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303화 (303/530)

< 방한 목적 >

간단한 인사치레를 마치고.

한양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그랜트는 지친 듯 푹신한 쿠션 위로 몸을 던졌다.

"대단히 아름다운 객실이로군요. 유럽의 차량과 비교하여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정말 멋진 열차입니다."

겉으로 듣기에는 그저 황실용 여객 칸을 칭찬하는 말. 그러나 이 여객 칸이 북경의 장인들과 미국의 유니온 퍼시픽 철도회사에서 공동으로 제작한 물건이라는 걸 생각하면 또 의미가 달라진다. 장인들의 솜씨를 치하하면서, 은근히 미국의 산업기술력이 결코 유럽에 뒤처지지 않음을 자부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국, 양국의 경제적 협력을 강조한 것일 수도 있었다. 이형은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고 여겼다. 아무튼 듣기 좋은 말을 들려준 건 사실이었으니까.

이형은 또한 웃는 낯으로 듣기 좋은 말을 돌려주었다.

"나 또한 그리 생각하오. 모두 귀국에서 협조해준 덕분이오. 아직 우리 아주는 구주와 미주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많으니, 앞으로도 계속하여 좋은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구려."

"그 말이야말로 우리 연방 정부를 대신하여 드리고 싶었던 말씀입니다. 폐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서로 듣고 싶었던 말만 해준 격이었다. 물론 그 덕분에 자리를 맴돌던 공기부터가 한결 편해졌음은 물론이다. 두 나라의 역관은 조심스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벽 너머에서는 황후와 전 영부인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차분하고, 느릿한 대화였다.

차마 남자 역관이 대동할 수는 없어 어설프게나마 영어를 배운 궁녀가 역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으니, 필연적인 일이었다.

한편 그랜트와 이형 사이에서는 한동안 침묵이 맴돌았다. 기 싸움이라기보다, 각자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먼저 생각을 매듭지은 것은 그랜트였다.

"···휴우! 이런 돌려 말하기는 도통 익숙해지지를 않군요."

그랜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고서는,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어 보였다. 이형을 처음 만난 이후부터 서로 돌려서만 말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정치와는 연이 멀었던 전쟁영웅 출신 군인 대통령이었던 만큼, 직설적인 어법이야말로 그의 본 모습에 가까웠는지도 몰랐다.

이형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감이오. 이 정치라는 녀석은 도통 익숙해지지를 않더구려. 그냥 간단하게 용무만 전하면 그만일 것을 뭘 그리도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지 원."

"하하, 이거 마음이 통하는군요. 과연 전해 들었던 대로 호탕하신 분이십니다."

거기까지 말을 마치고서, 그랜트는 잠시 숨을 골랐다. 깊게 들이쉬고, 다시 내쉬고서는,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보시오."

"이번에 한국에 찾아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국에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고, 또 하나는 한국에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지요."

"조언이라고 하니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구려. 우선 협력부터 들어봅시다. 그래, 어쩐 일이요?"

'아마 하와이 건이겠지만.'

이형은 내심 짐작하면서도, 모른척했다. 구태여 이쪽에서 미국의 속내를 눈치채고 있는 걸 알려봐야 좋을 것도 없었으니까.

그랜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마 예상하셨겠지만, 하와이 왕국 건입니다."

"하와이 왕국이라."

'그럴 거라 생각했지.'

이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미국은 태평양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고, 한국 또한 산업화를 위하여 태평양을 통해 미국, 장차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고 나면 유럽과의 거래를 확대하고자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태평양 무역이 늘어날수록, 하와이는 중계무역항으로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중간기항지 하나 없이 단번에 미주와 아주를 오가기에는 태평양은 너무나도 광대하니까.

그러니 지금 당장 미국이 하와이를 병합하려 든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는 이야기였다. 다소 역사보다는 이르겠지만 말이다. 이형은 가만히 그랜트의 말을 경청했다.

"우리 합중국은 지난 영국 방문 도중에 제가 직접 교섭하여 영국에게 하와이에서의 배타적 이권을 보장받았습니다. 그 대가로 머지않아 영국에서 페르시아를 침공할 때 프랑스도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설득하기로 약조했지요. 영국은 러시아의 인도양 진출을 시한폭탄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로 보아 늦어도 3년 안에 페르시아에서 영러 양국이 부딪히게 되겠지요.

아무튼, 저도 하와이를 받아온 덕분에 의회에 체면치레는 했습니다. 백악관에서는 그리 내키지 않아 하십니다만. 워낙에 청교도적인 분이신지라, 이쪽에서는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그랜트는 그리 말하며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항복을 하는 시늉을 했다. 헤이스의 도덕주의 정책과 실리를 추구하는 공화당 지도부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형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 또한 예상한 바였으니까.

되려 이형이 의아함을 품은 건 다른 쪽이었다.

'허, 영국과 협상한 내용까지 알려주겠다, 이건가? 이거 생각보다 세게 나오는데. 도대체 뭘 기대하고 있길래···.'

이형은 내심 일전에 태평양 진출을 하지 않겠다고 확답을 받은 데에 더하여 아예 영구적으로 한국이 태평양에 진출할 수 없도록 못 박아 두려는 의도는 아닐까 의심했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여기까지 깊이 들어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안 될 말이었다. 아예 영구적으로 태평양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는 건 영락없는 불평등 조약이었고, 무엇보다 당장의 이익을 위하여 장래 후손들의 미래를 팔아치우는 격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만일 그가 예상한 요구가 나오거든 곧장 거부할 작정으로, 이형은 일부러 다소 삐딱한 어조로 되물었다.

"흐음, 영길리의 인가라···. 그럼 이미 미리견과 영길리 양국 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진 듯 보이는데, 우리 대한이 무엇을 해드리면 좋겠소?"

"우리 합중국과 함께 하와이 왕국의 독립을 보장해주십시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이형은 순간 그랜트의 말을 잘못 들었나 하여 눈살을 잠시 찌푸렸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형은 의구심에 찬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니까 하와이를 양국의 중립지대로 삼자, 라고 말하는 듯 들었소만. 내가 지금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소?"

"그야 물론입니다."

"미리견에서는 생각 이상으로 우리 한국을 과대평가하는 모양이구려. 우리는 귀국이 하와이를 병합한다고 하여도 기꺼이 인정할 작정이었소만."

"태평양의 암초와 5억, 중장기적으로 10억까지도 불어날 단일시장을 거래해야 한다면, 누구나 후자를 택하지 않겠습니까."

이형은 그제야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요컨대, 이는 한국 하나만 보고서 거래하려는 게 아니라 한국이 이끄는 아시아 대륙을 보고서 거래를 하려 한다는 것. 그건 곧 요즈음 점차 단일화되어가는 아시아 경제권의 부상이 미국에 그만큼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한편으로, 위협적으로 비췄다는 이야기다.

인구가 곧 국력인 것은 아니지만, 국력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된 곳은 다름 아닌 아시아 대륙. 그런 아시아가 유럽의 학문을 배우고, 공장을 세우고, 유럽인들의 흉내를 내고 있다.

귀가 있고 눈이 있다면 그야 누구나 아시아 대륙의 부상을 예측할 수 있다. 단지 유럽은 아직 격차가 한참 벌어져 있었으니 당장은 러시아를 우선시하는 것이고, 미국은 아직 열강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였기에 그 위협을 보다 가까이에서 느꼈을 뿐이다. 그래서 원래라면 자국의 식민영토로 삼고자 했던 하와이를 포기하고서라도 우선 완충지대를 마련해 만일의 사태를 준비하고자 한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오."

이형은 입꼬리를 뒤틀었다. 요컨대 서로가 서로를 훗날 부강해질 거라며 두려워하고 있던 것이다. 이형은 훗날 초강대국이 된 미국을 알고 있기에 그러했고, 미국은 당장에 무시무시한 기세로 뒤쫓아오고 있는 한국을 당장 눈으로 보고 있기에 그러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주-아주 시장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며 서로 침을 꼴깍거리던 건 덤이다.

그렇다면 서로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태평양 무역이 양국의 공통된 번영을 위하여 필수적임을 인정하고서, 태평양을 세력 각축의 장이 아닌 완충지대로 삼아 공존을 꾀하는 것이다.

이형이 먼저 태평양 섬 영토들을 포기하겠다며 양보한 데에 이어, 미국에서도 하와이 합병을 포기하여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 양국은 너무 멀지도 않으면서 감정 상할 일 없을 딱 적절한 거리를 확보했다. 남은 건 그저 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뿐이었다.

'하와이 녀석들은 꽁으로 독립을 받아낸 격이구먼.'

이형은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게 아니라, 두 고래가 서로 싸우면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을 테니 친하게 지내자며 악수하게 되면서 딱히 한 것도 없이 태평양 무역의 최대 중계항이라는 떡고물까지 얻어먹게 되었다.

글자 그대로 한 것도 없이 말이다. 앞으로도 그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번영과 독립을 모두 인정받게 될 테니, 하와이 왕국이야말로 난세의 풍운아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형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이어서 물음을 던졌다.

"그럼 다음 제안을 들어봅시다. 그래, 우리 대한의 조언을 구한다고 하였소?"

"혹시 먼로 독트린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질문에 질문으로 받아치니, 얼핏 뜬구름 잡기 같은 이야기였다. 이형은 잠시 고민했다. 솔직하게 안다고 대답하는 것이 나을까,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이 나을까.

"물론 알고 있소."

이형의 선택은 전자였다. 이형이 국제 외교무대에 나선 지가 어언 20여 년째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마당에, 이형이 서역의 정보에 대하여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고 있다는 정보쯤이야 이미 외교가에서는 흔히 알려졌을 터. 명색이 특사로 찾아온 인물이 그런 외교가의 상식조차 모를 리는 없었다.

그리고 이형의 예측대로, 그랜트는 알고 있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르면 다음 대통령 임기 도중에, 우리 합중국에서 범아시아 조약기구를 흉내 내 아메리카 대륙의 큰형님으로서 나서고자 합니다."

"···흠."

선뜻 답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큰형님 역할이나 한 번 해보려고 국가연합을 만들려 하지는 않을 테니까. 단지 그만큼 범아시아 조약기구의 경제성장이 인상적일 뿐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시아를 보면서 자신들도 어떻게든 당장 덩치를 불릴 방법을 강구한 결과일 수도 있다.

다만 어느 쪽이건 오늘날 미 정계에서 이형의 예측 이상으로 한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이형은 잠시 생각하다 운을 뗐다.

"가능하겠소?"

짧지만, 가장 굵직한 질문이었다. 가능하겠는가. 한국이 범아시아 조약기구를 유지하고 있는 건 일차적으로 전쟁에서 이겨 나머지 나라들을 억지로라도 따르게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고, 이차적으로 많은 것을 받아가는 만큼이나 또 많은 것을 베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미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지만, 그게 미국 혼자서 다른 나라들 전부를 압도할 정도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우리가 황제국으로서 섬김을 받으려면 당연히 제후들에게 베푸는 게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유림 사이에서 널리 퍼진 한국과 달리, 천조질서를 경험해보지 못한 미국에 그런 인식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러니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한국처럼 천명 전쟁이라도 치르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까 제가 한국까지 온 게 아니겠습니까."

그랜트는 털털한 웃음을 터뜨렸다. 실제로 가능할지 여부와는 별개로, 미국의 의지는 확고한 모양이었다. 영국, 프랑스가 버티고 있는 대서양으로 나갈 수도 없고 태평양도 하와이를 완충지대로 삼으면서 경제영토 확장에 만족하게 되었으니, 그 대신 아메리카 대륙이라도 확실하게 손아귀에 넣겠다고 판단했는지도 몰랐다.

이형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상대는 그 미국이다. 이게 미국에 있어 실책이 될지 아니면 비책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건 간에 이번 기회에 미국에 빚을 지워둘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 가급적 많은 것을 보고 배워갈 수 있도록 안배해 드려야겠구려."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빙긋이 웃어 보였다. 어느새 기차는 한양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랜트는 그제야 이형에서 시선을 떼어 창밖에 펼쳐진 도시 정경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유럽의 도시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를 않는군요. 과연 한양은 아시아의 심장이라 부를 법합니다."

반쯤은 과장이었고, 반쯤은 진심이었다. 비록 런던이나 파리에 비할 바는 못 되었으나, 이 무렵 한양은 거주 인구만 50만에 근접하여 벌써 세 번째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으니 규모만큼은 유럽의 도시들에 비견될 법했다.

그뿐일까. 곳곳에 세워진 굴뚝에서는 매연이 피어올랐고, 벽돌과 석회로 말끔히 정돈된 거리에는 마차와 인력거 따위가 오고 다녔다. 갓과 흰 도포 차림에 대나무 곰방대를 뻐끔거리는 선비와 정장에 외눈 안경을 끼고서 회중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는 신사가 공존하는 거리는 서역과 동양의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형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장차 10~20년 안에 100만을 넘기고, 그가 임종을 맞이하기 전에 500만을 넘겨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심장이자 아시아 최대의 도시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과찬이시오. 아직 한참은 멀었소."

그렇기에 이형은 빙긋이 웃으며 답했다.

그랜트는 유럽에 비하면 멀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였으나, 착각이었다. 그런 엇갈림을 눈치채지 못한 채로, 그랜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조선 사람들 밖에는 보이지 않는군요. 제가 듣기로는 조금 더 국제적인 도시라고 들었습니다만···."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물음이었다. 명색이 아주의 심장인데 온통 조선인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또한 착각이었다. 단지 그랜트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이미 그의 시야에는 조선 사람과 더불어 아주 각지에서 모여든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이 무렵 한양 시가지를 오고 다니는 사람 중 8할은 조선 사람이었으나 나머지 2할은 아니었다. 일본, 만주, 청, 제, 초 등 출신도 제각각이었고 쓰는 말도 제각각이었다. 그런데도 이들 모두가 한양에 모여든 이유는 딱 한 가지, 그랜트의 표현대로 한양이야말로 아시아의 중심지였던 까닭이다.

일자리를 찾으려고 하건, 출세하려고 하건, 무언가 기술이나 학문을 배우려고 하건 삶을 즐기려 하건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한양이야말로 그들의 목적지였다. 한양에는 공장과 공사장이 있었고, 범아시아 조약기구에 속한 각종 국제기구와 조정이 있었고, 이 무렵 아시아 제일의 대학으로 우뚝 선 성균관 대학이 있었으며 아시아 최대의 종합운동시설들이 위치해 있었다.

그렇기에 이형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곧 볼 수 있을 것이오."

보다 정확히는, 이미 그랜트가 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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