그 자체였다. 오히려 러시아가 그간 딱히 아시아에 크게 해악을 끼친 것도 없이 영미프 3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다소 지나치게 적대시되던 감이 있다.

그러니 이형의 선택은 그저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서구에서 아시아의 도움을 바라지도 않을 테고 말이다. 이번 기회에 영국에 빚을 잔뜩 씌워서 나중에 그야말로 본전을 뽑을 작정일 테니.

"하지만 보로서 놈들이 기어이 세상 바깥으로 나올 기미를 보였다는 건 반갑구려."

이형은 히죽 웃으며 덧붙였다. 좌중은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로서는 프로이센의 행보가 왜 반가운 건지 그들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하지만 이형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가진이 녀석, 지금쯤 웃느라 정신없겠지.'

영국의 흥망이 곧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네덜란드보다도 프로이센이 먼저 움직였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리고 프랑스에 투자를 요청하며 먼저 고개를 숙였다.

재건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네덜란드나 미국도 있었다. 그들을 상대한다면 굳이 수치를 무릎 쓸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3세는 누구보다 빠르게 프랑스를 골랐다.

그건 곧 파나마 운하 완공 이후 아시아 시장 접근을 위해서는 프랑스의 허락이 필수적임을 알고서, 프로이센의 미래를 아시아에 베팅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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