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건 >
그렇게 각자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기차는 한양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역에 발을 디딘 건 황실 특별 칸에 앉아있던 두 사람이었다.
"허허, 과연 한국의 호랑이다우십니다. 제가 지난날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었지만, 이렇게 호탕하신 분은 처음 뵙는 듯하군요."
"나야말로 '무조건 항복'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기쁘오. 어디, 듣자 하니 상당한 애주가라고 들었는데. 해가 저물거든 나와 술 대결 한번 어떠시오?"
"거 좋지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 예전 같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순순히 승리를 양보해드리지는 않을 겁니다."
"어이쿠, 이거 기대되는구먼. 나야말로 이제 서론 줄 넘어가려는 젊은 놈이 형편없다는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힘내야겠구려."
"허허허!"
"껄껄껄!"
그랜트와 이형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두 나라의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 위함도 있었으나,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았던 것도 컸다. 주정뱅이로서의 주당 대결, 전쟁영웅으로서의 무용담,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건네는 덕담 등 이래저래 이야기보따리가 끊이지를 않던 것이다.
이 탓에 말이 빨라지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에서 동시통역 중이던 역관만 죽어 나가고 있었다. 물론 그 또한 필요한 희생이었다. 그 덕분에 한양역에 마중을 나온 환영인파들에게 두 나라의 친분을 재차 과시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는 전직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취재하러 찾아온 서역의 취재진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미국인 기자들을 둘러보며, 이형은 말했다.
"나는 장차 저런 기물들을 우리 한국의 백성들이 누리는 일상의 일부로 녹아나는 날을 고대하고 있소."
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많은 걸 내포한 말이었다. 산업화를 향한 굳건한 의지. 부국강병이 아닌 민생의 개선을 말하는 애민의 정신. 기술 도입을 향한 탐욕. 그렇기에 더더욱 더 미국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는 암시까지.
그간 이형을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던 사관이 놀란 눈으로 이형을 바라보았다. 이내 감히 용상을 똑바로 쳐다본다고 하는 무례를 저질렀음을 깨닫고서 금세 다시 고개를 숙였지만 말이다. 망나니 폭군의 그간 보지 못한 의외의 면모였다.
이형은 사관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어서 적으라는 손짓이었다. 그제야 사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록을 마무리 지었다. 후세에 자기과시를 위한 발언이라고 여긴 것이다.
"분명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랜트는 그런 이형을 향해 빙긋이 웃어 보였다. 단지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아시아 전역이라면 조금 머나먼 미래가 되겠으나, 한국 하나만이라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있던 한국이었으니까.
물론 그 터무니없는 경제 성장률은 워낙에 시작점이 낮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동아시아 전역의 원자재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한국이다. 오늘날 한국의 성장 잠재성은, 곧 아시아의 성장잠재력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우려가 되는 것은 다만 한 가지.
"폐하께서는 장차 한국이 어떤 나라가 되기를 바라십니까?"
장차 10년 안에 명실상부한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축이 될 한국이,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냐는 것.
역을 둘러싼 인파와 끝없이 기삿거리를 갈구하는 기자들을 지나, 마차에 오른 그랜트는 이형에게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야말로, 조금 전에 그들이 지나쳐온 기자들이 가장 갈구하던 대답이리라. 그렇기에, 그들이 어찌 닿을 수 없는 마차 속에 숨어버린 두 사람을 보며 더욱 안타까워할 기자들일 테고 말이다. 물론, 그런 기자들의 사정이야 이형에는 알 바 없는 이야기였지만.
이형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랜트에게 되물었다.
"그건 개인적인 흥미요? 아니면 미합중국의 외교 대사로서 하는 공식적인 질문이요?"
어느 쪽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대답. 그랜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기야, 민감한 질문일 수 있었다. 오늘날 미국이 급속도로 성장하여 자신들을 뒤쫓아 오는 아시아를 의식하고 경계하는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까. 이 대답 여하에 따라 향후 미국과의 외교 관계가 재정립된다고 생각하면 그야 가볍게 말할 수 없다.
그랜트는 그의 멋들어진 턱수염을 쓰다듬다가, 차분하게 답했다.
"개인적인 흥미, 라고 생각해주십시오."
"흐음, 어디 가서 발설할 거라는 이야기로구려."
"정치는 영 내키지 않습니다만, 저는 우리 시민들에게 기대를 받는 입장에 있습니다. 우리 연방정부에서 아무리 한국을 둘도 없는 친구라 선전하여도, 결국 우리 미국의 주권은 시민들에게 있지요. 저는 그들에게 그들이 가장 알고 싶었던 의문을 해소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이해하오."
이형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성가신 질문이었으나, 사실 답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예상했던 질문이었으니 말이다. 19세기를 선도하는 선진국들은 모두 유럽의 열강들이고, 미국과 한국은 모두 촉망받는 개발도상국이다.
아직 양국의 격차는 멀고 또 멀지만, 그래도 자신들을 추월할 기세로 마구 내달리는 후발주자를 보면 그야 앞서나가던 입장으로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당장 그 때문에 하와이를 포기하고서 우선 완충지대를 만들겠다 선언하지 않았던가.
이형은 잠시 뜸을 들이고서 답했다.
"난 우리 대한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오."
"아름다운 나라입니까?"
"그렇소. 가장 아름다운 나라요. 우리 대한이 세상에서 제일로 부강할 까닭은 없소. 그건 너무나 머나먼 일이오. 아마 내 일평생을 들여도 우리 대한이 제일로 부강한 나라가 될 수는 없을 것이오. 우리의 힘은 우리의 후손들이 장차 이룩할 것을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고, 우리의 부는 백성들이 그들의 뜻을 자유로이 펼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오.
그러니 짐은 우리 대한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다른 이들 또한 기쁘게 하는 까닭이외다."
빌린 대답이었다. 이제 갓 5살 먹은 아이가 되었을 백범 김구의 말을 고스란히 옮겨 쓴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순전히 거짓말이고, 이형의 진심과는 거리가 먼가-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애초에 이형은 제일로 부강한 나라를 목표로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다. 당장 그의 바로 앞에 세상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될 유력 후보가 있는데 그 자리를 노리는 건 미국의 경쟁자가 되겠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선의의 경쟁임을 의미한다면 좋겠지만, 국가 간 외교에서 선의의 경쟁이란 불가능한 법. 하물며 한국은 아직 입헌군주정의 행색만 갖춘 전제군주국이고, 미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다. 서로 경쟁하고자 한다면, 트집 잡을 구석이야 널리고 널렸다.
만일 이형이 21세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대의 인물이었다면 한 번쯤 경쟁해보는 것도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형은 21세기의 미래를 기억하는 인물이었고, 따라서 그는 미국의 자리를 함부로 노릴 생각이 없었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룰 브리타니아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그야말로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무이한 섭리였으니까.
"아름다운 나라라. 프랑스에서 싫어하겠군요."
"글쎄. 나는 일찍이 그들에게 우리 대한은 아주의 불란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몇 차례고 말해주었소. 그러니 그들도 잘 알고 있겠지. 오히려 그들이라면 크게 기뻐할 거라 생각하오. 그들은 떠받들어지는 걸 참으로 좋아하니까."
"확실히, 그쪽이 더 정확하겠군요. 폐하의 탁월하신 식견에는 그저 감탄만 하게 될 따름입니다."
그랜트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껄껄거렸다. 이형의 대답에 만족한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로 부강한 나라를 노리지 않겠다는 건, 달리 말하면 세계 패권을 노리지 않겠다는 약속과도 같았으니까.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우린 아시아 바깥으로 나갈 생각이 없으니 괜히 방해하거나 건드리지만 말아 달라는 이야기다.
그랜트에게 있어서 그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었다. 이걸로 미국 시민들은 조금이나마 안심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황제는, 세계를 지배하려는 터무니 없는 야심을 품은 새로운 시대의 칭기즈칸이 아니라 그저 자국의 번영을 바라는 선량한 군주일 뿐이노라고.
그랜트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장차 한국이 세상에서 제일로 아름다운 나라가 된다면, 그럼 폐하께서 생각하시기에 장차 세상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는 어느 나라가 될 것 같습니까?"
"그야 물론 그대들 미리견이오."
즉답.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양 입 밖으로 튀어나온 대답이었다.
이에 그랜트는 기분 좋게 웃었다. 어차피 듣기 좋으라고 해주는 말이겠지만, 그래도 장차 조국이 세상에서 제일로 부강해질 거라는 소리를 이국의 황제에게 들었으니 그야 기분이 나쁠 리는 없었다. 이형은 그랜트가 자신의 말을 가벼운 농담 따먹기 정도로 생각하며 웃어넘겼다는 걸 알았지만, 구태여 부연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어차피, 미국인들이 어련히 스스로 알게 될 이야기였다.
"어찌하여 그리 생각하셨습니까?"
되려 부연설명을 요구한 건 그랜트 쪽이었다. 흥미진진한 얼굴이었다. 이형은 되물었다.
"그것도 시민들에게 들려주기 위함이오?"
"그야 물론이지요. 그간 제가 무수한 나라들을 방문하며 세계를 일주하였지만, 그들 모두 제 조국 미국의 부유함을 칭찬하였을지언정 우리 미국이 장차 세계를 주름잡을 거라 말한 나라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그리도 확신을 가지고서 말씀하시니, 그야 묻지 않을 수가 없지요."
"으음···."
이형은 신음을 삼켰다. 머리로는 알아도, 입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분명 미국은 지금도 부유한 나라다. 어지간한 유럽의 대국들도 미국의 경제 규모를 따라가지를 못하고, 가까운 미래에 영국마저 추월할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게 곧 미국이 강대국임을 의미하는가 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미국의 군사력은 좋게 평가하든 나쁘게 평가하든 그저 신대륙의 패권국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의 미국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야 장차 미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이야기해봐야 설득력이 없다.
그러다 이형은 생각을 고쳤다.
'가만, 구태여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구먼. 어차피 저놈도 미국인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한 번쯤 듣고 싶다고 말했고. 그렇다면야···.'
"간단하오."
고심 끝에, 이형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랜트는 귀를 쫑긋 세우고서 이형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런 그랜트를 향해, 이형은 광오하게 말했다.
"그야 물론, 그대들 미리견이 우리 대한의 둘째가라면 서러울 친구인 까닭이오."
그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그랜트는 한참을 배를 부여잡고서 껄껄거리며 웃어댔다. 참으로 티무르의 재림이라고 불리는 황제다운 오만한 대답이었다. 그건 얼핏 자국이 세상에서 제일로 강해질 필요는 없으나, 반드시 세상에서 제일로 강한 나라를 우방으로 삼겠다는 선언으로 들리기도 했다.
결국 마차가 멈추고, 용산구에 위치한 범아주 조약기구 본부에 들어설 때까지도 그랜트는 웃느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건 그랜트에게는 곤란한 일이었다. 덕분에, 마차 안에서 주고받으려고 준비하였던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나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마냥 실패는 아니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하여 모여든 인파들과 기자들에게, 마차 안에서 어떤 말들을 주고받았는가 하는 의문을 남기는 데 성공했으니까.
* * *
범아주 조약기구 본관에 들어선 이형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서 말했다.
"자, 그러면 그간 귀국의 요구사항만을 들어왔으니 이제 우리 한국의 요구를 들려주고자 하오."
그걸 구태여 본관에 들어서서 한다는 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범아시아 조약기구를 참조하여 미국 주도의 미대륙 국제기구를 만드는 데에 협력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랜트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 또한 슬슬 차례일 거라고 직감하고 있었으니까.
"말씀해주십시오."
"하나는 그대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일 거요. 미주에 이주한 우리 아주의 백성들의 권리를 재차 보장해주시오. 정계에 나서거나, 정당 활동에 참여하거나,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그런 당연한 미국 시민의 권리 말이오."
"···그것이 어째서 우리 합중국에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입니까?"
그랜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이형의 요구에 거부감을 품은 것도, 인종적 혐오감을 보인 것도 아닌 순수한 의아함이었다. 그로서는 도대체 어째서 그 황인들을 온전히 시민으로 삼는 게 미국의 국익으로 이어지는지 잘 이해가 가지를 않던 것이다.
이형은 웃으며 답했다.
"물론 합중국에도 유리한 이야기 오만, 그보다는 그대들 공화당에 유리한 이야기일 거요. 생각해보시오. 오늘날 귀국의 대통령은 미주로 이주한 우리 아시아인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하여 백방으로 뛰고 있소. 그렇다면, 장차 미국 시민권을 얻은 우리 황인들이 선거철마다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 같소?"
"아."
그랜트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얼이 빠져 답했다. 아시아의 전제군주에게 민주 공화정의 섭리를 지적당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설명을 마무리 지었다.
"알다시피 우리 아시아에는 사람이 많소. 조금 너무 많을 지경이지. 그래서 짐은 오갈 곳 없는 우리 백성들에게 머물 장소를 마련해준 귀국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소. 이미 알고 있겠지만, 지금 미리견에는 내 친부께서 거하고 계시오. 만일 그대들이 앞으로도 우리 백성들을 지켜준다면, 그들은 언제나 그대들의 편으로서 남아있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그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백한 승낙의 의사였다. 이형은 환히 웃었다. 우선 한고비는 넘긴 것이다.
그랜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하나라고 하셨으니 둘도 있겠지요. 두 번째는 무엇입니까?"
"앞으로도 미리견에서 우리 한국에 많은 투자를 해주기를 바라오. 가능하다면 더욱 많은 사업가들이 진출하여 우리 한국의 백성들을 고용해주었으면 좋겠구려."
"그건 오히려 우리 합중국에서 부탁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로군요."
그랜트는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는 긴장감을 품었다. 이런 간단한 요구사항들 때문에 일부러 단서를 붙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랜트의 불안대로, 이형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마지막 제안을 말했다.
"그리고 이게 본론인데··· 장차 그대 미리견의 기업들이 우리 아주연구기금에 자금을 투자해주었으면 하오."
"그건···."
앞선 두 가지의 요구사항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랜트도 선뜻 대답해줄 수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아직 아무런 성과도 없는 과학후진국의 연구기관을 위하여 어느 누가 선뜻 돈을 내놓겠는가.
어지간한 승부사라도 여기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대신 우리 아주연구기금을 위하여 투자해준 기업인들에게는 내 특별히 편의를 봐주리다. 가령 영주권을 발급해준다던가, 세금을 감면해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오."
"···우선 노력해보겠습니다. 혹, 제가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오늘날 아시아에서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나는 암모니아를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화학비료를 인공적으로 대량생산하는 것이오. 그리고 두 번째는-."
이형은 그러고서 잠시 뜸을 들였다. 그랜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쉽게 말하지 못하고서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 그답지 않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푸른곰팡이에서 항생물질을 추출하여 항생제를 개발하는 일이오."
그랜트는 그게 도대체 무슨 돈과 시간의 낭비냐고 되묻는 듯한 얼굴로 한참 동안 이형을 빤히 바라보았다.